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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델타-377화 (377/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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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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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의 솔직한 감상에 롤렉스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큭. 비열한 녀석. 총기를 어디서 구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사용한 이상 네게 미래가 없다는 건 알겠지?”

헌터들에게 총기사용은 금기중의 금기. 상급헌터라고 할지라도 그 법의 사슬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미래는 무슨. 내가 너희들처럼 조무래기인 줄 아나보지?”

“큭.”

롤렉스는 준의 말에 이를 갈았다. 생각해 보면 그 정도 무력을 가진 자가 총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그를 잡아들일 수 있을리 없다. 아니, 정말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의혹제기조차 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머리가 있으면 생각이라는 걸 하라고. 나는 전함도 네 대나 가지고 있거든?”

준은 애초에 단순한 헌터가 아니었다. 그는 엄연히 함대를 가지고 있는 델타스피릿의 주인이었고, 그곳은 바로 얼마전 100대기업에 속한 새크리파이스와의 함대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전함을, 그것도 파괴되지 않는 무적의 전함을 가지고 있는데, 개인화기 하나 정도 가지고 있다고 문제가 될 턱이 없었다.

“젠장! 그렇다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네놈은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테니까.”

롤렉스는 다시금 검을 들었다. 총알의 속도는 음속의 세 배를 넘는다. 아무리 상급헌터가 대단한 존재라고 해도 날아오는 총알을 보고서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준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총구의 방향을 보고 피하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직선운동을 하는 총알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회피하거나 방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냐.”

준이 다시한번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탕!

그러자 롤렉스는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그 총알을 모두 피해내며 준에게 접근했다. 회피와 공격이 한동작처럼 물흐르듯이 이어지는 것이 검과 체술이 모두 능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동작이었다.

쿵! 쿵!

2연베기를 통해 준의 실드에 상처를 낸 롤렉스는 뒤를 향해 소리쳤다.

“뭐하는 거야! 다들 구경만 하다가 죽을거냐!”

“쳇. 모두 공격!”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헌터들도 무기를 쥐고는 일거에 달려들었다. 준은 뺨을 긁적이고는 손을 허공으로 들었다.

“인벤토리 개방.”

그러자 준의 뒤에서 공간이 일렁이며 수십 정의 소총이 나타났다.

“헉?”

롤렉스가 그 모습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준이 입을 열었다.

“난 하나라고 말 한 적 없는데.”

니들건을 모두 집어넣고 그 자리를 대체한 ASPA-11 소총이 불을 뿜었다. 외도에게는 사용하지 못할 물건이라 지금까지 이렇게 사용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적이 인간인 지금은, 그 어떤 무기보다도 효율적이었다.

타타타타타탕!

지구라트 전체를 울릴 정도로 엄청난 소리가 터져나왔다. 롤렉스와 다른 헌터들은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수십정의 총에서 쏟아져 나오는 총알을 모두 피한다는 것은 아무리 빠른 몸놀림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퍼억!

“크윽!”

무거운 갑옷을 입은 탓에 동작이 느리던 탱커 하나가 관자놀이에 총알을 맞고 튕겨나갔다.

“브래드!”

“큭. 괘, 괜찮아!”

그는 고통섞인 신음을 뱉으면서도 황급히 몸을 움직였다. 순간 정신이 확 날아가버릴 정도의 충격이 엄습했지만, 그는 초인적인 체력으로 버티며 몸을 추스렀다. 그 순간에도 총탄이 계속해서 날아들고 있기 때문에 멍하니 쓰러져 있을 수는 없었다.

5.56mm탄환이 가지는 에너지는 약 2000J. 그 정도의 위력을 가진 총알에 머리를 얻어맞고도 움직일 수 있는 걸 보면 확실히 탱커의, 그것도 상급 탱커의 방어력은 이미 인간이라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것도 한두 번 일때의 일이다. 분당 600발을 쏟아내는 소총이 수십정. 그 쏟아지는 탄환의 세례속에서는 아무리 상급헌터라고 해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타타타탕!

