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빛과 소금
- (BGS) 오늘 우리 미드 왜 저래?
ㄴ ㄹㅇ 존나 따로 노네; FWX는 탑미드부터 올 라인 협력 지리던데
ㄴㄴ 마지막에 왜 들어감? 사일 피흡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한거임?
ㄴㄴ 레나타 궁 뺏는 게 더 나았을 것 같은데
ㄴ 메이킹도 안되고 협조도 안 되고
ㄴㄴ 라인전부터 개같이 발리더니
ㄴㄴ 확실히 라인전은 라온이 훨씬 우월하더라
ㄴㄴ 라온 왜 내보냈지
ㄴㄴ 몰라 씨발; 이러니까 추멤있는 팀들은 막고라 뜨는 영상 찍어서 공개해야 한다
ㄴㄴ ㅋㅋㅋㅋㄹㅇ 방출은 투표로 결정하자
ㄴㄴ 혹시 자기가 나간거 아니냐?
ㄴㄴ 팀 잘나가고 있는데 왜?
ㄴㄴ 빅스 구단주 영상 찾아보니까 협의가 어쩌고 하던데
ㄴㄴ (링크)
- (UNV) 대구 유니버스는 오늘의 테마주 FWX를 응원합니다^^7
ㄴ 온라인 이벤트 “올인”
ㄴㄴ “떡상각 풀매수”
ㄴㄴ “당첨 기원”
ㄴㄴ FWX 이겨라^^7
ㄴㄴ FWX한테 처발린 새기들이 지랄이야
ㄴㄴ 응 너네도 발릴거야ㅎ 이왕 진 거 우리도 이벤트 낙수효과 좀 보자ㅋㅋ
ㄴㄴ 님 혹시 빅스에 거셨음? 흑우 나셨네
ㄴㄴ 시발..
ㄴㄴ ㅉㅉ FWX가 정배거늘..
ㄴ 우린 단타로 꿀 빨고 빠질게ㅋㅋㅋ
ㄴㄴ 근데 나.. 어쩐지.. FWX에 진심이 되었달까..?
ㄴㄴ 세컨으로 두면 어떨까..?
ㄴㄴ ㅁㅈ 탑 써머가 자기 권건이랑 친하다고 그러던데
ㄴㄴ 우리.. FWX와 호형호제해 볼까?
- (FWX) ㄷㄷ또 떴다 멘붕 제조기 권건
(사진)
ㄴ 이거 방금 세트 끝나고 나서임??
ㄴㄴ ㅇ 빅스 애들 대기실 가는 거
ㄴㄴ 표정 살벌하네;
ㄴㄴ 빅스 서로 존나 빡쳤던데
ㄴㄴ 왜 저래?
ㄴ 근데 라온이 트페 잘하더라
ㄴㄴ 그러게 FWX 미드로 “합격”
ㄴㄴ ??? : 이제 건신이랑 좀 수준 맞는 느낌이랄까요 (쑻)
ㄴㄴ 존나 반박하고 싶은데 건신은 어쩔 수 없지ㅋㅋ
ㄴㄴ 사족보행으로 발발 기어서라도 쫓아 가야 댐 존나 잘해줌
- (FWX) 근데 권건 왜 이렇게 올려치기 함?
아까 레전드 미드 장면이랑 끝내주는 어그로 핑퐁 전부 다 너무 고평가 아님?
내가 서른아홉번쯤 돌려보면서 팬티 다섯번쯤 갈아입고 나니 존나 별것도 아닌 것 같고 지겨움;
ㄴ 니가 제일 팬이다ㅋㅋㅋ
ㄴㄴ 이제 권건 없는 FWX는 상상도 안 됨;
#
코치 박스로 돌아오는 우리의 표정은 밝았다.
살짝 본 빅스 선수들은 표정이 엉망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빅스는 감정의 고저가 많은 팀이거든.
그리고 우리는 박 감독님에게 쌍따봉을 받았다.
“얘들아. 너네가 있어서 내가 산다. 진짜. 진짜 잘했다. 예성이, 증명 좋았어.”
“건이가 많이 알려..”
박 감독님은 더 말할 필요 없다는 듯이 김예성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으며 말을 이었다.
