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듀스 나노머신-82화 (82/124)

< 청춘을 즐겨라 (2) >

두바이 국제공항.

아랍에미리트 연방을 구성하는 7개국 중의 한 나라로, 페르시아 만 남동쪽 해안에 위치한 아랍에미리트의 최대 도시. 면적 4,1114km2 인구는 210만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 22위로 중동 지역도시에서는 최고 순위를 자랑한다.

“으아, 드디어 도착이다.”

11시간의 비행 끝에 공항에서 나와 기지개를 피자, 고온 건조한 열기가 깊숙이 폐 속을 찔렀다.

두바이의 6월 날씨는 최저기온 26도, 최고기온은 39도를 육박한다는데, 체감 온도는 한 45도쯤은 되는 것 같다. 숨이 턱턱 막혀온다.

할딱거리며 콧구멍에 숨을 불어넣고 있는데, 나 피디가 웃으면서 다가왔다.

“자, 이제 여기서 안대를 착용할게요.”

“네? 무슨 안대요?”

“여기서 시작하시는 게 아니라, 특별한 두바이 여행을 위해서 출발 지점을 따로 생각해둔 곳이 있어서요.”

“그런데 안대는 왜 써요?”

“여러분들을 깜짝 놀라게 해드리고 싶어서요. 일단 써보세요. 여기서 안 멀어요. 금방이에요.”

나 피디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를 쳐다보는 시선에 불신의 감정들이 꼬리 잇는다.

갑자기 안대를 착용하라니, 수상해도 너무 수상하잖아.

예능에서 보는 익숙한 그림. 뭔가 깜짝 놀랄만한 엄청난 걸 준비한 것 같은데······.

좀 수상쩍긴 하지만, 뭐. 여기까지 왔는데 프로그램 특성상 안한다고 버틸 수도 없지. 우리는 순순히 안대를 착용하고, 양옆에 덩치 좋은 남자스텝에 들리듯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10분쯤 이동했을까? 어디선가 지진 울리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더니, 뭔가 굉음을 내뿜는 곳에서 차가 정지했다.

쿠콰콰콰콰콰.

차 문을 열자 굉장한 굉음이 바로 옆에서부터 들려온다.

귀청 찢어지겠네.

어디선가 익숙한 소음이다 싶어서 생각해보니 프로펠러 소리다.

응? 프로펠러?

“어? 저희 헬기 타요?”

귀를 쫑긋거린 장요한이 소리쳤다.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악쓰다 시피 질러댄 소리가 거의 묻혀 들려온다.

“네.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하실 거예요. 자 다들 올라타세요!”

나 피디의 말에 안대를 착용한 채 양옆에 덩치 좋은 스텝들의 어깨에 의지한 채 헬기위로 올라탔다. 뭔가 단단한 게 허리춤을 옭아맨다 싶더니, 안전벨트였다.

“출발 합니다!!!”

헬리콥터가 떠오르는 기분은 비행기와는 차원이 틀렸다. 말 그대로 발위가 붕 뜨는 그런 느낌.

얼마나 날았을까? 눈을 가리고 있으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감이 오질 않는다. 대략 10-20분정도쯤 지났다고 생각했을 때 헬기가 서서히 하강을 시작했다.

느낌이 꼭 놀이기구 타는 기분이다.

여전히 안대를 쓰고, 바닥에 발을 내딛었는데, 뭐가 발밑이 푹푹 꺼진다. 운신이 자유로워지고, 안대를 벗는 순간. 펼쳐진 광경 앞에 우리는 턱을 길게 내뺐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지? 상상했던 그림은 결코 아니다. 아니, 상상도 못했다. 설마 이런 식으로 시작을 할 줄이야.

“여기가 어디에요?”

앞, 뒤, 옆. 아래. 주위가 온통 사막이다.

옆에는 사륜구동 차 두 대가 세워져 있다.

어느새 헬리콥터 위에 올라탄 나 피디가 크게 소리친다.

“그러면 여러분 무사히 생존해주세요. 저는 조금 있다가 뵐게요!”

“어어······?”

하는 순간 헬리콥터가 떠올랐다. VJ 두 명과 현지인으로 보이는 남색조끼를 입은 사내 한 명을 덩그러니 내버려두고.

점점 멀어져가는 헬리콥터를 보면서 이게 꿈인가 싶었다.

이렇게 황당할 수가. 닭 쫓던 개 심정이 뭔지 이제야 알겠네.

“뭐에요. 이게?”

“여기가 스타트 존입니다. 차를 이용하셔서 이곳을 탈출하시면 됩니다.”

VJ 두 명이 짠 듯이 웃고 있다. 넋 놓고 있는 멤버들을 정신없이 찍고 있으면서.

이 모습 찍자고 그 쌩쇼를 했구나.

