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44화 (44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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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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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쇠못의 주변에 전자기 레일이 깔리며 엄청난 반발력으로 쇠못을 발사했다. 전자기장 제어를 이용해 쇠못을 레일건 처럼 쏘아보낸 것이다.

콰앙!

이브라힘은 고개를 돌려 쇠못 하나가 만들어낸 파괴의 흔적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무언가 그의 앞에서 번쩍 하는 가 싶은 순간, 자신의 뺨을 스치고 지나간 쇠못이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아. 빗나갔네.”

준이 아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브라힘은 덜덜 떨리는 주먹을 감추기 위해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정말로 빗나간 걸까?’

이브라힘은 고개를 저었다. 저정도로 전류를 다루는 녀석이 조준에 실패할리가 없다.

‘내가 상대할 수 없는 인간이다. 이런 녀석이 왜 우리와 적대를 하는거지?’

이브라힘은 방금 자신이 먼저 공격했다는 사실조차도 까맣게 잊은 듯 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이름 앞에서 준처럼 마음대로 행동하는 인간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쪽의 잘못이 있던 없던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갤럭시의 상급헌터를 향해 공격을 가했다는 사실이었다.

“뭐 더 할 말 있어?”

준의 말에 바로곁에서 숨을 고르고 있던 크로울리의 정신이 번득 들었다. 이대로 그를 돌려보냈다가는 지구라트를 빼앗기게 된다 그것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지구라트를 향해 움직이는 병력은 자신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다른 루트를 통해서 또 수천의 헌터들이 진격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그동안 이 자를 붙잡아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작은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어째서 우리를 공격한 겁니까?”

“무슨 개소리야. 넌 그냥 자고 있어.”

퍽!

준은 크로울리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그대로 의식을 잃은 크로울리를 내버려 두고, 준은 여전히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이브라힘을 향해 다가갔다.

“오늘은 그냥 지나가지만, 다음에 적으로 만나면 안 봐준다. 그러니까 살고싶으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마라. 이건 그냥 경고가 아니야.”

“...”

이브라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기분 같아서는 당장 녀석의 머리를 잡고 전류를 때려박고 싶었지만, 생존본능이 앞섰다. 그 전에 자신이 죽을 거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준 알스버그...’

이브라힘은 로버를 향해 훌쩍 날아가는 그를 보며 이를 갈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로버가 투덜거렸다.

“뭐가 임마.”

[저런 배은망덕한 놈들을 왜 살려두는 것인가. 나같으면 당장에 가루로 만들어버렸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건 오리진의 조각이야. 그것만 얻으면 충분해. 굳이 녀석들을 죽여서 더 사이를 나쁘게 할 필요는 없잖아.”

[흥. 어차피 그걸 노리는 놈들인데. 네가 오리진의 유산을 얻는다면 그걸 가만히 내버려둘까?]

로버는 조각 대신 유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사실 어느쪽이던 그다지 상관없는 일이었다.

로버는 빠른 속도로 달려 지구라트를 향했다. 남은 거리는 50킬로미터가 채 되지 않았다. 시간으로는 10분안에 도착할 거리. 하지만 지구라트에 근접할수록 외도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꽃밭이로구만.”

“그러네.”

촤아악! 촤악!

거대한 꽃이 입을 활짝 벌린 채 검붉은 색의 액체를 내뿜었다. 꽃이라고는 해도 여타의 꽃들과는 사뭇 달랐다. 크기만 5미터가 넘고, 꽃잎에는 이빨이 달려있어 가까이 다가갔다가는 단번에 물어뜯길 수 있었다.

거기다가 원거리 공격도 가능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식물형 외도라 한 자리에 뿌리를 박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뒤에서 슬금슬금 움직이는 녀석들을 보니 느리긴 하지만 뿌리를 뽑아서 이동을 할 수도 있는 모양이었다.

치이익!

수가 워낙 많다보니 전부를 피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꽃잎에서 발사된 액체들은 로버의 장갑에 달라붙더니 그대로 장갑을 부식시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이러다가 장갑이 전부 녹아내리겠다.]

“너 무슨 초합금 어쩌고 하는 걸로 만들어져 있지 않냐? 웜의 공격에 부서지는 것도 그렇고 왜 그렇게 약한거냐?”

[내가 약한 게 아니다! 이 녀석들이 강한거지!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 수복되니 걱정할 필요없다!]

“그렇게 항변해봐야... 게다가 그전에 뚫릴 것 같아서 그렇지.”

준은 하는 수 없이 실드를 전개했다. 로버를 타고 기술을 사용하는 일은 아무래도 부담이 많이 된다. 순식간에 경험치가 쭉쭉 빨려나가는 걸 보고 있자니 배가 아파왔다.

“저걸 정리하지 않으면 지나가지 못할 것 같은데?”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준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원거리 공격도 가능하다보니 날아서 넘어간다는 것도 어려웠다. 하늘에 외도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얼핏봐도 십미터가 넘어가 보이는 날벌레들이 호시탐탐 로버를 노리고 있었다.

“화염방사기 같은 거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대체로 이곳의 외도들은 불에 약한 녀석들로 보였다. 벌레들도 그렇고 지금 로버를 공격하는 녀석도 식물형이었다. 준이 제작한 화염방사기가 있긴 했지만, 로버가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작았다. 염동력을 이용해서 사용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래봤자 그다지 넓은 범위에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불?’

그러던 준의 머리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숙소의 유정이 폭발하며 일으켰던 불길이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에너지형태인 불은 일반적인 외도에는 통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지.’

아쉬움을 달래며 준은 라이트세이버를 꺼내들었다. 광역화염마법을 사용할까 했지만, 이런 잔챙이들에게 그런 마법을 사용하는 건 아까웠다. 기술을 사용할때마다 마나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엑조틱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양으로.

