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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 강장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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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보자...”
마스터가 스마트 패널을 꺼내들고는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가 찾은 것은 다름아닌 [환상의 외도 요리 걸작선 100종] 이라는 이름의 책이었다.
“마스터도 이제 늙었구나... 이런 대중 요리서를 찾아보는 걸 보니까.”
준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나름 이 방면의 전문가가 쓴 책이다. 제목은 좀 그렇지만, 충분히 괜찮은 책이라네.”
마스터가 그렇게 말하며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흠... 여기서 봤던 것 같은데...”
마스터가 넘기는 페이지에는 각양각생의 외도요리에 대해서 기술되어 있었다. 각 장에는 요리법이 알아보기 쉽게 영상이 링크되어 있었고, 필요한 재료를 구하는 법이나, 각 재료의 시세까지도 모두 적혀 있었다.
식인동충하초나 대형 투구벌레 튀김, 골렘이끼 수프레라던가 하는 괴상한 요리등이 있었고, 쿨리킨 눈알 요리나 만드라고라 요리처럼 익숙한 녀석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대체로 돈만 주면 구할 수 있거나, 혹은 너무 희귀해서 발견하는 것 조차 어려운 것들이었다. 준이 원하는 것은 효능이 좋고, 쉽게 볼 수 있지만 너무 강력해서 아무나 채집을 하지 못하는 그런 재료였다.
그리고 마스터는 그런 녀석을 하나 알고 있었다.
“찾았다.”
“이거...? 조개인가?”
“그래. 디모나이트라고 하지.”
마스터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다름아닌 디모나이트 조개 스튜였다. 디모나이트는 크기만 10미터에 달하는 대형 연체동물로. 앵무조개를 꼭 닮은 녀석이었다. 나선형의 딱딱한 껍데기 안쪽에 오징어처럼 생긴 야들야들한 속살이 꽉 차있는 녀석으로 깊은 바다속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대형 외도였다.
다만 깊은 바다속에서만 채집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살아있는 상태로 잡히는 것은 거의 없었고, 얕은 바다로 떠밀려 온 놈들을 운좋게 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마저도 상당히 위험해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잡기가 어려운 녀석들이었다.
“깊은 바다속에서만 서식한다라... 얼마나 깊은 데서 사는 놈들이지?”
“최소 수백미터. 하지만 외도인 만큼 극한의 환경에서도 잘 버틴다는 걸 생각해보면 10킬로미터가 넘는 진짜 심해에서도 서식하고 있을 거라는 연구결과도 있지.”
“바다라면 전부 있는 건가?”
“외도가 자리잡은 곳이라면 있을 확률이 높다고 하니 이스카야 행성에서도 찾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네.”
마스터의 말에 준이 고개를 흠, 하고 고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수백미터라... 강화복으로 버틸 수 있을까?”
“시미는 버틸 수 있어요.”
“넌 우주에서도 버티니까.”
실제로 시미와 검둥이는 산소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도 무리없이 움직였다. 외도는 산소호흡이 불가능해지면 곧바로 엑조틱 에너지를 이용해 신체를 활성화 시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물 속은 다를거다. 수압이 장난 아니거든.”
준이 두 손을 맞잡아 무언가를 찌그러뜨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시미가 코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시미는 흉근이가 밟아도 괜찮았는데요.”
“대흉근이? 그 녀석에게 밟혔었냐?”
“장난치다가...”
“하긴 네 몸은 상상이상으로 유연하니까 괜찮을지도 모르겠군.”
시미의 체력은 10만이 넘는다. 단순 수치도 높았지만 그녀의 더 뛰어난 점은 신체 자체가 마치 탄력있는 고무처럼 충격을 흡수한다는 것이다. 몸 자체가 360도 전후자후 어느곳으로도 자유자재로 움직였고, 관절이 마치 없는 것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 녀석이다 보니 압력에 대한 저항치는 높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인간의 몸은 다르지. 아무리 나라고 해도 수백미터 수압에서 장시간 버티지는 못할 걸.”
준의 말에 밥이 고개를 저었다.
“우주공간에서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강화복에는 여러 가지 기능이 달려있는 것이 있으니 괜찮을거야. 기압이 높은 곳에서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것들도 있거든.”
