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01화 (30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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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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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바깥에서만 열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이유는 모르지만 그곳에 있는 녀석들은 비교적 얌전해지는 편이었다.

'샬롯이군.'

준은 고개를 저었다.

현재 그녀의 상태는 충분히 위험한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실버서퍼의 일원이자 동료들을 쫓아 들어온 이곳에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끝없이 전투를 벌였다. 그녀는 죽고 죽이고를 반복했고, 그 사이 몇번이나 윤간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부활 할 때마다 자신을 건드린 자들을 찾아 족족 죽였고, 그나마 최근 들어서야 서로 반쯤 휴전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정신은 생각보다 빠르게 붕괴하고 있었다. 그녀가 철저히 혼자라는 점 때문이었다.

기실 그녀가 이곳까지 들어온 데는 멜기오스의 영향이 컸다. 실버서퍼의 리더이자 브레인 역하을 했던 그를 남몰래 좋아했던 그녀는 그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곳까지 뛰어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멜기오스는 샬롯과 한편이 되어 싸우는 도중 적들에게 잡혀 검은방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다시는 나오지 못했다.

그 이후부터 였다. 샬롯의 정신상태가 불안정해짐과 동시에 손댈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기 시작한 것이.

“어지간히 괴롭힌 모양이구만.”

준은 씁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스스로 걸어들어갔으니 누구의 탓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일이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그녀를 안으로 들여보낸 데 있어서는 준의 책임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여자라고 특별대우를 바라지 않았던 그녀를 빼내오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이미 직간접적으로 준의 손에 죽어나간 이들의 수만해도 천이 넘는다. 때로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도 했지만 자신의 의지로 준에게 칼을 들이민 이들은 거의 모두 죽거나 죽음보다 더한 처지에 놓였고, 예외를 둘 이유가 오로지 여성이기 때문이라면 그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막았어야 했지 않았나.

“그래서? 그 안에 몇 명이나 있는거야?”

던전의 핵이 있던 방. 그곳은 수백명이 들어가고도 한참이나 공간이 남을 만큼 크기가 큰 편이었다.

“지금까지 총 아흔명 가까이 집어넣었던 걸로 기억한다.”

“엄청난 숫자군.”

준에게 귀속된 던전은 그의 권한하에 존재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그 안을 확인할 수 있었고, 물론 그들이 안에서 어떤식으로 변화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다만 어둠속에서 몸을 감춘 이들이 많았기에 전체 숫자를 확인하기란 다소 어려웠다.

“그래서 문을 열었더니 외도라도 튀어나온 건가?”

“그, 그걸 어떻게?”

사내는 온몸에서 피를 흘린 채 입을 열었다. 그의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지만 어차피 이 안에서는 죽지 않는 다는 믿음 때문인지 두려움에 떨거나 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뭐, 어쨌든 알았어. 그 놈들은 내가 처리하지.”

“아흔 명이다. 전부 처리할 수 있는가? 우리가 좀 도와주면...”

“눈물나게 고맙긴 한데. 너희들은 죽으면 안되거든.”

“우리는 죽지 않는다. 여기서는 아무리 죽어도 다시 부활하니까.”

베를루스의 말에 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죽어. 놈들에게 먹히면 부활이 안되거든.”

“정말인가?”

“궁금하면 시험해보든지.”

준의 말에 베를루스가 고개를 저었다. 누구라도 죽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가서 다른 녀석들도 전부 이쪽으로 모이라고 해. 괜히 구석진데 혼자 있다가 개죽음 당하지 말고.”

베를루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들 중에서 실력이 뛰어난 이들 몇을 불러 전령으로 삼아 던전 곳곳으로 보내었다. 대체로 발이 빠르고 외도화 된 인간을 마주치더라도 도망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속속 소식을 듣고 모여든 사람들이 입구지역을 꽉 메웠다. 던전은 곳곳에 넓은 공동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입구지역도 천여명의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편이었다. 물론 옹기종기 모여있어야 했지만 그만해도 꽤 넓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준은 가만히 사람들을 기다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에 모인 던전인들 상당수가 헐벗은 상태였다. 속옷이라도 입고있는 이들은 그나마 양반이라고 할 수 있었다.

