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19화 (31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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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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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너희 함선의 항해사들을 이쪽으로 불러.”

“아아. 이제야 알겠군. 그러니까 지금 내 함선을 무력으로 빼앗겠다 그거로군.”

“멍청한 녀석이로군. 그걸 이제야 깨달은건가?”

“애초에 이 엔진이 회생불가라는 것도 알고 있었던 건가?”

“뭐, 나도 귀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구조를 요청한다음에 그 함선을 빼앗아서 이 해역을 탈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거구만.”

“그건 어디까지나 차선이지.”

“하긴 보아하니 다른 사람들은 몰랐던 것 같고.”

준은 당황하고 있는 다른 항해사들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들이 장츠밍에게 반대해서 준을 구한다던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직장생활이란 그런 거니까.

결국 그랜슨 함장이 고개를 푹 숙이며 준의 어깨를 붙잡았다.

“같이 가시죠.”

“잠깐만 기다려.”

“무슨...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냐?”

장츠밍이 준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대며 큰 소리로 외쳤다. 준은 귀찮다는 듯 총구를 치우며 입을 열었다.

“기다리라면 기다려. 지금 고민중이니까.”

“무슨 고민을...”

“지금 이 사태의 책임을 어디까지 지어야 하는지를 생각중이야.”

“하...”

장츠밍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대체 뭘 믿고 그렇게 뻗대는 거지? 지금 네 목숨이 나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건가?”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건 너야. 일단 귀찮으니 그 입부터 틀어막도록 하지.”

휘익!

타앙!

준의 말이 끝나자 마자 장츠밍의 팔이 꺾이며 총구가 허공으로 들렸다. 장츠밍이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알은 헛되이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이, 이사님!”

“이게 어떻게 된거냐?”

장츠밍이 당황해 하며 준을 향해 소리쳤다. 준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되긴. 상황이 반전된 거지.”

준은 'ㄴ'자 모양으로 팔을 들고 있는 장츠밍의 손에서 권총을 빼앗았다.

처처척.

그러자 그를 둘러싸고 있던 항해사들이 준을 향해 권총을 꺼내들었다. 준은 그러던지 말던지 권총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인벤토리 안으로 집어넣었다. 갑자기 준의 손에 들려있던 권총이 사라지자 항해사들의 표정이 굳었다.

마술이 아닌이상 일반인이 저런 능력을 발휘할 리가 없다는 걸 모를리 없었다. 그러니 준이 헌터라는 사실을 유추하기란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헌터인가...”

함장인 그랜슨이 입을 열었다. 스타라이트에도 헌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략담당이사쯤 되는 사람이 타고 있는데 이능력을 가진 헌터가 타고 있지 않은 것은 이상한 일. 하지만 지금처럼 허공에 물건을 집어넣는 것은 상급의 마법사들이나 가능한 일이라고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바보는 아니로군.”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라면 뭐가 달라질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뭐하는 거야! 이 자식을 당장 잡아들여!”

그러자 장츠밍의 뒤에서 서 있던 건장한 사내 두명이 준을 향해 다가왔다. 애초에 정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있었고, 일반 항해사라면 가지고 있지 않을 냉병기를 들고 있는 것에서부터 이들이 헌터라는 사실은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좀 실력이 있는 모양이로군.”

“그래봐야 우리 둘을 당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두사람은 제법 실력이 있는지 준을 상대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몸은 오랜기간 단련한 듯 탄탄했고, 검을 뽑는 솜씨도 상당히 훌륭했다. 실력자들을 많이 보아온 준이다 보니 검을 쥐고 있는 자세만 보아도 그들의 실력을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최소 중급인가. 큰 소리 칠만하군.’

하지만 그래봐야 준에게는 어린애나 다름없는 실력이었다. 먼저 나선 갈색머리의 사내가 준을 향해 검을 겨누며 입을 열었다.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검에는 눈이 없으니까.”

“당연한 소리를.”

준이 피식 웃음을 흘리자 조롱당했다고 느낀 사내의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

“그 입 때문에라도 오래살기는 그른 녀석이군. 타핫!”

그는 한 걸음 크게 내딛으며 준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수미터 간격이 순식간에 좁혀 지며 준의 어깨죽지로 검이 파고들었다. 목숨을 노리지 않는 선에서 무력화 시키기 가장 좋은 위치였다. 하지만 준의 눈에는 검의 궤적이 지나치게 느리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스윽.

준이 살짝 어깨를 틀자, 검이 허공을 찌르며 지나갔다. 옷깃조차도 베지 못했다는 사실에 그 사내가 놀라는 순간 준은 인벤토리에서 니들건을 꺼내어 그 자의 다리를 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푸슉! 푸슉!

어찌 들으면 힘빠지는 소리와 함께 두 개의 대못이 사내의 양쪽 허벅지에 박혀들었다.

“으아악!”

상처자체는 그리 크지 않지만, 엑조틱에너지가 깃든 공격이다보니 엄청난 고통과 함께 순간적으로 몸에 마비가 찾아왔다. 대외도용 전용 병기다보니 외도에게 미치는 타격력보다 약하기는 하지만 제대로 명중한 이상 움직임을 봉쇄하는데에는 충분했다.

“크윽!”

바로 뒤에있던 두 번째 사내가 이를 악물며 달려들었다.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보아 준의 실력이 녹록치 않음을 직감한 사내의 표정에는 단 한점의 방심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준의 눈과 손을 피할 수는 없었다.

퓻!

이번에는 적의 검이 다가오기도 전에 니들건이 발사되었다. 사내는 대경하며 검을 휘둘러 니들건에서 쏘아지는 대못을 튕겨내었다.

