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14화 (314/540)

0314 ----------------------------------------------

개척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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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런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는 거야? 나는 원래 1년후에 출소할 예정이었거든?

-주인장 떴다! 다들 입닥쳐!

-젠장. 하필 지금...

-누구냐. 방금 헛소문 떠든거? 너 이제 좆됨.

=확실히 말하는데 난 그런 적 없음. 그냥 시어도어 대령이 맘대로 일저지른거 똥치운 죄밖에 없는데 왜 나만 갖고 그럼.

-네. 그렇습니다. 주인장 말씀이 다 진리입니다.

-그럼요. 우리는 전혀 의심하지 않습니다.

-할렐루야. 그런데 델타폰 새 상품 좀 올려주십쇼. 새 야겜이나 동영상 업데이트가 안되는 것 같습니다.

-저 이번에 출소하는데 일자리좀...

-최신영화나 드라마는 안올려 주십니까? 맨날 옛날거 재탕하는 거 지겨운데요.

-주인장 요즘 게을러 진 듯.

-헐. 누가 주인장 욕함? 그러다가 빡쳐서 업데이트 안하면 어쩌려고?

-나도 고객인데 그정도 요구도 못함? 그동안 내가 때려박은 결정체만 몇 개인데.

-아직 뭘 모르는구만. 우리는 고객이 아니라 호갱임.

=업데이트는 조만간 해줄게. 나도 바빠서. 애도 봐야되고 바쁘다.

-헐. 주인장 득남했음?

=딸인데?

-사진좀

-사진좀(2)

-사진좀(3)

=이제 6개월 짜리 애 사진을 봐서 뭐하려고. 닥치고 일이나 열심히 해라 일개미들아.

-와. 대놓고 노예취급함.

댓글을 달며 놀고 있던 준은 건설중인 도시의 사진을 찍어 포럼에 올렸다.

-이 사진 뭐임?

=던전에 있던 애들 쓰라고 만든 집임.

-헐? 정말임? 이제 우리 나갈 수 있는 거임?

=며칠만 기다려. 완성되면 내보내 줄테니까.

-대박. 이거 소문내야지.

-이미 다들 이거보고 있을걸. 어차피 여긴 할일도 없잖아.

-그건 그렇네.

-개쩜. 우리 집보다 낫다.

준이 도시를 건설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던전에서 휴식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댓글을 달았다. 준은 실시간으로 사진을 올리며 도시가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올렸다. 그렇게 한참동안 사진을 올리며 댓글놀이를 하고 있는 와중에 준의 머리속에 시스템메시지가 울렸다.

[건축기술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오. 드디어 숙련도를 채운건가?”

한꺼번에 많은 건물을 세우다보니 숙련도가 100을 넘은 모양이었다. 준은 프로필을 열어 기술을 확인했다.

기술

건축(상급) : 건축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합니다. 실용적인 목적과 예술적인 감성을 충족하는 건출물은 거주지 그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건축물에 추가 효과가 붙습니다. 도시설계를 통해 한꺼번에 다수의 건물을 올릴 수 있습니다.(숙련도 1%)

“도시설계?”

준은 일단 건물을 올리는 것을 멈추었다. 설명에 따르면 도시설계는 미리계획한 도시를 한꺼번에 올릴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만큼 경험치의 소모는 많지만 다수의 건물을 올리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나게 효율적인 기술이었다.

‘이미 절반 정도는 만들긴 했지만... 앞으로 써먹을 데는 많겠네.’

준은 앉은 자리에서 미리 계획했던 건물들의 배치를 설계도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흠... 그러고보니 이런 것도 되려나?’

준은 도시설계에 도시의 상하수도를 위한 배관도 끼워넣었다. 기존에는 일일이 관을 연결하는 것이 손이 많이가기 때문에 포기했지만 지금처럼 한꺼번에 건물을 올릴 수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거기다가 상수도 공급을 위해 물펌프가 있는 건물도 강 바로 옆에다가 그려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시의 한가운데 거대한 동상하나를 세웠다. 다름아닌 엘라의 동상이었다.

행성의 이름을 그녀의 이름으로 지었으니 그녀의 동상 하나쯤 올려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렇게 설계를 완성하고는 시스템에 올렸다.

쿠르르릉-

“읏?”

발밑이 엄청난 기세로 진동하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지진이라고 확실할 정도의 흔들림이었다.

