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73화 (47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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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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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되는 구나. 솔직히 대단하군.”

“그래도 무식해.”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거대두꺼비는 전투가 시작된 내내 한두번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피해를 거의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외도의 특성이 방어형인 탓도 있지만, 그만큼 카렌의 지휘와 팀원들의 움직임이 좋았다.

외도의 공격패턴이 단순하다는 이야기는, 반대로 그 공격자체가 강력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실제로 녀석이 온몸에서 물줄기처럼 뿜어내고 있는 산성액은 바닥에 흥건히 고여있었고, 녀석이 바닥을 내리칠때마다 사방으로 산성용액을 뿌려댔다. 빠르지는 않아도, 도저히 피하기 힘들 정도의 양이 쏟아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렌팀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렇게 꾸준하고, 단순한 방법으로 그들은 거대두꺼비외도를 처리했다.

뻐엉!

촤아악!

마지막 순간, 거대두꺼비는 최후의 공격이라도 할 듯이 배를 부풀리다가 엄청난 기세로 폭발했다. 강당 전체에 녀석의 산성용액이 뒤덮이며 벽을 부식시켰다. 준과 에피알게나스는 실드안에 있어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이번 공격만은 카렌팀 역시 어쩔 도리가 없었던 모양이다.

카렌은 여기저기서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는 팀원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부상상태 보고해.”

“훌리오가 중상입니다.”

“체력은?”

“30퍼센트 정도 남아있습니다.”

“어거스트에게 맡겨. 사망자만 없으면 돼.”

“전원 무사합니다.”

“됐다. 수고했어.”

카렌은 한 자리에 모인 팀원들의 등을 두들겨 주며 모두 힐러인 어거스트에게 보냈다. 에피알게나스도 동참했다. 그녀가 동참하니 부상자의 체력이 순식간에 차올랐다.

카렌도 새삼 그녀의 능력을 보며 감탄했다.

“엄청난 힐링능력이네. 네가 그렇게 끼고 도는 이유를 알겠다.”

“어거스트에게 미안한데. 할 일을 빼앗는 것 같아서.”

준이 입을 열었다.

“뭐, 빨리 회복되면 좋은거지. 자기 할 일 없어졌다고 삐질 녀석은 아니니 걱정마.”

“그런가. 그럼 다행이고.”

“그나저나. 일단 한 녀석을 처리했으니.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거지?”

“아까 그녀석이 도망친 곳으로 따라가거나, 아니면 길을 만들면서 가는 방법도 있지.”

“길을 만든다고?”

“저번에 쓴 방법인데.”

준은 레일건을 들어보였다. 카렌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벽을 뚫고 가자는 거군.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 굳이 적들의 의도에 말릴 필요는 없지.”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서 뭔가를 공들여서 잔뜩 준비했을 텐데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하네. 그나저나 의외인데? 싸우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적어도 때와 장소는 가린다고.”

“처음 만났을 때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자식이 지난 이야기를 하고 있어.”

탕탕!

카렌이 호탕하게 웃으며 준의 등을 두들겼다. 체력이 손상되었다는 메시지가 연속으로 떠올랐다.

콰앙!

벽에 구멍이 뚫리고 그 틈으로 준과 일행들이 빠져나왔다. 맵을 따라 일직선 진행을 하다가 막히는 곳이 나오면 레일건을 뚫고 하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알렉스턴 연구소의 안은 대부분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거주형태를 띄고 있었다. 8번 던전이 좀 더 지구라트에 가까웠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곳은 제법 특이하다고 할 수 있었다.

“원래 연구소였다는 걸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제법 살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박기원이라는 그 연구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 군.”

“죽었거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도망쳤겠지.”

카렌이 입을 열었다. 현재 그들이 들어와 있는 곳은 각종 실험 장비가 있는 넓은 연구실 안이었다.

외도도, 사람도 없이 휑한 연구실을 가로지른 일행은 복도를 따라 움직이다가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이 계단을 따라서 내려가면 될 것 같군.”

알렉스턴 연구소 역시 지하로 수십미터를 내려가야 핵심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일단 계단을 따라내려가다가 길이 막히거나 혹은 함정이 있으면 다른 곳의 바닥을 뚫으면서 이동할 생각이었다.

치칙-

그때 계단의 한쪽에 있는 스피커에서 박기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실험자 분들께 알려드립니다. 2차 테스트가 곧 시행될 예정입니다. 안내에 따라서 북쪽 게이트로 이동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2차 테스트가 곧 시행될 예정이오니, 안내에 따라 북쪽 게이트로 이동해 주시길 바랍니다.]

“무슨 소리야?”

“글쎄. 우리가 자기 말을 들을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카렌이 입을 열었다. 준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대로 계단아래로 향했다. 그러자 다시 방송이 이어졌다.

[안내에 따라주시질 않으시는 군요. 걱정마십시오. 저희 연구소에는 근거리 워프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제자리에 서 계시면 실험자 분들을 전원 북쪽 게이트로 이동시켜드리겠습니다.]

“근거리 워프?”

준은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근거리 워프는 우주선을 이용한 워프드라이브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이동시스템이다. 말그대로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물체를 이동하는 것으로 준의 공간이동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조금 더 위험했다. 근거리워프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물체를 양자레벨로 분해시켜 에너지형태로 변환 한 다음 다른 공간으로 전송 한 다음 재조립하는 것이 기본이다다. 그러니까 달리 말하면, 양자레벨로 분해시킨 다음 재조립을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거기서 그냥 죽는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이런 걸 가만히 당해주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카렌이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준이 생각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달려.”

