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28화 (428/540)

0428 ----------------------------------------------

델타스피릿

*

*

*

준은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무리하게 민간인을 이주 시키지는 말자고. 시간이 걸릴 뿐이지 결국 돈이 된다고 하면 사람들이 몰려들테니까. 대신 입소문이 퍼질 수 있게 홍보를 좀 했으면 하는데.”

“있는 사실만 알리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겁니다.”

“TV광고는 어떨까?”

“돈이 제법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겠죠.”

“그럼 적임자를 물색하고, 가능한 한 주요방송국에서 틀 수 있도록 해. 연합 전체에서 볼 수 있게 말이야.”

“제법 예산이 많이 깨질겁니다. 모르긴 몰라도 수백억은 그냥 넘어가겠지요.”

“단발성이고, 초반에 어느정도 인구만 모이면 입소문은 금방퍼질테니까 그 정도 출혈은 감안해야지.”

“알겠습니다.”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막대한 예산이 소모되는 일인 만큼 준이 직접 지시를 내려주어야 시행 가능한 사업이었다.

“통신은?”

“50퍼센트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완전한 회복은 힘들겠지?”

“란도넬에서 일어나는 트래픽을 이스카야와 수라드로 분산시키긴 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한 동안 통신이 두절됨으로 인해 델타폰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현재는 상당수의 유통업체들이 델타폰 내에 자체 스토어를 운용하며 물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결정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고, 이미 인터넷 환경하게 구축되어 있던 결재시스템을 델타OS에서 돌아가도록 연동시킨 것이다.

물론 EP와의 연동도 불가능하고 기존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것처럼 대금을 지불하는 즉시 물건을 받아볼 수도 없다. 쉽게 말해 인터넷 쇼핑몰을 그대로 델타OS에 올려둔 것에 불과했다. 그래도 상품의 종류가 많지 않은 델타스토어이다 보니 각 업체의 스토어들도 충분한 메리트가 있었다.

그렇게 급한 불은 껐지만, 어쨌든 장기적으로 통신망의 회복은 중요한 문제였다.

“거기다가 본사에서 마음먹고 망제공을 거부 한다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게 까지 하지는 않겠지.”

아무리 통신위성을 쏘아올리고 초광속 통신회선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낸다고 해도 주요통신망은 결국 각 통신사의 사업자를 거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현재상황은 각 통신사의 란도넬 지부에 들어가야 할 돈이 수라드와 이스카야 쪽 지부로 흘러들어가는 상황이었다. 갑작스런 트래픽 증가에 두 행성의 지부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편으로는 그 만큼 수익이 늘어나는 셈이니 그쪽 지부의 책임자들에게는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같은 기업에 소속되어 있다 하더라도 각 지부마다 그 속내가 다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내부경쟁에서 도태되면 사라지게 되는 것은 그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쩝. 마음에 안드는 군.’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통신사들의 배를 불려주는 것은 마찬가지다.

“성기용인가 뭔가 하는 놈도 풀어줬으니 곧 그쪽에서도 그만 두겠지. 지금은 자존심이 있어서 버티는 모양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조금씩 물러설 기색이 보입니다.”

“적당한 수준에서 받아줘. 우리의 적은 통신사가 아니니까.”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정도 했으면 그들도 협박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정도는 깨달았을 겁니다.”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차례 소동은 있었지만 그 덕분에 란도넬 행성내에서 델타폰의 보급이 폭증했다. 어떻게 보면 오히려 이득을 본 셈이었다.

물론 통신망에 제대로 연결되지 않음으로 인한 피해액은 델타폰의 판매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훨씬 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델타폰의 빠른 보급은 란도넬 행성을 효과적으로 장악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결코 눈에 보이는 이득만 가지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스파일리 행성.

갤럭시 인더스트리와 파티마 제국의 각축장이 되었던 그 행성에 조용히 하나의 셔틀이 내려앉았다. 회색의 셔틀이 내린 곳은 깊은 곳까지 채굴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유정 중 하나였다.

치이이-

셔틀의 문이 열리고, 모래바람을 맞으며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은 회색의 머리칼을 흩날리며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는 중년의 사내였다. 수트를 입고 있는 몸은 단단했고 60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활색이 도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다름아닌 성상민.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회장이자, 연합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최고지휘자였다.

“이곳인가...?”“그렇습니다.”

그가 입을 열자, 금테 안경을 쓴 서이수 전략기획이사가 곧바로 대답했다. 시력재건수술이 일반화 되어 있음에도 그는 유독 안경을 고집했다.

“정보는 확실히 통제되고 있겠지?”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믿을 만한 연구진들입니다. 혹시모를 상황을 위해서 반경 200킬로미터 내외에는 사람의 출입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입니다.”

“위성은?”

“은폐장을 24시간 가동중입니다.”

“혹시 모르니 신경쓰도록 해.”

“파티마 제국의 기술력으로는 우리의 은폐장을 눈치채기 어렵습니다.”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성상민은 그렇게 말하고는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유전설비를 보았다. 조금 크다는 것을 제외하고 나면 특별할 것은 없어보이는 이 유전설비에는 그러나, 갤럭시 인더스트리가 사운을 걸고 파티마 제국과 전쟁을 벌일 만큼 중요한 것이 잠들어 있었다.

“그럼 이쪽으로.”

두 사람은 모래바람을 헤치며 천천히 유전설비를 향해 걸어들어갔다.

