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76화 (47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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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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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만요. 아직 못보여준게 있는데. 그것까지만 보여드리면 안될까요?”

“그건 널 잡고나서 봐도 될 것 같아.”

나는 재빨리 움직여 녀석의 목을 틀어쥐었다.

“컥?”

“여기까지 오느라고 고생 많이 했거든. 귀찮은 것들을 제법 많이 만들었더라고.”

물론 다른 지구라트에 비해 규모가 작은 건 사실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으니까. 생각해보면 알렉스턴 연구소는 여러동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만한 규모의 연구소 건물 몇 개가 같이 있다고 생각해보면 또 그렇게 까지 작은 건 아니었다.

“큭... 하, 하지만 보셔야 할겁니다.”

“무슨 소리야?”

준이 녀석의 멱살을 풀자 녀석이 기침을 몇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화이트크리스탈을 원하시는 거죠?”

“그래.”

이들은 공통적으로 조각을 화이트크리스탈이라고 불렀다. 애초에 조각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건 확실했다.

“그건 지금 저에게 없습니다.”

“여기 있다고 나오니까 거짓말 하지마.”

맵에서 표시하고 있는 위치는 분명히 준 자신이 있는 곳이 맞았다. 하지만 박기원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말입니다. 사실 이런 겁니다.”

박기원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툭 찍었다. 순간 준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증강현실.’

쿠르릉!

“이 녀석!”

준이 재빨리 박기원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의 몸주변으로 예의 그 투명막이 다시 설치된 다음이었다. 황급히 레일건을 꺼내들었지만, 녀석의 발밑이 푹 꺼지더니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쿠쿠쿠!

발밑이 극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최하층이라고 생각했던 곳 아래에 다른 공간이 있다는 건 제법 놀랄일이었다. 델타멥으로 감지하지 못한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빠지직.

건물 어딘가에서 균열이 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이거 무너지는 거 아냐?”

카렌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 만약 균열이 일어난다면 바로 위층의 대형수조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게 될 것이다. 제 아무리 준이라도 이렇게 되면 공간이동 말고는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 10만EP를 아끼다가 죽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준이기에 일단 웜홀을 열었다.

카렌팀에 빠져나가고 준이 에피알게나스와 함께 웜홀을 빠져나갔다.

콰르릉!

그리고 순식간에 알렉스턴 연구소가 무너져 내렸다.

크르르릉-

곧바로 연구소의 뒤편으로 이동한 일행은 수십미터 높이의 건물 하나가 통째로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박기원이 도망친 건물, 측 우측 동이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카렌이 외쳤다.

“뭐야. 저것도 무너지는 건가?”

“아니. 저건 달라.”

에피알게나스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준은 설마하는 심정으로 움직이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건물이 붕괴되는 듯 했다. 하지만 곧 준은 그 것이 단순한 붕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붕괴되는 듯 하던 알렉스턴 연구소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거의 00여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인간의 형상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구라트가 대형외도로 변한거로군.”

준이 기가 찬 듯 고개를 들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말이 100미터지 이건 그냥 거대한 산이었다. 로버의 크기가 20미터 정도라는 걸 생각해보면 얼마나 말도 안되는 크기인 지 알 수 있었다.

“아니 저런게 땅위에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저건 그냥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잖아.”

카렌이 어이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지금껏 수십미터짜리 외도는 그녀도 가끔 봐왔다. 하지만 그 두 배가 가볍게 넘어가는 외도는 일단 어디서부터 공격해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는 것이다.

“애들한테 가서 전차로 원거리 지원이나 하라고 해.”

“젠장. 결국 한 것도 없잖아.”

카렌은 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밥값을 하기 위해서 팀원을 전부 끌고 준을 지원 나갔지만, 결국 거대두꺼비에게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전부였다.

쿠쿠쿠쿠-

바닥의 진동이 점점 더 거세어지기 시작했다. 땅속에 파묻혀 있던 다리부분이 서서히 바깥으로 빠져나오면서 생기는 지진이었다.

“끝이 아닌데...?”

이제는 거의 200미터에 달하는 크기가 된 알렉스턴 연구소를 보면서 준은 헛웃음을 흘렸다. 100미터 정도까지는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헌데 200미터가 넘어가는 걸 보니 기가 막혔다.

-막스. 카렌과 함께 최대사거리까지 물러서 있어. 덩치차이가 제법 나니까 아무렇게나 쏴도 맞을 거야.

-정말 저걸 상대로 싸울거냐?

-전함 크기 정도밖에 안되는 데 뭘. 좀 크긴 하지만 막상 붙어보면 그리 어려울 것 같지도 않아.

준은 그렇게 말하고 로버를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얘는 뭐 이렇게 커? 아까 그놈보다 훨씬 크잖냐.]

로버가 입을 열었다.

“그래봤자 전함크기 정도야. 신경쓰지마.”

[전함보다는 튼튼할 것처럼 생겼다만.]

“쫄았냐?”

[내가? 그럴리가. 난 강한 상대를 만날 수록 끓어오르는 로봇이다.]

“그럼 겁먹을 거 없잖아. 일단 가볍게 가보자고.”

에피알게나스와 함께 로버에 탑승한 준은 라이트세이버를 휘두르며 알렉스턴 연구소를 향해 날았다.

파아앙!

대기를 찢으며 날아드는 로버를 향해 거대외도가 주먹을 휘둘렀다.

쩌어엉!

