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51화 (52/326)

051화. 영화 한 편 찍어보죠

- [현황 중계] FWX가 호넷 쌉바르는 중

ㄴ 말이 됨?

ㄴㄴ 니 경기 안봄?

ㄴㄴ 안봤으면 말을 마세요ㅋㅋㅋㅋ

ㄴ 근데 호넷이 은근 FWX랑 상성 안좋지 않나? 특히 바텀

ㄴㄴ ㅇㅇ 밸류 차이 약간 나긴 남

ㄴㄴ 세자 걔 옛날에는 동최원이었음

ㄴㄴ 그들만의 리그ㅋㅋㅋㅋ 그님순?

ㄴ 밥먹고 왔더니 이기고 있네요^^

ㄴㄴ 술술 잘 넘어간다~~

ㄴㄴ 밥이 넘어가냐?

ㄴㄴ 호넷 잘가고

ㄴㄴ 하위권 새기들 기싸움 오지네ㅋㅋ

ㄴ 조합 존나 칼바람이던데ㅋㅋㅋㅋ 랜덤픽 박음?

ㄴㄴ 그걸로 어캐 이김?

ㄴㄴ 몰?루 AP 키이사 하나보지

ㄴㄴ 그거 관짝 갔음; 그런걸 프로에서 한다고? 미드 키이사임? 아님 진짜 칼

바람?

ㄴㄴ아니 AP 키이사 하고있다는 게 아니라

ㄴㄴ ㅂㅁㄱ

ㄴㄴ ??? 그러니까 지금 특별 경기 중이라는 거임?

ㄴㄴ 아 그냥 니가 경기를 틀어서 봐 좀

#

“상황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굴러가버렸죠?”

“아까까지만 해도 르블란에게 맞으면 허리가 휘던 세주아리인데! 이제 눈을

똑바로 뜨고 있죠! 쳐 봐, 쳐 봐! 야, 간지러워. 좀 더 힘껏 쳐 봐!”

“이게요, 노틸과 세주아리가 같이 돌아다니니까 너무 무서워요! 한 덩치 하는

친구들입니다!”

“이 큰 친구들이 서로 어깨를 막 비비면서 돌아다니잖아요! 여기 길이 너무

좁은 거 아닌가요?”

“사이언도 어디가서 덩치로는 밀리지 않는 챔피언인데! 사이언이 은퇴한 레슬

링 선수라면 이쪽은 현역이에요! 꽝 맞붙으면 어깨가 빠질 것 같아요!”

리싱의 주도적인 움직임 아래 꾸준히 덩치를 불린 문봉구는 다른 챔피언이 되

어있었다.

“FWX에 발을 묶을 수 있는 CC기가 너무 많아요! 호넷 입장에서는 뭐하나 끊어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키이사의 킬 캐치 능력이 빛을 발합니다!”

“형. 여기 비예고 있다. 만년서리.”

“날아가는 중!”

“아아아아! 비예고가 끊기고 맙니다! 리산, 세주, 노틸! 누구를 만나도 꼼짝

없이 당할 수 밖에 없어요!”

김예성의 리산드리와 곽지운의 키이사는 속박기와 궁극기로 어시스트와 골을

내고.

“리싱은..”

“독하네요. 아주 지독합니다.”

“바젤 선수가 블루를 언제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

권건은 팀원의 특별 오퍼를 수행해주는 여유까지 보이고 있었다.

“세모야! 쟤 좀 어떻게 막아 봐. 너무 선 넘잖아. 왜 블루에 집착하지?”

“스킬 쿨 빨리 돌리려고?”

“개소리 하지 말고. 나 블루 필요하다고!”

“근데 리싱이 손에서 통배권 같은 거 쏘는 데 어떡해. 줄 건 줘.”

“줄 건 줘는 무슨 줄 건 줘야! 어떻게 대각선이라도 안되냐?”

“좀.. 넘어간 것 같은데. 하.”

“누구 하나 끊어봐, 이거 아, 이럴 게임 아닌데.”

첫 번째 세트까지만 해도 여유를 가지고 있었던 호넷 선수들은 얼굴이 굳었다.

순위가 높은 서부 강팀에게 지는 건 그래도 괜찮다.

호넷은 원래도 동부권이니까.

이 안에서만 잘하면 어떻게든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FWX에게는 아니다.

잡을 만한 팀에게 져버리면 다음 대진이 더 부담스러워진다.

“형. 걸어볼까?”

“애매한데? 저기 CC 너무 많아.”