티잉!

“오. 잘막는데?”

촤라락!

삼점사로 놓고 갈기자 순식간에 톱니가 걸리는 소리와 함께 세발의 대못이 쏘아졌다. 사내는 필사적으로 검을 흔들며 대못을 튕겨내었다. 그 짧은 사이 근거리에서 쏜 니들건의 탄환을 막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사내의 실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준은 니들건을 자동으로 걸어놓고 갈겨대기 시작했다.

촤아아아!

순식간에 십여발이 발사되자, 결국 두 번째 사내도 버티지 못하고 어깻죽지와 다리에 대여섯발의 대못을 허용하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죽이지는 않았으나 리타이어 되기에는 충분한 피해였다.

“이... 이럴수가.”

전투중에 팔을 구속하던 힘이 풀린 장츠밍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준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준이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희 셋은 당첨이다.”

준이 손을 허공에 긋자, 그 궤적을 따라 공간이 찢어지듯 일렁이는 무언가가 나타났다. 다름아닌 던전의 입구였다.

“뭐, 뭐야?”

장츠밍이 본능적인 불길함을 느끼고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준이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을 호소하는 두 사람의 헌터를 던전입구에 던져넣자, 두 사람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두 사람이 웜홀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본 장츠밍의 표정이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본능적으로 저 안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사, 살려다오!”

“말이 짧은데?”

“살려주십시오!”

장츠밍은 재빨리 바닥에 엎드리며 용서를 구했다. 무릎을 꿇는 속도가 얼마나 빨랐던지 준이 순간적으로 녀석의 움직임을 놓칠 정도였다.

“저, 저에겐 먹여살려야 할 가족이 있습니다. 제가 그만 욕심에 눈이 어두워 못할 짓을 저질렀습니다. 제발 이번 한번만 용서해주시면 꼭 이번 일에 대해서 충분한 보상을 약속드리겠습니다.”

“보상?”어차피 녀석을 용서해 줄 마음은 없었지만, 보상에는 마음이 끌렸다. 물건을 팔 곳이 막힌 지금 현금을 받을 수 있다면 회사 사정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얼마나 해줄건데?”

“10억 정도는...”

“농담하지말고.”

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장츠밍이 눈치를 보다가 손가락을 두 개 폈다.

“이십억이라면...”

“쯧. 안되겠군.”

준은 장츠밍에게 다가가 녀석의 뒷덜미를 쥐었다. 중급 헌터 2명이 당한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 중에서 반항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함장을 비롯 모든 항해사와 기술진들은 덜덜 떨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준을 겨누고 있던 권총도 이미 다시 허리춤으로 들어간 상황이었다. 만약 잘 못보였다가는 자신들도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웜홀 안으로 던져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 저, 전재산을 드리겠습니다.“

“얼만데?”

“그게 뒤져보면 아마 100억쯤 되지 않을까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없네. 상하이 캐미컬 부사장 씩이나 되시는 분인데 능력이 별로 없으셨나봐?”

“그, 그것이...”

장츠밍은 식은 땀을 흘렸다. 사실 한 개인이 100억이라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일반적으로는 엄청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준의 눈에는 그다지 차지 않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더 있긴 하지만...’

하지만 정말로 전재산을 바칠 생각은 없었다. 100억이라는 액수는 어디까지나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의 전부였다. 부동산등을 모두 합하면 그 몇배는 되는 액수가 있었다.

“뭐, 어쩔 수 없으려나. 당장 현금으로 몇 백억씩 내놓으라고 해도 소용이 없겠지.”

“그, 그렇습니다.”

준의 말에 장츠밍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냥 이 함선을 팔아버리는게 낫겠지.”

“네?”

애초에 장츠밍으로부터 돈을 받거나 할 생각도 없었다. 그냥 적당히 도움을 주고 빠져나올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놓고 자신을 협박한 녀석들 그냥 보내줄 수도 없었다. 문제는 상하이 캐미컬의 항해사들이었다.

우주선을 빼앗기게 되면 당장 실업자 신세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아아. 어차피 고장난거잖아. 내가 가져간다고. 너는 그냥 여기 들어가 있어.”

“자, 잠깐...”

준은 손을 내뻗으며 어떻게든 저항하려는 장츠밍의 뒷덜미를 잡고 웜홀 안으로 던져넣었다. 그들이 간 곳은 일전에 남아있던 항해사들과는 다른 던전이었다. 편의상 2번던전으로 이름지은, 공장지대 던전이었다.

“그리고 그쪽도 일단 안으로 들어가.”

“저, 저희는 아무런 잘못이...”

“살려주십시오!”

“잘못한건 장츠밍입니다. 왜 우리까지!”

항해사와 기술자들이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웜홀안으로 들어가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누가 죽인대? 어차피 우주선은 고장났고 당분간 안에서 기다리라는 거지.”

“저... 허면 저 안이 안전하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랜슨 함장이 입을 열었다. 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반신반의 하는 표정으로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이 우주선을 판다고 하셨는데 그럼 저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함장이다보니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든 모양이었다. 준이 입을 열었다.

“원하는 사람은 고용하도록 할게. 그렇지 않아도 항해사가 많이 부족하거든.”

현재 준은 스왈로우까지 해서 총 다섯 대의 함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운용인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 그나마 양주안이 능력을 발휘해 모자란 사람수를 메꾸고는 있지만 그만큼 그에게 부하가 심한 상태였다.

이 스타라이트의 항해사들을 고용할 수 있다면 그의 어깨도 한결 가벼워지리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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