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15화 (31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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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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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양주안의 자세한 보고가 올라왔다. 대충 플랫폼에서 가지고 있던 결정체와 전함 2기, 각종 탄약과 무기들을 모두 회수하고 포로로 잡은 이들 2백명과 함께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포로중에는 준이 반가워 할만한 인물이 있었다.

“마리엘 쿤이라...”

준은 익숙한 그 이름을 보며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굳이 그를 잡아오라고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어차피 관리소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만큼 사살되거나 포로가 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녀석을 잡느라 혹여나 점령전에 차질이 생기는 것도 그가 바라는 일은 아니었다.

지금 준의 능력이라면 마리엘의 행방정도는 금새 찾아낼 수 있고, 녀석 하나 뭉개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동안 내버려 둔 것은 자잘한 복수 외에도 할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어떤 인물입니까?”

“아아. 일전에 말해 준 적 있지 않았던가?”

“악연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연합의 인재지.”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합은 오로지 명예와 돈, 이 두가지로 집약된다. 그중 더 중요한 게 있다면 물론 돈이겠지만 높은 직급을 향해 수직상승하려는 이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게 많았다. 마리엘 쿤은 그런 신분상승에 대한 욕구에 충실한 인물이었고 그 과정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을 이용하곤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이해하지 못할 인물은 아니었다. 그가 보기에 자신같은 준노예들은 얼마든지 이용해도 될 장기말 같은 것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그를 용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

“일단은 던전에 넣고 굴려야 겠군.”

“승무원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아직 저번 전투의 포로로 잡힌 승무원들은 던전안에 있는 상태였다. 그들은 아직 헌터로 각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오자마저 패닉에 빠져 서로 죽고 죽이며 실력을 키웠던 군인들과 달리 그들은 대체로 평온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하루종일 델타폰을 들여다보는 게 일이다보니 헌터로서의 각성이 늦는 모양이었다.

“원래는 헌터로 각성하면 다 같이 엘라행성에 풀어둘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헌터가 되더라도 싸울 의지가 없는 녀석들이라 제대로 결정체 생산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이번에 나포해온 전함의 승무원으로 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말도 안듣는 녀석들을 뭘 믿고 맡겨?”

“워낙 사람을 잘 믿으시기에.”

“나참. 나도 사람은 가려가면서 믿는다고.”

준의 말에 제임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계속 데리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소모하는 결정체의 양도 상당한 편입니다.”

“나도 알아. 생각보다 훨씬 더 쓸모가 없어서 나도 후회하는 중이야. 그냥 적당히 돈 받고 석방할 걸 그랬나봐.”

“숙련된 항해사들입니다. 그냥 돌려줄수는 없지요.”

“끙. 그렇다고 다 죽일 수도 없고...”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뭔데?”

“파티마 제국에 파는 겁니다.”

“응?”

“숙련된 항해사는 고급인력입니다. 때문에 비싼 값에 넘길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그들을 파티마 제국에 노예로 팔자는 말인가?”

“네.”

“흠...”

준은 갈등했다. 제임스의 제안은 실로 달콤했다. 현재 자신이 계속 데리고 있어봐야 밥벌레 밖에는 되지 않는 이들이고, 그렇다고 새크리파이스에 도로 넘겨주기는 싫었다. 그렇다면 이들을 파티마 제국에 팔아 이득을 얻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노예로 팔리게 되면 대우가 안좋겠지?”

“파티마 제국은 노예라 해도 대우가 좋은 편입니다. 괜히 부자나라가 아니지요. 조건만 맞으면 결혼도 가능하고, 돈을 벌어서 스스로 노예생활을 벗어 낼 수도 있을 겁니다.”

“끙. 노예가 그정도라는 말이야?”

“그들의 자본은 거의 무한하니까요. 기술력이 딸려서 그렇지 돈이라면 썩어넘칠 정도로 있는 황금의 제국 아니겠습니까?”

“그런나라가 왜 매번 연합이나 연방에 치여서 사는거야?”

“그야. 배부른 돼지가 훈련된 사냥개를 이길 수 없는 이치지요. 돈이 많다보니 기술개발이 더딥니다. 어지간한 것들은 전부 수입을 해버리니 제조업이 성장할 기반 자체가 없지요. 그러다보니 무기도 대부분 수입을 하는데, 그런 것들이 성능이 좋을리 없지않겠습니까. 파티마 제국도 그 무기들로 자국내의 반란세력을 진압하는데만 쓰는 정도로 생각할 뿐입니다. 어차피 다른 나라와는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하긴. 우주는 넓으니까.”

“그렇습니다. 서로 다른 곳으로 뻗어나간다면 굳이 부딪힐 일은 없지요. 문제는 뒤늦게 석유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연합의 몇몇 기업들이 문제가 되긴 합니다만.”

“그거 말인데. 연합에서는 제제가 없는 건가? 거의 파티마제국과 싸우자고 하는 모양새잖아.”

석유사업은 파티마제국의 산업을 이끄는 모든 것이었다. 15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제국이 지금의 판도까지 성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동력이기도 했다. 그정도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 석유산업에 지금까지 다른 기업들에서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사업 자체가 하루 이틀 사이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규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초기에는 자원개척을 위한 행성개발이라는 것도 어려웠고, 거기서 뽑아낸 자원을 다른 행성에 판다는 것은 생각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이었다.

