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50화 (45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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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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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는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처음과 두번째 모두 외도들은 헌터들에게 근접하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포격을 몸으로 맞아가면서도 그 틈을 빠져나오는 외도들이 있었다.

비교적 재빨라 보이는 녀석들이었는데 단숨에 십여미터를 점프하며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전체적으로는 사마귀를 닮은 모양새였지만 뒷다리가 두꺼워 상당한 거리를 뛸 수 있었다. 날카로운 앞발은 일격에 사람을 두동강내기에 충분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사마귀 처럼 생긴 외도가 헌터들 사이로 뛰어내려와 앞발을 휘둘렀다.

투투투툭!

하지만 가장 먼저 뛰어든 녀석은 공격을 하기도 전에 니들건을 얻어맏고는 그대로 쓰러졌다. 떨어지는 결정체는 주황색. 제법 강력한데다가 도약력까지 지니고있어 신입헌터들에게는 제법 부담스러운 적이었다.

“모두 저 사마귀의 움직임을 놓치지 마라! 녀석이 움직이면 재빨리 산개하고, 공격을 집중해!”

막스가 큰 소리로 외쳤고, 그 음성은 전장 전체에 울려퍼졌다. 아군진영 한복판에 떨어졌다고 해서 니들건의 사용을 아낄 필요는 없었다. 같은 펠로우쉽 끼리는 서로의 공격에 상처를 입지 않는다는 ‘설정’은 이런 경우 훌륭하게 아군을 보호해주는 수단이 되었다.

파르르르!

날개를 활짤 펼치며 허공으로 도약한 사마귀 외도 한마리가 막스의 코앞에 떨어져 내렸다. 막스는 니들건을 연사하며 물러섰지만 녀석을 쓰러뜨리기에는 화력이 부족했다.

끼에에!

녀석이 거친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상체를 들었다가 단숨에 앞발을 내리쩍었다. 마치 탄성있는 금속을 당겼다가 놓는 것 처럼, 엄청난 속도였다. 하지만 막스도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그는 황급히 몸을 굴리며 녀석의 앞발이 땅을 헤치는 것을 보았다.

콰각!

땅이 1미터 가까이 파헤쳐지며 흙먼지가 치솟았다. 녀석은 자신의 공격이 실패했다는 것을 깨닫고 그대로 몸을 틀어 다시 앞발을 휘불렀다. 거의 땅을 쓸어담듯 횡으로 들어오는 공격에 막스는 니들건을 버리고 검을 뽑아 그 공격을 막았다.

쩌엉!

“큭!”

검이 그대로 두동강 나며 막스의 몸이 10여미터나 뒤로 튕겨나갔다. 아직 막스의 능력으로는 주황색 외도를 혼자서 상대하기는 부족했다.

“퉷!”

그는 입안에 들어온 흙을 뱉어내고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막스를 향해 사마귀 외도가 다시한번 달려들었다. 니들건도, 검도 없는 상황에서 주황색 외도를 상대해야한다는 생각이 잠시 눈앞에 깜깜해졌다.

그때 누군가가 그의 앞에 끼어들며 입을 열었다.

“이래서 평소에 수련을 열심히 해둬야 하는 거다.”

“재수없는 새끼. 아무리 너라도 저 녀석을 혼자서는 당해내지 못할거다.”

막스는 장민성을 향해 입을 열었다. 신경질 적인 대답이었지만 그의 입가엔 미소가 걸려있었다. 지금의 장민성이라면 주황색 외도라고 할지라도 혼자서 능히 감당할 수 있었다.

“가서 병력들 지휘나 계속해. 부상자가 늘고 있어.”

“알았다고.”

막스는 장민성이 검을 휘둘러 사마귀 외도와 맞서는 것을 흘깃 보고는 재빨리 병사들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뻐엉! 뻥!

전차는 계속해서 포격을 하고 있었다. 지금 그들이 포격을 멈춘다면 사마귀 외도가 망가뜨려놓은 진영 사이로 외도들이 물밀듯이 밀려오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전멸은 순식간이었다.

