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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159화 (160/326)

159화. 시너지

시즌이 끝나가면 팀의 태도는 여러 가지로 갈린다.

“어어. 언제든지 요청해요. 많이 해드릴게요. FWX라면 환영이죠. 슬롯 무조건 뺄 테니까. 그냥 하루 전에 말만 해줘요.”

스크림을 오픈하는 팀.

“죄송하지만. 저희가 이미 해외팀과 일정이 잡혀 있어서..”

최후의 일전을 위해 전략 누수를 막는 팀.

“흐음..”

FWX는.

“이날 첫 번째 타임은 유럽 쪽이랑 돌려볼까?”

적극적으로 스크림을 돌리는 편이었다.

열어놓은 팀도, 닫아놓은 팀도 방향에 따른 결정일 뿐 어느 쪽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관계에 따라 종종 특정 팀을 상대로 스크림을 닫는 케이스가 있는데.

악연이 생겼을 경우나 상대를 견제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서부 신입 FWX는 이런 부분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었다.

악연이 딱히 없거니와 상대 역시 FWX를 파악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특이 사항 있습니다.”

“뭔데?”

“도형이를 서포터로 요청하더라고요.”

“왜?”

“글쎄요. 조금 특이한 픽을 해보고 싶은 게 아닐런지.”

“음. 좋아. 그럼 내 생각에는 이틀 미뤄서..”

“분석팀에 자문 구하고 처리하겠습니다.”

최수철 코치가 깔끔하게 일정 정리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 그럼.”

이 자리는 감코진의 스크럼 회의다.

“경기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

“네. 그럼 저부터.”

최 코치가 나선다.

최수철 코치는 브라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그의 선수명이었기 때문이다.

미드 라이너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월챔 무대를 밟아 본 적도 있다.

“이게 이번 경기에서 예성이가 사용했던 아이템 빌드인데요. 기대보다 효율이 높지 않았는데, 이는 이번 패치에서 왕관이 업데이트된 것의 반사 효과로..”

하지만 최 코치는 과거의 경험으로 코치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는 게 아니다.

선수 시절의 성적순으로 코칭 능력을 평가한다면.

그는 이곳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이 내용에 대해 선수들의 의견을 받아서 체감적인 부분을 정리하고, 분석팀 도움을 받아 수치화해봤는데..”

기본적인 협업 능력.

“그래서 이번 전달은 선수들이 습득하기 좋도록 아예 연습 게임 영상을 촬영해서 시각화할 수 있도록..”

그리고 팀의 선수에게 맞춰줄 수 있는 능력.

쉽게 말해 일머리가 뛰어나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장점이다.

“도형이 스타일 말이지? 하하.”

“네. 도형식.”

패치 노트를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

당연히 제대로 읽은 사람이 더 게임을 잘할 것 같다.

이건 대체로 사실이나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운영을 패치 노트로 배울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온라인 게임은 데이터로 이루어져 있기에 사실은 숫자 씨름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최적화된 수식을 적용해 상대에게 데미지를 주기 위해서는 피지컬이 필요하다.

그래서 뇌지컬 중심 플레이와 피지컬 중심 플레이, 어느 것이 더 낫냐는 것은 항상 논쟁의 중심이 되곤 했다.

하지만 여기는 프로의 세계.

뇌지컬과 피지컬, 두 가지를 아우르는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것이 플레잉 코치 파트.

“도형이, 유찬이 같은 경우에는 글을 읽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더라고요. 그래서 거기 맞췄습니다.”

동년배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능력을 지닌 것이 아니듯.

선수들에게도 가진 재능의 차이가 있다.

“그렇더라구. 항상 쫓아가려고 해줘서 고맙다.”

세대에 따른 특징도 마찬가지다.

FWX의 선수들은 모두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

주민등록번호가 1로 시작하는 감코진은.

3으로 시작하는 이 세대의 선수들을 위해 노력한다.

‘1’은 ‘3’에 비해 독해력이 뛰어나나, 동영상 플랫폼과 함께 자란 ‘3’은 영상 문해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

감코진은 이것을 몇몇 선수들을 통해 선명하게 깨닫고 있다.

