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82화 (38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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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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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진행하고 있잖아? 이제와서 그런 협박을 해봤자 소용없어.”

그가 지구라트로 오면서 보았던 외도들의 습격. 그것은 현재 란도넬 행성 전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준이 처리한 것은 그중 극히 일부에 불과할 뿐이었다.

[되돌릴 수 있다. 공존할 수 있다.]

“기가막힌 소리를 하는군.”

준은 어처구니없는 얼굴을 하고 녀석을 노려보았다. 약 직경 1미터 정도의 커다란 눈알이 산만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준은 그 모습에서 녀석의 불안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죽었다. 이제와서 놈들을 물린다고 해도 소용없어.”

공식적으로 10만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 준이 그 사실까지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피해영상만으로도 어느정도 추산이 가능했다.

그런 만큼 지금 녀석의 제안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였다.

“그 말이 정말인가?”

“음?”

준의 뒤에서 낯선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말쑥한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보기에도 헌터라기보다는 샐러리맨에 가까워보였다.

[그렇다. 모두 물러난다.]

“좋아. 그러면 그렇게 하지. 지금 당장 녀석들을 물리도록 해.”

“넌 누구지?”

갑자기 나타나 멋대로 일을 처리하려드는 사내를 보고 준은 입을 열었다. 그는 급하게 오느라 숨을 약간 헐떡이고 있었는데, 그 뒤로 그를 호위하듯 수십의 헌터들이 도열해 있었다.

“인사가 늦었군요. 새크리파이스의 재난본부장 오카모토라고 합니다. 준 알스버그님 맞으십니까?”

“내 얼굴이 어지간히 알려진 모양이군. 그보다. 대체 무슨 소리야? 지금 저거와 협상을 하려는 건가?”

“필요한 일입니다.”

오카모토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저 녀석은 외도다. 설령 지금 약속을 했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같은 일을 도모할 수 있어. 겨우 녀석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기회를 버리자는 말인가?”

“몬스터웨이브가 란도넬 행성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십니까?”

준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만약 이 녀석이 죽어버리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제멋대로 날뛰겠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결과는 같은 것 아닌가? 이 녀석이 살아있으면 같은 일이 또 다시 반복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전에 란도넬 행성의 인구 절반이 줄어버릴 겁니다. 준 알스버그님께서 그들을 전부 막아내실 겁니까?”

“그정도 까지 사태가 심각한가?”

준의 말에 오카모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준이 되물었다.

“하지만 이 녀석이 완전히 회복하면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입니다.”

“지금 막지 못하는 걸 어떻게 나중에 막을 수 있다는 거야?”

“최악의 경우에는 행성을 버리는 방법도 있겠지요.”

“행성을 버린다고? 그건 단지 희망사항 아닌가?”

준은 고개를 저었다. 란도넬 행성은 새크리파이스의 핵심이었다. 무리어미가 드랍되었다고 해서 마음대로 버리고 할 그런 곳이 아니었다.

그때 지구라트의 뇌가 입을 열었다.

[지구라트 손상. 심각하다. 재생 어렵다. 생존 보장. 약속 지킨다.]

인간의 언어가 익숙하지 않은지, 단어로만 말하고 있었지만 대강의 뜻은 유추할 수 있었다. 즉, 심장과 자궁이 파괴된 지금, 더 이상 지구라트로서의 정상적인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무엇보다도 준은 녀석을 그냥 보낼 수 없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다.

“성장의 조각. 가지고 있지?”

[있다. 원하면. 준다.]

“일단 내놔봐.”

[약속. 해야한다.]

“후...”

준은 갈등했다. 지구라트의 뇌가 제시한 조건을 오카모토 본부장이 받았다. 그것은 이 지역을 지배하는 새크리파이스의 결정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게다가 녀석이 죽게 되면 통제를 잃은 외도가 날뛸 것은 분명한 사실. 만약 녀석이 외도들을 통제할 수 있다면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낼 수 있다는 것도 단기적으로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도 새크리파이스가 지구라트의 뇌를 통제할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하에서였다.