-눈 앞의 적에 집중해라. 아직 적들의 본진이 도착하려면 더 시간이 필요해! 그 사이 저 껑충거리는 외도들을 전부 제거해야한다!

-알겠습니다!

우왕좌왕하던 병력들이 다시 기세를 찾은 듯 외도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녀석들은 선봉이었고, 무리하게 대규모 병력 안으로 파고들었다. 근접전투의 경험이 부족한 헌터들이 잠시 혼란에 빠졌지만 그들을 진정시키는 것만으로도 전황을 반전시키는데는 충분했다.

휘이잉!콰악!

막스는 허공에서 무언가가 자신을 노리고 날아온다는 것을 느끼자마자 몸을 튕겼다. 그 자리에 2미터 짜리 벌레 하나가 땅을 스치고 지나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며 이쪽을 향해 호시탐탐 공격 기회를 노리고 있는 비행형 외도들이 보였다.

상당수의 병력들은 사마귀를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카렌은 투구벌레를 닮은 대형 외도를 견제하기 위해서 전진배치 되어 있는 상황.

저 비행행 외도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하고 고민하고 있는 찰나,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갑자기 하얀 손 하나가 쑥 하고 빠져나왔다.

“헉?”

소스라치게 놀라며 막스가 뒷걸음질을 치자, 이윽고 완전히 몸을 드러낸 오펜하이머가 입술을 비틀고는 입을 열었다.

“겁쟁이.”

“야. 이 자식아. 옆에 있었으면 아까 도와줄것이지.”

“별로 안 위험해 보였어.”

오펜하이머는 짧게 말하고는 자신과 막스를 향해 쇄도하는 초파리를 닮은 비행형 외도를 향해 손을 뻗었다.

“불.”

콰아아아!

짧은 주문. 하지만 결과마저 그렇지는 않았다. 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펼친 손바닥에서 방사형으로 엄청난 열기의 불이 뿜어져 나갔다.

키에에에!

동시에 땅으로 쇄도하던 비행형 외도 두마리가 불길에 휩쌓이더니 온몸을 태우며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단숨에 죽지는 않았지만 날개가 볼품없이 타버린데다가 시력마저 잃은 것으로 보여, 더이상 전투를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빌어먹을년! 대단하잖아!”

“빌어먹을 년?”

“아, 아니. 빌어먹을 분. 아니 이게 아니라...”

막스가 당황하며 횡설수설 하자 그녀가 잠시 막스를 노려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나는 외도의 숫자는 총 서른 마리 가량 있었다. 그다지 강력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지상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처치하기가 곤란한 녀석들이었다.

“잘 보고 나중에 준에게 이야기 해줘.”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펼쳤다. 그러자 엄청난 양의 마나가 일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 지독한 기운에 막스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그러쥐었다.

대기의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다가 어느덧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로 뜨거워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헌터들이 괴로워 하는 것이 느껴졌다. 주변을 생각하지 않고 마법을 불러일으키는 오펜하이머를 향해 한마디 하려는 순간, 그녀가 펼쳤던 두 손을 하나로 모으며 가볍게 박수를 쳤다.

짜악!

쾅!

그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하늘이 불바다가 되었다. 거의 수백미터 반경의 공간이 불길로 타오르며 순간적으로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런 씨발!”

막스는 바닥으로 몸을 숙이며 욕설을 뱉었다. 머리칼에서 타는 냄새가 났다. 갑작스러운 폭발에 전투를 벌이던 헌터들도 깜짝 놀라며 몸을 숙였다. 그나마 다행힌 것은 외도들 역시 몸을 움츠렸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 짧은 순간에 수십명의 헌터들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콰아아.

어느정도 불길이 잦아들자, 허공을 날던 외도들의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니 불에 타고 있는 수십마리의 외도들이 보였다. 녀석들을 일거에 해치운 오펜하이머는 피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난 이제 그만 쉬러갈게.”

“아... 아. 그, 그래.”

그녀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며 사라졌다. 폭발의 여파가 사라지기 전 막스는 큰 소리로 외쳤다.