“크악!”

“컥!”

“젠장! 이렇게...”

사방에서 헌터들이 나뒹굴기 시작했다. 다들 어느정도 맷집은 있는지 어찌어찌 신체의 형태는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속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뼈가 부러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내장이 심각하게 상해 이미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몸이 아니었다.

“이럴수가...”

총성이 멎은 공간. 두 발로 서 있는 자는 롤렉스 하나 뿐이었다. 준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보니 비교적 총알 세례를 덜 받은 때문이었다.

“이... 이 잔혹한...”

“무슨 소리야? 일부러 죽이지 않고 살려뒀는데.”

“개소리마라! 죽지 않은 건 어디까지나 저들의 신체가 버텨주었기 때문인 거 아니냐!”

“그거야 그렇지만. 다 그런거 감안하고 사용한 거지.”

“큭. 그래서, 우리를 어떻게 할 셈이지?”

“말했잖아. 살려줄거야. 대신 한동안은 무료봉사를 좀 해줘야겠어. 후후후.”

준이 음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롤렉스가 침을 꿀꺽 삼켰다. 대체 무슨 일을 시키려는 것인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마, 마음대로 될 것 같으냐?”

“너희들의 의지는 상관없어. 어차피 살고 싶으면 하게 될테니까.”

준은 그렇게 말하고서 2번 던전의 입구를 열었다.

둥실.

염동력을 이용해 죽어가거나, 혹은 반쯤 죽은 녀석들을 던전의 안으로 던져넣었다. 일단 그 안에 들어가면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체력이 회복되기 때문에 죽을 염려는 없었다. 다만 문제라면 실력이 뛰어난 헌터일수록 외도화의 진행이 빠르다는 것이다.

‘이 녀석들은 체력이 회복되는 대로 엘라 행성에 던져놓아야 겠군.’

이미 워프포인트는 정해 두었으니 경험치를 좀 사용하면 금방 갔다올 수 있었다. 왕복 20만이라는 경험치를 소모하는 게 아깝기는 했지만 그래도 상급헌터들을 10년간 부려먹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메리트가 있었기에 그정도 쯤은 투자할 생각이었다. 물론 엘라행성에 먼저 자리잡은 이들이 구축한 기존질서에 문제가 생길 수는 있겠지만, 이미 준은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보급을 담당할 델타폰의 계정을 정지시켜버리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문제를 일으킨 녀석에게는 충분한 징계를 줄 수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강제로 빼앗아서 생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그거대로 징계를 할 방법을 찾겠지만 그렇게 사용하는 데는 결국 한계가 있다. 델타폰의 여러 사용가능한 기능들은 본인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서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약간의 혼란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까지 준이 케어해 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을 구르던 헌터들을 전부 던전에 집어넣은 준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반쯤 정신이 나가있는 롤렉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맞고 들어갈래?”

“누! 누가...”

롤렉스는 버럭 소리를 지르려다가, 문득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는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어차피 싸움은 끝났다. 아니, 이건 싸움도 아니었다. 뭔가 해보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 것이다. 저 녀석은 그야말로 혼자서 중대병력의 화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상급헌터라고 할지라도 저런 녀석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터벅. 터벅.

롤렉스는 도살장에 끌려들어가는 소의 기분을 느끼며 스스로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저 일렁이는 웜홀의 뒤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 준 알스버그라는 작자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될 거라는 것은 확실했으니, 차라리 그편이 나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쑤욱.

롤렉스의 모습이 사라지고,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카심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의 얼굴도 롤렉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하하... 괜찮을까요?”

“뭐가?”

“총 말이에요. 바깥에서도 소리가 들렸을텐데.”

총기의 소음은 수킬로미터 바깥에서도 충분히 들린다. 설령 지하 수십미터 깊이의 지구라트 속이라고 하더라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따로 방음장치가 없는 이상, 바깥에서 진을 치고 있는 군부대에서도 충분히 이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괜찮아. 어차피 난 새크리파이스의 적인걸.”

