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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델타-287화 (287/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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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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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과 골렘들이 외도들을 처리하는 동안 막스도 미친 듯이 설상전차를 드라이빙하며 포격을 가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조종하는 설상전차는 한명이 차량을 운전하고 한명이 포격을 한다. 근접한 외도들에게는 동축기관총을 이용해 처리를 하는데, 그 동안은 또 포격을 할 수가 없다보니 일단 외도가 붙어버리면 원거리 공격을 해대는 갈기뱀들을 처리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웠다.

쩡! 쩌엉!

“큭!”

막스는 기관총의 총구를 외도의 머리로 돌리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탄환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준이 있다면 빠르게 제작을 통해 탄약을 보충해 주겠지만 그 역시 아직 오려면 시간이 걸렸다.

딸깍. 딸깍. 딸깍.

“빌어먹을!”

결국 기관총탄이 모두 떨어지자 막스는 황급히 대포의 포신을 조작했다. 외도들은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지금까지 죽인 놈들만 서른마리가 넘었다. 하지만 그 사이 파괴된 전차의 수는 총 세 대.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이 탑승하고 있는 전차를 포함해 총 여섯 대 뿐이었다.

하지만 외도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셔틀의 공격에 놀라 흩어졌던 외도들이 전차가 뿜어대는 화력에 어그로를 먹고는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듭니다!”

파비앙이 외쳤다. 그는 조종간을 잡고는 최대한 빠르게 회피기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한궤도 차량이라는 것이 그렇듯 민첩하게 움직이기는 힘들었고, 외도를 떨쳐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나마 그동안은 근접하는 놈들을 기관총으로 날려버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어려웠다.

“일단 최대한 물러서!”

콰아앙!

막스는 근접하는 외도를 향해 대포를 갈겼다. 근거리에서 고폭탄이 터지자 전차가 삐그덕 소리를 내며 밀려났다.

쿠당탕!

“크윽!”

“윽!”

전차 벽에 머리를 박은 막스와 파비앙이 신음성을 흘리며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겨우 10여미터 앞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고, 외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 겨우 한 놈 물리치기는 했지만 그 뒤로 다가오는 녀석들은 셋 이상이었다.

“후퇴해야 합니다.”

파비앙이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외도의 숫자가 많았다. 준이 가까이 있었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으로선 무리였다.

“우리가 물러서면 한창 전투중인 다른 녀석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어. 전차가 파괴되더라도 최후까지는 버텨야 해.”

그렇지 않아도 전차들은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원래라면 준의 헬기가 돌아와 화력지원을 해줘야 할 상황에서 갑자기 추락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장님은 언제 오는 겁니까?”

“우리가 죽기 전에는 오겠지.”

“제발이지 그랬으면 좋겠군요.”

파비앙은 기어를 바꾸고는 악셀을 강하게 밟으며 핸들을 꺾었다. 전차가 급속히 90도로 꺾이더니 지그재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속도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전선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콰앙!

쿠당탕!

“큭!”

“으윽. 대장님. 조금만 멀리 쏘면 안됩니까?”

“젠장. 다음에는 안전벨트를 꼭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만.”

파비앙은 이마에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훔치며 다시 핸들을 잡았다. 그래도 차량의 손상을 감수하고 포탄을 근거리에 날린 덕에 접근하던 두 마리의 외도를 잡을 수 있었다. 포신 자체가 상하좌우로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다보니 바닥을 향해서 쏠 수도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임기응변이었다.

하지만 그 덕에 설상전차의 내구도가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다. 보통의 정비사에게 이런 물건을 가져다 주면 웬 고철을 가지고 왔냐며 버럭 화를 낼 정도로 전차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현가장치에서는 계속해서 드드득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었고 전면유리는 이미 전부 날아가 아무것도 없었다. 일반 전차와 달리 장갑이 없었고, 간단한 메탈프레임에 강화유리창을 달아놓은 형태다 보니 외도가 달라붙는 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퍽!

치지지직!

“젠장! 독액이다!”

