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78화 (27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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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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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쩌적!

준의 발밑에서부터 얼음으로 만들어진 대지가 거미줄처럼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파괴의 규모는 거의 50여미터. 그 갑작스런 상황에 후안과 욘이 움찔 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무, 무슨 짓을 하는 거냐!”

후안이 그 와중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잠시지만 겁을 먹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춥잖아. 이왕이면 안에서 싸우자고.”

우르르릉!

이윽고 천둥이 치는 소리, 커다란 바위가 땅을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본격적으로 땅이 격렬하게 뒤흔들리며 천천히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대, 대체...”

후안과 욘, 그리고 실버서퍼의 헌터들은 이 현상과 그것을 만들어 낸 준을 번갈아가면서 쳐다보며 신음성을 흘렸다. 벌집을 제대로 건드린 것은 아닐까 하는 불길한 기분이 엄습했다.

“후, 후안. 이거 그냥 물러서는게 낫지 않겠어?”

“시끄러. 여기서 물러서면 내 체면이 뭐가 돼?”

“하지만 보라고. 저 녀석 발한번 구르는 걸로 얼음산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저런 인간

을 본적이 있어?”

“저게 다일지도 모르지.”

“그렇지도 모르긴 하지만...”

어쨌거나 후안은 여기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물론 약간 기가 질린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얼음만으로 만들어진 대형 이글루가 완성되었다. 높이면 10여미터, 지름은 거의 30여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였다.

‘확실히 얼음집은 그다지 경험치가 들어가지 않는군.’

다른 재료에 비해 얼음은 가공이 쉬운 재료다. 그러다 보니 딱히 복잡한 구성이 필요없었고, 제작에도 그리 큰 경험치가 들지 않았다. 이정도 크기의 얼음집을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경험치는 겨우 500정도만 빠져나갔을 뿐이다. 지금의 준이 숨만 쉬어도 벌어들이는 수치였다.

“그럼 들어가지.”

준이 먼저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도 홀린 듯이 그 뒤를 따라 돔형태의 대형 이글루 안으로 들어섰다. 안은 꽤나 어두웠지만 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금세 밝아졌다. 마나를 이용해 빛을 만드는 기술은 어지간한 마법사라면 가지고 있는 기술이었고, 당연하지만 준도 익히고 있었다.

“그럼 싸울거지?”

준이 막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는 화들짝 놀라며 준을 바라보았다.

“네, 네가 싸우는 거 아니었냐?”

“사고는 네가 치고 왜 나보고 싸우라고 하는거야?”

“끙... 당연히 네가 나설 줄 알았지.”

“크크. 그렇게 겁나면 그만 두던가.”

“누가 안싸운대? 젠장. 하여튼 악덕사장 같으니.”

큰 소리 친 것과는 별개로 그는 꽤나 긴장하고 있었다. 어쨌든 상대는 상급헌터. 자신의 실력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현재 막스의 레벨은 8. 중급헌터 중에서는 상급의 실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 상급헌터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였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10레벨은 넘어야 비로소 상급헌터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그렇게 보면 그 능력은 한참이나 부족했다.

“이거나 가져가.”

준은 인벤토리에서 몇 가지 물건을 꺼냈다.

“니들리스 스패너? 이건 나도 있는데?”

“그거랑 같으면 내가 왜 주겠어.”

“흠. 확실히 색이 좀 다른 것 같기도하고...”

“정보 확인해봐.”

“오오? S급이잖냐 이거! 이런게 있으면 진작 주던가.”

“비싸. 네 월급보다 훨씬.”

“끙. 나도 알아. 그런데 이건 뭐야?”

준이 꺼낸 물건 중에서는 익숙한 니들리스와 달리 처음보는 물건이 섞여 있었다. 용접할 때 쓰는 얼굴가리개와, 장갑. 그리고 몸 절반을 가릴 수 있는 방패와, 가슴부위를 가리기 위한 갑옷이었다. 특히 갑옷처럼 생긴 것은 드럼통을 절반으로 뚝 잘라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외관상으로는 최악이었다.

“보면 몰라? 갑옷과 방패지.”

“알아. 왜 이따위로 생겼냐는 말이지.”

