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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델타-262화 (26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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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위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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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맘대로 남의 건물을 뒤진다는 거야? 영장이라도 갖고오면 받아주지.”

준은 팔짱을 척 끼며 입을 열었다. 수백의 군인들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 그의 태도에 오히려 드와이트가 움찔할 정도였다.

‘저 녀석을 여기서 죽이면 문제가 될텐데...’

새크리파이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지만, 그래도 준 역시 한 기업의 오너였다. 그런 이를 별다른 명분없이 죽여버리게 되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저 자를 끌어내!”

드와이트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쯤, 부대를 이끄는 지휘관인 베를루스 대위가 명령을 내렸다. 눈앞의 인물이 누구이든 간에 그의 눈에는 일반인일 뿐이었다.

“자, 잠깐.”

드와이트가 그를 말리기도 전에 이미 준의 곁으로 서너 명의 군인들이 다가갔다. 하지만 곧 무언가에 막히기라도 한 듯, 더 이상 준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

“어?”

“왜, 왜이러지?”

병사들은 당황하며 앞으로 가려고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서서히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강력한 힘이 그들을 도로 밀쳐내고 있는 것이었다.

“뭐하는 거야!”

베를루스가 큰 소리로 그 병사들을 나무랐지만 병사들로서도 뭐라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아무리 앞으로 가려고 해봤자 소용이 없는 것을 어찌하란 말인가.

“이 쓸모없는 자식들. 전부 가서 저 녀석 끌어와!”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준을 에워싸고 있던 수십 명의 병사들이 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쯤 되니 준도 더이상 염동력으로 그들을 밀쳐내기는 어려웠다. 대신 준은 가볍게 땅을 박차며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헛?”

순식간에 다시 건물 옥상으로 올라선 준을 보며 닭쫓던 개의 심정을 체험한 병사들은 멍하니 준과 베를루스를 번갈아 볼 수밖에 없었다.

“이... 당장 올라가서 잡아와!”

“하, 하지만 저 안으로 들어가면...”

드와이트가 황급히 말리려했지만 이미 명령은 내려진 상태였다. 병사들은 일사분란하게 환급소 건물 안으로 돌입했다.

“어...?”

건물 안으로 들어선 병사들은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들이 들어 선 곳은 분명히 3층짜리 환급소 건물의 입구였는데 들어서자 전혀 다른 동굴 속 풍경이 그들을 맞이 했던 것이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니 자신들이 들어왔던 입구는 온데간데 없었다.

“이건 환상이다. 모두 정신차려.”

이미 건물 안의 기이한 환상마법에 대해서는 들은바가 있었다. 그에 대한 대비도 이미 준비해 둔 상태였다. 돌입한 병사중 하나가 허리춤에 매어 두었던 원통형의 바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마법무효화 장치로, 광범위한 지역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마법을 깰 수 있는 도구였다.

특수목적으로 제작된 물건인 만큼 상당히 비싼 물건이었지만 또한 별로 쓸데가 없어 재고가 상당히 쌓여있는 물건이기도 했다.

딸칵.

마법무효화 장치의 뚜껑을 열어 바닥에 강하게 내려치자 펑, 하며 푸른색 가루가 사방에 흩날렸다. 주변에 마나가 충만해지고 병사들은 곧 달라질 주변 모습을 기대하며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전혀 변화가 없었다.

“어떻게 된거지? 전혀 효과가 없잖아?”

“젠장. 이거 불량품 아냐?”

병사들은 우왕좌왕 하며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배경은 변하지 않았다. 그 어두침침한 동굴 속에서 병사들은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서로 뭉친채 그 자리에 가만히 대기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병사들이 나오지 않자, 선발부대를 지휘하고 있는 베를루스 대위가 두 번째 병력을 투입시켰다. 하지만 그들 역시 안으로 사라져서는 소식이 없었다.

그제서야 그도 더 이상의 병력을 건물안으로 돌입시키는 것을 포기했다.

“일단 이걸로 두 팀 제거했고.”

준은 입구에 펼쳐두었던 던전의 입구를 닫았다. 선두로 진입한 병사들의 숫자는 두 차례에 걸쳐 거의 수십명에 달했다. 그들 모두가 던전안에 갇힌 채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버린 것이다. 구현화 기능은 엑조틱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술인만큼 마법무효화를 사용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나와 엑조틱 에너지는 서로 연관성이 강한 힘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던전에 밀어넣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마법무효화도 소용이 없었다.

아직 병력의 대부분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상당수는 세일럼을 포위하고 있었고, 결정체 환급소를 포위하고 있던 병력들 중 약 절반이 던전 안으로 사라진 상태였다. 이래서는 베를루스 대위라고 해도 더 이상 건물 안으로 진입할 수는 없었다.

준은 다시 훌쩍 뛰어내려 병사들의 앞에 착지했다.

“나도 귀찮은 건 싫어하니까. 이만 돌아가 줬으면 하는데.”

“이... 이놈. 대체 내 부하들은 어디에 있는 거냐?”

베를루스 대위가 입을 열었다. 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글쎄. 그야 나도 모르지.”

“이 자식이!”

철컥.

베를루스는 권총을 꺼내어 준의 이마를 겨누었다. 준은 피식 웃으며 손을 들어 염동력을 일으켰다.

그러자 베를루스의 손가락이 움직이며 자연스럽게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헉?”

