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70화 (47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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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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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기의 전차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레일건에서 발사된 크롬발사체들이 음속을 돌파하며 내는 엄청난 소음에 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귀마개라도 하나씩 만들어 줘야겠군.’

해치를 열고 주포를 발사하는 경우 바깥에서 들리는 소음이 그대로 전달된다. 기존에는 기껏해야 열 몇 대 수준이었지만 백기 이상이 전차들이 일제포격을 하니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던 막스가 펠로우쉽 통신을 통해 말을 걸어왔다.

-놈들이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어.

-사거리 안에 들어오면 런처 사용하라고 해.

-오케이.

그렇지 않아도 미리 준비하고 있던 막스는 수만마리의 외도가 100여 미터까지 근접하자 런처발사를 지시했다.

-싹 다 태워버려!

-옛써!

-알겠습니다!

-전부 날려버리겠습니다!

파티채널에서 각기 다른 부대장들으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곧이어 각 전차에서 해치를 열고 크리스탈 런처를 든 헌터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푸확!

그리 크지 않은 발사음과 함께 붉은색 꼬리를 단 결정체들이 허공을 날았다. 긴급하게 감마선처리를 한 상태라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엑조틱 에너지를 방사하는 것이다. 붉은 색의 꼬리는 그 과정에서 보이는 현상이었다.

이윽고 달려오던 외도들 한가운데 폭탄이 된 결정체들이 떨어졌다.

콰아아! 콰앙! 꽝!

순식간에 반경 백미터 바깥이 불바다가 되었다. 덩치가 몇미터씩 되는 거대한 벌레들이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는 모습에 병사들은 전차안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적의 수는 수만마리. 아직 놈들은 계속해서 밀려들고 있었다.

투타타타!

전차에 설치되어 있는 동축 기관총이 불을 뿜었고, 해치에서 빠져나온 나머지 잉여병력들이 모두 전차 옆에서 니들건을 뽑아들었다. 이 정도 수와 근접전투를 하게 되면 이길 수 없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놈들이 전차에 달라붙기 전에 화력으로 끝장을 내야 하는 것이다.

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니들건과 함께 식스팩을 대량으로 꺼내들었다.

투투투투! 콰아아!

쇠못과 화염이 전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전장은 그야말로 화염의 지옥이 되어 사방을 태우고 있었다.

“아우. 시끄러워. 대체 뭣들 하는거야?”

오펜하이머가 잔뜩 인상을 쓰고는 해치바깥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지독한 열기가 그녀의 얼굴을 때렸다. 하지만 폐를 태울 기세로 달아오른 열기속에서 오히려 그녀는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뭐야. 불장난 할거면 날 불러야지. 읏차.”

준은 그녀를 흘깃 쳐다보고는 펠로우쉽 통신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뭐하려고?

-왜 이걸로 말을 하는거야? 아. 안들리겠구나. 하여튼 보고만 있으라고.

오펜하이머가 머리위로 두 손을 치켜세웠다. 허공으로 엄청난 기운의 마나가 일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생각해보니 이런 집단전투에서 마법사가 가지는 힘은 어마어마 하겠군.’

준은 오펜하이머가 하려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마법사는 대체로 일격필살의 공격술을 다수 가지고 있다. 다만 한발 한발의 위력이 강한 만큼 마나의 소모가 크고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제법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군대가 그녀를 보호해주는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캐스팅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게다가 적들과 근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아군의 피해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쿠르르릉-

그녀의 머리위로 불꽃으로 이루어진 구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붉게 넘실거리는 그것은 당장이라도 불의 비를 쏟아낼 것처럼 화염을 사방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오펜하이머는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는 하늘로 뻗었던 두 팔을 앞으로 내지르며 큰 소리로 외쳤다.

“파이어스트라이크!”

그러자 불길의 구름이 그대로 외도들이 몰려오고 있는 전방으로 엄청난 양의 불길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하나하나가 파이어 볼에 필적하는 화력을 지닌 불의 비가 외도들의 머리위로 쏟아졌다.

