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20화 (42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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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 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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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익!

녹슨 경첩이 당장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처럼 소음을 내며 문이 열렸다. 안쪽은 예상보다는 밝은 편이었다. 커다란 채광창에서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그 빛이 사방에 흩어지며 제법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전체적은 조도는 낮은 편이라 일단 라이트세이버를 꺼내들었다.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실내를 더욱 밝혔다. 1층은 넓은 홀이었다. 사람들을 초대해서 무도회를 열거나 음악회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별다른 것이 보이지는 않는데...’

준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탐색하며 이동했다. 보물이라는 것이 꼭 땅에 묻혀있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때문에 일단은 눈에 띄는 것들부터 훑었다. 오래된 그림이나, 황금촛대, 그리고 고색창연한 자기 등을 집어들었다. 하나같이 값비싼 물건들이었지만 퀘스트는 반응하지 않았다.

‘하긴 퀘스트에서 따로 지정할 정도면 보통의 보물은 아니겠지.’

맵에는 이렇다 할 표식이 보이지 않았다. 던전핵의 존재가 없다는 말이었다. 보통 깨어진 우주의 파편으로 만들어 지는 던전은 그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던전핵을 필요로 한다. 아이템 조차도 사실상 변형된 던전핵의 한 형태였다.

헌데 그런 것이 없이 존재한다는 것은 준이 지금까지 던전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개념과는 차이가 있었다.

‘규모가 크기 때문일까... 그런 것 치곤 3번 던전도...’

3번 던전의 경우에는 일종의 미니 태양이 던전핵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단순 크기만을 따지자면 지금 이곳보다 더 크다고 할 수도 있었다. 당장 무언가를 알아내기에는 준이 가진 정보가 너무 적었다.

‘일단은 탐색에 집중하자.’

준은 최대한 감각을 끌어올리며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던전이다 보니 언제 어디서 외도가 튀어나올지 몰랐다. 고성의 형태를 띄고 있는 이곳도 실제로 인간이 살던 곳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또 다른 우주의 한 파편일 수도 있었다.

3번 던전을 연구하면서 루나가 했던 말이 있었다.

“이 우주는 에피알게나스가 말하는 우주나, 우리우주와도 다른 물리법칙을 지니고 있어요. 즉, 또 다른 우주의 파편이라고 할 수 있죠.”

“다중우주의 하나라는 말이지?”

“네. 생각해보면 이렇게 미니멀한 사이즈의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발견이에요. 시간만 충분하다면 이 주제로 논문을 제출하고 싶을 정도라고 할까요.”

“시간이야 얼마든지 있잖아. 던전안에서 작업을 해도 되고.”

“난 준을 두고 먼저 늙고 싶진 않아요.”

“던전안에서는 노화가 거의 안 생기는데.”

“아직 밝혀진게 없잖아요. 텔로미어 수치가 변화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이지만.”

텔로미어는 DNA단백질의 말단에 존재하는 의미없는 염기서열이다. 이는 세포가 분열할 때 필연적으로 파괴되는 말단부분의 DNA염기서열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세포가 분열할때마다 조금씩 닳아 없어지는 부분이었다. 즉, 인간의 노화와 깊은 관련이 있는 부분으로 이 텔로미어가 모두 닳아 없어지게 되면 세포의 노화와 죽음이 일어나게 된다. 물론 텔로미어만으로 인간의 노화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노화의 증거로서 활용되기에는 충분한 지표라고 할 수 있었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던전안에서 노화가 어떻게 진행되는 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게다가 그것은 펠로우쉽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마스터를 비롯해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계약자들의 신체가 다시금 전성기 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 쉽사리 노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세포의 노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인간의 수명이 무한정 늘어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은 확신할 수 없었다.

현대의 의학수준으로도 인간의 수명은 예전에 비해 상당히 길어진 상황이었다. 최초로 평균수명이 100세가 넘은 것이 겨우 100년전이었고, 현재에 와선 평균수명 130살. 별다른 사고나 질병이 없다면 200살까지는 무탈하게 살 수 있었다. 기대수명에 비해 평균수명이 낮은 것은 사고나 질병, 그리고 외도에 의한 사망자들의 수가 많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신체의 노화를 늦추고, DNA레벨에서의 조작을 통해 세포를 활성화 시킨다고 해도 그 이상으로 수명을 높일 수는 없었다. 그만큼 아직 생명에 대한 연구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준은 1층을 돌아보면서 내부의 흔적을 훑었다. 건물 구조 자체는 확실히 인간형 생물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형태였다. 식기나 물잔, 문의 형태, 그리고 침대나 여러 가지 가구들의 배치로 보아선 확실히 인간의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여기가 정말로 사람이 만든 성이라면, 본래 지구에 있어야 할 지역이라는 건데... 그게 가능한 걸까?’

지구는 지금도 멀쩡히 살아있는 행성이었다. 인류의 모성이자,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행성으로 거의 40억명에 달하는 인간들이 여전히 그 좁은 행성에서 복작대며 살아가고 있었다.

헌데 그런 지구에서나 발견 될 것 같은 고성이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은 던전이 우주의 파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인류와 유사한 생명체가 유사한 문화를 발전시키며 살던 우주가 붕괴되었다...?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될까.’

확률적으로 극히 낮은, 0에 수렴할 정도 낮은 수치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0은 아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다중우주의 경우 얼마든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어쩌면 인류와 비슷한 문화를 이룬 종족들이 인간 하나만은 아닐지도 몰랐다.

‘일단 보물이나 찾자.’