“여기서 더 가도 답 없을 것 같은데. 세주 어떻게 잡냐 저거? 돼지 됐잖아.”

“존나 탱챔들 말도 안된다 진짜. 왜 칼리로 안 뚫림? 배인할 걸 그랬나.”

“하고 싶은 말 오억 팔천갠데 말 안하기로 함.”

“바론 먹고 어떻게든 시간 벌면서 운영해보자. 그거밖에 답 없다.”

호넷은 몰래 바론을 계획했다.

사이드로 사이언을 보내 약점을 노출하며 시선을 끈다.

최대한 티나지 않게 노력해가며 둥지 근처의 시야를 딴다.

“바론 갈 것 같아요.”

하지만 권건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

그리고 한 명 더.

“그런 거 같드라. 이거, 사이언이 처맞는 사이즈가 절대 오리지널이 아니여.”

“뭐가 다른 건데.”

“맞아 본 사람만 아는 것이 있어. 원딜이나 하는 형은 몰라.”

FWX의 조합은 섣불리 바론을 치기 어려웠지만 호넷은 다르다.

칼리스터라면 충분히 몰래 바론을 노려볼 만 하다.

FWX가 사이언에게 더 이상 시선을 뺏기지 않고 바론을 향해 출발했지만.

그 사실을 알고도 이미 바론의 관성에 끌려들어간 호넷은 뒤로 뺄 수 없었다.

“이거.. 좀 위험한 것 같은데요!”

“도박수입니다, 호넷! 하지만 FWX가 속아주질 않네요! 사이언을 던져줄 생각

이었던 것 같지만 FWX 입장에서는! 사이언이 맛이 없죠!”

“이제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호넷! 먹어야 합니다. 빨리 먹어야만 해요! 타

임 어택이 있거든요! FWX가 접근합니다!”

“으아아아아! 스틸! 스틸! 스티이일!”

“하나, 둘, 셋 하면서 창을 뽑았어야 했는데!”

“조금 일찍 뽑았어요! 리이이이이이싱! 권건 선수가! 이걸 또!”

“이걸 또!”

- 이걸 또!

- 또걸 이!

- 강타 싸움 개 잘하고;;

- 존나 잔인한 놈

- 협곡이 다 니꺼야?

- 블루 처먹을 때부터 예상햇다 도둑놈새기

- 호넷 애들 우냐? 칼리를 들고 바론을 뺏기네ㅋㅋㅋ

- 몰바는 성공하는 꼴을 못봄ㅋㅋㅋㄹㅇ바론은 질병이다ㅋㅋㅋ

- 기바오ㅋㅋㅋㅋㅋㅋ

- 갓벽한 게임이네요 ^오^

- 개조와;;;; 머야;;;;

“권건 선수가 바론을 스틸합니다! 호넷, 쫄딱! 망했어요! 쫄딱! 아아아아아아!”

대형 오브젝트에서의 강타 싸움 패배는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를 부른다.

마지막 도박수라고 생각했던 바론이 실패로 돌아가자 호넷 선수들은 바론 둥

지 안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전장이 너무 좁아요! 이러면 FWX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전장입니다!”

“아아아아아! 비예고가! 너무 억울해요! 화가 날 수 밖에 없어요! 한 번만,

한 번만 리싱 몸을 뺏을 수 있으면! 한번만 줘! 제발!”

“하지만 상대는 괴물이에요! 이 지옥에서 살아 나갈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습

니다.”

“FWX가 진격합니다. 혼자 남은 사이언이 뭘 할 수 있나요? 무호흡 딜링 머신

초-사이언! 대응해보나요! 영웅이 될 수 있나요!”

“아! 안타깝지만 그런 기능은 장착되어 있지 않아요. 넥서스! 넥서스! 넥서스!”

“사이언까지 마무리하면서 넥서스, 깨집니다! GG!”

“FWX가 깔끔하게 세트 연승을 달성하며 두 번째 승리를 챙깁니다!

#

POM 인터뷰에서는 첫 번째 세트에서 내가 와드 타이밍을 알려줬다는 김예성의

대답 덕에 꽤 주목을 받았다.

FWX 팬들은 꽤 늦은 시간이었을텐데도 대부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조금 놀랐던 건 울먹거리면서 응원 구호를 외치는 팬이 있었다는거다.

하위권 팀 하나 잡은건데.

울 정도라고?

색다른 기분이다.

소위 말하는 ‘명문 팀’에 들어갔을 때와는 다르다.

보통 데뷔 초반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팬들은 썩 괜찮은 후임을 데려온 정

도로 생각하더라고.

