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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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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방법은 늘 해왔던 대로 저들을 던전안에 밀어넣는 방법이겠지만, 그런 식의 일처리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고 그 사이 단 한 대의 전함이라도 도주한다면 이 전투의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게 된다. 준이 썩 바라지 않는 전개였다.
“양전자포 냉각 시작하고, 우리쪽에서도 수폭을 발사하도록.”
“알겠습니다.”
현재 알바트로스에 탑재되어 있는 유도수폭미사일은 총 10기. 발사관은 2개 뿐이지만 어차피 시간이 촉박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문제가 될 일은 없었다.
그 사이 한참 전에 출발했던 스트라이더 20기가 알바트로스에 근접했다. 수폭의 열기 때문에 쉬이 근접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도착한 모양이었다.
스트라이더는 FSLU, 그러니까 연방측의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사의 형제기업인 엔터프라이즈에서 생산한 함재기였다.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스코르프(Skorv)사의 스파르탄과 종종 비교되기도 하는데 안정성 면에서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 기체였다.
콰아아-
스무 기의 은빛 스트라이더들이 전술핵미사일을 발사했다. 우주공간에서 막대한 자기장 펄스를 발산하도록 설계된 수폭과는 달리 순수한 열기와 방사능만으로 데미지를 입히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먼거리에서 폭발하면 대기가 없는 우주공간내에서 그다지 강력한 위력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일단 명중만 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는 무기였다. 물론 핵무기인 이상 수폭과 같이 EMP효과도 작지만 발생한다.
보통의 스트라이더는 근접해서 무기를 발사하기 때문에 명중탄을 내는 것이 그렇게 까지 어렵지는 않았다. 비록 발사속도는 느리다해도 비교적 몇킬로미터 반경내에서 발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커다란 덩치의 함선의 경우 요격에 실패하면 그대로 얻어맞고 침몰할 수밖에 없었다.
“적기 전술핵발사! 총 스무 기의 미사일을 확인했습니다. 요격합니까?”
파비앙이 큰 소리로 외쳤다. 오퍼레이터 경험이 많지 않은데도 그는 능숙하게 콘솔을 조작하며 그때그때 상황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요격 실시.”
가만히 얻어맞아도 별 문제는 없었지만, 알바트로스의 요격 시스템도 체크할 겸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알바트로스의 기관포대가 날아오는 미사일을 자동추적하더니 빠르게 포탄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이동패턴이 불규칙적인 함재기를 조준하는 것은 사람의 손에 맡기는 게 효율적이지만 지금처럼 궤적이 정해져 있는 미사일 같은 경우는 컴퓨터 시스템에 맡기는 편이 나았다.
번쩍!
요격당한 전술핵미사일이 폭발하며 밝은 빛을 뿌렸다. 맨눈으로 보게 되면 실명도 가능할 정도의 엄청난 광폭풍과 함께 연이어 다른 핵미사일도 요격을 당하며 폭발했다.
“19기 요격 성공. 한기는 곧 함선의 측면에 충돌합니다. 충격에 대비해 주십시오!”
“하나는 놓쳤나.”
최신의 요격 시스템은 다른 방해가 없을 경우 99.99퍼센트의 성공률을 보인다. 알바트로스에 탑재된 컴퓨터는 델타의 보정을 받는 상태로 작동되기 때문에 그보다 성능이 떨어질리 없음에도 요격에 실패한 것이다.
“실패 원인은?”
“근거리 핵폭발로 인한 EMP효과 때문 인 듯합니다.”
파비앙이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는 모양인지 그다지 확신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겨우 대답한 것도 컴퓨터에서 도출한 결과를 그대로 읽는 것이 불과했다.
알바트로스의 옆구리에 핵미사일이 명중했다.
쿠웅!
준은 의자의 지지대를 꽉 잡고는 흔들리는 몸을 버티며 생각에 잠겼다.
‘알바트로스의 컴퓨터와 델타의 시스템 사이에 링크가 흔들렸을 가능성도 있겠군. 두 컴퓨터 사이의 연결은 전파를 통한 것이니까 EMP에 영향을 받기도 쉬운 편일테고.’
