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스트 팬데믹-302화 (302/323)

302화 분열 (1)

“잡아!”

이번만큼은 대통령도 놀랐다.

당황했다고 해야 할까?

총 든 병사들이 외팔이 하나 못 당해 낼 줄 누가 알았나.

헌데…….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심지어 김선태는 육중한 창문을 박살 내고서도 전혀 망설임 없이 내달렸다.

어물거리고 있던 차량을 빼앗아 밟아 나갈 때까지도…….

전혀 막힘이 없었다.

“네!”

해서 오히려 이쪽이 느렸다.

대통령도 당황했는데 당사자들은 어떻겠나.

얻어맞은 것들이야 숫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머지 또한 그렇게 엉망이 된 동료와 박살 난 창문을 보면서 어리둥절해하고 있었고.

뒤늦게 달리기 시작했지만, 그런다고 해서 거리가 좁혀지는 일은 없었다.

“서대문 쪽 병력에 알려! 김선태는 반역자라고!”

“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해야 할 일을 놓치거나 하진 않았다.

대통령은 조금 늦긴 했어도 조치를 취했다.

어차피…….

서대문 병력.

즉 김선태의 추종자들은 버려야 하지 않겠나?

그렇지 않아도 찜찜해하고 있었는데, 김선태가 해답을 준 셈이었다.

이번 일은…….

‘어찌 보면 잘됐지.’

세브란스와 농경지가 털린 걸 말하는 건 아니었다.

그건 어떻게 생각을 해 봐도 뼈 아픈 손실이었다.

정신 승리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김선태가 달아난 것은…….

이건 괜찮았다.

명분을 주니까.

부우웅

농경지가 날아갔고 또 그곳을 경작하던 노예들이 도망가긴 했지만, 어찌 되었건 여태껏 모아 둔 보급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더군다나 청와대에 상주하는 인원들은 어마어마한 훈련도를 자랑하는 인원들이지 않겠나?

말 그대로 순식간에 수많은 병력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의 방비를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었다.

수비 병력은 충분히 남겨 두었다.

서대문 병력이 적지 않음에도 이게 가능한 것은, 주변 병력을 모을 수 있기에 그랬다.

애초에…….

이제 개념이 달라져야 하지 않겠나.

‘노예 없이 부대를 다 운영하기는 어려워.’

대통령은 이미 마음속으로 정리할 부대와 그렇지 않아도 될 부대를 나눈 지 오래였다.

시기의 문제가 될 텐데…….

그 시기조차도 아마 김선태를 정리하면 즉시일 터였다.

다른 변수가 없다면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흐으음…….”

변수가 없을까.

완벽한 계획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박살 난 참이었다.

딱 자신의 세력 말고는 이 한반도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수 있는 순간에…….

정체불명의 단체에게 기습을 당해 버렸다.

그 단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안에 있나.’

습관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

대통령의 의심의 칼끝은 당연하다는 듯 밖이 아닌 내부로 향했다.

시기가 교묘하다는 등, 접근이 불가한 곳이 당했다는 등 여러 가지 핑계가 있긴 했지만…….

가장 커다란 이유는 역시 이제까지 있었던 내부 분열이었다.

상당수는 사실 대통령 본인이 조장했거나 또는 과장한 것들이긴 했다.

왜?

아무리 라드라는 강력한 적이 있다고 해도 내부를 지속해서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비난할 놈들이 계속 필요했다.

아무리 봐도 세상이 이 모양 요 꼴이 된 데에는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겠지만 그건 싫지 않겠나?

해서 다른 놈들을 계속 내몰았다.

‘원한 있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지.’

그것도 지금 정부를 이루고 있는 권력자들의 계파를 돌아가면서 내몰았다.

그것이 공평하지 않겠냐는 말을 하면서였는데…….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은 단 한 번도 내몰린 적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표면적으로야 김선태를 자르면서 대단한 희생을 한것으로 보였겠지만, 알 사람은 다 알았다.

‘흐음…….’

어떤 놈이지……?

설마, 삼청동?

