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27화 (427/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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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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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다른 녀석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씨알도 먹히지 않을 이야기였다. 하지만 란테르트는 장민성이 생각하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따라와 준 훈련병이었다. 물론 자신의 기준에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가 가장 모범생이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 건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 보도록 하지. 2912번 훈련병, 아니 란테르트. 일단은 돌아가서 쉬도록.”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란테르트는 고개를 숙였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인사였다. 백수인데다가 할 줄 아는 것도 하나도 없는 자신이 무언가를 제대로 끝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자신이 잘 하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충족감을 준 이 훈련장에서 떠나고 싶지 않은 것이 그의 본심이었다.

말주변이 없어 그런 본심을 충분히 전달하지는 못했지만, 그 태도만으로도 장민성의 마음에 들기에는 충분했다.

돌아온 란테르트를 향해 위웅비가 입을 열었다.

“교관을 하겠다는 거냐?”

“아. 들으셨습니까?”“들리지 그럼. 그리 먼거리도 아니었는데. 그나저나 그거 진심이냐?”

“네. 솔직히 외도와 싸우는 건 그다지 내키지 않기도 하고. 겁이 좀 많은 편이라서요. 오히려 제게는 이 쪽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습니다. 던전안이 편하더라고요.”

“끙. 희안한 놈. 나는 저 안에 두 번다시 들어가기 싫던데.”

“하하. 그거야 성향차이 아니겠습니까?”

위웅비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외도를 사냥한 것 보다 던전안에 있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한 것은 사실이다. 죽을 위험도 없고 상처입을 일도 없다. 하지만 장민성의 곁에 있는 이상 교관이라고 해도 절대로 편한 위치는 아니었다. 훈련병들과 똑같이 훈련해야함은 물론이고, 어쩌면 그보다 더 굴릴 수도 있었다. 교관이 훈련병에게 밀리면 안되기 때문이었다.

‘저놈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지.’

위웅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미 지난일이긴 하지만 지난 5개월간의 훈련을 떠올려보니 어떻게 자신이 그 안에서 버텨왔는지가 신기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위웅비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란테르트를 보았다.

“왜, 왜그렇게 보십니까?”

“아니. 어쨌든 고맙다.”

갑작스러운 인사에 란테르트가 몸둘바를 몰라하며 우물거리자, 위웅비가 그의 등을 툭 치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네가 없었으면 포기했을 거다.”

“저는 아무것도 안했는데요.”

“너야 그렇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안그렇거든.”

장이삼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일반인에다가 허약하기 짝이 없는 네가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그만두겠다고 하겠어. 아예 몰랐다면 모르지만, 우리도 가오라는게 있다고.”

“솔직히 난 이삼이 네가 버틴게 용할 정도였다. 가장 먼저 포기할 줄 알았는데.”

“치. 형님은 나를 그렇게 우습게 본거요?”

“됐고! 어쨌든 모두들 수고했다! 기념으로 오늘은 다들 코가 삐뚤어지게 마시는거다! 내가 살테니까 돈 걱정은 하지말고!”

우와아아!

위웅비가 큰 소리로 외치자, 근처에 있던 수료생들이 덩달아 환호성을 내질렀다. 위웅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니들 말고 이 자식들아!”

“하하! 형님. 한 턱 쏘시죠? 다들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수료생들 중 하나가 큰 소리로 외쳤다. 다들 긴 고통을 함께 버텨온 전우다 보니 서로 호형호제하며 친하게 지내는 이들이 많았다.

“시끄러. 몇 명인지 알기나 하는거야? 내가 그렇게 부자로 보이냐?”

“에이. 가족들과 함께 가는 사람들 빼고 나면 백 명도 안됩니다.”

“백 명이 뉘집 애 이름이냐? 그걸 어떻게 감당해?”

“형님. 유명한 헌터 아니었습니까? 돈 많다고 그렇게 자랑을 하시더니?”

“당연히 거짓말이지! 그걸 믿는 놈이 있었냐?”

“하하. 어쨌든 시간 되는 사람들은 다 같이 모입시다! 형님한테 덤태기 안씌울테니까 걱정마시구요.”

“빌어먹을 놈들.”

위웅비가 인상을 찌푸렸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다들 고만고만하게 가난한 녀석들이었다. 앞으로는 사정들이 나아지겠지만 당장 돈이 있을 리가 없었고 결국 마지막에 계산은 자신이 하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 쏘지 않으면 언제 쏘겠는가. 위웅비가 포기한 듯 입을 열었다.

“후. 그냥 내가 산다! 사!”

와아아아!

1차 헌터양성프로그램의 수료생들의 환호성이 아제라의 한쪽에서 높게 울려퍼졌다.

1차로 331명의 헌터가 양성되었다. 구성원의 거의 대부분이 일반인이었지만 단 5개월간의 훈련을 통해 그들을 전원 하급헌터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레이드팀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원래 결정체 시장은 생산자인 헌터들과 유통업자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체를 필요로 하는 각 기업들에게 판매된다. 하지만 결정체를 취급하기 위해서는 라이센스가 필요했고, 그것을 쥐고 있는 곳이 바로 연합의 의사결정 기구인 백인회였다.

결정체 유통업체가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연합은 열 개의 기업에만 라이센스를 부여했고, 백인회 안에서도 그 라이센스를 따기 위해서 물밑작업들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비용을 짊어지고 있는 기존 기업체들을 밀어낸다는 것은 어려웠고, 그렇다보니 가장 최근에 변동이 있었던 것이 벌써 십년 전이었다.