하나의 프로세서 내에서 계산이 이루어지게 되면 오류가 생기다러도 빠르게 수정을 할 수 있지만 델타의 보정을 받다보니 순간적으로 발생한 EMP폭풍에 의해 링크가 끊어지면서 오류를 수정할 시간을 놓친 모양이었다.
준은 다시 한번 명령을 내렸다.
“적 스트라이더들을 요격하라.”
[전 포대는 적 함재기를 요격!]
파비앙이 스피커를 통해 전 기관포대에 명령을 내렸고, 포대에 자리하고 있던 병사들이 재빨리 공격을 시작했다.
투투투투!
15인치 포 5문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함선의 크기에 비해서는 보잘 것 없는 화력이었지만, 알바트로스의 기관포를 조작하는 이들은 보통의 인물들이 아니다. 하나하나가 중급에 달하는 헌터들인 것이다. 그들의 민첩성과 동체시력은 일반인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 그러다보니 훈련도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스트라이더의 동체에 기관포탄을 박아넣기 시작했다.
번쩍!
바깥은 빛과 폭발, 함재기가 흩뿌린 잔해들로 어지러웠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함교 안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우주공간에서 일어나는 폭발이다보니 소음은 커녕 약간의 진동조차도 없었고, 그러다보니 마치 먼곳에서 일어나는 일인 양 현실감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주포 ‘로즈마리’ 충전 완료. 적 함대의 수폭이 다시 한 번 접근합니다.”
“무시하고 공격해.”
어차피 EX필드를 뚫고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무기는 없었다. 준의 명령에 다시한번 양전자포가 불을 뿜었다.
엄청나게 가속된 반물질이 순식간에 수천킬로미터를 뛰어넘어 구축함 ‘블루시걸’을 관통했다. 반물질에 관통된 구축함은 선체가 기우는 듯 하더니 그대로 폭발하며 우주의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남은 것은 총 다섯 인가.”
순식간에 다섯 대의 함선이 사라지자, 전함 소유즈의 함장이자 4전대장인 마르케스 소장은 반쯤 정신이 나가버린 상태였다.
“돌격! 돌격하라! 근접해서 화력을 집중하는 거다!”
“함장님! 적기는 수폭과 양전자포로도 파괴시킬 수 없습니다. 이대로 계속해서 전투를 진행하게 되면 반드시 패배합니다!”
참모 인 양 주안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십대 중반에 소령을 달고 있는 젊은 장교인 그는 뛰어난 작전기획력을 인정받아 4함대의 전략담당 참모로 근속하고 있었다.
“그럼 어쩌자는 것이냐!”
“후퇴 해야 합니다.”
“겨우 한 대의 함정이 두려워 후퇴해야한다는 거냐!”
“이대로는 전멸을 면할 수 없습니다!”
“닥쳐라! 이 자식!”
철컥!
마르케스 소장은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 양 주안의 머리에 겨누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함교의 모든 이들이 침묵에 잠겼다.
양 주안은 마르케스 소장의 눈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쏘십시오. 어차피 나중에 죽나 지금 죽나 죽는 것은 같으니까요.”
“이 자식이!”
마르케스 소장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번쩍하고 수폭이 폭발하며 소유즈가 크게 흔들렸다.
쿠당탕!
소유즈의 외벽에 손상이 일어나며 급속히 산소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함교내부에 있는 방사능 측정기의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며 시끄러운 경고음을 내뱉었다.
“크윽...”
양 주안은 바닥에 손을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마를 훔치자 붉은 피가 진득하게 배어나왔다. 아무래도 머리를 다친 모양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마르케스 소장이 바닥에 쓰러진 채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전 함정에 명령 하달한다. 지금부터 각 함정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전장을 이탈하도록. 오퍼레이터. 초광속 통신은 언제 재개 할 수 있나?”
“아직 30분은 더 있어야 합니다.”
“젠장. 지원요쳥도 불가능 한건가...”
