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44화 (34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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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 강장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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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준의 몸은 물속에서도 바깥처럼 움직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관성제어가 걸려있는 상태. 때문에 물속이라고는 해도 절벽에서 떨어지자 곧 엄청난 속도로 아래로 빠지기 시작했다.

준은 황급히 관성제어를 풀었다. 그러자 조금씩 속도가 줄어들었지만 내려오던 관성때문인지 수십미터는 더 아래로 내려가서야 몸이 멈추었다.

-절벽이 있었군.

준은 빠르게 주변을 탐색했다. 아래쪽으로는 몇킬로미터나 될지 모를 정도로 깊은 해구가 있었다. 천리안으로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천천히 다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너무 아래로 가면 디모나이트를 찾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준. 저기 뭔가 반짝여요.

-응?

그때 준이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시미가 찾았다.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에서는 희미하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뭐지? 아귀인가?’

심해에는 스스로 빛을 밝혀서 먹이를 이끄는 물고기가 산다. 입이 커다란 아귀같은 물고기인데, 준은 어쩌면 그런 물고기의 변형외도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일단 가보자. 가보면 뭔지 알겠지.

준은 관성제어를 이용해 거침없이 그쪽으로 향해 움직였다. 물속이라 땅위에 비해서는 운신이 불편했지만 지금의 준에게 외도는 그리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빛의 크기로 봐서는 그리 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다보니 상당히 먼거리였다. 빛은 가면 갈수록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윽고, 준이 광원의 정체를 파악하고는 헛웃음을 흘렸다.

“세상에...”

-조개다. 대왕조개.

-그러게... 이런건 처음보네.

준은 눈앞에 보이는 집채만한 조개를 보면서 감탄사를 흘렸다. 높이만 3미터. 전체 둘레가 얼핏보아도 20미터는 넘어보였다. 게다가 그 조개는 몸 전체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좀더 가까이 접근해 조개의 껍질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안에서 분명히 맥동하는 생명체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거... 껍질에서 빛이 나는게 아닌데...?’

자세히 살펴보니 조개에서 빠져나오는 빛은 그 안쪽의 빛을 투과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껍질은 발광체도 아니었고, 석회질과 같은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꾸륵.

누군가 자신에게 접근한 사실을 눈치챘는지 조개의 숨구멍에서 기포가 솟아올랐다. 준은 피식 웃으며 조개의 입으로 손을 가져갔다.

-안에 진주라도 있으려나... 이정도로 빛을 내는 걸 보면 확실히 남다른 게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진주? 그럼 이 안에 커다란 보석이 있는거에요?

-모르지. 뭐가 있을지는. 있으면 대박이고, 없어도 이정도 크기의 조개라면 요리재료로도 괜찮을 것 같아. 굳이 디모나이트가 아니라도 되겠는데?

사실 꼭 디모나이트 일 필요는 없었다. 구하기 쉽고 비교적 자양강장에 효능이 좋은 식재료이기에 선택한 것 뿐이다. 하지만 이정도의 조개라면 확실히 디모나이트보다는 몸에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열어볼까?

-두근두근.

준은 텍스트 메시지로 심장소리를 적어보내는 시미를 보며 한 번 크게 웃고는 조개의 다물어진 입을 위아래로 잡았다.

“읏차!”

구구구-

준이 힘을 주니 마치 거대한 바위를 들어올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조개의 입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으앗. 눈부셔.

시미가 눈을 질끈 감았다. 조금이지만 입을 벌린 조개의 안에서 강렬한 빛이 쏘아져 나온 것이다. 라이트세이버에서 나오는 빛보다 훨씬 밝은 그 빛에, 준도 조개 안쪽의 상황을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대체 뭐가 있는거야?’

그그그-

준이 더욱 힘을 주어 조개의 입을 열었다.

쉭-

그러자 조개의 안쪽에서 새빨간 무언가가 준을 향해 날아들었다. 강철처럼 날카로운 예기를 머금은 그것을 보며 준이 두 손을 놓았다.

쿵!

준이 손을 놓자 마자 조개의 입이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뭐였어요?

-몰라. 순간적으로 너무 빨라서 제대로 못봤어. 시야도 안좋고.