설상전차의 하부프레임에 원거리에서 쏘아진 갈기뱀의 독액이 달라붙었다. 게다가 그와중에 독액이 튀어 막스의 몸에도 묻었다. 그는 황급히 상의를 벗어던졌지만 그 짧은 사이 몸에 침투한 독액이 그의 체력을 급속도로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쿨럭.”

막스가 시커먼 피를 토해냈다. 그 모습에 놀란 파비앙이 큰 소리로 외쳤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보이냐? 체력이 3분의 1이 날아갔다. 무슨놈의 원거리공격이 이렇게 센거냐...”

막스는 창백한 얼굴로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고는 다시 주포의 조종간을 잡았다.

드드득! 푸슉!

“뭐야? 왜 멈췄어?”

“엔진룸이 녹아들어갔습니다. 더 이상 기동은 불가능합니다.”

“젠장. 이거 한 발 쏘고 튀어야겠군. 어차피 남은 포탄도 마지막이었어.”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고집부려서 전선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막스는 파티창을 통해 자신의 리타이어를 알림과 동시에 마지막 남은 고폭탄을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근접외도들을 향해 날렸다.

준은 마나를 아끼지 않고 매크로어택을 시전했다. 라이트세이버를 사용해 매크로어택을 시전 하자 전혀 예상치 못했던 폭풍과 함께 외도들을 날려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준은 거침없이 외도들을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매크로 어택에 들어가는 마나량은 대략 400정도. 현재 준의 마나량이 1만이 넘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스무번을 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재활용 기술을 통해 다시 돌려받는 마나까지 생각해면 거의 서른번 가까이 사용할 수 있었다.

콰아아아!

후우우!

사방에서 외도가 비상하고 그 사이를 바람처럼 내달리는 인영이 있었다. 준은 매크로무브를 통해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며 외도들을 산산조각내고 있었다. 골렘형제들은 폭풍에 휘말리지 않았는데, 그것은 단지 녀석들의 체중이 지나치게 무겁기 때문이었다.

“하아. 하아.”

준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외도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현재 막스 일행이 위험에 몰린 만큼 평소와 달리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니들건을 불러낼까도 생각했지만 괜히 정신을 다른 곳에 집중하기 보다는 훨씬 강력한 무기인 라이트세이버에 집중하는 것이 나을 거라고 생각해 오로지 빛나는 검 하나만을 들고 사정없이 적들을 베어넘기고 있었다.

‘음... 저게 뭐지?’

거의 서른마리 쯤 처리했을 때, 준의 눈에 띄는 이상한 물체가 있었다. 천리안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것인데 그것은 죽은 무리어미의 시체라고 생각되는 것 바로 옆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형태는 피라미드처럼 사각뿔이었고, 검붉은 색에 꿈틀거리면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생명체를 기반으로 하는 형태인 것 같았다. 셔틀을 타고 지나갔을 때는 미리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준은 안력을 높여 좀 더 자세히 그것을 들여다 보았다. 자신들을 습격했던 거의 모든 외도를 정리한 다음이라 조금의 시간적 여유를 줄 수가 있었다.

‘점점 커지는 거 같은데?’

자신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아주 조금씩 커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극지방이 아니라면 배경에 녹아들어 제대로 눈치챌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얼음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극한의 대지. 그러다보니 주변과 대비되어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가는 그 피라미드의 존재감은 점점 확실히 커지고 있었다.

그 순간 준의 통찰력 기술이 발동되었다.

‘저것. 이 외도들의 둥지같은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확신이 들었다. 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수백마리의 외도가 오랜시간 머무르고 있었던 이유가 계속 궁금하던 차였다. 만약 저것이 둥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외도들이 이 얼음대지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밝혀지는 셈이었다.

준은 남은 외도들을 모두 처리하고 일행에게로 다가갔다. 욘은 준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연신 눈치만 살폈다.

준은 허공에서 셔틀을 꺼내어 모두 탑승시킨 다음에 빠르게 막스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았다. 뭐가 되었든 일단 직원들을 구해놓고 나서 둥지를 탐색할 생각이었다.

