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39화 (33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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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 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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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다드 2함대의 기함 에탈란체의 함교는 야코브의 무리한 명령에 술렁이고 있었다. 바보도 아니고 지금 상황에서 자신의 함대를 알바트로스에 밀어넣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이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규함대도 아닌 그들이 함대장의 명령을 거부할 힘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으라는 명령을 그대로 받을 수는 없었다.

“젠장. 어떻게 되는겁니까? 두목. 이러다가 저 괴물함선에 전부 죽는거 아닙니까?”

“몰라. 묻지마라. 빌어먹을. 하필이면 왜 나야. 1함대도 있고 3함대도 있는데.”

솔다드 2함대의 함장 쿠르드가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는 20년째 해적질로 잔뼈가 굵은 사람었다. 해적인 작은아버지의 밑에서 일하다 독립해서 인근 해역에서 사업을 벌였다. 그러다가 새크리파이스에 잡힌 것이 5년 전. 당연히 죽을거라고 생각했던 그는 운좋게도 새크리파이스에 거두어 들여졌다.

그리고 그동안 새크리파이스의 충실한 수족이 되어 다른 기업들의 상선에 대한 사냥을 해왔다.

그렇게 그는 단 5년 만에 자신의 함대를 가질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비록 솔다드 해적단의 총 두목은 아니라고 해도, 어쨌건 간에 10년간 해적질을 하면서 이루지 못했던 온전한 함대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는 대기업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냥 튈까? 아니야. 새크리파이스에게 걸리면 뼈도 못추릴 텐데. 그렇다고 저놈에게 들이 받을 수도 없고.’

고민하는 동안에도 2함대는 계속해서 알바트로스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10기의 함선 중 잃은 것은 2기. 그는 문득 자신이 비교적 온전한 전력을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망만 칠 수 있으면 다른 해역에서 재기할 수도 있을거야. 정 힘들면 연합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가도 돼고.... 그래. 어차피 죽을 거라면 할 수 있는데까지 발악은 해봐야지.’

쿠르드는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함대! 목표좌표를 변경! 지금부터 전장을 최대속도로 이탈한다!”

“네! 두목! 명 받들겠습니다!”

쿠르드의 명령을 받은 항해사들이 반색하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이곳에서 죽고 싶어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는 진짜 해적이 되겠군.’

쿠르드는 어쩐지 홀가분한 심정이 되었다. 처음부터 그는 해적이었고, 이제와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

“고속으로 접근하던 해적함대 하나가 전장을 이탈합니다!”

“어디로 가는거지? 설마 플랫폼으로 가는건가?”

“아직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서은설의 대답에 준이 생각에 잠겼다.

‘이제와서 플랫폼으로 갈리는 없고, 움직임도 수상해. 뭔가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사이, 갑자기 적 함대에서 전장을 이탈하던 해적함대를 향해 포격을 시작했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자기들끼리 싸우는거야?”

“내분인 것 같습니다. 아마 명령을 불이행하고 도망치는 중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거라면 고마운 일이군.”

이미 전투가 시작 된지 6시간이 훌쩍 넘었다. 자신들끼리 싸우기 시작한 함대는 이미 붕괴직전에 이르러 있었다.

야코브의 판단착오로 인해 급격하게 무너진 진형은 이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와해되고 있었다. 준이 하는 일이라고는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정신없는 함대들을 누비며 기관포를 발사하는 것 뿐이었다. 6시간의 혈투의 끝은 자중지란으로 끝났다.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함선은 모두 11기였다. 총 50여기의 함선 중. 25기는 도주, 14기는 파괴되었다.

남은 녀석들은 임펄스 엔진조차 제대로 기동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아쉽게도 야코브 함장은 놓쳤지만 어차피 패장의 미래는 어두웠다.

보통 중형 전함 한 대에 탑승하는 인원은 적게는 백 명. 많게는 삼백 명이 넘었다. 해적함선들은 보통 그 절반 정도의 인원이 탑승한다.

그렇게 나포된 11기의 함선의 인원을 모두 계산해보니 총 1000명에 이르렀다. 준은 그들을 전부 공장지대 던전에 던져 넣었다. 거기에 걸린 시간은, 실질적으로 전투를 벌인 시간보다 길었다.