옆에 세워져있는 차를 쳐다봤다. 사전에 미리 섭외를 해놓은 차량인지 내부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다.

“어, 근데 우리 중에 운전할 수 있는 사람 있나?”

노아의 물음에 VJ의 입 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악령 퇴치하는 퇴마사마냥 음흉한 웃음을 짓더니, 뭔가를 품속에서 꺼내 내민다. 부적인줄 알고 보니, 영어로 된 서류다.

“국제운전면허증입니다. 운전면허증이 있는 사람이 최강민씨 밖에 없길래 최강민씨 것만 발급받았습니다. 앞으로 이동하실 일이 있으면 최강민씨가 운전하시면 됩니다.”

불현 듯 한 달 전 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차조영 실장이 국제운전면허를 만들어놓는 게 좋겠다고 운운하더니, 이걸 위한 떡밥이었구나.

귀띔이나 좀 해주지.

그런데 이건 좀 곤란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면허증은 그냥 신분증 대용이다.

면허 딴 이후로 한 번도 차량을 운전해본 적도 없는데. 갑자기 사막 위에서 사륜구동을 몰라고 하다니. 그것도 수동차를.

물론 주위가 허허벌판이라 사고 날 염려도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제가 있잖아요.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맞다. 영삼이가 있었지.

“그리고 이거.”

VJ한명이 입술을 핥으며, 손톱만한 걸 내밀었다. 뭔가 싶어 봤더니 유심칩이다.

“숙소도 잡고, 지도도 보고 하시려면, 데이터가 필요할 것 같아서 드리는 겁니다. 200M짜리입니다.”

“인원은 다섯 명인데 왜 한 개만 주세요?”

“그러니까 아껴서 써야죠. 최소한의 검색만 하시면 4일 동안은 충분히 쓸 겁니다.”

질문에 어처구니없는 답변이 날아들었다.

인터넷 중독자 장요한이 하루 쓰는 데이터가 300M인데, 이걸 4일 동안이나 쓰라고? 그것도 다섯 명이 다 같이?

모두가 넋을 놓고 있을 시점, 잠깐 머리를 굴렸다.

아무래도 안대를 착용시키고, 헬리콥터라는 값비싼 이동수단을 사용해서 사막에 떨어트려놓은 게 멤버들과 내가 멘붕 상태서 우왕좌왕하면서 고난을 헤쳐 나가는 뭐, 그런 모습을 찍고 싶었나보다.

사실 상황만 놓고 보자면 이만한 떡밥도 드물 거다. 얼마나 원초적이고,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상황인가? 나 피디 제작의 꽃보다 미남이라면 화제성은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으니, 티저 영상으로 만들어 뿌리면 시청자들의 반응은 엄청날 거다. 기본 빵 이상은 하겠지.

음.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한다?

“형, 우선 일단 나가요. 여기 너무 더워요!”

“배고파요. 일단 밥부터··· 이럴 줄 알았으면 기내식 배불리 먹어두는 건데!”

불평이 하나, 둘 쏟아진다.

11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곳이 사막 한 가운데라니, 당연하다. 멤버들 중 그 누구라도 이런 여행일거라곤 생각도 못했겠지.

현재 온도가 36도라는데, 체감온도는 벌써 40도를 넘어섰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린다.

“일단 타. 여기 벗어나고 생각해보자.”

손짓을 했더니 멤버 넷이 쪼르르 차위로 올라탄다.

VJ 두 명도 서둘러 다른 차에 탑승했다.

혹시나 하고 에어컨을 켜봤는데, 작동이 안 된다. 이것도 안 되게 손봐 논건가?

“형, 근데 길은 알아요?”

손으로 땀을 닦아내던 장요한이 물었다. 유심칩은 멤버들의 의견을 수렴해 김태현이 사용하기로 했다. 내가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형, 여기가··· 어, 사하라 사막이래요. 두바이 사막 치니까 나오는데요? 혹시 두바이에 여기 말고 다른 사막도 있어요?”

“여기밖에 없을 걸?”

그사이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본 김태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동을 걸고 클런치를 밟고, 1단으로 기아를 바꿔 넣었다. 악셀을 슬쩍 밟자, 차체가 떨리며, 듣기 좋은 배기음소리가 웅웅- 퍼진다.

그걸 애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형. 방금 마치 카레이서 같았어요!”

나는 웃으면서 차를 출발시켰다. 뒤로 VJ를 태운 차량이 바싹 쫓아온다.

어차피 자유여행이니, 가장 빠른 루트로 사막을 벗어나서 음식점부터 찾을 생각이다. 물론 그 다음은 묶을 만한 숙소도 찾아봐야겠지만.

“태현아, 아까 돈 세보니까 총 얼마라고 했지?”

“3500디르함이요. 검색해보니 한국 돈으로 약 100만 원 정도래요. 그런데 형, 여기 물가 겁나 비싸요. 서울보다 18%정도 더 높대요.”

