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65화 (26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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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위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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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센은 하는 수 없이 세일럼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이스카야 행성으로 가는 것을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러다가 또 준이 수라드에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낭패였다. 수라드 행성에 대한 공작을 이런식으로 멈추지는 않을거라는 판단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수라드 행성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도 그 판단에 힘을 더했다. 철저한 검문에도 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직 그가 수라드 행성에 남아있을 거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준은 거의 두 달 가까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준이 이스카야 행성이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그는 지칠대로 지쳐, 플랫폼으로 돌아갔다. 마리엘 쿤 역시도 그리 사정은 좋지 않았다.

준이 사라짐과 함께 ARM도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결정체 매입량이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언제라도 준이 다시 돌아와 ARM기를 설치할 거라는 기대심리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아예 참지 못하고 이스카야 행성으로 가는 이들도 있었다. 그곳에서 ARM과 같은 방식으로 결정체를 환급한다는 소식을 들은 자들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거냐! 어째서 녀석이 행성을 빠져나가도록 둔거지?”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군.”

“플랫폼 관리자라는 녀석이 그런 것 하나 알지 못하는 건가?”

“녀석은 강력한 마법사로 추정되고 있어. 변장술 정도는 우습겠지.”

“젠장. 허탕만 치게 된 셈이로군.”

“의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녀석을 죽이는 것이 의뢰조건이니 만큼 완수해주길 바란다.”

마리엘 쿤의 말에 사라센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하지만 어쨌든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없었기 때문에 거기에 토를 달 생각은 없었다. 비록 자신이 오기 전부터 이미 준이 행성을 떠났다고 해도, 결국 녀석을 추적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스카야 행성으로 가길 원하나?”

사라센이 입을 열었다. 솔직히 아무리 뛰어난 헌터사냥꾼인 그라고 해도 적진 한가운데서 그들의 수장을 죽이고 돌아올 자신은 없었다.

“자신없다면 그만 둬도 좋다. 위약금은 받지 않지.”

마리엘 쿤 입장에서는 이대로 준을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때문에 사라센을 자극하여 그를 이스카야로 보낼 생각이었다.

사라센은 그런 마리엘의 의도를 알면서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녀석. 너는 나를 너무 잘알아.”

“괜히 친구가 아니지.”

“친구라... 친구를 감옥에 쳐넣는 인간이 있던가?”

“굳이 구원을 이자리에서 꺼내야 겠나?”

“...아직도 사과할 생각은 없나?”

“사과를 하면 받아줄 생각은 있나?”

“전혀.”

“뭐, 그럼 굳이 할 필요는 없겠군.”

마리엘은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사라센과 그의 관계는 앙숙과 원수 사이 어딘가 쯤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십대 초반에 만난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져 의형제를 맺었다. 둘이 함께 있으면 무서울 것이 없었고, 늘 사고를 치고 다녔기 때문에 사람들도 그들이 함께 있으면 피하기 바빴다.

사고의 무게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강간치상, 폭력, 강도, 음주뺑소니, 절도. 마약. 기소가 될 경우 수백 년은 가뿐히 넘을 그런 끔찍한 중범죄들이 그들에게는 일종의 놀이로 여겨졌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 마리엘은 배경이 좋았고, 사라센은 본신의 능력이 뛰어났다. 이 둘의 조합은 하지만, 결정적인 사건이후로 완전히 갈라서게 되었다.

어느 날 술에 거하게 취한 두 사람은 밤거리를 거닐다 충동적으로 한 여성을 윤간했다. 평소라면 적당히 넘어가거나, 기소가 된 이후에 뇌물을 써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 테지만 재수 없게도 그 여성이 유력자의 자녀였다.

마리엘의 배경으로도 막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마리엘의 아버지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라센을 현행범으로 구속시키는 대신 마리엘은 빼내는 식으로 자신의 아들만을 구해내었다. 그로 인해 사라센은 5년형이라는 제법 중한 실형을 받고 복역을 했다.

사라센도 처음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친하더라도, 사건이 커지면 결국 구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아들일 테니까. 그저 자신의 배경이 마리엘만큼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에 그는 마리엘이 직접 자신을 고발하고 자신만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날 이후 두 사람은 완전히 갈라서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가 마리엘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결국 돈 때문이었다. 헌터로 살면서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결국 재벌들의 손바닥 안에서 놀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는 그 질서에 철저하게 순응할 정도의 인내심과 자제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잊지마라. 나는 나의 방식으로 네 위에 선다.”

사라센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준은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코끝으로 짙은 암모니아 향이 스쳤다. 엘라가 일을 본 것이다.

준은 인벤토리에서 기저귀를 꺼내어 갈아주고는 그녀를 서은설에게 넘겼다. 마침 갤럭시 쪽 인물이 찾아와 아이를 봐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럼 잘 놀고 있어.”

“걱정말고 다녀와.”

“다녀오세요오~”

-다녀 오십셔. 형님.

준은 집에 서은설과 검둥이, 시미를 남겨두고는 셔틀에 올라탔다.

플랫폼에 도착하자 제임스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가 안내했다. 최근 갤럭시와의 협약 문제라던가, 어그로시스템 생산건 등등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은 마치 방금 자고 나온 사람처럼 쌩쌩했다.

준은 농담처럼 입을 열었다.

“틀림없이 피로에 절어 있을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멀쩡하군.”

“뭐, 누구 덕분입니다.”

“에피알게나스 말이지?”

