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35화 (43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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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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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준은 일단 대흉근을 꺼내들었다. 쿵, 하고 거대한 금속성의 검은색 골렘이 존재감을 과시하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흉근아. 저기서 금속으로 된 건 전부 끌어모아와.

준의 말에 대흉근이 슬쩍 고개를 돌려 시추시설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형제들 필요해.

-알았어. 다른 건?

-구경해라. 주인.

대흉근은 그렇게 말하며 멈춰있는 시추시설을 향해 발소리를 내며 다가갔다. 그 뒤로 1,2,3호가 따랐다.

위잉!

“오.”

골렘 형제들이 자신의 손을 날카로은 검의 형태로 바꾸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시추시설 중에서 금속으로 된 지지대를 내리찍었다.

콰직!

깔끔하게 베어지진 않았지만 금속지지대의 절반이 푹 패여나가며 지지대가 휙 꺾였다. 수백톤의 무게를 지지하기 위한 것을 일격에 반이나 부수는 것을 보니 새삼 골렘들의 파괴력이 체감되었다.

저항없는 상대로 전력을 다한 공격을 했을 경우를 따져보면 여전히 골렘형제들이 가장 강력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콰직! 콰직! 콰직!

그리고 골렘 형제들이 계속해서 팔을 휘둘러 금속구조물들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헌데 저 녀석은 뭐하는 거야?”

준은 가만히 서 있는 대흉근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골렘 형제들이 열심히 노가다를 하고 있는 중에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기만 한 것이다.

-너 뭐하냐?

-감독.

-지랄말고 가서 일해. 어디서 못된거만 배워가지고.

-주인한테 배웠다. 원래 일할때는 감독이 있어야 한다.

-감독은 내가 하면 돼. 빨랑 가서 일안하냐? 다시 인벤토리에 처박아 버린다.

-그거 주면 한다.

-끙... 그런건 진작 말해야지.

준은 볼을 실룩이며 인벤에서 결정체 꾸러미를 꺼내들었다. 정당한 노동애 대한 대가를 바라는 것이긴 하지만 어쩐지 얄밉기도 했다.

어쨌거나 얼추 백개 정도 들어있으니 녀석들이 섭취하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자. 가져가. 가서 일 똑바로 하라고.

-주인. 통이 커졌다. 많다.

-하루종일 일 시킬 거니까. 열심히 하라고.

-걱정마라. 힘이 차오른다.

대흉근이 결정체 꾸러미를 받더니 그대로 입에 털어넣었다. 아무래도 일인당 100개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걸 혼자 다먹는거냐... 나눠먹으라고 준건데.””

준은 고개를 저었다. 결국 다른 골렘들을 위해서도 한 주머니씩을 내주어야 했다.

우오오오-

지이잉!

그리고 막 골렘형제들에게 결정체를 쥐어주고 돌아보는데 대흉근이 두 손을 커다란 도 형태로 바꾼 다음에 무자비하게 휘두르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다른 녀석들과 달리 일격에 그 두꺼운 철제 지지대를 잘라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엑조틱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한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골렘은 물리공격타입이었으니까. 결국 체중과 스피드만 가지고 저 두께의 강철을 잘라내고 있는 것이다.

“아니... 잠깐만.”

지이잉! 지잉!

준은 열심히 불꽃을 튀겨가며 작업을 하고 있는 대흉근의 옆으로 다가가 녀석이 팔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았다. 워낙 빨라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단순한 절삭력만으로는 보일 수 없는 위력이라는 것이다.

-야. 너 그거 뭐냐?

-뭐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철근을 잘라내는 거냐고.

-팔을 부르르 떨면 잘 잘린다.

-그게 무슨... 아니. 잠깐만.

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대흉근이 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너무 빨라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눈이 대흉근의 스피드에 익숙해지자, 녀석이 검 형태로 바꾼 손이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진동나이프...?’

엄청난 수치의 헤르츠로 진동을 하면서 좁은 구역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붇는 방식으로 철근을 절단하고 있었다. 비슷한 개념의 진동커터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걸 골렘이 사용하고 있는 걸 보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준은 황급히 녀석의 프로필을 살폈다. 기존의 능력치는 그대로였지만 새로운 기술 하나가 추가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술

초진동칼날 : 손의 형태를 칼날로 바꾸어 빠르게 진동하여 절삭력을 높입니다. 현존하는 모든 물건을 자를 수 있습니다.