델타스피릿이 란도넬 행성을 점유한지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준은 던전탐사를 통해서 4단계의 노멀던전을 뚫었고 경험치를 얻어 22레벨까지 올렸다. 거의 5천만에 달하는 경험치를 투입해야했지만, 세 개의 행성에서 들어오는 수입과 늘어난 펠로우쉽 계약자들로부터 들어오는 경험치는 넘치도록 많았다. 그 사이 엘라는 쑥쑥 자라 이제 인간형태의 시미와 비교해도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성기용은 9차 헌터양성프로그램에 도전하고 있었다.

“너 또 왔냐?”

위웅비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그는 란테르트와 함께 교관으로 취직한 상태였다. 원래는 동생들과 함께 레이드팀을 조직해서 헌터생활을 이어나가려고 했으나, 란테르트의 부탁으로 인해 1년 간의 계약직 사원으로 근무를 하는 중이었다.

물론 그를 움직인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계약조건 때문이었다. 그 내용은 간단했다.

‘근무한 시간만큼 임금을 지급한다.’

너무나도 당연해 보이는 이 조건은, 사실 훈련교관에게는 엄청난 메리트였다. 던전안과 밖의 시간배율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바깥 시간으로 한달이면 안에서는 네 달이 흐르는 셈이니 거의 네 배의 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거기다가 훈련시간 자체가 길고, 훈련기간 중에는 거의 안에서 먹고 자고 하기 때문에 자는 시간까지 근무시간에 포함하면 동기간 거의 열배에 달하는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남이사 또 오든 말든.”

성기용은 불퉁대며 대답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헌터가 되어서 준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고, 나중에는 오기가 생겨 계속해서 지원했다. 처음에는 하루, 두 번째는 사흘, 세 번째는 일주일을 버텼다. 그리고 일곱 번째인 8회 차에는 두 달을 버텼다. 그리고 마침내 마나를 깨우칠 수 있었다. 현재는 최하급 헌터로서 짧지만 검에 검기를 흐르게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외도를 상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갖춘 셈이다.

그리고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프로그램을 수료하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였다.

“아. 얘 또 왔네?”

유관덕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성기용을 쳐다보았다. 벌써 여덟 번째 도전이다. 사실 지난 8회차때 잘만 따라왔으면 충분히 수료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마나를 깨닫게 되자 신난다고 깝치다가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고는 삐져서 도망가버린 것이다.

그때 그를 두들겨 팬 장본인이 다름아닌 유관덕이었다. 위웅비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덤비자 자기도 모르게 화가나서 쥐어팬다는 것이 그만 손이 좀 과했던 것이다. 훈련장을 나가서도 고소를 하니마니 하면서 난리를 쳤지만, 상처 하나 없는 몸으로는 아무리 우겨봐야 소용이 없었다. 게다가 그 대상이 델타스피릿인 만큼 그 고소장을 받아줄 경찰서도 없었다. 그렇다고 성상민 회장의 힘을 빌리는 것도 어려웠다.

갤럭시 인더스트리 건물을 말아먹고 도망치듯이 헌터양성프로그램에 지원한 상태라 아버지에게 아주 단단히 찍혀 있었던 것이다. 결국 다음달에 언제 그랬냐는 듯 안면몰수하고 다시 지원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럼 이번엔 끝까지 한번 가보라고.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쳇. 그때는 좀 들떠서 그랬던 거고.”

투덜거리면서도 성기용은 더 이상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 지난 7번의 도전, 던전 안에 있던 시간만 모두 합쳐도 거의 반년은 되었다. 그 사이 지랄맞던 성격도 어느정도는 통제를 할 수 있는 상태였다.

웅성웅성.

9회 차의 헌터양성프로그램에 지원한 지원자 수는 총 오만 명 정도였다. 축구경기장 하나를 꽉 채울 만큼 어마어마한 숫자였기 때문에 지원순서대로 3천명씩 끊어서 17개조로 나누어 각각 다른 던전으로 밀어넣었다.

보통 10분의 1 정도만 훈련을 마친다고 봤을 때 이들 중 적어도 사천에서 오천 정도는 어엿한 헌터가 되어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델타스피릿과 계약을 맺어 레이드팀에 속한 채 외도를 사냥할 것이다.

지금까지 8회차를 거치며 델타스피릿 내에 새롭게 계약된 헌터들은 약 1천명. 생각보다 적은 수였지만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곳에 모이는 이들은 대부분 란도넬 행성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델타스피릿과 계약을 한 헌터들은 비교적 인구가 적은 이스카야 행성으로 파견되어 외도를 사냥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가족들과 멀리 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이들은 대부분 란도넬에 남아 자체적으로 레이드팀을 조직하여 사냥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경쟁도 치열해져 수익성이 낮은 편이었지디만 그렇다고는 해도 이전에 비해서는 훨씬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보니 대부분 그쪽으로 빠지는 추세였다.

‘아직 한참 부족해.’

지금까지 총 배출한 헌터의 숫자가 1만 명이 채 되지 못했다. 인구대비 1퍼센트 정도가 마나를 느끼는 재능을 타고 나고, 그중에서 약 10퍼센트가 헌터의 길로 접어든다. 즉, 1000명 중 한명 정도가 헌터생활을 하는 셈이다. 현재 란도넬 행성의 인구가 약 5000만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최소 5만명의 헌터는 있어야 어느정도 인구대비 헌터의 숫자가 맞는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크리파이스가 물러나면서 상당수의 헌터들도 빠져나간 상황. 그나마 남아 있던 이들은 반란군을 조직했다가 준에게 해체를 당하고는 뿔뿔이 흩어진 상태였다.

때문에 아직도 헌터들의 숫자는 많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었다.

"급하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그런 준의 기색을 눈치챘는지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