‘어떻게 해야하지...?’

기분 같아서는 당장 이 외도를 쳐 죽이고 퀘스트를 완료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결정으로 수십만, 아니 수백만의 인간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준 알스버그님. 이 일은 저희의 문제입니다. 더 이상 관여하지 말아주십시오.”

그의 말엔 합당한 논리가 있었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그들의 책임이었고, 어찌보면 준은 멋대로 끼어든 것 뿐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준는 이일에 끼어들었고, 그렇다면 그때부터 이미 관계자라고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새크리파이스의 능력을 믿지 않았다. 무리어미, 이제는 지구라트가 된 이 외도는 준조차도 관리하기 까다롭다. 하물며 새크리파이스라면 두고 볼 것도 없었다.

‘지구라트의 뇌를 이들에게 넘겨주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야. 그렇다고 함부로 죽일 수도 없고... 하는 수 없나.’

준은 결국 결정을 내렸다. 이게 과연 옳은 결정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최선의 판단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오카모토 본부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 행성에서 일어나는 일이 당신들의 일이라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당신은 어디까지나 외부인이니 이 문제는 저희에게 넘기셔야...”

“아니. 이제는 아니야. 오늘부터 이 행성은 델타스피릿에서 관리한다.”

“네...?”

오카모토 본부장이 얼빠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귀가 먹지는 않았으니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지?”

“자, 잠깐... 대체 무슨 말씀을...?”

오카모토 본부장은 현기증이 이는지 머리를 짚고는 심호흡을 했다. 그만큼 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다시 말해줄까? 오늘부로 란도넬 행성은 델타스피릿이 관리할거야. 굳이 위에다가 보고할 필요는 없어. 곧 알게될테니까.”

“그게 마음대로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왜 안될거라고 생각하지?”

준의 질문에 오카모토가 빠르게 대답했다.

“란도넬 행성에는 육해공군 포함해서 군인들의 숫자만 10만명에 달합니다. 치안유지를 위한 경찰병력까지 합하면 모두 20만에 달하는 가용병력이 존재하지요. 거기다가 플랫폼에 대기하고 있는 함대도 있습니다. 대체 무슨 농담을 하시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당신이라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저번 함대전 영상 본적있어?”

“아, 아직 못봤습니다만...”

이미 준에 의해서 죄다 퍼지긴 했지만 새크리파이스 내에서 그 영상은 보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 영상을 접했지만, 오카모토 본부장 같은 경우는 혹시라도 문제가 될까 싶어 아예 관심조차 끊은 상태였다.

“아쉽군. 너희들은?”

준은 오카모토의 뒤에 늘어서 있는 헌터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상급헌터는 없고 죄다 중급헌터들이었다. 그들 중 하나가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오카모토가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건 금지영상이라는 사실을 잊었나? 돌아가면 징계를 각오하도록해.”

“그것이... 이제는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자가 뺨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오카모토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리냐?”

“영상을 보셨으면 아실테지만 말입니다... 델타스피릿의 함대들이 아무리 공격을 받아도 멀쩡하게 버티더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 방어력을 가진 무기가 전함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델타스피릿은 지상전을 염두에 둔 무기도 개발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뭐, 비슷해.”

“뭐, 뭐라고?”

준의 답변에 오카모토가 말도 안된다는 듯 준을 보았다. 그는 인벤토리에서 소총 하나를 꺼내어서 카심에게 던졌다.

“히익?”

카심이 깜짝 놀라며 총을 놓쳤다가, 황급히 다시 잡아챘다. 준이 피식 웃었다.

“나참. 정말 교육은 잘 해놨군. 상급헌터까지도 총기에 벌벌 떨 정도라니. 어쨌든 카심. 그거 나에게 쏴봐.”

“네? 괜찮겠습니까?”

“상관없으니까.”

“대체 무슨 짓을...”

오카모토의 말에 준이 대답했다.