그렇게 거의 12시간에 걸친 전투와 뒤처리가 끝났다.

그 즈음 루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준. 적 함대가 플랫폼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얼마나 걸릴 것 같아?

-6시간이요.

-생각보다 빠른데.

-이쪽에서 별다른 대응이 없으니까 전속력으로 오는 것 같아요.

-알았어. 금방 갈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통신을 마친 준은 일단 적 함대는 나중에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양주안의 함선인 맬러드는 전투가 끝나자마자 이미 수라드 플랫폼을 향해 떠난 상황.

즉, 현재 이 해역에는 준의 알바트로스와 11기의 버려진 함선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다들 준비 됐어?”

준이 입을 열었다. 알바트로스의 승무원들은 한사람도 빠지지 않고 착륙장에 모여 있었다.

“몸에 안좋은 건 아니지?”

서은설의 질문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별 문제는 없어. 펠로우쉽의 경우에는 오랫동안 던전안에 있어도 그다지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도 확인했고.”

던전안에 오래 있었던 군인들의 경우에는 엑조틱 에너지에 장시간 노출 되면서 후유증을 나타내고 있었다. 대부분은 헌터가 되었지만 일부는 외도화 되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정신적으로 문제를 보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 사라센 만은 별다른 영향없이 온전한 상태를 유지했다. 상급헌터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펠로우쉽 계약자였기 때문이었다.

“안쪽은 시간이 8배 정도 느리게 흘러가니까 조금 기다려야 할거야.”

“이상한 사람들 있는거 아니지?”

“골치아픈 인간들이 좀 있긴 하지만 뭐. 신경쓸거 없어.”

준은 알바트로스의 승무원들을 전부 1번 던전에 넣을 생각이었다. 현재 그곳에는 조난을 당했다며 구조신호를 요청했다가 오히려 준을 억류하려고 했던, 상하이 캐미컬의 사람들이 압류되어 있었다. 헌터들이 있긴 했지만 델타스피릿의 전사들의 상대는 안되기 때문에 별다른 위험은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알바트로스의 승무원들을 모두 1번 던전에 들인 준은 강화복을 입은 채로 함선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알바트로스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우주공간에 혼자 남은 준은 곧바로 시그마의 조각을 깨워, 공간이동용 웜홀을 열었다. 준은 관성제어를 이용해 웜홀안으로 들어섰다.

케플러41 항성계에서의 전투는 초광속 통신을 통해 금세 알려졌다. 50대에 이르는 함대가 단 두 대의 함선을 어쩌지 못해서 속속 파괴되어가고, 급기야는 자신들끼리 공격을 하는 자중지란의 행태까지 보였다.

거기다가 준이 새롭게 선보인 로버의 등장은 이번 전투의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로버는 기존의 함포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의 전투를 보여주었다. 즉, 델타스피릿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눈으로 보여준 셈이었다.

“허... 패배라니.”

거문고자리 베타 항성의 제5행성 란도넬. 새크리파이스의 본사에서 사쿠라이 마코토가 비서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서 허탈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수라드 행성에 투입한 전력은 새크리파이스 전력의 절반에 해당하는 병력이었다. 헌데 단 한기의 적함도 파괴하지 못하고 패배한 것이다.

“플랫폼은 어떻게 됐지?”

“점거에 실패했습니다.”

“빈 플랫폼 하나도 점거를 하지 못했다는 건가?”

“비어있지 않았습니다. 자료화면을 보시지요.”

백발의 비서가 콘솔을 조작하자 사쿠라이가 보고 있던 창 전체가 디스플레이로 바뀌며 수라드 플랫폼의 전투현장으로 바뀌었다.

“저건... ‘그’ 함선인가?”

“네. 놈들은 플랫폼에도 그 ‘강철의 함선’을 배치시켜 두었습니다. 결국 그곳에서 시간이 끌렸고, 곧이어 한 대의 함선이 더 나타났습니다.”