“별말씀을요. 그럼 정리한 결과물은 공용 작업 영역에 업로드할게요.”

“좋아. 그럼, 김 코치.”

스크럼은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흠흠. 진짜 재밌는 부분인데요.”

“솔직히 이번 건 인정.”

“뭔데 그래?”

이목이 쏠리자 김한빛 코치는 싱글벙글 웃었다.

김 코치는 선수 출신이 아니다.

하지만 먼 과거.

LKL을 시청하던 김 코치는 응원하던 팀이 지는 것을 본 뒤 차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리고 해당 팀에 장문의 레포트를 보낸 것이 계기가 되어 스카우트.

얼떨결에 이 업계에 입문하게 되었지만, 업무 만족도가 가장 높은 사람 중 하나다.

“도형이는 와드 막타를 두고 지운에게 물어보지만, 은호는 물어보지 않아요.”

김 코치는 선수들의 관계, 생활 전반 등 멘탈에 관한 부분에서 "멘탈 닥터"라 불릴 정도로 깊은 관여를 하지만.

“그냥 먹어도 되는 타이밍인지 몰라서 그러는 거 아니야?”

“아뇨. 처음에는 정말 모르고 물어봤지만, 이제는 반드시 자신이 먹어야 하는 타이밍에만 물어봐요.”

플레이 내의 아주 작은 것에서 감정을 캐치하는 역할도 한다.

“어?”

“최근 20회의 질문 데이터에서 전부. 지운이의 대답이 오케이인 게, 도형이에게는 지금 내가 정답을 맞혀가고 있다, 서포터로서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근거와 확인 과정이 되거든요..”

일종의 게임 심리.

어차피 게임 할 거면서 ‘나 게임 안 함’은 왜 나오는 말일까.

어차피 던질 거면서 ‘너 때문에 던짐’이라고는 왜 말하는 걸까.

“그렇게나 많이 물어봤어?”

“네. 그리고 지운이는 질문에 대답한 다음 자연스럽게 다른 지시를 내리면서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게 되고요.”

김 코치가 여태까지 찾아낸 것들이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는 습관이나 계기를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사람마다 ‘내가 얼마나 여유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르다.

어떤 선수는 외부 개입 없이 타이밍을 잡을 때, 필요한 아이템을 딱 살 수 있는 정도면 바로 귀환.

어떤 선수는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상황을 지켜보며 버퍼를 두는 것을 선호한다.

또, 각자 다른 정글몹이나 CS 양보의 기준.

우물킬 트라이, 넥서스 앞에서 마지막까지 CS를 먹는가 등에 대한 디테일한 연구.

습관.

그리고 분석.

이건 아군에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습관을 파악하고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말 잘 안 하던 지운이가? 그럼 은호한테도 지운이에게 말을 더 걸어보라고 해야 하나?”

“그 가능성에 대한 것이 오늘 공용 작업 영역에 업로드됩니다.”

김 코치는 그런 부분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었다.

“오우. 나 이거 진짜 너무 좋아. 이거는 정말.. 기밀인 게 너무 아쉬워. 지난번 한빛 형님 스톰 분석 들어맞는 거 예술이었는데..”

“아주 좋아. 두 사람 모두 수고가 많았어. 그럼, 스크럼은 깔끔하게 여기까지. 남은 수다는 카페테리아에서.”

그리고 이 장점들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박진현 감독의 체계 정리와 타임라인 관리.

“각자 업로드 후 피드백 마무리되면 전체 공유하자.”

어쩌면 그럴듯한 틀로만 완성되어있었을 이 구조는.

괜찮은 선수들과 만나면서 폭죽 터지듯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었다.

“하나, 둘, 셋! FWX, 파이팅!”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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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티엠 왕 : 기분이 이상해;

- FWX GwonGun : ?

큐를 돌리는 중, 메시지가 날아들어 온다.

- 에스티엠 왕 : 온라인 경기 말이야;;;;

에스티엠, STM.

스톰의 미드라이너, 킹.

강준윤.