‘파이어필드 한방에 경험치 1만이라는 건 너무 낭비지...’

현재 준이 보유하고 있는 경험치량이 3천만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막말로 2천번은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쓰듯이 쓰다보면 바닥을 드러내는 것은 금방이었다. 경험치 소모량이 가장 적은 것은 역시 라이트세이버였다.

쿠웅!

준은 바닥을 찍으며 빠르게 꽃잎들에게 접근했다. 녀석들이 몸을 파르르 떨며 맹렬하게 액체를 뿜어냈다. 질퍽한 검붉은 덩어리들이 로버의 몸에 와서 부딪혔지만 모두 실드에 막혀 떨어져 나갔다.

[크하하! 어떠냐! 이것이 나의 힘이다!]

“네 능력인 것처럼 말하지 말라고!”

준은 소리를 버럭 지르며 라이트세이버를 휘둘렀다.

“허억. 허억.”

수백마리의 꽃밭을 돌파한 준은 두번째로 엄청난 수의 바퀴벌레 떼에 휩쓸려야 했다. 얼핏보아도 만단위가 넘는 녀석들이었는데, 델타스피릿의 숙소에 침입했던 녀석들 보다는 작았지만 숫자 자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만약 아무런 대비없이 병력을 이끌고 들어왔다면 단숨에 쓸려버렸을지도 모를 정도의 숫자였다.

‘식스팩을 좀 더 제작해두어야 겠군.’

육연발화염방사기인 식스팩이 아니라면 놈들을 상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들. 오지 않는 편이 나았어.”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그녀가 말하는 ‘그사람들’이란 다름아닌 갤럭시 인더스트리를 말함이었다. 준도 역시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지구라트에 가까워지면 질 수록 이 녀석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좀 많긴 하군. 조각 때문인가?”

이전에도 지구라트를 많이 털어본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많은 숫자의 외도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행성의 3분의 1을 먹어치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싶었지만 그 위에서 돌아다니는 외도들의 숫자도 평범하지 않았다.

준은 로버를 덮치는 바퀴벌레 외도들을 라이트세이버를 사용해 도륙내가면서 계속해서 전진했다. 하나하나가 전부 붉은색 외도였기 때문에 준이 한걸음 걸을때마다 사방에서 붉은 빛의 결정체들이 허공으로 비산했다.

‘자동분류.’

준은 그것들을 전부 자동분류를 이용해 회수했다. 사체까지 회수할 시간은 없었지만 결정체를 흡수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전진하다보니 어느덧 거대한 지구라트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위성으로도 확인했지만 기존에 준이 보던 것과는 달리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높이만 거의 200미터. 작은 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지구라트의 위험을 감지한 외도들이 빽빽이 둘러싼 채 로버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로버가 걸어온 길에는 수많은 외도들의 사체가 흩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버의 뒤쪽에서도 수천마리가 넘는 외도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까맣게 모여든 외도의 한 가운데 포위되어 있는 것이다.

“후.”

준은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야가 높다보니 멀리까지 잘 보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흩어져 있던 외도들이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었다. 제법 많이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는 냄비에 가득찬 물에서 한 숟가락 정도를 겨우 덜어낸 정도였다.

‘막스는 괜찮겠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정의 불을 끈 상태였기 때문에 몰려드는 외도의 숫자가 많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하지만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설치한 어그로시스템이 델타스피릿의 주둔지 근처에 있을 것이다보니 방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눈앞의 적에게 집중해야 할 때였다.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막스로 부터 곧장 연락이 올 테니 그쪽은 나중에 걱정해도 되었다.

지구라트는 번들거리는 기름을 발라놓은 것 같은 검은 색의 건물이었다. 기본적으로 유기체 건축물인 지구라트는 숨을 쉬듯 조금씩 몸을 부풀렸다 작아졌다 하고 있었다. 숨구멍은 바닥에 있는 커다란 구멍이었는데, 그 구멍에는 날카로운 가시 같은 것들이 빼곡하게 틀어박혀 있었다.

외도들이 들락거릴 때 그 가시들은 유연하게 구부러져서는 수월하게 녀석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했지만, 만약 외도가 아닌 침입자가 돌입하게 되면 곧바로 가시를 세워 몸을 찢어버릴 것이다.

“그냥 들어갈 수는 없을거고...”

준은 라이트세이버를 수직으로 세워 오른편으로 비껴들었다. 어차피 잡다한 녀석들은 로버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철퍽!

지구라트에 가까워지자 검은 대지의 점성이 더욱 강해졌다. 그럼에도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 준은 천천히 지구라트에 한걸음씩 다가갔다. 외도들의 울음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이빨을 드러내는 녀석, 날개를 펼치며 등껍지를 부르르 떠는 녀석, 허공으로 떠오르며 로버의 주위를 뱅뱅 도는 녀석 등, 수천마리에 달하는 외도가 저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였지만 좀처럼 공격을 가하는 놈들은 없었다.

이곳까지 오기까지 거세 저항을 받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놀랄 정도로 소극적인 움직임이었다.

“뭐지... 공격하지 않는 건가?”

“겁을 내는 것 같아. 떠나달라고 하는 데?”

에피알게나스가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입을 열었다. 준이 슬쩍 그녀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너 외도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거냐?”

“외도는 정신파로 의사소통을 해. 그 중 일부를 감지한 것 뿐이야.”

“왜 그런 능력이 있다고 말 안했지?”

“내 능력이 아니니까.”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로버에 외도의 정신파를 일부 해석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그걸 읽은 것 뿐이야.”

[역시 나란 로봇은 대단하군. 그런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니.]

로버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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