준은 인벤토리에서 옷을 꺼내었다. 천여명 모두에게 입힐 정도로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벗고 있는 이들 중 일부라도 입혀야겠다 싶어 내린 결정이었다.

‘나중에 보급품이나 좀 줘야겠군.’

델타폰도 지급할 생각이었다. 새 개척행성으로 가기전에 미리 익숙해지는 편이 좋기 때문이었다. 진작부터 지급했다면 샬롯이 그렇게 까지 심하게 당하지는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지난 일이었다. 이제와서 후회해봤자 그녀를 기만하는 일이 될 뿐이었다.

그리고는 준도 입구를 벗어나 외도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눈앞에 던전을 띄우자, 보기 편하게 외도화 된 이들의 위치가 붉은색으로 표시가 되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준에게 귀속된 던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모두 81명인가.’

수가 많다보니 일일이 상대할 수는 없었다.

“으아아!”

멀리서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준은 그곳을 향해 빠르게 달렸다.

“우오오!”

쿵!

벼락처럼 두 주먹이 바닥을 때렸다. 가까스로 놈의 공격권에서 벗어난 사람 하나가 필사적으로 바닥을 짚으며 도망치고 있었다.

준은 그자의 등을 밟고는 그대로 뛰어올라 온몸이 털로 뒤덮인 4미터 크기의 외도를 향해 달려들었다.

뻐억!

손에 든 라이트세이버가 외도의 정수리를 내리쳤고, 녀석은 갑작스런 충격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한 방에는 안 죽는다 그건가? 골치아픈 놈들이로군.’

라이트세이버의 파괴력은 어지간한 노란색 외도도 순살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둔기형태라지만 무방비로 얻어맞고서도 물러서는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피해를 충분히 입지 않았다는 것은 녀석의 맷집도 상당하다는 이야기였다.

‘매크로어택.’

뻐어억!

준이 알고 있는 모든 근접기술을 무식하게 때려넣은 기술인 매크로 어택이 발동되자, 돌풍과 함께 곰을 닮은 거대외도가 라이트세이버에 얻어맞고는 십여미터 뒤로 날아갔다. 거의 1톤은 되어보이는 녀석을 오로지 검풍만으로 날려버린 준은 혀를 내두르며 입을 열었다.

“확실히 이거 너무 사기아이템인 것 같은데.”

니들리스 스패너를 아무리 강화시켜도 이 아이템 만큼 위력을 뽑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준은 한동안 등한시 했던 던전탐섹도 곧 재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이 좋으면 라이트세이버 같은 최고급 무기를 얻을 수도 있었고, 그게 안되더라도 던전을 귀속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이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던전은 최고로 안전한 쉘터역할을 할 수 있었다.

타탓!

준은 땅을 두어번 박차고는 웅크린 자세로 앉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외도에게 달려가 녀석의 명치에 라이트세이버를 박아넣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상체가 서서히 뒤로 넘어갔다.

헬로스는 사람들을 데리고 입구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준의 말대로라면 지금 던전을 헤집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외도화된 인간들. 자신이 당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해도 재수업없게 죽기라도 하면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히 두려운 일이었다.

크르르-

하지만 그들이 달려가는 방향으로부터 낮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이쪽으로 간다.”

헬로스는 방향을 틀어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곧 그쪽에서 검은 실루엣이 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덩치로 보아선 확실히 외도라고 할만했다.

황급히 반대쪽으로 다시 달렸지만 퇴로는 이미 막힌 상황.

“어, 어떻게 합니까?”

그를 따라 달리던 군인 하나가 긴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싸워야지.”

‘젠장. 약한 놈들이면 좋겠군.’

그는 등에 매고 있던 거대한 기둥을 풀어 두 손으로 잡았다. 이윽고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외도들은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인간이 변이한 모습이다보니 모두 두 다리로 서있는 인간형 외도였다.