조개의 입안에 밝은 광원이 있다보니 제대로 사물이 보이지 않았다. 확실한 것 하나는 그것이 붉은 색의 무언가였다는 점이다.

-무기 같았는데, 확실하지는 않아.

-무기요?

-그래. 상당히 날카로웠거든. 순간적으로 팔이 잘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재생하면 되잖아요.

-내가 너냐? 막 잘린 팔이 솟아나게.

-새로 안나요?

-안나는 건 아닌데... 시간이 좀 걸리지.

델타는 사용자의 신체를 재구성한다. 그것은 펠로우쉽 계약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체력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는 것은 전투력 역시 최상의 상태임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설령 전투중에 사지의 하나가 잘린다고 해도 체력을 완전히 회복하면 잘린 팔이나 다리가 다시 재생된다고 보면 되었다. 물론 그만큼 회복시기는 더뎌진다. 팔 하나가 재생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두 달 가량. 만약 잘린 사지를 가지고 있다면 회복되는 속도는 더 줄어든다. 에피알게나스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 자리에서 재생할 수도 있었다.

이는 펠로우쉽 이전에 사지를 잃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러니까 신체의 한 부위가 없는 불구 상태의 사람도 펠로우쉽 계약을 맺게 되면 다시 온전한 몸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현대의학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비록 돈이 많이 들고, 원래대로의 운동기능을 회복하기는 어렵지만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에는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는 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내가 직접할 수는 없으니.’

준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쿠우우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대흉근이 허공에서 나타났다.

-주인. 여기 이상하다.

-물속이니까.

-숨막힌다.

-넌 코도 없잖아.

-아. 그렇구나.

-저기 조개 보이지? 그거 좀 열어봐.

-알았다.

준의 명령에 대흉근이 조개의 입을 잡기 위해서 다가가갔다. 녀석의 손이 크다보니 처음에는 입 사이의 얇은 틈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녀석의 손이 갈고리처럼 변하더니 그 틈 사이에 걸었다.

그그그-

그리고 녀석이 힘을 주기 시작하자, 조금씩 조개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수치로 따지면 녀석의 힘스탯은 대략 100정도 78인 준보다도 훨씬 더 강했다.

천천히 조개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역시 조개의 안에서 붉은 칼날이 대흉근의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저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흉근의 몸은 탄소복합체라고 저 정도로 잘릴 리가...’

쿵.

-우아아아. 내 팔이 없어졌다.

준은 대흉근의 양팔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황급히 녀석의 체력을 확인해 보니 자그마치 체력이 10만 가까이 날아간 상태. 녀석의 체력이 30만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단 일격에 강철보다 단단한 녀석의 방어력을 뚫고 1/3의 체력을 날려버린 것이다.

-너 잠깐 들어가 있어라.

준과 펠로우쉽 계약을 맺고 난 이후, 가장 큰 상처를 입은 대흉근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준은 이번에는 골렘 3형제를 꺼냈다.

-날 불렀나.

-날 불렀나.

-날 불렀나.

세 마리의 골렘이 준을 향해 메시지를 보냈다. 준은 녀석들에게 다시 조개의 입구를 열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준이 바로 그 옆에서 라이트 세이버를 꺼내들고는 대기했다. 준은 녀석을 경시하는 마음을 버리고 천천히 열리는 조개의 입 속을 주시했다.

사악-

그리고 어느정도 입이 열리는 순간, 다시한번 붉은 칼날이 혀를 내밀었다. 그 칼날이 골렘 1호의 팔을 스치려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준은 라이트세이버를 휘둘렀다.

쩌엉!

그러자, 엄청난 불꽃과 함께 붉은 칼날이 대형조개의 안쪽으로 되튕겨졌다.

‘다행히 이건 통하는 군.’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준은 방심하지 않고 안쪽을 노려보았다. 빛이 어느정도 익숙해지자, 무언가가 안에서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붉은 빛이 다시 한번 번득였다. 칼날 자체의 절삭력은 대단했지만, 속도는 따라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준은 라이트세이버를 수평으로 그었다. 준을 향해 곧바로 찔러오던 붉은 칼날이 그대로 라이트세이버에 의해 절반으로 갈라졌다.

촤락!

‘무슨?’

