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85화 (48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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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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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난김에 판매목록에 염동력을 올렸다.

-이 기술은 등록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시스템이 불가메시지를 날렸다.

-이유는?

-스탯관련 기술은 판매목록에 올릴 수 없습니다.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일반기술에 국한됩니다.

“염동력은 안되나 보네.”

“그래? 어쩔 수 없지. 있으면 편할 것 같긴 한데. 사실 그거 제법 부러웠거든. 그거만 있으면 손이 여러개인 것처럼 콘솔을 조작할 수 있잖아. 굳이 멀리까지 가서 직접 컨트롤 할 필요도 없고.”

“내 경우에는 정신력 스탯을 올리면 염동력이 나왔는데 너도 올려보지 그래? 40정도에서 나왔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고. 일단은 나도 마법사고 지능쪽에 올인한 상태라서.”

“하긴. 당장 정신력은 올려봐야 큰 이득은 없으니까.”

정신력은 주로 마법저항에 관련된 수치다. 물론 근성이라던가 이런 부분도 늘긴 하지만 가장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그쪽이었다. 그러니 보통은 직접 전투에 도움이 되는 힘이나 민첩 지능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뭐 다른 거 올릴 건 없을까?”

“공격기술은 올려봐야 의미가 없을거고... 보조계통 기술이 좋을 것 같긴 한데. 풍운보도 굉장히 쓸모 있었고.”

“아예 플라이 마법을 올릴까?”

“이동기는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아? 굳이 하나 더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서은설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풍운보도 이동기, 플라이도 이동기다. 겨우 두 개 올릴 수 있는 기술판매 목록을 둘다 이동기로 채우는 건 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천천히 생각해보자고.”

준은 그렇게 말하며 학교안으로 들어섰다. 갑작스런 방문인 만큼 무턱대고 엘라가 있는 교실로 쳐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준이 이 행성의 지배자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절차라는 게 있는 법이었다.

“누구십니까?”

현관문 안쪽에 있는 데스크에서 덩치좋은 경비원이 있었다. 외부인물을 일차로 거르는 역할이었다.

“아. 여기 엘라 알스버그라고...”

“학생 가족이십니까?”

“네. 제가 그 아이 아버지입니다.”

“네...?”

준의 말에 그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준의 나이는 여전히 십대 후반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델타를 얻은 뒤로 전혀 노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키는 좀 크긴 했지만 타고난 얼굴은 그대로였다.

“나가십시오. 여기는 아무나 들어오는 곳이 아닙니다.”

경비원이 데스크에서 나와 준을 밀어젖혔다. 준은 황당한 얼굴로 되받아 쳤다.

“아니. 여기는 학부모가 왔는데 이렇게 사람을 내칩니까?”

“학부모는 무슨.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너 몇 살이냐? 여기가 어딘줄이나 알고 그런 소리 하는거야?”

“어디긴 어디야 학교지.”

경비원이 막말을 하자 준도 화가 나 맞받아쳤다. 이런 대접을 받은게 몇 년만인지 모를 정도였다.

“여기는 프라이어 시티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들의 자제들이 다니는 곳이다. 너 같은 잡상인이 들어올 곳이 아니야.”

“내가 뭘 판다고 잡상인이래?”

준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서은설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웃음을 끅끅 거리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잡상인은 잡상인이지. 너 아무거나 막 팔잖아.”

“끙... 그거야 그렇지만.”

준은 서은설의 반응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델타폰에서 파는 것만해도 종류가 수천가지가 넘는다. 거기다가 여관주인이었던 밥 샤벗이 원거리 택배를 통해서 파는 물품들은 준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인정했으면 이제 그만 가봐. 괜히 실랑이 하다가 험한 꼴 보지말고. 아직 어린 것 같으니까 이정도로 끝나는 거야.”

경비원은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이정도면 알아서 가겠지 하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흠. 이거 어떡한다.”