곧 지축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마치 땅속에 숨겨두었던 도시가 튀어나오는 것처럼, 한꺼번에 건물들이 솟아올랐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일을 저지른 준 조차도 놀라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준은 황급히 그 광경을 동영상으로 찍어 게시판에 올렸다.

그러자 댓글들이 주르륵 달리기 시작했다.

-대박... 쩐다...

-저거 CG아님?

-자랑할려고 올린건데 CG를 쓰겠음?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임?

-야. 솔직히 이정도면 이제 주인장 혼자서 나라세워도 되겠다.

-저게 사람임?

-내가 봤을 땐 사람이 아니라고 본다. 아마 신일거야.

-신은 신이지 병신.

-와 저 새끼 존나재미없다.

-너무 그러지마라. 유머감각이 없는게 죄는 아니잖아.

“허...”

델타포럼을 보고 있던 사라센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미 준에게 두번이나 당하고도 그를 향한 분노가 사그러들고 있지 않던 그였지만, 지금 영상을 보고나니 자신이 얼마나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었던 가를 깨달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을 제외한 대부분이 혼이 빠진듯 델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나왔고, 다들 곧 나갈 바깥세상에 대한 기대로 표정이 밝았다.

“내가 어떻게 할 녀석이 아니었군.”

그래도 사람이니 만큼 어떻게든 죽일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애초에 그에 대한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다만 상급에 오른 뒤 단 한번도 실패한 적 없는 의뢰를 실패하며 느꼈던 좌절감에 그를 원망했던 것 뿐이었다.

‘자존심이 다 뭐냐... 저런 인간을 죽이려 했던 내가 바보지.’

동시에 그는 마리엘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곳에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선 아직 준에게 잡히지 않았거나 아니면 이미 죽거나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어느쪽이 되었든 그에게 미래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놈도 꼴 좋게 됐군.’

어차피 막장인생인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어쩐지 사라센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먼저 당한자의 여유일까? 따지고보면 그에게 해묵은 원한이 있는 사라센이었다. 그는 이왕이면 준이 마리엘을 자신이 곧 가게 될 그 행성에 던져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맥도, 집안의 배경도 먹히지 않는 곳에서 꼭 그를 다시 만났으면 했다.

“형님. 대체 뭘 하신겁니까?”

한창 물놀이를 하다가 돌아온 검둥이가 알몸으로 나타나 입을 쩍 벌렸다.

“옷이나 입어. 왜 다시 인간화를 한거야?”

“물속에서는 이쪽이 더 편해서요. 털이 물에 젖으면 엄청 귀찮거든요.”

검둥이는 주섬주섬 옷을 입으며 입을 열었다. 검둥이의 머리에 있던 시미가 폴짝 뛰어 준의 앞섶으로 들어가더니 하품을 하고는 잠이 들었다. 몇시간을 놀다오더니 꽤나 피로한 모양이었다.

“저 분수는 뭡니까?”

검둥이가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분수와 그위의 동상을 가리켰다.

“예쁘지? 나름 신경쓴거야. 참고로 저 분수가 가동되는 동안에는 이 도시안에 외도가 못들어오게 되어있어.”

“미친.”

“뭐 임마?”

“아,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들어와있는데요?”

“그러게? 펠로우쉽 때문인가...?”

“그럴지도요. 그런데 이건...?”

검둥이는 분수에 가까이 다가가 동상의 아래에 적혀 있는 글귀를 읽었다. 거기에는 분수에 대한 설명이 음각되어 있었다.

물을 뿜어 올리는 엘라의 동상(A급)

도시설계와 조각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이 커다란 분수상은 준 알스버그의 장녀 엘라 알스버그의 모습을 딴 동상입니다. 그 이름은 행성의 이름이기도 하며, 그만큼 강력한 지배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B급 이상부터는 특수효과가 붙습니다.

특수효과

엘라의 가호 : 분수가 가동되는 동안 도시의 경계 안으로는 외도가 침입하지 못합니다.

무한한 자원 : 분수의 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수질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무한한 자원? 물도 공짜인겁니까?”

“음. 아마 행성의 물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계속 나올 것 같은데.”

“이거 알파시티에도 하나 만듭시다. 거기도 물 공급이 만만치 않은데.”

알파시티에도 근처에 흐르는 강이 있다. 하지만 아직 상수도가 건설되지 않아, 우물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돌아가면 바로 만들 생각이야.”

생각해보니 루나의 얼음상도 아직 가져다 놓지 않았다.