고민해봐야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였다. 준은 복잡한 생각을 지워가며 1층 홀을 가로질러 가장 큰 문이 있는 방앞에 도달했다. 검은색 티크목재로 만든 문이었다. 군데군데 썩어 있었지만 여전히 문으로서는 충분히 기능하고 있었다.

끼이익-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창을 통해 방안은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그리고 그 밝은 방안, 누군가의 실루엣이 창을 마주보고 서 있었다. 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신사였다. 당연히 외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완전히 빗나간 준은 조금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누구지?”

스윽.

준의 물음에 그 노인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하얀 머리를 보고 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얼굴은 젊었다. 많아봐야 서른이 겨우 넘었을 법한 외모. 하얀머리와 대조되는 붉은색 눈동자와 날카로운 턱선은 제법 서늘한 인상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이곳에 사람이 찾아온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누구지?”

“성을 찾아온 사람이 먼저 소개를 해야하는 거 아닌가?”

“집 주인인가?”

“집주인이라... 지금은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

그는 회한이 어린 눈으로 입을 열었다.

“헌데 여긴 무슨 일이지?”

“보물찾기를 좀 하려고.”

“보물찾기?”

“이 성에 보물이 있다고 하더라고. 10개 정도? 그걸 찾아야 여기서 나갈 수 있다.”

“보물이라... 그건 아마도 이걸 말하는 거겠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쥐고있던 있던 지팡이를 들어보였다. 어찌보면 평범해 보이는 지팡이었다. 특이한 부분은 없었고, 그저 노인들이 몸을 지지할때 쓰는 물건으로 보였다.

“글쎄. 나도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군.”

“그러게나.”

휙.

백발의 사내가 준을 향해 지팡이를 던졌다. 준이 그 지팡이를 쥐었다. 그러자 눈앞에 시스템메시지가 떠올랐다.

-아이템, 고대거북의 지팡이를 습득하셨습니다. 퀘스트 ‘고성함락’의 목표를 갱신합니다. 고대의 보물 (1/10)

이름이 어째서 고대거북의 지팡이인가 봤더니, 지팡이의 겉면에 음각으로 거북형태의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나무자체는 제법 잘 손질되어 있었고,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썩거나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선 기름칠도 잘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눈앞의 사내가 세심하게 공들여 관리했던 물건인 모양이었다.

거기다가 퀘스트 아이템답게 특수 능력도 붙어 있었다.

고대거북의 지팡이(B급)

소유자를 보호하는 거대한 방패를 소환합니다. 일정이상의 충격을 받으면 사라집니다.

“맞군.”

“그럼 이제 다시 돌려줄텐가?”

“아니. 미안하지만 이건 내가 가져야겠어.”

준은 고개를 저으며 지팡이를 갈무리했다. 인벤토리가 안열린다는 것이 다소 아쉬웠다. 백발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러게나.”

순순히 나오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준이었다. 보물을 순순히 내어줄 사람은 없을 테니, 한바탕 싸울 것을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줘도 되는 건가?”

“어차피 습관처럼 가지고 다니던 물건일 뿐이네. 몸은 충분히 건강하고, 지팡이는 필요없는 물건이 된지 오래지.”

“협조해줘서 고맙군. 허면 나머지 아홉개의 보물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

“내 물건을 내 스스로 가져다 바치라는 말인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 교환형식으로 하지.”

“이런 곳에 홀로 사는 늙은이에게 딱히 필요한 물건은 없네만.”

“보기에 그렇게 나이가 많아보이지는 않는데.”

“하긴 자네가 보기엔 그렇겠군. 허나 나이를 세는 걸 잊어버린지도 벌써 아득한 예전이라네.”

“대충 계산해봐. 몇 살 정도 되는데?”

“글쎄... 최소 오백년은 살아왔던 것 같군. 정말로 살아있었던 것이라면 말이지.”

준은 그 사내를 세심하게 살폈다. 붉은 눈동자, 창백한 피부와 머리. 최소한 보통의 인간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당신. 외도인가?”

“외도가 뭐지?”

“적어도 인간은 아니겠지?”

“글쎄... 나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백년을 넘게 산 이상 인간이라고 할 수도 없겠군.”

하지만 외도라고 하기엔 이성도 또렷하게 남아 있었고, 인간에 대한 적개심도 없어보였다. 요정의 보살핌을 받았던 시미 정도를 제외하면 외도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해 적개심을 지닌다. 원래 인간이었던 펄 역시 다짜고짜 공격부터 시도했다. 후에 힘으로는 상대가 안된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태도가 바뀌긴 했지만, 현재 그녀의 태도가 유화적인 이유는 어디까지나 펠로우쉽 계약의 영향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돌연변이거나, 그만큼 눈앞의 사내가 강력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했다.

“원하는 것이 없다고 해도, 나는 물건을 찾아야 해. 공짜로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뭐라도 말하는게 낫지 않을까?”

“그렇군... 하지만 내가 자네를 막을 수도 있지.”

“부탁인데, 그러지 않는게 좋을거야. 오백년이나 살아온 노인네를 내손으로 보내고 싶지는 않으니까.”

“자네는 충분히 그런 힘이 있어보이는 군.”

백발의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원하는 물건은 없지만, 원하는 것은 있지. 한 가지 부탁을 들어주겠나?”

“뭐든지.”

“자네가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이 좁은 세계는 아니겠지?”

준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날 밖으로 데려가 줄 수 있겠나?”

“어려운 일은 아니지. 물건을 찾는 걸 도와준다면 얼마든지.”

“금방이면 된다네.”

백발의 사내가 손을 휘젓자, 방안 곳곳에서 물건들이 날아올랐다. 그 물건들은 대부분 일상생활에 사용하던 물건들로 회중시계, 깃털 펜, 안경, 단검, 책, 구두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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