“시제품이라 그래. 생각나는대로 만들어 본거거든. 움직이는데는 큰 문제 없을거야.”

“쪽팔린다는게 문제잖아.”“일단 확인이나 해봐.”

막스는 투덜거리면서도 손에 든 물건들의 정보를 열었다.

극도로 강화된 용접용 헬멧(S급)

화상과 시력손상으로부터 용접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헬멧입니다. 기존의 강철이 아닌 탄소합금으로 제작되어 더 가벼워지고 단단해졌습니다.

B급 이상의 경우 특수효과가 붙습니다.

특수효과 : EX필드(1000/1000). 피해감소(20%), 물리방어(20%)

“오오? 이게 뭐야?”

막스는 깜짝 놀라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만큼 준이 건넨 헬멧의 기능이 강력했던 것이다. EX필드도 놀라웠지만 피해감소와 물리방어 옵션까지 더하면 상급헌터의 공격이라고 해도 어느정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계속 무기만 만들었으니까. 방어구도 좀 만들어 볼까 하고 짬짬이 만들던거야.”

“주는 거냐?”

“놉. 반납하시길. 이거 하나 만드는데 실패한 것만 한 50개 넘으니까. 사실상 엄청난 경험치가 들어간거라고. 이건 무조건 공용이야.”

“쳇. 그래도 명색이 대장인데 이런거 하나쯤 있어도 괜찮잖아.”

“대장이라는 놈이 드럼통으로 만든 갑옷 입고 다니고 싶냐?”

“헐. 진짜 드럼통이었냐 이거?”

“말이 그렇다는 이야기지. 나머지도 확인해 봐.”

“알았어.”

막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머지 물건들의 능력도 확인했다.

극도로 강화된 용접용 장갑(S급)

용접중의 불꽃에서 사용자의 손을 보호하기 위한 장비입니다. 방어력뿐만이 아니라 사용자의 근력도 높여줍니다.

B급 이상의 경우 특수효과가 붙습니다.

특수효과 : 근력+3 피해감소(10%), 물리방어(10%)

극도로 강화된 방패(S급)

오리지널 설계로 만들어진 티타늄 방패입니다.

B급 이상부터는 특수효과가 붙습니다.

특수효과 : 피해감소(30%), 마법방어(30%)

극도로 강화된 합금갑옷(S급)

오리지널 설계로 만들어진, 탄소베이스 합금 갑옷입니다.

B급 이상부터는 특수효과가 붙습니다.

특수효과 : 피해감소(25%), 물리방어(25%)

“...이거 혹시 부위별로 따로 적용되는 능력이냐?”

“아니. 전부 합산 되는 거 같아. 물론 방어구가 있는 부위에 한정이긴 하지만.”

“그러면 방패로 공격을 막아도 피해감소가 60퍼센트에 물리방어가 30퍼센트, 마법방어가 30퍼센트 적용된다는 거야?”

“음. 아마도. 시스템에서 그렇게 판단했으니까.”

“무섭구만... 너 이거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알면 당장 항모이끌고 쳐들어온다.”

“그래서 그쪽으로 유통시킬까 생각중이야.”

“하청업체 노릇을 하겠다는 거야?”

“반대지. 귀찮은 일을 그쪽에서 맡아서 하게 하는거지. 솔직히 일일이 유통망 구축하고 이런거 얼마나 힘드냐...”

“하. 어쨌거나. 이거 대량생산 가능해?”

“음. 일단 설계도는 저장 해뒀으니 가능하지. 물론 아직까지는 시제품이라 디자인도 엉망이고 해서 좀 다듬은 다음에 내놓을 생각이었어.”

니들건 이후 전차라던가 함선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스케일 큰 물건만 만들다 보니 이건 거의 심심풀이로 만들던 물건들이었다. 때문에 굳이 남에게 알리지 않고 시간 날때마다 하나씩 제작하며 좋은 특수능력이 붙는 물건들은 따로 저장해두었다. 그렇게 해서 대략 각 물품의 재료나, 용도, 그리고 형태에 따라 특수능력이 조금씩 다르게 붙는 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만든 물건이었다.

드럼통 같은 갑옷에 직사각형 형태의 방패들도 그러다보니 나오게 된 디자인이었다. 그나마 용접용 헬멧과 장갑은 큰 설계변경없이 쓸만한 것들이 나와주어서 다행인 편이었다.