콰과과과광!

순간적으로 크리스탈런처와 레일건의 화력이 무색할 정도의 폭발이 일었다. 물론 파괴력 자체만 따지고 보면 전자가 압도적으로 강력하겠지만, 눈으로 보이는 효과자체는 불의 비가 압도적이었다.

“저걸로 유정을 날려버린 건가.”

준은 꺼지지 않는 화염을 일으킨 오펜하이머의 실력을 새삼 체감했다. 일격의 화력으로만 따지면 준이 낼 수 있는 힘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평소에는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밥벌레일 뿐이지만 마법사란 원래 그런 것이다. 중요할 때 한 번 사용할 수 만 있으면 충분한 것이다.

쿠르르르-

지반 아래의 유정이 들끓기 시작하며 불꽃이 치솟아 올랐다. 레일건과 결정체폭탄에도 멀쩡했던 지반이 영향을 받은 것이다.

어차피 수폭으로 인해 이곳에서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8번 지구라트 지역은 반경 수십킬로미터에 걸쳐 불길이 일어난 상황이다. 여기에서 좀 더 불이 붙는다고 해봐야 바다에 물 한 병 들이붓는 수준이라 준은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끼에에에엑!

전방에서 달려드는 외도는 일제포화에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아마도 적들은 전차부대가 좀 더 접근하면 사방으로 포위공격을 하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거리 포격에 당황하면서 그냥 밀고 들어온 것이 패착이었다.

수만마리에 달하던 외도들이 순식간에 결정체로 화했고, 거의 절반이 넘는 외도가 사라지고 난 이후에야 녀석들은 슬금슬금 도망치기 시작했다. 적들이 물러서자, 준은 포격중지를 명령했다.

포격이 끝났음에도 사방은 불길이 넘실대고 있었다. 대부분은 오펜하이머에 의해 터진 유정들이었다.

막스가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외도가 도망치는 건 참 진귀한 광경인데 말이지. 너랑 있으면 은근히 자주 보는 것 같다.”

“뭐, 앞으로도 자주 볼텐데. 일단 병사들 뒤로 물려서 휴식시켜. 어차피 지구라트 안에 전부 들어가진 못할테니까. 근처에 주둔지 꾸리고 다른 외도들이 접근하지 못하고 경계를 해야하니까.”

“혼자 들어가게?”

“에피알게나스랑 둘이 들어갈건데.”

“카렌이 이번에는 자기도 들어가고 싶다던데.”

“흠... 카렌 정도면 도움이 되겠군.”

“난?”

“넌 오지마. 병력들 통솔해야지.”

“그렇지. 내가 없으면 누가 이 대병력을 관리 하겠냐.”

“사실 네가 오면 방해만 되거든.”

“시끄러 임마. 나도 잘 알아.”

“그리고 잠시만 대기. 저것들 좀 처리하고.”

준이 전차에서 훌쩍 뛰어내리고는 화재지역으로 걸어갔다. 실드를 펼치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공기는 어느정도 차단되었다. 실드 안쪽은 외부의 가혹한 환경에서 시전자를 보호해 주는 기능도 있었다.

‘흠. 이쯤이 좋으려나.’

사방에서 불에 타고 산산조각이 난 외도들의 사체가 보였다. 준은 허공에 손을 뻗은 채 자동분류를 시전했다. 그러자 거의 이만여 마리에 가까운 외도들의 사체와, 그 만큼의 결정체들이 양자화 되면서 준의 손으로 빨려들어왔다. 시체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잘개 부수어졌고, 결정체에서 흩어진 엑조틱 에너지만이 붉은 빛을 사방으로 뿌리며 서서히 준의 손으로 빨려들어갔다.

“하. 저놈 혼자서 다 처먹는 구만.”

막스가 투덜거리며 빛의 무리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준의 모습을 응시했다. 마치 신화에서나 있을 법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맛있냐?”

“뭐, 그럭저럭.”

“제기랄. 대체 얼마나 되는 거야?”