지난번 강수달이 중매를 맡은 후.

강준윤은 나에게 친추를 부탁했다.

- 에스티엠 왕 : 온라인이 이렇게 편할 줄은;;;;

그리고 강준윤은 종종 나에게 말을 걸곤 한다.

물론 자기네 정글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고지식한 팀의 고지식한 주장인 강준윤은 다른 팀인 내게 절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그냥 말 그대로 소소한 이야기.

뭐, 일종의 온라인 친구다.

오프라인에서 화기애애하게 대화한 적은 없으니까.

물론 강준윤 입장에서는.

- 에스티엠 왕 : 그래서일까;

- FWX GwonGun : ?

- 에스티엠 왕 : 왜 자꾸 모르는 척^^;;

- 에스티엠 왕 : 너 물음표 키 뽑아버리고 싶네^^;;;

정글러와 맞지 않아 한동안 고생하던 스톰은, 앓던 이를 시원하게 빼냈다.

붐보이 허진수 대신.

FL에 샌드다운 됐던 이태윤을 다시 기용하고 있는 것.

물론 정말 시원한 일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아직 시즌이 끝난 건 아니니까.

하지만 PO로 가는 길이 완전히 막혔던 스톰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1위인 트릭스터를 2대 1로 격파해내면서 고춧가루를 뿌리는 성과를 거뒀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스톰의 영광을 책임지던 강준윤이 있었다.

- 에스티엠 왕 : 우리는 사실상 벌써 시즌이.. 그렇게 됐지만;

- 에스티엠 왕 : 그냥.. 기분이 좀 그렇다;;ㅋ

- 에스티엠 왕 : 이 때가 제일 바빠야 할 때인데..^^;;ㅋ 바쁘질 않아서;;;;;

근데 무슨 땀을 이렇게 많이 흘려.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긴장이라도 했나.

실제로도 손에 땀이 많은 타입이긴 한데, 텍스트에서도 그럴 건 없잖아.

사실 저 땀은 스톰 원딜 강수달이 알려준 대화 방식이긴 하다.

‘ㅋ’만 붙이니 말투가 너무 딱딱하고 정 없어 보인다나.

그래서 ;나 ^^를 붙이라고 조언을 해줬는데.

강수달의 의도가 이게 맞나 모르겠네.

- 에스티엠 왕 : 대답을 좀 해^^;;

예의 바르게 싸가지 없는 상태 아닌가?

강수달도 항상 ^^를 쓰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지?

어쨌든 나는 왠지 땀쟁이 강준윤의 걱정 인형이 된 것 같다.

딱히 대답할 말이 있는 건 아니어서 그냥 화면을 보고 있자니.

- 에스티엠 왕 : 너 지금 보고 있잖아;;;

제법 날카로운 말을 한다.

이게 미드 라이너의 감?

- FWX GwonGun : 수고?하셨?습니다?

- 에스티엠 왕 : 얘 이거 아주 정상이 아니네^^ㅋ

- 에스티엠 왕 : 야 우리가 트릭스터 이겨줬잖아;;;ㅋ

- 에스티엠 왕 : 절이라도 하라고^^;

- FWX GwonGun : 큰?도움?감사?합니?다?

- 에스티엠 왕 : 니^^

- 에스티엠 왕 : 야^^

- 에스티엠 왕 : 초대받아라;;;

- 에스티엠 왕 : 붙어^^;

이유찬 흉내를 조금 내봤을 뿐인데.

바로 발끈하는 게 효과가 보통이 아니다.

한때 강준윤은 나와 친한 사이였다.

우리는 스톰의 믿음직스러운 미드와 정글이었으니까.

사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강준윤에게 형이라는 호칭을 붙이기는 좀 어색하지만.

어쨌든 내 스타팅 포인트인 스톰은.. 나와 어떻게 해서든 떼어놓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팀이다.

- FWX GwonGun : 붙으면 손해만 보실 텐데요

- 에스티엠 왕 : 야^^

- 에스티엠 왕 : 나 왕이야^^ㅋ

- FWX GwonGun : 칼바람 루루 공주님?