그쪽 군의관들, 그리고 군인들과 연구원들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물갈이를 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김조은마저도 세브란스로 돌렸고, 박원상이야 애초에 나가리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그들은 삼청동에 완전히 갇혀서 지내고 있었기 떄문이었다.

단 한 번도 대외적으로 주목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핵심 연구에서 배제되었나?

오히려 그걸 선도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비록 개인적인 역량이 부족해 김조은이나 박원상 또는 외부의 아이디어 또는 연구 결과들을 참고로 한 연구만 진행했지만…….

‘흐음.’

거기까지 진행했던 대통령의 사고가 툭 하고 튀었다.

‘개자식들…….’

그 외에 의심 가는 이들이 너무 많아서 그랬다.

한둘이겠나.

청와대에 따로 부대를 마련한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까지 했던 일들이 오히려 역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대통령에게 원한이 있는 이들이 너무 많았다.

“멈춰! 안 멈추면 쏜다!”

끼이익

그 시각, 김선태는 아무렇게나 운전해서 서대문 경찰서에 도착했다.

아마 행인이나 지나는 차들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100% 사고가 났을 터였다.

너무 다급하게 몰아서도 그렇지만, 라드의 특성 때문이기도 했다.

시신을 봤을 때도, 피를 봤을 때도 그랬지만…….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상상도 하지 못할 수준으로 들끓었다.

분명 처음엔 합리적인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소, 손들고 나와!”

헌병의 말에 김선태는 문짝을 부술 듯한 기세로 열어젖히고 나왔다.

그 모습을 본 헌병은 곧 아연해졌다.

“그…… 장군님?”

“대통령을…… 죽여야겠다…….”

“네?”

해서 물어봤다.

그랬더니 이상한 답이 들려왔다.

아니, 말만 이상하게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이상했다.

‘눈이 왜 저래……?’

핏발이 잔뜩 선 얼굴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본능적인 공포와 혐오를 불러일으킬 지경이었다.

아마 사태 초기였으면 그저 당황하고만 있었을 터였다.

아니, 훈련도가 부족했거나 현장 경험이 부족한 병사였어도 그랬을 터였다.

상대가 누군가.

김선태이지 않은가.

말 그대로 정부군의 중추이면서 동시에 그가 지금껏 직속으로 따르고 섬겨 왔던 사람이었다.

‘라드……?’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병사는 이 기이한 느낌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한 번에 알아먹었다.

“머, 멈춰!”

“무슨 소리냐……. 나 김선태야!”

“시발 멈춰!”

이내 총을 겨누고 외쳤다.

김선태는 가소롭다는 얼굴이었다.

이를 딱딱 부딪치면서였다.

여러모로 라드의 특성이었다.

대화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조차 충동성을 완전히 다스리지 못하는 모습.

그리고 그 충동성은 대개 공격성을 띠고 있기 마련이었다.

때문에 이제는 병사 하나만이 아니라, 옆에 있던 병사까지 덩달아 총을 들었다.

“니들 뭐 하는 거야!”

“하지만…….”

그러자 뒤에 있던 장교 하나가 뛰어나왔다.

자타공인 김선태의 개였다.

진짜 충신이었던 이는 이미 라드가 되어 버린 지 오래였지만, 김선태의 부대 장악력은 상당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한둘이 아니었다.

“장군님! 무슨 일이십니까?”

그 장교를 보면서도 김선태는 분노를 잘 조절할 수 없었다.

허나, 이성이…….

인간일 적에도 감정을 억눌러 왔던 습관이 상황을 그나마 냉정하게 쳐다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해서 장교가 아닌 차량을 내리칠 수 있었다.

부우우웅

그리고 뒤따라오는 다른 차량들.

즉 청와대에서부터 자신을 잡아 죽이기 위해 출발한 것들을 확인하자마자 급히 입을 열었다.

“대통령이…… 우리를 버렸다.”

“네? 그게 무슨…….”

“도망간 노예 대신! 우리를 노예로 삼으려고 해!”