녀석의 주먹에서 충격파가 생성되며 로버의 궤적을 뒤흔들었다. 준은 황급히 로버를 조작해 주먹을 피했다. 거의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휘두른 주먹에 의해 대기가 요란하게 뒤엉켰다. 순식간에 로버의 동체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젠장. 저렇게 큰 놈이 뭐 이렇게 빨라?”

[[변신전엔 공격하는 건 반칙아닙니까아?]]

그때 거대외도에서 박기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준은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지구라트 전체를 생체병기로 변화시켜 조종하는 것은 역시나 그였다.

준은 대꾸하는 대신 다시금 라이트세이버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덩치가 큰 것도 모자라서 속도마저 빨랐다. 순간속도로 따지면 로버보다 저 거대외도의 움직임이 더 빠르다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워낙 크기가 크다보니 느릿하게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후웅!

[우왓? 운전 똑바로 못하냐? 이 자식아?]

“가만있어봐. 이거 생각보다 후폭풍이 장난 아니네.”

준은 하는 수 없이 관성제어를 사용했다. 로버자체의 추력만으로 움직여서는 결국 저 거대한외도의 공격권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2백미터라고 하면 거의 50층 빌딩의 높이. 그 정도 크기의 외도가 음속에 가깝게 움직이니 녀석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그 주변에 엄청난 위력의 폭풍이 몰아치는 것이다.

꽈앙!

녀석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마치 벼락이 치는 듯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진짜 더럽게 빠르네.”

직격을 당하지 않으면서 거대외도의 머리부분에 접근한 준은 라이트세이버의 마나를 최대한 끌어올리며 녀석의 정수리에 검을 내리쳤다.

“매크로어택!”

꽈과과광!

일격에 수십번의 충격파가 터져나갔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준은 그대로 정면내려치기를 이용해 녀석의 정수리를 다시한번 내리찍었다.

콰드드득!

회색의 머리부분이 와르르 무너지며 초거대외도의 몸이 약간이나마 비틀거렸다.

“먹히는 건가? 에피알게나스. 실드는?”

“97퍼센트.”

“젠장. 아직 멀었군.”

덩치가 큰 만큼 실드량도 어마어마했다. 준은 처음으로 오리진의 조각이 가지고 있는 온전한 힘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와 만났던 이들과 달리 박기원은 조각이 품고 있는 힘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게 끝입니까아? 초거대외도 알렉스턴은 그정도로 쓰러지지 않습니다아아!!]]

구오오오오!

거대외도가 몸을 활처럼 펼치며 울부짖었다. 준은 혀를 차고는 일단 뒤로 물러섰다. 한두번의 공격으로 해치울만한 녀석이 아니었다.

‘계속 두들기면 언젠가 무너지긴 하겠지만...’

경험치 소모는 극심하다는 게 문제지만, 어쨌든 저정도 녀석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감수해야할 문제였다. 게다가 조각만 얻을 수 있으면 1억 상당의 경험치를 복구 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문제는 경험치가 아니라 마나였다. 준은 자신의 남은 마나를 확인해보았다. 총 일만 오천에서 약 이천 가량을 사용한 상태였다. 준이 사용하는 마나를 경험치를 이용해 증폭하는 것이 로버의 기동원리였다. 즉, 준의 마나 자체가 모두 소모된다면 경험치가 얼마나 남았던 간에 로버를 움직이는 건 불가능했다.

‘전력으로 마나를 소모하면 삼십분도 버티지 못해.’

준의 마나부족은 고질적인 문제였다. 현재 23레벨에 이른 상황에서도 마나량이 겨우 만오천 밖에 되지 않는 다는 건 사실 심각한 문제였다.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 기술들도 충분히 강력한 위력을 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버에 탑승한 채로는 그런 기술들이 별다른 효과를 발휘할 수 없었다. 염동력을 증폭해봤자 니들건 몇백개로는 저 초거대외도에게 흠집하나 낼 수 없다. 골렘형제들은 나오자 마자 가루가 되어 부서질 것이다.

콰앙! 콰앙! 쾅!

준이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멀리 떨어져 있던 델타스피릿의 D-11전차들이 불을 뿜었다. 레일건의 위력은 파란색 외도라고 할지라도 경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아무리 초거대 외도라고 할지라도 백오십대에 이르는 전차가 쏘아대는 레일건에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뭐뭐뭐, 뭡니까? 저건!]]

박기원이 경악하며 입을 열었다.

“총 131발 명중. 적 실드 91퍼센트 남았어.”

“세긴 세네. 일단 전차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움직이자.”

로버의 단일개체의 파괴력이 물론 강력하긴 하지만 백오십발이 넘는 전차의 화력은 현재 로버가 발휘할 수 있는 화력보다 더 강력했다. 게다가 이쪽은 하루종일 포격이 가능했다. 델타폰에서 레일건을 위한 텅스텐탄자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둘 수 없습니다아아!]]

후우웅!

거대괴수가 전차들이 있는 방향을 향해 몸을 틀었다. 녀석이 걷기 위해서 한발을 떼었다.

꽈앙!

벼락이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거대괴수의 다리가 검은대지 안에 푹 빠져들어갔다. 그렇지 않아도 계속된 전투로 인해 지반이 약화 된 상태에서 엄청난 양의 충격이 대지에 전해지니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고 만 것이다.

“다행이군.”

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놈이 로버의 공격을 무시하고 전차들을 향해 달려가면 현재 준의 힘으로는 거의 막을 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건 승패와는 무관했다. 애초에 체급의 차이가 나도 너무 심하게 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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