우주의 행성은 그 수만큼이나 다양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스카야처럼 지구형 행성이 있는가 하면, 금성처럼 대기압이 100에 이르는 가혹한 곳도 있다. 그런 곳에 비하면 수백미터 깊이의 물속은 기껏해야 수십기압에 그칠 뿐이니 강화복으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그럼 적당한 곳을 물색해 봐야겠군. 참. 일단 그거 한번 만들면 요리법으로 등록할 수 있는거지?”
“그렇지.”
마스터의 요리기술은 현재 중급이었다. 그 역시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요리를 많이 시도해 봐야 하는데, 재료들이 그다지 신통지 않기 때문이었는지 정체되어 있는 차였다. 그가 열성적으로 나서는 것은 자신의 요리 숙련도를 올리고 싶다는 생각도 어느 정도 차지하고 있다고 봐야했다.
“좋아. 항상 에피알게나스에게만 기댈 수는 없으니까. 종종 이런 자양강장용 요리를 시도해서 델타폰에 올려야겠어.”
“기왕이면 드링크제로 만드는 건 어때? 요리는 많이 먹을 수가 없으니까. 힘들때마다 마시는 식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밥이 문득 떠오른 생각을 말했다. 준이 들어보기에 그리 나쁘지 않은 제안인 듯 했다. 그는 마스터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때? 요리 스킬로 그런게 가능하겠어?”
“드링크제라... 한 번 시도해 볼 가치는 있는 것 같군.”
마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도 해본적이 없는 것. 그것에 마스터는 깊은 호기심을 느꼈다. 어쩌면 그것이 숙련도를 올리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콰아아-
알파시티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바다로 셔틀이 내려앉았다. 아직 이름조차 지어지지 않은 그쪽 바다는 최대 수심 1킬로미터에 달하는 제법 깊은 바다였다. 준은 셔틀을 좀 더 움직여 해안선에서 30킬로미터 이상 움직였다.
초음파탐지기로 바다아래의 지형을 파악한 준은 대륙붕이 끝나고 급격히 깊이가 깊어지는 지점에서 셔틀을 세웠다.
반중력 엔진을 달고 있는 셔틀은 헬기처럼 얼마든지 제자리에서 호버링이 가능했기에 준은 일단 셔틀을 수면위 10미터 정도에 띄워 놓은 채 문을 열었다.
“그럼 갔다올테니까 대기하고 있어.”
“네. 사장님.”
조종간을 잡고 있는 것은 홍창만이었다. 그는 델타스피릿에 들어온 이후로 준에게 제법 깍듯하게 대하고 있었다. 원래부터 준보다 한 살 어렸던 데다가, 준을 제법 어려워하던 그였기 때문에 직원이 된 이후로는 예전보다 더 정중하게 그를 대하고 있었다. 편하게 대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쪽이 편하다고 하니 준도 딱히 더 할말이 없었다.
“너도 저런 걸 좀 배워야 하는데 말이야.”
“뭐 어쩌라고.”
서은설이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엘라와 함께 나들이겸 따라 나선 상태였다. 엘라도 태어나서 처음보는 바다이니 만큼 눈을 반짝이며 바깥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엘라. 아빠 다녀올게.”
“몸 건강히 다녀오세요.”
꾸벅.
엘라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입을 열었다.
“심심하면 이 녀석에게 말해서 낚시라도 하고 있어.”
준이 셔틀 한쪽에 매달린 낚시도구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셔틀 자체는 준의 개인 자가용이나 마찬가지다 보니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이 걸려 있었다.
“낚시?”
“그래. 이걸로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거야. 여기서도 잘 잡힐걸.”
“진짜? 나 해볼래.”
“위험해. 이런 바다에는 뭐가 나올지 모른다고. 애한테 뭘 시키는 거야?”
“검둥이가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엘라는 제가 목숨걸고 지키겠습니다. 형님.
“검둥이가 잘 지켜준대. 걱정안해도 될거야.”
“에휴. 나중에 루나에게 한 소리 들을 각오해.”
“그러고 보니 루나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준은 아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가족끼리 같이 여행을 다닌 적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루나가 한가할때면 준이 바빴고 준이 바쁠때는 루나도 바쁘니까.”