“이곳인가. 실제로 보니 더 대단하군.”

베를루스 대위가 감탄사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델타포럼에서 동영상으로 확인하긴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짧은 시간에 도시하나가 뚝딱 완성되었다는 것을 믿기는 힘들었던 것이다. 400여동의 건물에 건물 사이로 나 있는 포장도로, 그리고 태양광발전판이 달린 가로등은 솔직히 말해 유배지라고 생각하기 힘든 평화로운 도시의 모습이었다.

“이제 열심히 일하라고. 일하는 만큼 풍요로워 질테니까.”

“고맙다.”

베를루스 대위는 준에게 고개를 숙였다. 따지고보면 고마워 할게 아니라 화를 내야하는 것이 맞다. 원래 자유민인 그들을 억지로 이곳에 구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베를루스는 준이 고마웠다.

“고맙긴. 부려먹으려고 하는건데.”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었겠지. 나는 솔직히 아무것도 없는 곳에 버려질거라고 예상했다. 당장 잘 곳부터 걱정하고 있었으니까.”

“뭐, 그럼 열심히 살으라고. 치안같은 건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없으니까.”

“그런 건 알아서 하지.”

베를루스는 고개를 돌려 감동의 눈빛으로 햇살을 만끽하고 있는 부하들을 보았다. 아예 땅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이들도 있었다.

“헌데 그들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샬롯 말인가?”

“그래.”

“사실 그 녀석들도 이곳에 풀어둘 생각인데.”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샬롯은 그렇다 쳐도 멜기오스는 이미 인간이라고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인간사회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상황. 원래라면 녀석을 죽여도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준은 그를 그냥 이곳에 풀어둘 생각이었다. 생각이 있다면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거고, 혹시 문제가 생긴다 해도 준이 처리할 자신이 있었다.

‘정 뭐하면 로버를 꺼내도 되고.’

반항을 한다해도 상관없었다. 그래봐야 로버의 기동실험대상이 될 뿐이었다.

샬롯과 멜기오스는 별다른 말없이 떠났다. 긴장한 준이 약간 허탈해할 정도였다. 셔틀을 타고 알바트로스로 돌아온 준은 양주안으로 부터 긴급전언을 받았다.

[델타스피릿 제1전대장 양주안입니다.]

“살아있는 걸 보니. 잘 끝났나보네?”

[네. 현재 수라드 플랫폼을 점령하고 잔당을 색출하고 있습니다.]

“피해는?”

[없습니다.]

“응? 그럴수가 있나?”

준은 솔직히 약간 놀랐다. 아무리 EX필드가 있는 함선 스왈로우를 내어주었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어느정도의 피해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새크리파이스 놈들도 바보가 아닌이상 공격이 먹히지 않는 함선에 화력을 집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적진에서 탈출한 것 처럼 꾸며 플랫폼에 입성했습니다.]

“그런 뻔한 수에 넘어갔단 말이야?”

[사장님께서 믿어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준은 양주안을 믿고 모든 함선과 항해사들을 그대로 풀어주었다. 그러다보니 플랫폼에서도 쉽사리 의심을 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공을 치하했다.

“잘했어. 월급올려줄게.”

[감사합니다.]

옆에서 제임스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준은 애써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방어전략은 어떻게 돼? 곧 엄청 몰려올텐데?”

[후퇴할 생각입니다만.]

“그전에 긁어올 수 있는 건 다 긁어오라고.”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양주안과의 통신을 마친 준이 입을 열었다.

“확실히 영리한 녀석이네.”

“설마 처음부터 점령할 생각이 없으셨던 겁니까?”

제임스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가지고 있어봐야 뭐할거야. 방어할 곳만 늘어나지. 당분간은 이스카야와 엘라만으로도 충분해. 이곳의 위치는 아무도 모르지?”

“네. 델타포럼이 약간 걱정되긴 합니다만.”

새크리파이스에서도 델타폰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준의 현황에 대해서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취득하고 있을터. 그들이라면 준이 이스카야 말고 다른 행성 하나를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는 것 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가 어딘지는 모를테니까 상관없어. 이름도 엘라행성으로 바꿨고.”

“하긴 그렇겠습니다.”

글리제d 행성이라고 하면 알겠지만, 던전에 있던 이들은 그 행성의 이름을 ‘엘라’라고만 알고 있었다. 멀리서 보는 것도 아니고 땅위에서 그 행성이 본래 글리제d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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