석유는 지구에서 뽑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고 우주선을 이용한 운송이라는 게 그리 효율이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핵융합발전소가 쌩쌩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화석연료는 시대에 뒤떨어진 자원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차츰 개척행성이 많아지자 상황이 변했다. 새롭게 건설한 개척행성에 핵융합발전소를 짓는 일은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고, 그 자본만큼의 효율을 뽑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값싼 석유를 수입해서 사용하는 편이 훨씬 더 저렴하게 도시를 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속속 등장하는 개척행성들이 거의 무한정으로 석유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당시 유일한 석유공급원이었던 파티마제국에 덩달아 급속도로 성장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제서야 화석연료의 중요성을 깨달은 다른 기업들이 뒤늦게 석유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확고한 유통망과 채굴장비를 갖추고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파티마제국에 당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백여년 간 파티마제국은 화석연료에 대해서 거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전 우주의 돈을 빨아들였다.

물론 다른 국가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이미 약간의 석유를 채굴해서 자국에 공급하는 기업들은 존재했고, 그들의 존재가 유가를 안정시키는데 어느정도는 일조하고 있었다.

“연합에서도 결정체 산업이 한계를 맞았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하긴. 영원히 확장을 할 수는 없으니까.”

결정체를 통한 우주시대가 열리며 동시에 관련산업은 엄청나게 성장했다. 최초의 외도가 나타난 이후 백년. 그 짧은 시간 동안 인류가 넓힌 판도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슬슬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사람이 부족한 것이다.

현재 전 우주의 인류는 공식적으로 300억. 비공식적으로는 400억에 이른다. 엄청난 숫자이긴 하지만 발견 된 행성은 그들을 충분히 수용하고도 넘칠정도로 남아돌고 있었다. 이제와서는 더 이상 행성을 개척하더라도 들어가 살 사람이 없는 지경이었다. 그러다보니 거주행성 하나만 찾아도 대박이라던 과거와는 달리 큰 돈을 들여 새행성을 발견해도 손해만 보는 경우가 많았고, 새 행성을 찾아 은하를 누비던 우주선의 숫자도 급감했고 그러다보니 결정체 소비량도 덩달아 줄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생각보다 결정체의 사용처가 쉽사리 확장되지 않는 면도 있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 결정체는 단 두 군데에만 사용된다. 워프드라이브와 초광속 통신. 그나마 최근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엑조틱 웨폰이라는 이름으로 결정체의 사용처를 확장했지만, 아직까지는 일부 헌터들만이 사용할 뿐이고, 결정체 소비의 한 축을 차지하기에는 부족했다.

“어쨌거나 적당히들 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아무리 연합이라고 해도 석유를 건드리면 파티마제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그거야 위에서 알아서 하겠지요. 그렇다고 결정체 산업이 사양산업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니까요.”

“뭐, 그거야 그렇지.”

성장세가 둔화되었을 뿐 결정체 산업은 여전히 핵심산업이었다. 다만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은 끝이 없었다. 준은 막연한 불안감을 털어내기 위해 고개를 저었다.

-준. 긴급사항이 있어요.

그때 루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이야?

-방금 연합정부에서 공문이 내려왔는데, 델타스피릿에 대한 모든 통상거래를 금지한다는 내용이에요.

-알았어. 당장 부족한 물품이 뭐지?

-아직은 괜찮아요. 석달 이상 버틸만한 생필품을 쌓아두었으니까.

-알았어. 도착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몸 조심해요. 오는 중에 습격이 있을 지도 몰라요.

-걱정마. 엘라도 있으니까 무리는 하지 않을거야. 걱정되는 건 오히려 그쪽이야.

-문제가 있으면 바로 연락 할게요.

사실 알바트로스는 무적의 함선이었다. 그 어떤 적이 오더라도 현세대의 무장으로는 알바트로스를 파괴할 수 없다. 오히려 문제는 이스카야 쪽이었다. 만약 공간이동이 가능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무슨 일입니까?”

준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을 확인한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통상금지가 떨어졌어.”

“백인회로군요. 하긴 갤럭시에서 막기는 역부족이었을 겁니다.”

“알바트로스 때문이겠지?”

“네. 그게 아니라면 굳이 다른 기업에서 동의를 할 이유가 없지요. 그래도 무리해서 공격을 하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자기들이 나서서 손해를 볼 기업은 없으니까요.”

“우리가 고사되기를 바라는 거겠지.”

“뭐, 그래봐야 자기들만 손해겠지만요.”

제임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입을 열었다.

새크리파이스나 백인회가 결정적으로 착각을 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델타스피릿이 이익집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회사는 사실상 벌어들이는 수익은 없이 오로지 헌터들에게 돈을 뿌려대기만 할 뿐이었다. 즉, 통상금지를 건다고 하더라도 큰 타격은 없었다.

딱하나 문제라면 루나가 담당하고 있는 어그로시스템의 판매건이었다. 델타스피릿과는 별개의 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서로의 지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그룹으로 취급되어 함께 통상금지를 먹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었다. 통상금지가 먹힌 곳은 오로지 연합내에서일 뿐. 델타 인더스트리의 제품을 파티마제국의 중개기업을 통해 갤럭시 인더스트리에 판매하는 꼼수를 사용할 수 있었다. 물류비용이 늘기야 하겠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못할 짓도 아니었다.

결국 그들이 달성할 수 있는 목적은 이스카야 행성에 들어가는 각종 필수품들을 틀어막는 것 정도. 하지만 준에게는 델타폰이 있었고, 먹고사는 문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었다.

이렇듯 통상금지로 인해 누릴 효과가 극히 미미한데 비해 파티마제국을 통해 정식으로 항의를 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인 압박을 충분히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조치가 오래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준에게는 한가지 방법이 더 있었다.

“양주안에게 연락해서 계속 그곳에 눌러있으라고해.”

“결국 끝을 보실 생각이십니까?”

“그쪽에서 이렇게 나오는데 나라고 얻어맞고 있을 수는 없잖아.”

“알겠습니다.”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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