“유찬이도 템트리 선택 좋았고, 지운이 바론 진짜 최고였고, 은호 궁극기 항상 시의적절했다. 그리고 건이는..”
감독님은 살짝 주변 눈치를 보다가 씨익 웃으며 천천히 다시 따봉을 올린다.
마치.. 새우좌를 보는 것 같다.
옆에서 감독님을 닮은 곽지운이 같이 따봉을 올려 쌍 따봉으로 만들어준다.
“너희들은 나의 빛과 소금이야.”
“소금?”
이유찬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칭찬 시간은 끝났다.
기세를 타긴 했지만 빠르게 다음 세트를 준비할 시간이다.
사실, 전체적으로도 꽤 괜찮았지만.
탑과 미드가 중간에 만들어낸 다이브에서 제법 호흡이 잘 맞아서 놀랐다.
스크림에서 연습하는 것과 실제로 경기하면서 수행하는 것은 다르니까.
하지만 더 높이 평가하고 싶은 건.
김예성이 단기간 내에 내 오더와 플레이를 아주 많이 분석했다는 거다.
LOS에서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다섯명과 다섯명.
챔피언과 수행 능력, 판단 등에 따라 상황의 수는 아득하게 늘어나고.
이길 방법이 단 하나밖에 없는 미래는 없다.
그러니까 김예성이 한 건.
내가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미래를 예측해 그걸 지원해주는 방향의 노력이다.
“아까 보니까 빅스 미드 좀 많이 불편해 보이던데요. 예성이 의식도 하는 것 같고.”
최은호가 손을 앞뒤로 스트레칭하며 김한빛 코치님께 기타 특이 사항을 공유하고 있다.
“음, 이번 시즌 빅스가 세트 패배를 두 번 했는데. 그때마다..”
그리고 김 코치님은 플레이 내용보다는 다른 부분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타입이라 최은호와 짧게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빠르게 최 코치님에게도 전해지는 내용.
“각 나오면 탑이랑 호흡 맞추는 식으로 할까? 플랜 B로.”
“나쁘지는 않아요. 근데 아마 이번엔 상대 미드 라인 주도권 챔 들고나올 거예요. 아니면 제 픽.”
김예성은 좀 더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상대가 이전 친정팀이라 잘 아는 부분도 있을 거다.
나도 동의의 의미로 지그시 고개를 끄덕인다.
김예성이 칭찬받을 건 더 있다.
“소금.. 짜다?”
피드백 화면을 바라보면서도 여전히 소금에 미련이 남은 이유찬.
이유찬은 완성되지 않았다.
장소에 대한 적응 과정을 생략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
인플레이 경험도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리그에서 몇 년씩 구른 다른 탑 라이너들 역시 만만찮다.
그런 이유찬을 내 오더 없이도 돌본다?
이건 반가운 소식이다.
이유찬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엔 문제가 없지만, 동시에 다른 중요 정보도 전달해야 하니까.
김예성 덕에 나도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거다.
이렇게까지 리그에 데뷔한 지 얼마 안 되는 탑과 플레이를 해 본 적은 없는데.
탑 육아는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내가 간을 맞춰주니까 소금인 건가?”
“일종의 관용어구야. 근데 네 생각도 틀린 건 아니야. 그만큼 중요하다고.”
심지어 몬테소리 교육까지.
박 감독님이 딱히 종교인은 아니었기에 김예성은 간단하게 설명해주며 이유찬이 온전히 다음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왔다.
이렇게 보면 둘이 꽤 잘 맞는다니까.
꼭 나이 차이 나는 형과 동생처럼.
“어쨌든 건이가 빛인 건 확실해.”
“그래서 내가 소금 하려고.”
“탑, 너 조금 성급한 것 같은데?”
“그럼 니가 ‘소’할래? 내가 ‘금’할게.”
“어? 음.. ‘금’이 더 마음에 드는데.. 근데 ‘소’가 빛이랑 더 가까우니까..”
“예성이 말린다. 건이만 들어갔다 하면 쟤는..”
“유찬이가 말을 참 잘해.”
아닌가.
그냥 둘 다 유아기인가.