흥분한 김에 권총을 꺼내긴 했지만 정말로 방아쇠를 당길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준이 염동력을 이용해 방아쇠를 당기게 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흥분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발사한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지막 순간에 조준이 흐트러져 준에게 총탄이 명중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였다.

준이 입을 열었다.

“총을 쏘셨다? 목격자들도 많겠다, 이걸 걸고 넘어가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베를루스는 지지않으려 강하게 맞받아 쳤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자신의 부하들 중 상당한 숫자가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준을 내버려 두는 것과는 별개로 이 건으로 자신에게 엄청난 문책이 따를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놈을 잡아 족쳐서 부하들의 행방을 알아야겠다. 전원 조준!”

처척!

베를루스의 명령에 따라 남아있던 병사들이 전부 준에게 총을 겨누었다. 헌데 가늠좌를 들여다 보던 병사들은 준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디로 사라진거지?”

대낮에, 그것도 코앞에 있던 준의 모습이 마치 유령처럼 사라졌다. 베를루스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방금 전 처럼 허공으로 떠오른 것은 아닐까 생각한 것이다.

“뭘 찾는거야?”

하지만 곧바로 귓가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어느새 준이 자신의 등뒤까지 이동해 온 것이다.

그리고 준의 손이 우왁스럽게 베를루스의 멱살을 잡아챘다.

“큭!”

“너도 잠깐 들어가 있어.”

“무, 무슨...?”

그는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허공으로 집어던져졌다. 눈을 질끈 감고는 곧 이어질 충격에 대비하고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환급소안에 들어갔다가 실종되었던 부하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대장님?”

“어? 어. 그, 그래.”

“저희들을 구하러 오신겁니까?”

“그, 그런 것은 아...”

“오오오! 역시 대장님은 최곱니다. 대체 어떻게 여기를 빠져나가야 할지 몰라서 다들 걱정이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것이 말이...”

“그럼 어서 우리를 바깥으로 인도해주시지 말입니다?”

“허허. 이 녀석들이.”

베를루스 대위는 자신을 신뢰하는 병사들의 눈빛을 보며 오만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었다.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려는 순간, 자신의 등뒤에서 병사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같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으아악!”

“사, 살려주세요!”

갑작스레 던전안에서 정모를 하게 된 군인들은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고는 침묵에 빠져들었다. 새로 들어온 병사들의 반응만으로도 그들이 자발적으로 이 곳으로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베를루스 대위는 고개를 숙였다.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읏차!”

“허엇? 살려주세요!”

“누가 죽인대?”

준은 그렇게 말하며 병사들을 잡아다가는 계속해서 입구를 열어놓은 던전 안으로 집어던지고 있었다. 혹시라도 빠져나올까 싶어 쉬지않고 던져넣느라 정신을 차려보니 환급소안에 있던 군인들을 전부 던전안에 집어넣고 난 이후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드와이트 덴버 한 사람뿐.

“대, 대체 그쪽의 정체가 뭡니까? 어떻게 혼자서 그 많은 군인들을 전부 죽일 수가...”

“누가 죽였다고 그래?”

“그럼 그들은 어디있습니까?”

“어딘가에. 나도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

“후...”

드와이트는 자신의 앞에서 뻔뻔한 낯짝으로 웃고 있는 준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대체 이 자가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러는 것인지 그는 당최 이해하기 어려웠다.

“대체 왜 이러십니까? 우리에게 무슨 원수라도 졌습니까?”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준의 대답에 드와이트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물었다.

“설마. 알카트뢰즈에서 얼마전에 출소하셨습니까?”

“잘 알고 있네. 그러면서 나에게 물어본건가?”

“헉? 설마 진짜 그 알스버그?”

“그럼 다른 사람을 생각한건가?”

드와이트는 눈을 크게 뜨고 준을 보았다. 그를 감옥에 보낼 때 보았던 사진속의 그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당시에는 워낙 영양상태도 좋지 않고 제대로 관리도 안되어 현재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어, 어떻게...?”

“운이 좋았지.”

“대체 어떻게 운이 좋으면 1년만에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겁니까? 거기다가 델타스피릿 정도 규모의 기업이라니. 무슨 잃어버린 재벌 부모라도 만난 겁니까?”

“그보다 훨씬 더 운이 좋았다고만 알아둬.”

델타를 얻지 못했다면 지금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노력과는 별개로, 준은 그것이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낮은 확률로 얻은 행운이라는 사실도 자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것은 그때 일에 대한 복수입니까?”

“너에게 원한은 없지만. 당분간 안에 들어가 줘야 겠어.”

준은 드와이트 덴버의 멱살을 쥐고는 던전안에 던져넣었다. 어차피 그를 돌려보낼 생각도 애초에 없었다.

‘이쪽으로 왔던 군인은 전부 던전에 감금해 둔 상태였고, 남은 것은 세일럼을 포위한 군인들인가...’

2.5톤 트럭에 실려온 군인들은 개인화기만 들고 있는 다소 빈약한 무장이었다. 애초에 준 앞에서 어떤 무기를 들고와도 소용이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불릿타임보다도 빈약한 무장이라니, 새크리파이스가 얼마나 돈을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멈추십시오. 현재는 도시 밖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윽?”

퍼억!

준을 제지하는 황갈색 군복을 입은 사내를 때려눕힌 준은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는 사람들 마저도 전부 때려눕히고 무장을 해제했다. 던전의 입구를 여는 것은 어디서나 가능했기 때문에 준은 던전의 입구를 열어 자신이 때려눕힌 병사들을 전부 던전안에 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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