펠로우쉽에 속해 있다고는 해도 정신적인 피로까지 모두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런 면에서 에피알게나스의 존재는 제임스를 한계까지 굴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무리 피로에 지쳐도 그녀에게 가서 회복 한방만 맞으면 금세 다시 태어난 것 처럼 쌩쌩해지는 것이다.

“솔직히 에피알게나스 양의 능력을 그냥 피로회복용도로 쓴다는 게 아쉽기는 합니다만...”

하지만 일단 한번 뽕맛을 보면 다시는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녀의 회복기술은 현존하는 어떤 자양강장제 보다도 뛰어난 각성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가장 업무가 과중된 두 사람, 제임스와 루나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였다.

회의실에 들어가자 강원삼 대리, 아니 과장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저번 협상과, 어그로시스템에 대한 대가로 승진을 약속받은 차라 이미 과장 대우를 받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아아.”

강원삼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처음과는 확연히 달라진 두 사람의 태도였지만, 강원삼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준의 말대로 했다가 덜컥 승진을 했으니, 반말 정도야 아무리 들어도 화를 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현장과장이다. 그 정도 끗발이면 어디를 가도 왕대접을 받을 수 있는 위치인 것이다. 그리고 준의 심기에 따라서 언제든지 그 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도 그는 알고 있었다.

“이번엔 무슨 일이지?”

“어그로시스템에 대한 생산양 조정과 투자건 재협약, 그리고 행성개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찾아왔습니다.”

“매번 일일이 이렇게 찾아올 필요 없이 화상회의를 하는 게 낫지 않아?”

“큰 계약이니 만큼 면대면으로 만나서 계약을 맺는 것은 기본 사항입니다. 화상대화중에는 언제든지 해킹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뭐, 그건 그렇지. 일단 앉지.”

준은 제임스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갤럭시 측에서는 강원삼 과장만이 나와 있었다. 저번의 협상을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보고 모든 일을 그에게 맡긴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좀 더 뜯어낼 걸 하는 아쉬운 감정이 일었다. 거의 3조짜리 투자협약이었음에도 갤럭시 측에서는 쿨하게 내준 것도 모자라 잘했다며 강원삼을 승진까지 시켜준 것이다.

“우선 어그로시스템의 생산량에 대한 문제입니다. 현재 물량이 아무래도 부족한 때문에 저희회사 측에서는 공장의 추가 신설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흐음... 그렇게나 잘 팔리는 건가?”

“네. 엑조틱 웨폰과 함께 초기 홍보용으로 좀 뿌려봤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다고 합니다. 계산해보니 지금 생산설비의 세 배 이상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갑자기 설비를 늘리라고 해도...”

준은 제임스를 돌아보았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현재로서는 인력도 자본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저희 쪽에서 자체적으로 공장을 세울까 합니다만...”

“그건 안되지. 그러면 설계까지 모두 알려줘야 하는 거잖아.”

그것은 노골적으로 이쪽의 기술을 베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은 안될 일이었아. 어그로 시스템은 델타스피릿의 독자적인 기술로 현금이 부족한 준에게 엄청난 효자상품이었다.

그걸 홀랑 남의 입에 떠먹여줄 생각은 없었다.

“최대 10조까지 추가 투자를 할 용의가 있습니다만.”

“하...”

준은 그 엄청난 숫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3조만 해도 엄청난 돈이다. 헌데 10조란다. 평생 돈만 세어도 다 세지 못할 만큼 많은 금액이었다.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안됩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이부분은 나중에 협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강원삼은 실망한 태도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여지를 남겨두는 식으로 은근슬쩍 넘겼다. 준이 제임스에게 메시지를 날렸다.

-10조면 괜찮지 않아? 어그로 시스템 그거 잘 팔아봐야 1년에 몇 천억 정도일 텐데.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쪽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어야 저쪽에서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기술을 모두 넘기고 나면 후에 저쪽에서 어떤 식으로 나올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하긴. 여젼히 나는 위험인물이었지.

-알고계시면 됐습니다.

-끙. 알았어. 좀 아깝긴 하군.

“다음은 투자협약에 대한 겁니다. 회사측에서는 나머지 잔금과 물건을 한꺼번에 받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남은 2조와 7대의 전차를 한꺼번에 교환하자는 말이었다. 준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유는?”

“그건 알려드리기 곤란합니다. 저희도 사정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흠... 그렇다면 이쪽도 곤란한데. 갑자기 말을 바꾸는데 이유도 모르고 그냥 넘겨달라니. 찝찝하잖아.”

“델타스피릿에서는 더 나은 조건이 아닙니까?”

“그건 그거고, 궁금한건 궁금한거지.”

“끄응...”

강원삼은 말이 통하지 않는 준 대신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준이 고집을 부리면 자신의 말이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걸 알려드릴 순 없습니다.”

“일단 말해봐.”

준이 재촉하자 강원삼은 짧은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새 행성을 개척중에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파란색 외도라도 나타난 건가?”

“그 정도라면 팀 어벤저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다만...”

강원삼은 더 이상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영역이 파티마 제국과 얽혀 있습니다.”

“뭐야. 영토 싸움인가?”

“그런 셈이지요.”

“왜 그런 쓸데없는 짓들을 하는 거지? 널린게 행성인데. 굳이 남의 땅에 들어가서 싸울 필요까지는 없잖아.”

“죄송하지만 거기까지는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 작품 후기 ============================

주말이다... 와아.... 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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