서은설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준을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보는거야? 내가 시킨 거 아니라고.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
“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루나는 항상 너무 무리한다고. 내가 말하면 죽어도 안들으니까, 네가 좀 강제로 휴가를 주던지 해야지.”
그녀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하루를 육아와 연구에 온전히 바치고 있었다. 준과 함께 자는 날도 일주일에 이틀을 넘지 않았다. 물론 둘 다 체력이 좋기 때문에 일주일에 이틀 이라고는 해도 밤새워 둘째를 만드는 일에 열중할 수 있었다.
“너도 들어갈거야?”
준은 시미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머리칼로 온몸을 칭칭 감아 마치 강화복을 입은 것처럼 하고 그의 어깨위에 올라타 있었다.
“응. 바다속에 들어가보고 싶었어.”
“뭐, 딱히 별건 없을 테지만...”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지간한 경우는 늘 함께 있다보니 바다속이라고 해도 그녀가 함께 있는 건 제법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준은 뒤쪽에서 하품을 하고 있는 개 형태의 검둥이를 쳐다보았다. 녀석은 꼬리를 손 대신 흔들며 인사를 했다.
-그럼 다녀오십쇼 형님. 올 때 참치 한 마리만.
-무슨 시장가는 줄 아냐?
-겸사겸사죠. 싱싱한 참치회 한번 먹어보는게 인간일때부터의 소원이었습니다.
-오는 길에 보이면 잡아올게.
-역시 형님밖에 없습니다.
풍덩!
준은 시미와 함께 바닷속으로 뛰어들어갔다. 굳이 수영을 하거나 할 필요는 없었다. 준은 관성제어를 이용해 얼마든지 체중을 늘이거나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약간 의외는 시미였는데 그녀는 정말로 능숙하게 몸을 움직이며 준을 따라붙고 있었다.
-수영 잘하잖아?
-헤헤. 연습 많이 했어요.
-하긴 레이크 시티에 있을때도 하루종일 검둥이랑 물속에서 놀았었지?
준은 꼿꼿이 서서 그대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 속도는 평지에서 걷는 정도의 속도. 시미가 따라올 수 있게 나름대로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와. 예뻐요.
“생각보다 괜찮은데? 녹화나 좀 해야겠군.”
준은 델타폰을 꺼내서 바닷속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수백만 마리의 정어리 떼가 갑자기 물속에 들어온 준을 피하기 위해서 이러저리 움직였다. 마치 은빛의 커튼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때 정어리 떼를 잡아먹기 위해서 커다란 청새치 한 마리가 스치듯이 지나갔다.
-아앗. 나쁜 고기!
-쟤네도 먹고 살아야지.
-또 와요.
-다른 놈들도 있는데?
보아하니 청새치 뿐만이 아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돌고래 다섯 마리가 퇴로를 차단하며 정어리 떼를 이리저리 몰고 있었다.
-역시 머리가 좋은 녀석들이군. 거의 사냥이나 다름없잖아.
-우우... 불쌍해.
-저정도로 많으니까 좀 잡아먹혀도 괜찮지 않을까?
-괜찮지 않아요. 세상에 잡아먹히기 위해서 태어난 생명은 없다고요. 저 아이들 비명을 지르고 있어요.
-청새치는 배고프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을걸.
-준. 뒤에!
-응?
쩌억!
거대한 백상아리가 준의 머리를 향해 입을 쩍 벌렸다. 준이 양손을 뻗어 녀석의 턱을 잡았다. 백상아리는 위아래 턱을 준에게 잡히자 크게 당황하며 물보라를 일으키며 몸을 버둥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바다의 맹수라고 할지라도 준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뭐야. 여기 무슨 파티장이냐? 온갖 어종이 다 모여 있어.
그도 그럴만한 것이 정어리떼가 있는 곳은 사실상 이런 대형어종의 식탁이나 다름없었다. 준은 필사적으로 바둥거리는 백상아리의 코를 가볍게 때렸다. 그러자 녀석이 벼락을 맞은 듯 부르르 떨더니 이내 얌전해졌다.
-오오. 신기하다. 어떻게 한거에요?
-몰라. 인터넷에서 상어는 코를 때리면 얌전해 진다길래 해본거야. 실제로 통하는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