그래, 창의력 교육은 중요하니까.
“얘들아, 다음 세트는..”
첫 번째 세트보다 두 번째 세트는 좀 더 밴픽이 평이한 편이다.
전략을 대폭 수정할 만한 시간이 많지 않기도 하고.
처음에는 각자 들고 들어온 밴픽이 아귀가 안 맞아 서로 꼬였더라도 두 번째 세트에는 서로 조금씩 양보하거나 확실히 누른다.
이제 패는 다 깠으니 제대로 붙어보자는 식이다.
물론 이긴 쪽은 이겼으니 크게 수정할 필요가 없고, 진 쪽은 패배 요인을 분석해서 바꾸고자 하는 성향이 있다.
여기에 또 실전 밴픽에서의 적당한 조절이 들어가고.
물론 아예 두 세트를 다른 걸 준비해오는 경우도 있지만, 제법 빡빡한 일정 탓에 부담이 크다.
2라운드도 생각해야 하고.
그래서 지고 들어가는 게 머리가 아프다.
이걸 하면 이길 것 같긴 한데, 시즌 초에 벌써 공개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고민.
빅스의 다음 대진은 부산 호넷.
우리를 상대할 또 다른 플랜을 준비해오지는 못했을 거다.
호넷은 스프링 시즌 2라운드에서 ‘동부의 희망’이라며 꽤 주목받았었고, 지난주에도 강팀들을 상대로 예상 밖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별명이 점점 굳어가고 있으니까.
아, 물론 이제 우리를 동부에 묶어놓는 팬이 없어서 그런 거지만.
“만약 각 나오면. 제가 사일 할게요.”
“예성이 오늘 정말 보기 좋은데?”
박 감독님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쪽이 좀 더 원래 준비했던 컨셉에 맞긴 하다.
“준비됐어?”
“네.”
김예성은 허리를 곧게 뻗으며 날개뼈를 아래로 쭉 내린 채 턱을 가볍게 당긴다.
맑은 눈빛, 그리고 이유찬에게 배운 것 같은 확고한 말투.
“사일 탑 스왑도 가능해요.”
옆에서 이유찬이 눈치 보다가 자기도 가슴을 쭉 편다.
이 모습은 점차 옮아가서 모든 팀원은 당당한 자세로 섰다.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해, 소.”
그 호칭으로 정한 거 맞냐, 금?
“뽑더라도 어차피 후픽할거야. 라이브 버전이랑 달리 선픽할 정도는 아니거든. 탑도 어렵고. 그래도 말은 고맙다, 유찬아.”
감독님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솔직히 꽤 보기 좋은 광경이다.
위축되어있던 선수는 가슴을 펴고.
한 방향밖에 못 보던 선수는 옆을 본다.
“상대가 할 거라면 뺏어오고 싶어요. 이제 뺏기는 건 지긋지긋하니까.”
김예성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며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김예성이 빅스에서 자리를 뺏긴 적이 있긴 하지.
“야, 빛.”
이유찬이 재빨리 내게 속삭였다.
“우리 미드 눈이 좀 돌았는데?”
내가 봐도 좀 그렇다.
너무 맑아서 집착이 느껴진다.
“내 생각인데.. 미드 라이너들은 고집이랑 광기가 좀 있나봐. 퓨처스 미드 산이도..”
근데 아무리 그래도 네가 이런 말을?
#
“이번에는 빅스가 블루 진영을 가져갑니다!”
“그런데 픽이 거의.. 그대로 가네요? 우틀않.. 이거 괜찮나요?”
빅스에서는 고집을 부렸다.
팀원들 사이에서 어떤 마찰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쨌건 결론은 첫 번째 세트와 거의 유사한 픽을 가져갔다는 것.
“미드는 서로의 픽을 빼앗았고, 빅스가 FWX의 레나타를 선점합니다!”
권건이 또다시 리싱을 하는 것에 대해서 김예성은 우려를 표했다.
다른 걸 하고 싶지 않냐고.
하지만 권건은 어차피 픽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대답했다.
김예성은 그 말이 가슴 아팠다.
꼭 베테랑 같았지만 실제로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
팬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텐데.