결국에는 똑같이 울먹거리며 내 이름을 외치게 되지만.

물론 팬을 울리는 악취미가 있는 건 아니다.

“뭐야.”

김예성과 돌아온 대기실에는 호넷 선수 두 명이 와있었다.

“난 이런 건 좀.”

김예성이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내가 대기실에 들어서자 곽지운과 떠들고 있던 둘이 다가온다.

감독님은 나를 향해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야, 야, 야야. 신인. 너 진짜 잘하더라. 뭔데?”

“얘 솔랭 1위잖아.”

“아직도 중국 애들한테 안 따였어? 국가유공자네.”

“그건 맞지. 그 새끼들 시즌 중에도 침투력 오지잖아.”

“야. 너네 왜 우리 막내한테 함부로 말걸어?”

“야. 깍지. 너는 왜 내가 말하는데 함부로 끼어들어?”

“졌으면 니네 본진으로 꺼져.”

“무슨 말을 그렇게 개같이 해. 우리 동거하던 사이잖아.”

“입 여무시고.”

들어보니 대기실에 온 건 바젤 안우진과 헤인즈 목해인이다.

안우진과 곽지운은 FWX에서 연습생 생활을 같이 했던 친한 사이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쪽 감독님과 스탭 몇 명 정도는 안면도 있고.

“근데, 권건 선수. 나 이 말 하고 싶어서 왔는데요.”

옆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던 목해인이 비장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 며칠 전에 솔랭에서 분위기 좋았잖아. 왜 내 친추 안받아줘요?”

“이 새끼 또 포켓몬 모은다.”

“제 아이디 이거. 농구왕케너비스. 친추 좀 받아주세요. 근데 그거 아세요?”

목해인은 목소리를 살짝 낮췄다.

“같은 원딜인데 깍지형보다는 제가 잘해요.”

“다 들린다 해인아.”

“야, 야야, 너 하고싶은 말 다 했으면 이제 가자. 눈치 보인다.”

안우진이 웃으며 목해인을 당겼다.

“우리 감독님한테 오늘 FWX 승리 전략 알아 온다고 구라쳤는데. 덕질이나 하고.”

안우진은 나가기 전에 여기저기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곽지운을 향해 한 마디를 더했다.

“다음에는 안 봐준다. 오늘은 방심했어.”

“응, 안 져. 잘생긴 새끼 들어가고~”

동부권 팀 간의 어떤 커넥션이 있나?

생각보다 유한 분위기다.

짐을 챙기고 있는 선수들 사이로 걸어들어온 감독님이 박수로 시선을 끈다.

“자. FWX 선정 최고의 플레이어 건이. 오늘 수고했다!”

“네이스 권건!”

“형은 니가 좋다. 맨날 캐리해도.”

“그리고 급히 결정된 사안이 있다. 오늘 밤은 야식을 먹는다. 내가 쏠 예정이

다!”

감독님이 당당하게 외치자 환호가 터졌다.

“하나 더 있다!”

감독님은 이번에는 정말 중대한 사안을 발표한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오늘 돌아가는 차 안에서 백 년만에 승리 라이브가 있어! 팬들과의 승리 라

이브!”

“와우!”

“드디어!”

승리 라이브는 말 그대로 승리했을 때 할 수 있다.

모든 팀이 항상 하는 건 아니고, 기분 좋게 이겼거나 일정이 넉넉할 때 한다.

FWX는 이번 시즌 승리 라이브가 처음이다.

옆에서는 컨텐츠 팀 팀장님이 싱글벙글 웃고있다.

“오늘은 저도 야근하네요! 너무 행복합니다!”

“여태까지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 영화 한 편 찍어보죠.”

“그걸로 될까요? 5시간 노방종하고싶네요.”

“진짜 하실래요?”

“그건 좀. 하하하!”

주책맞은 아저씨들이 아이들처럼 웃고 떠들며 기뻐한다.

내가 여태까지 해온 일은 이기고, 또 이기고, 결국 이기려고 발버둥 치는 거

였다.

그 안에서 얻어낸 승리의 수는 셀 수도 없다.

그리고 오늘도 마찬가지다.

다른 날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한 번의 승리.

그런데 그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가치인가보다.

고저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여태까지 느껴왔던 것과는 결이 조금 다른.

안간힘을 다해 울음을 참았던 아이가.

이제서야 마음이 놓여서 크게 터뜨리는 울음같은 기쁨이 느껴진다.

“건아, 오늘 센터는 너다. 어서 돌아가자. 다들 기다릴거야.”

이건.. 정말 다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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