이 양심도 없는 사람들 같으니라고.

3박4일 일정인데, 100만원으로 다섯이서 모든 걸 다 해결하라는 거야? 그러면서 돈을 넉넉하게 준비했다고, 하고 싶은걸 다 하라고 뻥을 쳐?

이렇게 되면 하루 써야 될 예산이 대략 하루 25만 원꼴인데, 서울보다 물가 비싼 나라에서 인당 5만원가지고 식사, 숙박을 포함해서 모든 걸 해야 할 판국이다. 여행에 필요한 물품은 고사하고, 갈아입을 옷도, 세면도구 하나도 없다. 미치겠네 정말.

이러다가는 궁상이란 궁상은 죄다 떨면서 최저가만 찾아 전전긍긍하다가 돌아가야 할 지경이다. 어쩌면 식사는커녕 길거리에서 핫도그 같은 거나 실컷 사먹다 돌아가야 할지도 몰라.

-영삼아. 이 근방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가 어디야?

-가장 저렴한 숙소로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인터넷 최저가 5인기준 12만원입니다. 호텔가격도 안내해드릴까요?

-호텔은 무슨. 일반적인 식당에서 밥 한 끼 사먹으려면 얼마나 들어?

-메뉴마다 천차만별인데, 가장 저렴한 길거리 음식은 샤와르망인데, 4디르함(1200원정도)정도 합니다. 패스트푸드 햄버거 세트는 15디람(4400원정도), 저렴한 일반 식당은 평균 25디람(7250원)원정도 선입니다. 전반적인 정보들은 제가 수집된 데이터를 현지 시세에 맞춰 동기화 시켜드리겠습니다.

순간 뭐가 머릿속 안에서 번쩍하는가 싶더니, 사라졌다.

그리고 머릿속에 여지껏 없었던 두바이에 대한 정보들이 속속 떠오른다.

그걸로 계산을 이리저리 맞춰봤는데, 이러다가는 진짜 길거리에서 케밥만 사먹다 돌아가야 될 판국이다. 관광객들이 두바이에 와서 주로 먹는 대표적인 메뉴들의 가격은 50디르함에서 100디르함 선인데(1.5만원-3만원), 이런 것은 엄두도 못 내겠다.

그래도 생애 첫 여행인데, 지지리 궁상만 떨다가 돌아가야 한다니 그럴 수는 없지.

-뭐, 좋은 방법 없을까?

-숙박에 관한 거라면 좋은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만.

-좋은 방법? 그게 뭔데?

-사막에서 동남쪽으로 계속 가시다보면, 그랜드 렛다트 호텔이 나옵니다. 그곳 호텔에서 매년 비수기시즌 때 여러 가지 행사이벤트를 하는데, 때마침 오늘 오픈 20주년 기념으로 천 번째 들어오는 팀에게 스위트룸 1박2일 권을 제공합니다. 거기에 당첨되시면 숙박을 비롯한 식사까지 모두 무료로 제공 받으실 수 있습니다.

-스위트 룸?

눈이 번쩍 뜨였다.

-우리가 거기 당첨될 가능성은?

-지금부터 부지런히 가면 시간에 맞게 갈 수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악셀레이터를 냅다 밟았다.

부우우우웅.

출발하기가 무섭게 지면의 울퉁불퉁함이 고스란히 엉덩이로 전해져온다.

누가 꼭 묵직한 망치로 엉덩이를 계속 때리는 것 같다.

“우왓, 우왓, 우왓.”

애들 입에서 비명소리가 계속 터져 나왔다. 슬쩍 쳐다보니 애들 얼굴이 전부 하얗게 질려있다. 꼭 어두운 밤에 귀신이라도 본 듯 한 표정이다. 애들이 아우성이 친다.

“형형, 조금만 천천히 가면 안돼요?”

“저, 토할 것 같아요. 우웩.”

“야야, 여기서 토하면······. 비닐봉지, 비닐봉지!”

“여기, 여기!!!”

보조석에 탄 김태현이 용케 글로브박스 속을 뒤져 비닐봉지 비슷한 걸 꺼낸다.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다. 뒤따라오던 VJ도 당황한 표정이다. 너무 빨리 달아나니까 촬영은커녕 따라오기에도 급급했다.

거의 무슨 쇼생크 탈출 급으로 사막을 빠져나가고 있으니, 이게 뭔가 싶겠지.

‘미안, 애들아. 그래도 좀만 참아! 스위트룸이 공짜라잖아!’

설명할 수가 없으니 속으로만 외쳤다.

클런치를 밟고, 재빨리 4단으로 기아를 밀어 넣은 내 발이 다시 한 번 악셀레이터를 꾸욱 눌렀다.

< 청춘을 즐겨라 (2) > 끝

ⓒ 윤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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