“뭐?”

“원리는 모르겠지만, 근거리워프를 위해선 대상물체를 향해 강력한 에너지 조사가 필요해.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만 않으면 당하지 않을거야.”

[부디 제자리에 가만히 계시길 바랍니다.]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녀석이 시키는대로 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거지?”

카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은 에피알게나스를 염동력으로 들어올린 채 빠른 속도로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아... 진짜 말 너무 안들으신다. 그럼 힘으로라도 가만히 있게 만들어야 겠지요?]

스피커를 통해서 박기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녀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계단층의 벽 중에서 일부가 열리더니 그곳에서 수십개의 총구가 튀어나왔다.

[가만히 계시면 안다칠 겁니다.]

“총같은 걸로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준이 코웃음을 치자 스피커에서 다시한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총이라니요. 섭섭하게.]

지이잉!

준은 자신의 앞을 가로지르는 붉은 색의 선을 보고는 자리에서 멈춰섰다. 바닥을 보니 반듯하게 잘려나간 흔적이 있었다.

“레이저? 광학병기를 이런 실내에서 사용하다가는 연구소 자체가 파괴될텐데?”

[걱정마십시오. 그 정도 대비는 되어 있으니까. 그럼 전송 시작합니다.]

콰앙!

계단 벽에 설치되어 있던 스피커가 큰 소리와 함께 파괴되었다. 준이 뒤돌아보니 카렌이 크리스탈런처를 인벤토리에 집어 넣으며 입을 열었다.

“엄청 조잘대네. 짜증나게.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거야? 아무리 나라도 광학병기를 막을 힘을 없다고.”

헌터들은 외도가 아닌 것들과 싸울 때 극도로 전투력이 떨어진다. 아무리 상급이라고 해도 저런 첨단병기에는 속수무책인 것이다.

“내 옆에 바짝 붙어서 움직여. 실드로 막아야지.”

“안아도 돼?”

“이런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냐?”

“좀처럼 없는 기회잖아.”

카렌은 윙크를 하고는 얼른 준의 옆에 붙었다. 그러자 카렌의 팀원들도 따라서 준의 옆에 바짝 붙었다.

“그럼 내가 달리는 속도에 맞춰서 움직여.”

준은 실드를 넓히고는 달렸다. 여러명이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려다 보니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레이저의 공격에서는 안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십여층을 내려오니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렀다. 준은 실드위로 계속해서 튕겨나가고 있는 레이저들을 흘깃 쳐다보았다.

‘이거 평범한 레이저가 아니야. 실드를 빠른 속도로 갉아먹고 있어.’

보통의 광학병기였다면 핵무기에도 버티는 실드를 뚫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준의 실드를 때리고 있는 이 붉은 색의 레이저는 빠른 속도로 준의 실드를 깎아내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버텼지만, 이 상태라면 앞으로 십분 이상은 버티기 힘들 것 같았다.

‘일단 여길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겠군.’

준은 계단의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러자 그 앞으로 넓게 펼쳐진 백색의 방이 눈에 들어왔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하얀색의 방이었다.

‘이건...’

이 비슷한 풍경을 본 기억이 있는 준은 가볍게 인상을 찌푸렸다. 알카트뢰즈의 연구소에 쳐들어 갔을 때 이와 똑같은 방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보다는 작았지만 그곳에서 고전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더 이상 공격은 없는 것 같아.”

에피알게나스가 생각에 잠긴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주변을 둘러 본 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실드를 거두었다.

“여기는 대체 뭐하는 곳이야?”

카렌이 검을 뽑아들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반대편까지의 거리가 수백미터는 넘어보이는 거대한 방이었다. 연구소 지하에 이런 공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현실성이 없었다.

준이 입을 열었다.

“아마도 공간왜곡이 걸려있을 수도 있어.”

“공간왜곡?”

“그래. 이것과 비슷한 방에 들어갔던 적이 있거든. 무슨 원리인 지는 아직 모르지만, 특정 지역을 위상변화를 통해서 현실이 아닌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아.”

“어려운 이야기는 그만하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는 거야?”

“일단 이 공간에 들어선 이상, 이걸 만든 놈을 처리해야겠지.”

준은 고개를 들었다. 거의 100여미터 상공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하강하고 있었다. 곧 그것이 거대한 스피커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준은 헛웃음을 흘렸다.

‘거참 취향이 고약한 녀석이로군.’

[두 번째 실험에 참여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번에는 처음보다 훨씬 더 재미있을 겁니다.]

“뭐야? 어째서 두번째라는 거야? 우리는 북쪽 게이트로 가지도 않았는데.”

카렌이 입을 열었다.

[그건 말이죠. 긴급히 실험 장소를 바꾼 겁니다.]

콰앙!

[뭐하는 겁니까?]

“아. 혹시 뚫리나 싶어서. 헌데 안되네.”

바닥에 레일건을 발사한 준은 끄떡없는 바닥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어진 공간이 아닙니다. 당신들은 시험을 거치지 못하면 절대로 이방을 나갈 수 없어요.]

“그럼 그 시험이 뭔지 빨리 내놓으라고 시간 아까우니까.”

[서두르지 않아도 나갈겁니다. 그럼 두번째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스피커가 다시 허공으로 쑥 딸려올라갔다. 준은 카렌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나에게 맡겨줘. 조금 열받았거든.”

“사장님 뜻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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