엘라의 나이는 겉으로 보기에 십대 초반이다. 그런데 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자신이 아버지라고 하고 나타났으니 의심하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다. 비록 태도가 거슬리긴 했지만, 나름대로 일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하니 꼭 화를 낼문제도 아니었다.

“뭘 고민해. 전화한통하면 될거가지고.”

“아. 참 그렇지.”

준은 델타폰을 꺼내들었다. 갑자기 스마트패널을 꺼내드는 준을 본 경비원이 움찔 했다. 준의 태도가 너무나도 당당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바보라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뚜르르-

준이 전화를 걸었다. 괜히 교장에게 걸었다가 문제가 생기면 눈앞의 경비원이 불쌍해지니 대신 학교 진학상담실의 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학교에 입학시킬 때 번호를 받아둔 것이다.

간단한 통화를 마치고 나자 경비원이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저, 정말 학부모십니까?”

“기다려봐. 사람불렀으니까.”

쿵쾅쿵쾅!

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복도 끝에서 사람하나가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학부모를 주로 상대하는 상담교사였다.

“주, 준 알스버그님?”

그가 준을 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얼굴을 한 번 본적이 있기 때문에 굳이 설명을 추가로 할 필요는 없었다.

“엘라를 보러왔는데 여기서 막더라고요.”

“무슨... 이 정신나간 사람아! 이 분이 누구신줄 알고!”

“누, 누구신데 그러십니까?”

경비원이 완전히 위축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준 알스버그님 몰라?”

“그게 누구... 헉? 설마 그 준 알스버그님이십니까?”

“그럼 그분말고 누구겠냐! 넌 티비도 안보고 사는거냐? 어떻게 이분 얼굴을 모를 수가 있어!”

“그. 그... 그... 그게...”

경비원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적어도 이 란도넬 행성에서 준 알스버그의 이름은 왕이나 마찬가지다. 그에게 잘못보여서 죽어나간 사람의 수만 수천명이 넘는다고 들었다. 경비원의 머릿속이 하얗게 타올랐다.

쿵. 쿵.

“모,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제가 미처 알아뵙지 못해서... 제가 죽일놈입니다.”

경비원이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외쳤다.

웅성웅성.

“뭐야? 저기 왜저래?”

“몰라? 누가 높은 사람 왔나봐.”

“아. 나 저사람 알아. 티비에서 봤어.”

“누군데?”

“준 알스버그.”

“뭐어?”

학교 현관에서 이루어지는 소란에 근처를 지나던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준은 곤란한 얼굴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어... 이렇게 까지 될거였나?”

“대체 악명을 얼마나 쌓은거야?”

“그럴 리가. 내가 얼마나 잘 했는데... 이건 좀 억울한 면이 있다고.”

준이 란도넬 행성을 점령한 이후 한 정책들은 전부다 행성에 도움이 되는 일들이었다. 마약에 쩔어서 살던 중독자들의 상당수를 구제해냈고, 동시에 마약산업 전체를 들어냈다. 거기다가 엘라의 도움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치안도 예전에 비하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끌어올린 상태였다.

그런데도 아직도 준에 대한 이미지는 공포로 각인이 되어 있었다. 헌터 반란군 수천명을 단독으로 깨부순 것이 아직도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아빠!”

그때 계단위에서 엘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웅성거리던 학생들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놀라울 정도의 침묵이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연락이라도 하고오지. 갑자기 와서 놀랐잖아.”

“내가 여기 온건 어떻게 알고.”

“검둥이가 아빠가 근처에 있다고 해서 얼른왔지.”

“그놈은?”

“아지트...가 아니라 부실에서 자고 있어.”

“부실?”

“아하하. 그냥 학생답게 학생다운 활동을 조금 하고 있달까...”

뭔가 중요한 것을 감추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딸의 비밀을 캐러온 것이 아니라 그냥 지구로 가기전에 얼굴을 보러 온 것이다.

“그런데 아직 한달도 안됐는데 왜 벌써왔어? 어? 작은엄마도 왔네?”