크기는 모두 3~5미터 정도. 어떤 녀석은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어떤녀석은 인간형태 그대로 이긴 하지만 팔이 네 개라던가 눈이 다섯 개라던가 하는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노란색 외도인가.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상급헌터쯤 되면 노란색 외도정도는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다. 문제라면 자신의 뒤에서 겁을 먹고 있는 군인들이다. 그들의 숫자는 총 스무명. 이들은 원래 일반인이었다가 던전의 힘으로 인해 헌터가 된 자들이다 반복되는 전투를 통해 하급에서 중급까지 실력을 키웠지만 노란색 외도를 상대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혼자서 모든 외도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너희들은 뒤를 막아! 나는 이 녀석들을 상대하지.”

헬로스는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외도 세 마리를 노려보았다. 덩치가 크다보니 한 마리만 서도 복도 하나가 꽉 들어찼다. 여러마리가 한꺼번에 붙으면 곤란해지겠지만 이런 식으로 1대1 승부라면 충분히 해볼만했다.

“타핫!”

헬로스는 짧은 기합을 내뱉으며 전면의 근육질 대머리 인간처럼 생긴 외도를 향해 달려갔다. 녀석의 주먹이 헬로스를 향해 직선을 뻗어왔다.

“으랏차!”

휘익!

그는 달리면서 들고 있던 기둥을 휘둘러 외도의 주먹을 후려쳤다. 힘과 힘의 대결. 체중이 모자란 쪽은 헬로스였지만 모자란 힘을 땅을 박차며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꽈아앙!

부르르!

던전이 흔들릴 정도의 강력한 충격과 함께 대머리 외도의 몸이 비틀거리면서 뒤로 물러섰다. 헬로스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충격에 잠시 경직되었지만 이윽고 빠르게 회복하고는 다시 녀석을 향해 크게 걸음을 내딛고는 다시한번 기둥을 휘둘렀다. 기둥 자체의 무게만 이백킬로그램이 넘는다. 그런 것을 무기로 휘두르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헬로스의 근력은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상태. 근육질의 외도라고 할지라도 무시했다가는 치명적인 일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선수를 빼앗긴 상황에서 적 외도는 뒤로 물러서려했다.

턱.

하지만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다른 외도에게 걸려 물러서지 못했고, 그 빈틈을 파고든 헬로스는 크게 기둥을 들어 녀석의 발을 내리찍었다.

빠지직!

“크아아아아!”

외도의 비명소리가 큰소리로 터져나왔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 살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헬로스는 온몸에 붉은피를 뒤집어쓰고는 기둥을 다시한번 내리찍고는 크게 휘둘러 외도의 발목을 날려버렸다.

빠각!

기우뚱!

쿵!

발목이 덜렁거릴 정도로 완전히 박살난 녀석은 중심을 잃고는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일방적으로 밀린 녀석은 허우적대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그것을 그냥 두고볼 헬로스가 아니었다.

그는 쓰러져 있는 녀석의 몸을 타고 올라가 다섯 개의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외도의 머리에 기둥을 내리꽂았다.

“죽어라. 이 괴물아!”

쿠웅!

“크아앗!”

두개골의 절반이 함몰되며 녀석의 머리에서 엄청난 피가 쏟아져 나왔다.

후웅!

퍼억!

하지만 외도의 체력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녀석은 머리가 절반이나 부서지고도 주먹을 휘둘러 헬로스를 후려쳤다.

“쿨럭. 이녀석 훨씬 세군.”

보통의 노란색 외도에 비해 훨씬 강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하아. 하아.”

헬로스는 사방이 피투성이인 던전을 돌아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그가 유일했다. 다섯 마리의 외도가 자신과 군인들에게 붙었고, 긴 전투 끝에 겨우 자신만이 살아남게 된 것이다.

그나마 운이 좋은 것은 대부분 잡아먹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일단 타격에 의해서 죽은 놈들은 다음날 다시 살아날테니 걱정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외도도 그렇게 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걱정되었다. 사람이 살아나는데 외도라고 그러지 않을 이유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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