“영 안믿길래. 어쨌든 곧 벌어질 일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협상을 끝내려면 널 믿게 해줘야 할거 아니야.”

준은 그렇게 말하며 카심을 향해 손짓을 했다. 그러자 카심이 준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딸깍. 딸깍.

“어? 이거 총이 고장난 모양인데요?”

카심이 얼빠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준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안전장치를 풀어야지. 총 한번도 안 만져봤냐?”

“당연하지요! 사람을 대체 뭘로보고!”

“그게 그렇게 있어선 안될일이냐... 어쨌든 그 왼쪽에 보면 안전장치를 돌릴 수 있게 되어있으니까. 그래. 그거.”

"아. 알겠습니다.“

딸깍.

카심이 안전장치를 풀고 다시 준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단발로 발사된 총탄이 준의 이마에 정확하게 맞았다. 눈을 질끈 감은 상태에서도 정확하게 이마를 맞추는 것을 보니 확실히 상급헌터는 상급헌터였다.

“총을 한 번도 안쏴본 녀석이 명중률 하나는 대단하군.”

“앗. 그. 힉. 정말 멀쩡하...”

카심이 부들부들 떨다가 정말로 준이 멀쩡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됐고. 이제 알겠어?”

준은 오카모토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마치 유령을 본 것마냥 준을 쳐다보고 있었다.

“바, 방금 분명히 총알이 머리에...”

총알이 날아와 튕겨나가기까지는 정말 찰나의 시간이었다. 그나마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스피드로 날아간 총알이 되튕겨나가면서 극도로 속도가 줄어 일반인의 눈으로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총알의 궤적을 확인할 수 있게 된 오카모토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 거렸다.

“설마... 정말인가... 그러면 어떻게 되는거지...?”

"어떻게 되긴. 그럼 이제 회사로 돌아가서 짐이나 미리 싸두라고. 전부다 실업자가 될테니까.“

”아, 안돼! 아직 빚이 2억이나 남았는데.“

“나는 3억이나 있다고!”

“젠장. 난 집산지 이제 한달 밖에 안되는데...”

그러자 갑자기 오카모토의 뒤에 있던 헌터들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그들 모두 은행권에 상당한 빚을 지고 있는 상태였다.

모두들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와중에 카심이 입을 열었다.

“빚이 있으면 좋은거 아니야? 잘만하면 이번 기회에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그, 그러고보니.”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러네.”

카심의 말에 헌터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만약 준이 란도넬 행성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은행을 날려버리면 자신들의 빚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은근슬쩍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준을 바라보았다.

“쓸데없는 생각들 집어치워. 내가 너희들 빚이나 없애려고 일을 벌이는 줄 알아?”

“그럼 대체 뭐 때문입니까?”

오카모토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방금 그것이 만약 속임수가 아니라 정말이라면, 총기로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준의 말을 허풍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설마하니 20만 병력이 있는 란도넬 행성을 혼자힘으로 어찌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것이다.

준이 지구라트의 뇌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저거 때문이지. 솔직히 말하면 나로서도 란도넬 행성을 장악하는 건 귀찮고, 어렵거든.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천만명이 넘게 사는 거주행성을 통째로 먹으려고 해봐. 그게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나 가?”

"적어도 그 행성을 개척하고 지금까지 만들어 온 사람들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군요."

오카모토가 입을 열자, 준이 코웃음을 쳤다.

"마약 장사나 하는 것들이 말은 잘하는 군. 이번 기회에 클린한 행성으로 만들어 줄테니까 고마워하라고. 그리고 미리 말하는데, 여긴 수라드 행성과 같은 방식으로 통치할거야."

"그, 그럼?"

"기존의 지위를 유지해 주겠다는 거군요!"

헌터들이 약간 안도하며 입을 열었다. 어쨌거나 기존 사회질서가 있으니만큼 전부다 물갈이를 할 수는 없었다. 마약생산과 관련된 업무만 아니면 기존에 일을 하던 사람들의 자리를 그대로 보존해 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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