“이 자식 대박이네. 안보던 사이에 기술을 익혔잖아?”

한동안 대흉근에게 신경을 못쓴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녀석은 존재하는 시간의 대부분을 인벤토리속에서 보낸다. 그 안에서는 시간이 정지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 시간동안 기술을 익혔다고 볼 수는 없었다.

결국 방금 결정체를 섭취하고는 그 힘을 이용해 새 기술을 만들어냈다고 봐야했다. 준은 혹시 나 싶어 다른 골렘형제들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1,2,3호는 처음처럼 검을 도끼처럼 휘두르며 철골들을 끊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이 녀석이 특이한 개체라고 봐야겠군.’

대흉근은 처음부터 준이 이름까지 붙여가며 성장시켰던 개체였다. 그만큼 개성이 강하고, 자아의 형성속도가 빨랐다. 어쩌면 그것이 그를 다른 골렘들과 차이를 보이게 하는 요인일 수도 있었다.

‘앞으로 자주 써먹어야 겠군.’

물론 그럴때마다 결정체를 요구하긴 하겠지만, 지금처럼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면 몇개를 가져다 바쳐도 아깝지 않았다.

그렇게 한 나절 정도 일을 시키니 완전히 고철이 되어버린 시추시설이 준의 앞에 산더미 처럼 쌓였다. 얼추 보아도 전차 100대 정도는 더 만들 수 있는 양이었다. 하나하나 만들어서는 시간에 맞출 수 없기 때문에 대량생산을 해야했다. 하지만 그 전에 준은 몇가지 수정사항을 추가할 생각이었다.

‘일단 강화는 공간확장으로 하자.’

현재 100대 정도 생산되어 있는 물건은 전부 EX필드가 걸려있는 것이다. 인간을 상대로 화력전을 할때는 압도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지만 대외도전에는 그다지 쓸모없는 강화이기도 했다. 외도가 발현하는 엑조틱에너지는 EX필드를 무시하고 공격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다수의 인원을 모두 전차에 탑승시킬 수 있도록 내부 공간을 넓히는 쪽이 이득이었다. 지구라트로 인해 오염된 대지위를 걸어서 움직이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게다가 인간의 육체가 그곳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아직 알려진 바가 없었다.

‘보통 한대에 두 사람이 탈 수 있으니까...’

공간확장을 하면 다섯명 정도를 탑승시킬 수 있었다. 대신 원래 휘발유로 돌아가는 전차에 델타엔진을 실었다. 그렇게 되면 엔진의 크기가 줄어들어 한 사람 정도 더 태울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게다가 델타엔진을 넣게 되면 또다른 이점이 있었다.

‘주포는 레일건으로 바꾸고... 전력은 충분해.’

레일건의 유일한 단점은 전력을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최소한 원자력엔진 정도는 있어야 그 전력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준이 만든 델타엔진을 탑재하면 소형레일건 정도의 전력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재충전 과정없이 결정체만 투입하면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운용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주포는 소형레일건, 보조화기로 동축기관총을 달면 어지간한 외도들은 근접하기도 전에 격살할 수 있었다. 게다가 레일건의 관통력을 생각하면 파란색 이상의 외도에게도 유의미한 피해를 줄 수 있었다.

그런 전차를 한두 대가 아니라 백여대 이상 제작하면 그것만으로도 행성파괴급 군단이 완성된다. 준은 잠시 그 장면을 그려보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기다... 이건 너무 사기야.’

자기가 생각해도 지상화력으로는 필요이상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적들의 수가 수인 만큼 그정도는 되어주어야 피해없이 외도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그렇다고 EX필드가 달려있는 기존 D2전차가 쓸모가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그것들은 혹시 모를 갤럭시 인더스트리와의 충돌을 생각했을때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었다.

준은 꼼꼼하게 설계도면을 작성하고 시험제품을 제작했다. 하나만 만드는 것이지만 워낙 들어가는 기계들이 고가의 물건들이다 보니 경험치가 대략 10만 있가량 들어갔다. 전차 한대에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그정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물건이었기에 준은 아끼지 않고 경험치를 쏟아부었다.