“너 사고쳤지?”

서은설은 이미 눈치를 깐모양이다. 엘라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 아닌데요?”

“그런데 왜 갑자기 쟤네가 다 꿀먹은 벙어리가 된거야?”

서은설은 쥐죽은 듯이 가만히 있는 학생들을 가리켰다. 절반 정도는 슬금슬금 도망친 상태였고 나머지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 상태였다.

“아이참. 내가 무슨 사고를 쳤다고. 안그러니?”

엘라가 다른 학생들을 향해 입을 열자, 학생들이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습니다. 엘라는 무척이나 선량한 학생입니다.”

“절대로 나쁜 짓을 할 학생이 아닙니다.”

“좋은 친구에요.”

“항상 밥도 같이 먹습니다.”

마치 대사라도 읽는 것 같은 부자연스러움이다. 하지만 엘라는 거보란 듯이 가슴을 탕탕 치며 입을 열었다.

“봐. 맞지?”

“하아. 내가 널 이렇게 키우진 않았는데... 부실이 어디야? 거기부터 가야겠다.”

서은설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엘라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하하. 부, 부실 말이죠? 어디였더라...?”

“눈알 굴리지마. 루나언니에게 말하는 수가 있어?”

“...잘못했어요.”

준은 서은설을 보며 내심 감탄했다. 엘라는 자신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없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서은설의 말은 잘 듣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루나도 무서워 하긴 했다.

“결국 내가 문제였나...”

“뭐가요?”

“아니... 너도 그렇고 루나도 그렇게 엘라를 잘 다루는 거 같아서. 내말은 잘 안듣거든.”

“네가 너무 막 키우는 거야. 엘라가 몇 살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많이 배우겠습니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학생들과 경비원을 두고 상담교사와 함께 엘라의 부실로 향했다. 학교 뒤편에 있는 작은 창고였다.

“그럼 전 여기서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해야할 업무가 있어서요.”

“그러세요.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네. 부디 너무 노여워 하지 않으시길...”

“네? 그게 무슨.”

“아무것도 아닙니다.”

상담교사는 거기까지만 말하고 나타났을 때처럼 빠르게 사라졌다. 대체 무슨일인가 싶었지만 그 의문은 창고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금방 알 수 있었다.

준의 청각에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여기 뭐가 있는거야?”

창고문을 열자, 학생들의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거의 클럽을 방불케 하는 소음에 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창고는 바깥에서 보면 평범한 공구창고였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보니 지하로 내려가는 큰 계단이 있었고, 그 계단 아래 넓은 지하공간이 따로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백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바글바글하게 모여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하공간 한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링을 쳐다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링위에서는 격투가 한창이었다. 글러브를 끼고 있긴 했지만 애들 장난 수준이라고 보기엔 상당히 격렬했다.

“쟤네 지금 뭐하는 거야?”

준이 황당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검둥이 이리 튀어나와.

“왔습니다요.”

검둥이가 번개같은 속도로 튀어나왔다.

“애들 다 내보내는데 1분 줄게. 실시.”

“실시!”

검둥이는 정말로 1분 안에 학생들을 죄다 내보내고는 빠르게 실내를 정리했다. 탁하던 내부공기도 에어컨디셔너를 풀로 돌리자 금방 쾌적해 졌다.

“준이다아!”

시미가 나타나 준에게 덥썩 안겼다.

“요번에는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잠깐 여행 좀 가려고.”

“어디가는데요? 저도 갈래요.”

“잠깐 그전에... 너희들 대체 여기서 뭘하고 있던거냐?”

“사정을 설명하자면 깁니다.”

“짧게 말해.”

“불량학생들 모아서 교화중이었습니다.”

“뭔소리야?”

검둥이가 설명을 시작했다. 엘라는 내내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앉아 있었고 시미는 준의 목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베스커빌 중학교에 있는 일진들을 모아서 싸움을 붙였다가 나중에는 그게 연합조직으로 커졌단 말이야?”

“그,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다보니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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