“이건 단순히 새크리파이스의 문제가 아니에요. 연합 전체를 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구요.”

“아까 말했을텐데. 난 전함만 네 대를 가지고 있어. 여차하면 수폭으로 행성을 통째로 날릴 수도 있지. 이런 개인 화기 몇 개 가지고 있다고 큰일이 날거라면 벌써 나를 잡아들이려고 했을걸.”

준은 총기 하나를 카심에게 휙 던졌다. 그는 얼떨결에 받아들고는 화들짝 놀라며 총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어지간한 불법은 코웃음치면서 무시해버리는 상급헌터인 카심 마저도 이정도 반응을 보일 정도이니, 헌터에 대한 총기규제가 어느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너 왜 아까부터 존댓말이냐.”

“아? 그, 그래야 할 것 같아서요.”

“뭐, 네가 편한대로 해.”

어차피 반말을 하든 존댓말을 하든 별 상관없었다. 공적인 자리만 아니면 딱히 그런 걸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죠?”

카심이 입을 열었다. 준은 뭘 그런걸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구라트를 없애야지.”

“허억. 허억.”

카심이 바닥에 주저앉은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의 몸은 붉은 피와, 녹색의 체액으로 뒤덮여있었고 근처에는 수없이 많은 외도들의 사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딱히 준이 그녀석에게 몰아주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많은 외도가 있었고 준도 미처 녀석들 돌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그나마 녀석이 도망치는 센스가 있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쓰러져도 열 번은 더 쓰러졌을 것이다.

‘이걸로 200마리째군.’

어느새 지구라트에 들어온지도 세시간이 넘게 지났다. 휴식도 없이 계속되는 전투가 이어

지자 준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체력은 아직 많이 남아있긴 한데... 마나가 문제로군.’

준의 체력은 대략 5만 6천정도. 하지만 그에 비해 마나는 1만을 겨우 넘는다. 그런 상황에서 전투가 지속되자, 결국 마나량이 3분지 일 가량 남은 상태였아. 마나량은 항상 준의 발목을 잡았고, 그것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던전핵 부스트는 가급적 쓰지 말아야 하는거고.’

알카트뢰즈에서 딱 한 번 사용했던 경험이 있는 던전핵은, 후유증이 상당히 심했다. 그것 때문에 무적이어야 할 EX필드에 균열이 생겼고 계속해서 사용한다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마나량에 문제가 있다면 언젠가는 또다시 그 위험을 감수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그걸 익혀야 하나...’

준은 서은설이 이번에 새로 얻은 기술을 떠올렸다. ‘관심종자’라는 기술은 추종자의 수만큼이나 마나를 빌려올 수 있는 기술이었다. 연예인처럼 일방적인 사랑을 받는 이들이 아니라면 사용하기 어려운 기술이기도 했다.

하지만 준은 약간 다른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유명해지면 어쨌건간에 추종하는 사람도 생기게 마련이지.’

준은 강하다. 한때는 상급헌터의 힘을 두려워 하면서 그들을 경계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열네명의 상급헌터를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때려눕힐 정도로 강해졌다. 거기다가 델타스피릿이라는 기업을 열어 범죄자 출신의 헌터들을 대거 고용하며 그들에게 새삶을 열어주었다.

그러다 보니 델타스피릿 바깥에서의 준의 평판은 그야말로 최악. 거기다가 포로를 죽이거나 노예로 팔아버린다는 진실섞인 소문이 돌자 소문은 더욱 나쁘게 돌고 있었다.

‘뭐, 악명도 명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

유명해지기 위해서 가식을 떨고 억지로 착한 일을 하는 것은 취향에 맞지 않았다. 애초에 준이 그렇게 선량한 사람이라고 할수도 없었고, 자신에게 반하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무너뜨리는 것에 별다른 가책을 받지도 않았다.

“차라리 대악당이 되는게 낫겠지.”

“네?”

카심이 화들짝 놀라며 준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쓰지마.”

“신경쓰지 말라고 하셔도...”

혼잣말이라고는 하지만 그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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