김예성은 그 모습에 자신이 겹쳐, 권건의 희생정신을 느끼며 좀 더 확실한 승부를 결심했다.
물론 권건은 건방지게 밴을 하지 않는 빅스를 제대로 교육할 생각뿐이었지만.
“FWX도 그대로 받아줍니다! 이번에는 라온 선수가 사일런트를 가져가고, 칼리의 짝으로는 알리가 선택됐어요.”
“알리가 최근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요. FWX는 괜찮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결과적으로 빅스가 그윈, 스캬너, 트페, 아펠 레나타 조합을 들고 갔고!”
“FWX는 냐르, 리싱, 사일, 칼리 알리 조합을 선택합니다!”
“글쎄요, 어떻게 보면 빅스는 아까보다 훨씬 더 뚜렷하게 타게팅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캬너보다 결정력이 문제였다고 판단한 거죠. 약점을 보완해왔어요. 하지만 FWX는 이미 충분히 완벽한 승리를 쥐었었죠. 조합이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전 세트에서 트페가 굉장히 좋아 보였거든요? 그런데 이 챔피언이 절대 쉬운 챔피언이 아닙니다. 리벤지 선수가 아이디처럼 리벤지를 해줘야겠죠!”
- 할 수 있다 빅스!!!
- 패승승 간다!!! 떡상!!! 간다!!!!!
- 몸 풀렸숴? FWX 거품 터뜨려버려ㅋㅋㅋㅋㅋ
- 이번에는 너네가 운영 당할 차례다ㅋㅋㅋ
- 트페 카드에 바로 스캬너 궁 연계? 아ㅋㅋㅋ 꿀이고ㅋㅋ
- 생각해보면 트페가 권건 카운터겠네ㅋㅋㅋ
- 아 건갓 리싱 말고 다른 거하지 이거 위험할 것 같은데;;
- FWX님들 픽 저희가 참고해서 잘 쓸게요^^7
하지만 이유찬은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목을 긁고 있었다.
“냐르 좀 지겹다.”
자유로운 영혼인 탑은 같은 픽이 반복되는 우틀않이 그리 달갑지 않다.
한 번 썼던 잔은 다시 쓰지 않는 것이 상남자의 규율이다.
“다른 거 하고 싶다.”
로딩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곽지운이 피식 웃으며 이유찬의 말을 받았다.
“유찬아, 선픽도 되고 AD 딜 도와줄 수 있는 챔피언 뭐 있어?”
“냐르요.”
“그러면서 갱 피하기 좋은 거 뭐 있어?”
“냐르요.”
“광역 CC는?”
“메가 냐르요.”
“그리고 우리 탱킹까지 해줄 수 있고 스크림에서 기여도 점수 제일 높았던 픽이 뭐야?”
“냐~르.”
“그럼 그냥 해줘. 원딜은 메타가 천년을 돌아도 똑같으니까. 탑은 이제 다른 메타 오겠지.”
“아.. 진짜. 형님. 진짜. 원딜의 삶은 대체..”
잠시 원딜 챔피언을 손꼽아보던 이유찬은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
한 명을 두고 웃었음에도 FWX의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웠다.
“자, 그럼.”
잠시 대화를 뒀던 권건이 입을 연다.
순식간에 집중.
가장 중요한 브리핑이 시작된다.
권건은 시작 전에 상대의 예측 전략, 시작 위치, 지원 요청 등을 세세하게 짚어준다.
내용 자체는 특별한 게 아니었지만 중요한 건 정확도.
그러니까 이 시간은 FWX 팀원들에게 일종의 계시 시간과 같았다.
“이번 세트는 지난 세트와 비슷합니다.”
권건은 말을 하면서 각 선수에게 디테일한 위치를 지시했다.
그리고 계시를 내린다.
"그러니까 똑같이 이겨버리죠. 빅스가 왜 못 이겼는지, 차근차근 알려줍시다."
"건신이 미래를 보고 왔다!"
"빅스 매수하신 분들, 바이바이!"
“교육 가자!”
그리고 다소 들뜬 분위기 속.
극 초반 바텀에서 최은호의 알리가 급발진 사고의 희생자가 되면서 FWX가 휘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