“다들 정신차리고 전투에 집중해!”

뻐엉! 뻥!

전차의 포격이 이어지는 소리와 함께 헌터들은 다시한번 니들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움직여!”

카렌이 외치자, 그녀의 팀원들이 재빨리 산개하며 좌우로 펼쳐졌다. 카렌을 포함, 모두 11명인 그녀의 팀은 서로 말을 하지 않고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오랜기간 손발을 맞춰왔다. 그들에게 있어 10미터짜리 외도는 손쉬운 상대였다.

타탁!

왼쪽으로 움직였던 팀원 하나가 투구벌레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니들건을 발사했다.

타타탁!

쇠못이 투구벌레의 등껍질에 박히자, 제법 고통스러운 지 녀석이 몸을 틀었다. 그러자 그 틈을 으리고 오른쪽으로 움직였던 자가 그대로 녀석의 등껍질 위로 올라섰다. 그는 등에서 자신의 키만한 검을 꺼내어 그대로 찔러넣었다.

파악!

꾸에엑!

투구벌레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그는 검을 박아넣은 채 녀석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계속해서 검을 휘저었다.

대체로 외도는 인간에 비해서 그 크기가 크다. 거기다가 결정도가 높아질 수록 덩치도 커지는 경향이 있다. 상급헌터를 중심으로 한 카렌팀은 최소한 노란색 이상의 외도를 상대하는 것이 익숙해져 있었고, 그러다보니 적에게 치명타를 주기 위해서 커다란 무기를 사용하는데 익숙해져 있었다.

카렌도 자신의 키에 버금가는 대형검을 들고 고통에 몸부림 치는 투구벌레를 향해 뛰어들었다. 녀석이 등에 붙어 있는 헌터를 떨어뜨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을때, 그녀는 곧바로 녀석의 몸 아래쪽으로 파고들었다.

콰아악!

그리고는 외골격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랫배에 그대로 검을 박아넣었다.

촤악!

투구벌레의 배를 가르자 검붉은 체액에 왈칵 쏟아졌다. 카렌은 그것을 피하지 않고 몸으로 뒤집어 쓰면서 그대로 녀석의 배에 일직선의 커다란 상처를 내고는 그대로 뒤로 빠져나왔다.

마치 시커먼 타르를 뒤집어쓴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녀도, 그리고 그녀를 따르는 팀원들 누구도 별달리 신경쓰지 않았다.

“숨통 끊어.”

파팟!

등껍질이 꿰뚫리고 배가 갈라진 녀석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느려진 상태였다. 카렌은 검에 묻은 체액을 털어내고는 다른 먹잇감을 찾아 눈을 돌렸다.

키에에엑!

쿠웅!

그녀의 뒤에서 대형 투구벌레가 구슬픈 비명을 지르며 몸을 까뒤집었다.

푸슉! 푸슉!

란테르트는 배를 까뒤집은 채 사방에 널려있는 외도들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자욱한 연기와 화약냄새 속에서 아직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놈들을 찾아 일일이 확인사살하는 것이 현재 그의 임무였다.

키에에엑!

“크. 이 녀석들 질기기도 하네. 몸이 절반이 사라졌는데도 아직도 움직이는 구만.”

함께 작업을 하던 위웅비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외도를 향해 니들건을 쏟아부었다. 다 죽은 것 같아보여도 저렇게 살아서 움직이는 놈들이 꼭 있어 방심할 수없었다.

유관덕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제법 피해가 있습니다.”

“그야 어쩔 수 없지. 아무리 그래도 500이 넘는 수였으니까. 노란색 외도까지 섞여있었잖아. 난 그런 놈들 처음 본다고.”

위웅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최하급 헌터였던 그는 한때 붉은 색 외도만 보아도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긴장을 해야만 했다. 지난 1년간 훈련프로그램을 위한 던전안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노란색 외도를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고, 또 그런 녀석들을 아무렇지 않게 사냥해버리는 카렌을 보면서 경외심마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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