“생각보다 많진 않아. 그냥 본전치기 한 정도.”

“본전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몰라도 돼.”

준이 짧은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이만여 마리의 사체와 결정체에서 뽑아낸 엑조틱 에너지는 대략 100만 정도. 붉은색과 주황색, 노란색 외도가 뒤섞여 있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양의 경험치가 모였다.

하지만 일억이나 되는 경험치를 먹은 것이 바로 얼마전이었기 때문인지 그다지 인상적인 수치는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D-11전차 100대를 생산하는 정도의 경험치에 불과했다. 그 이후에 50대를 추가생산한데다가 크리스탈 런처까지 생산한 것을 생각해보면 이 광경을 만들기 위해서 들였던 경험치의 약 절반정도밖에 회수하지 못한 셈이다. 물론 만들어 놓은 전차는 계속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대비 엄청난 수익을 얻은 것은 사실이었다.

“일단 위치 이동하자, 이쪽으로 가면 될 것 같아. 화재지역에서도 멀고.”

준이 맵에 목적지를 찍었다. 알렉스턴 연구소의 뒤쪽에 위치한 곳으로 제법 평탄한데다가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쳇. 비싼건 혼자 다처먹고 와서는 일만 시키다니.”

막스가 투덜대면서 전차를 후진시켰다.

“나중에 전부 상여금 나갈테니까 걱정마. 퀘스트가 안뜬게 내 탓은 아니잖아?”

“상여금 정말이지?”

“돈은 그렇게 많이 받으면서 어디다가 다 쓰길래 그렇게 매일 돈타령이냐.”

“노후대비 해야지. 조금 있으면 오십인데.”

“벌써 그렇게 늙었냐?”

“이 자식이 아무리 사장이라지만 무지하게 막말하는 구만. 너는 안늙을 줄 알아?”

“흠... 그럴 것 같은데.”

“젠장. 나도 말하고 나서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스는 자신의 수북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탈모증상이 보이던 머리는 완벽하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흰머리도 거의 없어진 상태라 준을 처음만났을 때에 비해 십년은 젊어보이는 상태였다.

철퍽.

알렉스턴 연구소 뒤편에 전차들을 도열 시킨 준은 전차에서 내려 검은대지위에 발을 디뎠다.

“흠... 확실히 뭔가 힘이 빠지는 군.”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몸안의 마나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프로필을 확인해보니 분당 10 정도의 마나가 빨려나가고 있었다. 물론 회복되는 마나량이 있기 때문에 준에게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마나량이 적은 대부분의 병사들에게는 심각한 페널티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상태에서는 마음편히 쉴 수 없을 것 같은데...”

검은대지는 발목까지 차오른 끈적한 점액질의 액체였다. 준이 8번 지구라트에서 본 것과 유사했지만 점성은 좀 더 강한 편이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미생물이나 병원균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보니 숙소를 소환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전차에 탄 채로 휴식하라고 해. 여섯명이 모두 누울 정도 크기는 아니지만 돌아가면서 쉬면 충분할테지.”

“알겠어. 그럼 우리는 이곳에서 다른 외도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지.”

막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서 카렌팀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카렌 포함 모두 11명이었다.

“저곳에 들어가면 되는 건가? 제법 큰데?”

카렌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시선은 거의 50미터 가까이 솟아있는 검은 건축물을 향해 있었다.

“어차피 핵심 시설만 정리하면 되니까 그렇게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거야.”

“난 좀 오래 걸려도 괜찮다만. 오랜만에 귀여운 사장님이랑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거고.”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넌 어떻게 저 많은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거냐?”

준이 카렌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카렌과 카렌팀의 관계는 대충 아는 사람은 알 정도로 유명해져 있었다. 단순한 팀원이 아니라 사실상의 연인관계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야. 내 마음이 바다같이 넓기 때문이지. 내 가슴속에는 남자 백명쯤은 담을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방이 있다고. 너도 그만 튕기고 뛰어들어오지 않으련?”

“됐다. 너에게 물은 내가 잘못이지.”

준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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