그렇게 완성된 전차는 기존의 전차에 비해 약 두 배 정도 덩치가 컸고, 내부공간은 네 배 가량 넓어졌다. 정원은 총 6명이었고 어거지로 밀어넣으면 10명 정도까지는 탑승할 수 있었다. 화력면에서도 부족하지 않았고, 델타엔진을 사용하다보니 기동력에서도 기존의 D2전차에 비해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였다. 그야말로 비싼 값을 하는, 기계화보병전차로서 만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보병수송을 위한 중장갑전차D-11(B급)

델타엔진을 탑재한 IFV(보병전투차)입니다. D2전차를 베이스로 했으나 모든 면에서 개조를 거쳐 원작과는 상당히 멀어진 다재다능한 전차입니다. 주포, 엔진, 프레임 등 모든 것이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레일건을 주포로 사용합니다. B급 이상부터는 특수능력이 붙습니다.

특수능력 : 공간확장, 내부공간이 50퍼센트 확장됩니다. 본체의 절반 이상이 파괴되면 해제됩니다.

“오... 이게 새로 만든 물건인가?”

멀찍이서 막스가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병사들의 점호를 마치고 진행상황을 체크하기 위해서 나선 참이었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D2전차에 비해 1미터는 더 높은 전고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좀 높지 얂아? 공격받기 쉬울 것 같은데?”

“전차를 상대로 한다면 큰 단점이지만 대외도 전용이니까 괜찮아.”

“그렇군.”

전차전에서 높은 전고는 타겟이 되기 쉽게 하기 때문에 분명한 단점이었다. 하지만 외도와의 전투에서는 오히려 적들이 쉽게 달라붙기 어렵게 하기 때문에 장점으로 작용될 수 있었다.

“만약 갤럭시에서 공격을 해오면?”

“뭐, 원래 있던 D2전차로 싸우면 되니까.”

“아. 그렇지. 그럼 이것들에는 EX필드가 안달려있는 거겠지?”

“잘 아는 구만.”

“그 정도 눈치는 빠삭하지. 그럼 언제쯤 완성될 거 같으냐? 훈련 일정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알아야 해서.”

“글쎄... 아무래도 수가 많다보니까 한 사흘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그동안은 훈련보다는 경계에 힘써줘. 아. 그리고 미리 하나 만들어 둘테니까 그걸로 시험운행 해보고. 어차피 조작 자체는 D2전차와 다르지 않으니 크게 어렵진 않을거야.”

대량생산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워낙 수가 많다. 준이 굳이 델타엔진을 만들기 위해서 공장을 돌리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이 프레임부터 전체를 만드는 것은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걸릴 수밖에 없었다.

대형 수송함, 브륜스타트 함교. 그곳의 거대한 현시창을 통해 검게 물들어 가고 있는 스파일리 행성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무거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성상민 회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놈들의 위치는?”

“현재 파티마제국이 소유하고 있는 도시, 알 히맘의 시추시설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8번 지구라트에서 비교적 가까운 지역입니다.”

“준비는 충분히 되었겠지?”

“네. 헌데 회장님. 굳이 이런 방법을 쓸 필요가 있겠습니까?”

“내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는 건가?”

“그게 아닙니다. 다만 정보를 어느정도 내어주고 협조를 요구하는 쪽이 좀 더 수월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전술전략부 총괄이사 발레리안이 입을 열었다. 그는 성상민 회장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었다.

“이곳의 정보는 가급적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녀석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는 이쪽에서 내어주어야 할 정보가 너무 많아.”

“저도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어차피 그래봐야 저희 갤럭시 인더스트리에 비하면 작은 기업입니다. 어차피 조만간 알려질 이야기인데 굳이 이런식으로...”

“그 자는 위험하다.”

“준 알스버그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는 이미 로오나의 유산을 얻은 자이다. 문제만 없었다면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바로 그 물건을 말이지.”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진 없지. 갑자기 무리어미가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반드시 그 물건들은 우리가 손에 넣어야 해.”

성상민 회장은 몸을 돌렸다.

“델타스피릿의 병력이 있는 곳으로 모든 외도를 결집시키게. 우리는 준 알스버그가 외도를 상대하는 동안 지구라트를 점령한다.”

“알겠습니다.”

발레리안이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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