가로로 잘려진 검날이 그대로 라이트세이버를 타고 준을 향해 찔러들어왔다. 하나였던 검날이 위 아래 두갈래로 나뉘어서 파고든 것이다.

투웅!

준이 황급히 펼친 실드에 튕겨나간 붉은 칼날이 마치 뱀의 혀처럼 다시 안으로 사라졌다. 절반으로 베었다 생각했던 것이 실수였다. 저 칼날은 자유자재로 형태를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쩌어억!

그리고 준이 붉은 칼날과 싸움을 하는 동안 세 마리의 골렘들이 조개의 입을 완전히 벌렸다. 훤히 드러난 조개의 안에는 붉은색의 실로 감싸여진 고치가 하나 있었다.

‘물속에서 고치라니. 대체 이게 무슨...’

준이 보았던 칼날은 다름아닌 저 붉은 고치에서 풀려나온 실뭉치였다. 그것은 혀를 날름거리며 먹이를 찾는 뱀처럼 이쪽을 언제든지 공격할 기세로 흔들거리고 있었다.

-빛이 약해졌어요.

-저 붉은 실 같은 것이 광원을 감싸고 있는 것 같아. 아무래도 저것들부터 걷어내야겠군.

준은 골렘들에게 조개의 입을 계속해서 붙잡고 있도록 시키고는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자 고치가 움찔하더니, 준을 향해 다시 공격을 시도했다. 고치의 실은 한 번에 세갈래로 나뉘어 준의 급소를 노렸다.

‘생각보다 빠르진 않아.’

준은 오른발을 박차며 동시에 몸을 왼쪽으로 틀었다.

촤아악!

실타래들이 물거품을 내며 준의 곁을 스쳐지나갔다.

쩌엉!

마나를 충분히 실어 검을 아래에서 위로 긋자, 붉은색의 실타래가 강철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잘려나갔다. 고치가 더욱 움찔거렸고, 준은 내친김에 왼손에 실드를 걸고 남은 실타래의 끝부분을 잡아챘다.

꽈악!

힘싸움이 시작되었다. 준은 팔 전체에 실드를 걸며 실타래를 잡아당겨 두어바퀴 팔을 휘저어 감았다. 그러자 고치가 조금씩 준을 향해 딸려오기 시작했다. 준은 오른손에 든 라이트세이버를 고치를 향해 휘둘렀다.

휘익!

투투툭.

라이트세이버가 고치의 끝에 닿자, 실타래들이 조금씩 끊어지기 시작했다. 수천가닥이 뭉쳐있을때는 강력했지만 하나하나는 라이트세이버의 절삭력을 버티지 못하는 것 같았다.

‘뭐가 있는지 껍질을 좀 까볼까?’

준이 라이트세이버의 마나를 더욱 끌어올렸다. 그러자 갑자기 고치의 실이 촤르륵 풀리기 시작하면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갑작스러운 빛이 준이 미간을 좁혔다. 강화복의 유리는 온갖방사선과 강한 빛을 차단하도록 되어 있었다. 만약 맨눈이었다면 실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빛이었다.

그리고 서서히 빛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아... 또냐...”

준의 입에서 나지막이 한숨이 흘러나왔다.

-인어?

시미가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의 앞에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고 있는 작은 여자아이가 있었다. 시미가 인어라고 했는데, 실제로도 그러했다.

하체는 비늘이 달린 유선형의 잘빠진 생선이었고 상체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만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은 그녀의 모습이 비교적 어려보인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열 서너살? 시미가 성체화 했을때의 모습과 비슷할 것 같았다.

그리고 붉은 실타래라고 생각했던 것은 다름아닌 그녀의 머리칼이었다. 머리는 상당부분 쥐가 파먹은 것처럼 흉하게 잘려나가 있었다.

준이 다가가자 그녀가 울다말고는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내 머리 내놔.]

[처녀귀신 같은 소리하지말고. 넌 뭐야?]

준은 스피커를 조절하고는 입을 열었다.

[뭐냐니... 그런 너는 뭐야? 왜 갑자기 남의 집에 들어오는거야?]

[그야. 이렇게 큰 조개가 있으면 일단 열어보는게 당연한거 아니냐?]

============================ 작품 후기 ============================

진주 라고->진주 라도

오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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