그는 이를 악물었다. 후퇴 명령을 내리긴 했지만 저 악마같은 함정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현재 4전대에 남은 5기는 모두 속도와는 거리가 먼 중형함선들. 개중에는 수송선도 끼어있었기 때문에 마음먹고 화력을 뿜어내면 워프도 하기전에 전부 몰살당할 위험이 있었다.
“적 함을 향해 돌격한다.”
“네? 방금 후퇴하라고...”
“우리가 시간을 번다.”
“...알겠습니다.”
양 주안은 형식상으로 참모이자 이 함대의 부함장이었다.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함교내부는 무거운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의 명령이 의미하는 바는 즉,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는 대신 나머지 네기의 함정을 살리겠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적 함 전장 이탈합니다! 아니, 소유즈는 본함을 향해 가속중! 충돌 하려는 생각인 모양입니다!”
“무장은?”
“수폭은 여섯발 남았고, 주포는 아직 냉각중입니다.”
“남은 수폭을 전장을 이탈하는 함선들에게 발사하도록.”
“알겠습니다! 수폭 발사 카운트 다운!”
파비앙의 외침과 함께 잠시후 남아있던 수폭이 차례로 발사되었다. 여섯발의 수폭은 저마다 유도된 함선을 향해 가속하며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워프를 한다고 해도 수폭의 반경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남은 것은 적 기함인가. 그래도 배짱은 있군.”
준은 디스플레이에 떠오른 전함 소유즈의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놈이 이쪽으로 돌격하는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봤자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했다.
준은 느긋하게 양전자포가 냉각되길 기다리며 팔짱을 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는 눈을 크게 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야했다.
“이런 빌어먹을!”
준은 이를 갈며 디스플레이에 드러난 소유즈 함선을 노려보았다. 알바트로스를 향해 접근하던 그 기체가 준이 쏘아보낸 수폭을 향해 요격을 시도한 것이다. 고가의 요격미사일 수십발이 수폭을 향해 발사되었고, 여섯발 중, 네 발이 격추되었다.
“두기의 수폭이 각각 순양함 ‘바로크’와 전함 ‘벨로루시’를 향해 접근합니다. 나머지 두기의 함선은 완전 이탈합니다.”
“결국 놓친 건가...”
전 함대를 전멸시킬 작정이었던 준은 도망치는 함선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결국 놈들이 도주하게 되면 이스카야 해역의 전투 정보가 그대로 전달 될 것이다. 재수없으면 그 정보가 갤럭시까지 흘러들어가게 될 것이고, 어쩌면 EX필드를 무력화 할 수 있는 엑조틱 웨폰을 개발하려 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너무 걱정마십시오. 그들이 지금부터 연구를 한다고 해도 대함용 엑조틱 웨폰을 생산하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겠지?”
“어차피 이런 비대칭 전력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그 시간동안 우리도 전력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제임스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너무 욕심을 부린 것일 수도 있었다. 단 한기의 함선으로 전함과 항모가 뒤섞인 4전대를 물리친 것만으로도 대단한 전과였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자신의 계획을 일그러뜨린 녀석은 용서할 수 없었다.
“어쨌거나 저 녀석은 그냥 돌려보낼 수 없겠군.”
그는 정면으로 이쪽을 향해고 있는 전함 소유즈를 보며 이를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저 전함은 전리품으로 챙겨야지. 저것까지 날려버리기엔 너무 아깝잖아.”
준은 그렇게 말하며 강화복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그때 소유즈로부터 통신이 들어왔다. 치칙- 하는 잡음이 잠시 일더니 대형 디스플레이에 젊은 장교의 모습이 나타났다.
[소유즈 함장대리 양 주안이라고 합니다. 그쪽 함장과 대화를 좀 나누고 싶군요.]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미리 말해두지만 협상같은 건 없다.]
준은 강화복을 마저 입으며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을 할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저 함정은 자신이 가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에 준은 맥이 탁 풀리는 것을 느꼈다.
[전함, 소유즈는 이 시간부로 델타스피릿에 항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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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하나 올립니다. 다음편은 좀 늦게 올라갈거에요. 빨라도 12시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