수라드 플랫폼에서 대기하고 있던 함선은 양주안이 이끌던 세기의 함선과, 준이 만들었던 ‘스왈로우’였다. 원래 수송기로만 사용하던 함선이었지만 준이 기관포와 수폭을 발사할 수 있도록 개조를 해 배치시켜 둔 것이다.

10대와 4대. 전력으로는 두배의 차이였지만, 스왈로우의 존재는 그 전력차를 상쇄할 만큼의 위력이 있었다. 전면에서 스왈로우가 나서 탱킹을 하며 시간을 끄는 사이, 양주안의 맬러드가 도착하면서 2전대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후퇴해야했다.

그 꼴사나운 모습에 사쿠라이의 입가에서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그가 기업을 일으킨 이후, 이렇게 말도 안되는 패배는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이스카야 행성은 어떻게 되었나.”

사쿠라이 마코토는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수라드를 빼앗긴 것은 아까운 일이었지만, 새크리파이스가 담당하는 행성들은 그 외에도 많았다. 하지만 적의 심장부인 이스카야를 점령할 수 있다면 델타스피릿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진정한 목표는 사실상 수라드라기 보다는 이스카야 행성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곳에 3개 전대와 엔터프라이즈 소속의 1개 전대가 합류한 이상, 반드시 점령했으리라고 생각했다.

“자료화면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비서는 아무말 없이 다음 영상을 틀었다. 첫 화면은 이스카야 플랫폼에서 나타난 알바트로스의 모습이었다.

“대체 저 빌어먹을 함선은 몇 대나 있는 것인가!”

사쿠라이의 입에서 결국 큰 소리가 터져나왔다. 비록 한 대 뿐이었지만 그 한 대로 인해 벌어진 일을 생각해보면 도저히 분기를 참을 수가 없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 함선은 몇시간 전 케플러41 항성계에서 전투를 벌였던, 준 알스버그의 함선인 알바트로스입니다.”

“뭐라고?”

사쿠라이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비서를 바라보았다. 반백년을 함께 했던 비서다. 그리고 지금 그가 한 말은, 그 세월동안 자신에게 했던 말 중 가장 황당한 이야기였다.

“나를 놀리려는 것이냐?”

“아닙니다. 계속 보십시오.”

“됐다. 결과만 보고하라.”

“...패배했습니다.”

순간 실내의 기운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사쿠라이 마코토는 한참동안이나 말이 없이 알바트로스의 모습이 찍혀있는 정지된 영상을 바라보았다.

“재생하게.”

“네.”

회장의 말이 떨어지자 영상이 재생되었다. 40대의 함선 앞에 알바트로스가 나타난 것은 플랫폼으로부터 약 10만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최악의 경우, 플랫폼을 파괴하라는 명령을 받은 함대였기 때문에 설령 패배하더라도 적의 심장부에 타격을 줄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경우를 가정했을 때였다.

그리고 사쿠라이는 자신이 상상했던 최악보다도 더 나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로봇은...”

“알려진 정보를 취합하면, 로버라고 명명되고 있는 듯 합니다.”

“저 로봇이 함대 하나를 통째로 박살냈다는 말인가...?”

이스카야 행성의 전투는 수라드에서의 전투와 달리 단 한 대의 함선만으로 적을 상대해야 했다. 결국 준이 꺼내든 패는 다름아닌 로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민첩성에 있어서는 함재기보다, 파괴력에 있어서는 전함을 뛰어넘는 가공할 위력을 가진 거대로봇이, 함선과 함선을 점프하며 순식간에 전장을 평정하고 있었다.

우회를 해서 플랫폼을 장악하거나, 혹은 원거리에서 양전자포를 통한 플랫폼의 파괴 같은 방법을 사용할 틈도 없었다.

수라드에서 있었던 전투가 6시간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이스카야 행성에서의 전투는 단 1시간만에 끝났다. 처음부터 로버를 꺼낸 준이 경험치의 손실을 감안하고서 미친 듯이 사투를 벌인 것이다.

“저런 것이 존재하다니...”

사쿠라이는 전장을 휩쓰는 로버를 보며 허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영상의 마지막 장면은, 로버가 양손에 빛나는 검을 들고서 거대한 전함을 두 동강 내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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