때문에 델타스피릿은 연합법상 결정체 유통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본래라면 레이드팀을 조직한다 해도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기껏 헌터들을 소모해가면서 결정체를 생산해봤자 그것을 유통업체에 헐값에 넘겨야 하는데 그래서야 마땅한 이득이 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레이드팀이 기업중심이라기 보다는 비교적 작은 형태의 조직으로 움직이는 이유였다. 기업형태의 레이드팀은 충분한 이득이 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결정체 라이센스를 쥐고 있는 유통업체들은 자신들의 레이드팀을 꾸리며 상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전에도 언급했다시피 준에게는 그런 것이 별 장애가 되지 못했다. 애초에 결정체를 유통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준은 란도넬, 수라드, 이스카야에서 생산되를 결정체를 시세의 30퍼센트 이상 가격을 매기며 사들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다른 유통업체에서는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결정체의 보관이 상당히 어렵다는 문제때문이었다. 결정체는 자연상태에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제법 가까운 행성이라고 해도 보름은 걸리는 수송기간 동안 상당량의 결정도가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수송에 걸리는 시간, 물류비용등을 모두 따져봐도 그다지 이득이 되지 않았다.

때문에 현재까지는 델타스피릿 산하의 행성에서 활동하는 헌터들만 이득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 덕분이 비교적 자리가 많은 이스카야쪽으로 이주를 하는 헌터들의 숫자는 꾸준히 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결정체 유통업체에서도 섣불리 건드리기 보다는 상황을 관망하는 추세였다. 언제까지 델타스피릿이 그런 정책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상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간략하게 브리핑을 마친 제임스를 향해 준이 입을 열었다.

“다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군. 나로선 좋은 일이지.”

“앞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새크리파이스와의 전쟁에서 압승을 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봅니다. 괜히 건드렸다가 손해보고 싶지는 않겠지요.”

“제발 그래줬으면 좋겠군. 나도 아직은 싸우고 싶지 않아.”

란도넬 행성을 정상화 하는데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른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준도 사양이었다. 3대 통신사에서 미묘한 압박을 가하고 있고, 갤럭시와도 언제 틀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다들 조금씩은 몸을 사리고 있었다.

그것이 새크리파이스를 희생양 삼아 보여준 델타스피릿의 화력덕분이라고 생각하면, 로버를 분해하지 않은 것은 다시 생각해봐도 천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2차 프로그램은 언제부터 진행되는 거지?”

“곧바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규모를 더 키울 생각입니다.”

장민성이 입을 열었다. 공적인 자리인 만큼 사적인 자리와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이번 회의는 레이드 활성화 방침을 논하기 위한 회의였던 만큼 그도 참석해서 의견을 낼 필요가 있었다.

“지금 인원으로 가능하겠어? 네가 아무리 체력이 좋다고는 해도 무리가 될텐데?”

“1기 수료생들 중 몇을 교관으로 붙일 생각입니다.”

“오. 그 란테르트인가 뭔가 하는 녀석 말이지?”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네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을 쓰지는 않을테니까. 그런데 그 녀석 말고도 쓸만한 녀석들이 있어?”

“내키지는 않지만 몇 명 봐둔 녀석들이 있긴 합니다. 지금도 고민중이긴 합니다만.”

“적당히 말 잘들을 것 같으면 그냥 써. 완벽한 사람을 찾다보면 시간만 지체될테니까.”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외에 이주정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준의 질문에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일단 오는 사람은 막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기존 레이드 팀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이면 이스카야 행성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불만도 제법 있는 상황입니다.”

“불만이라면?”

“아무래도 늘어나는 인구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거겠지요. 헌터가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민간인들의 숫자도 어느정도 받쳐줘야 하는데 이스카야 행성에는 민간인의 숫자가 극도로 적습니다.”

“하긴... 애초부터 레이드를 위한 행성으로 만들어진 상황이니까.”

헌터들은 기본적으로 돈을 위해서 움직인다. 한때는 인류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에서 활동한 이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산업으로 정착된 이후에 그런 신념을 가진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봐야 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돈을 버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리 없다. 번돈을 쓰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했고, 그것을 해주는 것이 바로 그 행성에 거주하는 민간인들이었다. 그들은 각종서비스를 제공하여 헌터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었고, 그를 통해서 헌터들은 만족감을 얻고 다시 사냥을 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하지만 이스카야에 있는 서비스라고 해봐야, 몇 개 없는 주점과 엘라가 만든 놀이공원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꾸준히 일반인들의 유입도 늘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헌터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 기형적인 형태의 경제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리 없었고, 그렇다보니 인구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델타폰을 통해서 결정체를 어느정도 흡수하고 있기 때문에 근근이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했다.

“그렇다고 민간인을 강제 이주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인구는 갑자기 늘지 않는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번식이 느린 동물이고, 한 사람이 낳을 수 있는 아이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다. 결국 답은 이주민을 받는 것인데,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사람이 갑자기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행성으로 이주할 리가 없었다. 어지간히 좋은 조건을 내밀더라도, 보통의 사람들은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택한다.

게다가 이스카야 행성은 일전에 파란색 외도의 등장으로 인해 한차례 행성을 비우기까지 한 전력이 있었다. 녀석을 처리했다고는 해도 그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는 사람이 많았다. 언제든 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그나마 헌터들이 그런 부분에서는 엉덩이가 가볍다보니 제법 몰려오는 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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