투타타타타!

멀리서 셔틀의 기관포 소리가 들려왔다. 막스는 도망치는 와중에 그 소리를 듣고는 버럭 환호성일 질렀다.

“이 개자식이 이제야 오는구나! 하하하!”

“욕하려면 하고 아니면 말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막스의 뒤를 따르던 파비앙이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막스는 달리던 걸음을 멈춰세우고는 파비앙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어쨌거나 셔틀이 나타난 덕에 그들을 뒤쫓던 근접외도들도 깜짝 놀라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상태가 별로 안좋아 보이는데요?”

파비앙의 말대로 셔틀은 여기저기에서 불을 뿜어내며 아슬아슬한 비행을 하고 있었다. 직선거리로 날아오느라 갈기뱀의 원거리 공격을 허용한 때문이었다.

“뭐, 어쨌거나 중요한 건 셔틀이 아니니까.”

팍!

막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셔틀에 갑자기 불이 크게 번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셔틀의 모습이 사라지고, 허공에 세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실루엣만 어렴풋이 보일 뿐이었지만, 준과, 욘, 그리고 에피알게나스임이 확실했다. 시미는 준의 주머니속에서 잠들어 있을 것이다.

“우리도 저쪽으로 가자.”

“네? 저긴 외도들이 바글바글 한데요?”

“이 멍청한 녀석아. 거기에 뭐가 있든지 간에 저 녀석 옆에 있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엄청나게 신뢰하시는 군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리지. 잔말말고 달리기나 해.”

막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풍운보를 시전했다. 파비앙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그의 뒤로 따라붙었다.

“겨우 여기까지 도망쳤는데...”

도착해보니 사방에 전차의 잔해들이 널려있었다. 생각보다 큰 피해에 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펠로우쉽 명단을 확인해 보니 스무명의 병사들 중에 두 명이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자신이 조금 더 빨리 왔다면 살릴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준으로서도 최선을 다해 날아온 것이었다.

“바글바글 하구만...”

포격으로 인해 사방은 크레바스 천지였다. 얼음이 녹아내린 곳뿐만 아니라 충격으로 인해 갈라져 수백미터의 균열을 만들어 낸 곳도 있었다. 그나마 그 덕분에 외도들의 무자비한 공격에서 어느정도 도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준은 염동력을 이용해 욘과 에피알게나스를 바닥에 착지시키고는, 인벤토리에서 루나의 자신작인 어그로시스템을 꺼내들었다. 기기의 스위치를 올리자, 삐- 하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외도들의 머리가 준을 향해 돌아갔다.

두두두두-

흩어지려던 근접외도들이 준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준은 골렘을 모두 꺼내고 니들건을 꺼내들었다.

‘근접외도가 아흔마리에, 갈기뱀이 스무마리라... 조금 시간이 걸리겠군.’

준 혼자서라면 상대할 수 없을 정도의 숫자였다. 아무리 그가 강하다고 해도 마나는 한계가 있었고 염동력만으로 외도를 모두 정리할 수는 없었다.

쿠르르르-

그리고 그런 준의 뒤로 살아남은 전차 네 대가 서서히 접근했다. 이미 포탄을 많이 소모한 상태였지만 준이 바로 붙어 있으면 제작을 통해서 탄약을 보급해 줄 수 있었다.

설상전차의 약점은 바로 근접외도에 대해 취약하다는 점이었다. 동축기관총이 달려있기는 하지만 외도의 공격에 버틸 장갑이 없기 때문에 일단 한번이라도 공격을 당하게 되면 전투를 지속할 수 없다고 봐야했다.

‘항력전개.’

준은 두 팔을 뻗어 달려오는 외도들의 앞에 거대한 실드를 펼쳤다. 그러자 외도들이 버둥거리며 그 실드를 뚫지 못하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마나가 많이 들기는 하지만 확실히 쓸만한 기술임은 분명했다.

그렇게  준이 앞에서 몰려드는 외도를 탱킹하고 뒤에서 전차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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