“이런 미친놈들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장교는 지금까지 내내 사람 같지 않은 일을 해 온 사람인 만큼, 사람 같지 않은 적에 대한 이해도도 풍부했다.

덕분에 바로 무슨 말인지 알아먹고는, 뒤따라 오는 차량을 가리켰다.

이제 상당히 가까이 와 있었다.

“저 새끼들입니까?”

“그래! 막아!”

“네! 너희들! 일단 쏴!”

“어…….”

“쏴! 귀 먹었어?”

“어, 네!”

병사들은 김선태가 라드 같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여길 버렸다면 그것도 급한 일 아닌가.

게다가 너무 오랜 세월 군인으로 살아왔다.

구체적인 명령이, 심지어 적이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 내려와 버리자 몸이 먼저 움직였다.

타타타타타타타

상대에 대한 명확한 확인도 없이 총탄이 날아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금 의심이 들긴 했지만, 총탄이 날아오자마자 바로 차가 멈추고 대응 사격을 해 오는 것을 보자 확신이 되었다.

대통령이 여길 버렸고, 이쪽의 인원들을 노예로 삼으려 한다는 건 사실일 가능성이 컸다.

“방어해! 이 개새끼들……!”

김선태의 말에 따라 장교 몇몇이 부대를 이끌고 수비에 나섰다.

아까 총질하던 병사들은 이미 고인이 된 지 오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응이 허술한 것은 아니었다.

제일 먼저 멈췄던 차량은 벌집이 되었고, 안에 있던 이들도 싹 죽었다.

그렇다고 해서 수비 측이 유리한가?

그럴 수는 없었다.

서대문 경찰서는 애초에 대규모 병력이 숙소로 사용하기에 용이하고 또 사무실들이 있어 썼던 곳일 뿐, 방어에 용이한 곳은 아니었기에 그랬다.

슈우웅

무엇보다 이곳엔 중화기가 없었다.

그에 비해 한강 이북에서 경계를 맡고 있던 부대들은 중화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걸 이송할 차량이 부족해 몇 개 오지 못했다는 점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경찰서 하나 무너뜨리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었다.

“망할! 씨이발!”

김선태는 한쪽 벽이 박살 나 날아가는 걸 보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그제야 그 주변을 지키던 장교는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모시던 장군, 김선태는 결코 이런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빈말로도 좋은 사람이라 할 수는 없는 사람이지만…….

뭐라 할까.

점잖게 잔인한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

절대 이런 식으로 자기감정을 함부로 표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약해 보이지만 대외적으로 병사들도 불안해지지 않나.

“자, 장군님. 심정은 이해하지만…… 컥.”

해서 말리려는데 주먹이 날아들었다.

외팔이에 나이도 든 사람이 어찌나 힘이 센지, 딱 한 대 맞았음에도 숨쉬기가 어려웠다.

“닥쳐어어어!”

“큭…….”

김선태는 본능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라와!”

부하들은 아직 싸우고 있는데 도망을 궁리하고 있단 말이었다.

딱히 부끄럽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처음이 아니니까.

게다가 이젠 사람도 아니지 않나.

“어, 네!”

당황한 나머지 병사들이 이내 김선태를 따라 움직였다.

콰아앙

그사이에도 벽면을 때리는 폭탄과 비명과 총성이 어지럽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김선태는 간신히 트럭에 올라, 외쳤다.

“빠져나간다!”

“네? 수비는……?”

“이미 틀렸어! 여긴…… 막을 수 없다! 다른 부대에 알려야 해! 절반 이상은 노예로 전락할 거야!”

“아…… 네!”

소음과 피 특히 비명이 김선태의 귓가 깊숙이 꽂히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저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

과연 김민수가 탐내던 인재라고나 할까.

아니, 라드라고 하는 것이 옳을 터였다.

“자, 장군님! 이제 어디로……? 어? 억!”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고 지속되긴 어려웠다.

간신히 트럭을 타고 어설프게 형성되어 가던 포위망을 뚫고 나와 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김선태는 본능에 잡아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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