게다가 제작을 하면서 알게된 또 하나의 사실인데, 카테고리내에 속해 있는 제작품의 경우 특수효과가 좀 더 효율 좋게 붙는다는 사실이었다.

“자. 그럼 이제 이길 수 있겠지?”

“당연하지. 이정도 능력이 있는 장비를 입고도 진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지.”

니들리스 스패너도 단순한 S급에다가 전격속성부여를 해두었다. 뭐가되었던 한 방만 제대로 맞힐 수 있으면 짧은 순간의 스턴을 먹일 수 있고, 심지어 무기를 맞부딪히기만 해도 적에게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다.

압도적인 방어력에 방어무시 공격을 할 수 있는 무기. 이정도면 할만하다고 막스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너무 의기소침해 하지마.”

준이 막스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의 온몸은 시퍼런 멍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싸움은 시작된지 1분만에 끝났다. 후안은 막스의 방어구가 가려주지 못하는 부분만 집요하게 공격했고, 결국 장비덕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젠장!”

카앙!

막스는 헬멧을 땅에 내던지며 울분을 토했다. 기껏 이런 좋은 물건을 가지고도 손끝하나 대지 못했다.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아무리 상급헌터라지만 한 대도 때리지 못하다니.’

“네가 이렇게 분해 할때도 있었군.”

준의 말에 막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상급헌터. 내가 무슨수를 써서라도 10레벨찍고 만다.”

“2레벨 올렸다고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아닌 듯 한데.”

“그럼 15레벨.”

“뭐, 열심히 해봐. 언젠가는 상급헌터를 상대로 좋은 싸움을 할 수 있을거야.”

“끙. 이럴때는 위로라도 해줘야 하는거 아니냐? 나 지금 자존심 완전히 구겼는데?”

“걱정마. 너만 무너지는거 아니니까. 민성아.”

“기다렸다.”

뒤에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장민성이 앞으로 나섰다. 그동안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며 실력을 키워왔다. 아직 레벨은 7레벨에 불과했지만 본신의 실력만큼은 막스를 뛰어넘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준의 특제 방어구를 입히고 싸우면 어떤 실력이 나올지 궁금했다.

“이거 입고가.”

“나는 내 실력대로 싸우고 싶다.”

장민성은 고개를 저었다. 방어구의 성능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물건을 몸에 두르고 싸우게 되면 마음한켠에 허점이 생긴다. 오히려 그것이 자신의 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네 생각이 그러면 말리지는 않겠는데. 이건 펠로우쉽끼리의 전투가 아니야. 방어구 없이 싸우면 백퍼센트 죽어.”

“입도록 하지.”

장민성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막스가 벗어던진 헬멧을 주워들었다.

“두 번째 떨거지의 등장인가? 그나저나 저 여자는 힐러인가?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몰랐는데 상당한 미인이로군.”

후안이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처음 약간 긴장했던 마음도 막스를 손쉽게 이기고 나자 완전히 사라진 상황. 그의 시선은 갑옷을 입고 있는 장민성이 아니라 방금 막스의 상처를 치료해준 에피알게나스에게 향해 있었다. 치료를 하며 살짝 드러난 얼굴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저녀석에게도 아예 헬멧을 씌워야 하나...”

괜히 귀찮은 일이 생길까봐 그녀에게 얼굴을 반쯤 가리는 후드를 씌워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완전히 가리지는 못하다보니 결국 얼굴이 드러났고,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이 온 것이다.

“이봐. 이번 내기의 조건을 바꾸는 건 어때? 내가 이기더라도 숙소는 가지지 않을테니까 대신 저 여자를 넘기라고.”

“저 모지리새끼...”

막스가 한숨을 쉬었다.

터진 곳은 예상외의 사람에게서였다.

“이 자식! 감히 누구에게 그딴 소리를 하는건가!”

장민성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검을 뽑아들었다. 그의 두 눈동자는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아... 이거 위험하다.'

싸우기도 전부터 눈이 돌아가버린 장민성을 보며 준은 한숨을 쉬었다.

============================ 작품 후기 ============================

늦게나마 한편 더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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