- 에스티엠 왕 : 하 그때 그건;^^;;

그래, 그때 강준윤은은 웃음소리 컨트롤로 윤도형에게 복수하려다 된통 당했다.

아직도 강준윤이 도발 모션을 취하다가 끔살당하는 건 내 웃음벨 중 하나다.

- 에스티엠 왕 : 아무튼 피구로 붙어;;

못할 건 없지.

- 에스티엠 왕(문도) : 이거 반칙이야;;

이런 민속놀이로 나를 이기겠다고?

- 에스티엠 왕(문도) : 다시 해;;ㅋ

결과는 뭐.

말할 것도 없다.

- 에스티엠 왕 : 이즈 ㄱㄱ;

음.

예전에 본 레퍼토리 같은데.

- 에스티엠 왕 : 하; 이번엔 신드리;ㅋ

미드 교본이라도 있나?

- 에스티엠 왕 : 진짜 마지막;;;ㅋ 미드 이렐.

아, 최후의 카드?

어림도 없지.

- 에스티엠 왕 : ?;

- 에스티엠 왕 : 아ㅋ 화장실 급해서 졌네ㅋ; 나 장실

- FWX GwonGun : 그래 준윤아

- 에스티엠 왕 : ???

- FWX GwonGun : 게임 잘하면 형이잖아

아마 아주 예전에 그랬었지.

강준윤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 에스티엠 왕 : ??????????????????

- FWX GwonGun : 물음표 키 뽑아버린다^^

- 에스티엠 왕 : 미쳤니? ^^^^^^^^^^^^^^^^^^;;

열받은 강준윤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그래, 장하다.

트릭스터를 이긴 건 장한 일이 맞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느라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강준윤 특유의 으라차차 쇼를 보여줬겠지.

그런 경기력이 나오는 날이면 강준윤은 집중을 위해 한참 말을 하지 않곤 했다.

당시 신참이었던 나 역시 그런 모습을 보고 배우기 위해 노력했었고.

끝내 월챔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이것 또한 추억임은 틀림없다.

- FWX GwonGun : 장난이었어요^^;;

강준윤 기준 예의 바른 말투 발사.

- 에스티엠 왕 : 한 번만

- 에스티엠 왕 : 봐줄게;;;

- 에스티엠 왕 : 근데 장난 안 친다고 들은 것 같은데;;

- 에스티엠 왕 : 개지릴뻔^^;;; 나 진짜 장실

한참을 옛 생각을 하고 있자니 화장실을 다녀온 것 같은 강준윤이 메시지를 연달아 보내온다.

- 에스티엠 왕 : 근데 나 진짜 기분이 이상해;;

- 에스티엠 왕 : 니가 이렇게 반말하는 거 왠지;;

- 에스티엠 왕 : 낯이 익어;;

- 에스티엠 왕 : 선배에게..;; 아주 버르장머리 없는 너의 태도..^^ㅋ; 익숙해

- 에스티엠 왕 : 왜일까?;;

아.

큐 잡혔다.

이제 후진국 왕이랑 이야기할 시간 없다.

- FWX GwonGun : 선배님도 후배한테 버르장머리가 없으시네요^^;;

나는 대화창을 닫았다가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는 숫자에 슬쩍 다시 창을 본다.

- 에스티엠 왕 : 너 나 꼽준거였구나^^^^^^^^^^^^

아, 예의 바르게 말했는데.

이걸 안 속네.

- 에스티엠 왕 : 오늘부터 우리는

꿈꾸며 기도하는 오늘부터 우리는.

- 에스티엠 왕 : 적이다^^

- 에스티엠 왕 : 너 시즌 다 끝나고 우리 팀에 돌아온다고 해도

돌아온다고 해도 뭐?

안 받게?

스톰 정글 없잖아.

- 에스티엠 왕 : ^^;;;;;;;;; 혹시 모르니까 말 아낄 게

이런 소심한 질척임이라니.

- 에스티엠 왕 : 두고 보자^^;;;;;;;

뭐.

두고 보자는 사람치고 무서운 사람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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