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249화 (249/326)

249화. 시스템 가동

[ (LKL Live) 선승, FWX.. 트릭스터 꺾고 득점 ]

[ 1세트 승리 팀은 FWX ]

ㄴ 터스릭트 개같이 멸망ㅋㅋㅋㅋ

ㄴㄴ ㄹㅇ 인천에서 뭐 하는 짓임

ㄴㄴ 홈이면 존나 유리한 거 아님?

ㄴㄴ 유리할 건 또 뭐야 그냥 공간일 뿐인데

ㄴㄴ Tlqkf 지난 결승 때도 함성 유도했잖아

ㄴㄴ 그게 언젯적 찌라시인데ㅋㅋㅋㅋㅋㅋ

ㄴㄴ 오늘도 하던데?

ㄴㄴ 그건 좀;

ㄴㄴ 오드야 추하다

ㄴㄴ 진짜 뭐 있었나?

[ 마음 급한 트릭스터를 ‘빛나는’ 로밍으로 제압한 FWX ]

[ 탑으로 간 서포터? ‘노 스킨의 사신’ 차니의 전략적 플레이, POM 달성 ]

[ (포토) ‘연기 좋았다’, 서로 따봉 하는 차니와 라온.. FWX의 차라 듀오의 케미 ]

[ (포토) ‘방송계 신성’ 문봉구의 객원 해설 등장, ‘FWX만 보면 배가 불러서 살쪘어요’ ]

ㄴ 울 행님은 원래 살쪘어^^

ㄴㄴ 쉿! 실력 주머니

ㄴㄴ ? 가성비 너무 후진데

ㄴㄴ 배 나온 그마 vs 권건

ㄴㄴ 너어는 진짜..

[ 극복 위해 필요한 승리 vs 승부 굳히기.. 2세트의 주인은 과연 누구? ]

[ 우승 시 챔피언십 포인트 90점.. FWX, 올해 월챔을 준비하라 ]

ㄴ 상당히 설레발이긴 한데 이번에 우승할 것 같음

ㄴㄴ 당연한 거 아니야?

ㄴㄴ 이래서 미래를 모르는 것들이란..ㅉㅉ

ㄴㄴ 아니 왜 저한테 이러세요;

[ (LKL) 결승 2세트, 트릭스터의 ‘우틀않’? ]

ㄴ 그ㅡㅡㅡㅡ만해! 이러다 다 죽어!

ㄴㄴ 준비한 게 없기야 하겠냐? 열심히 아껴놨던 뭐가 있겠지

ㄴㄴ 보여줄 때 됐어 트릭스터 자 이제 어서 발표해 제발제발ㅈX발!

ㄴㄴ 혹시 티저가 전부였던 건 아닐까?

ㄴㄴ 아니지? 아니지 트릭스터? 대답 좀 해.. 대답 좀.. 제발..

ㄴㄴ 결승 티켓을 샀는데.. 왜 보여주질 않니..

[ 트릭스터, 기백의 아칼린 픽, FWX ‘사일런트’로 대답.. ]

ㄴ 아 이거 또 미드하겠네ㅡㅡ

ㄴㄴ 탑 할지도 모름

ㄴㄴ 이 Tlqkf새기들 진짜 미드 원툴이니? 캐리시키고 싶으면 미드 요내라도 줘

ㄴㄴ 아니 트릭스터 미쳤어? 이걸 왜? 이걸 왜? 이걸 왜 푸냐고 우틀않 좀 그만해!!!!!

ㄴㄴ 돌릴 수 있는 거 안 풀었어야지;;;

ㄴㄴ 이길준 감독 또또! 또또 이러지! 또또또!

ㄴㄴ 어캐 안 품; 리싱 세주 졔리 유마 이거 다 밴 해야 하는데;

ㄴㄴ 이거 똑같은 그림으로 FWX가 이길 것 같지 않냐?

ㄴ 어?

ㄴㄴ 미드 사일.. 대답한 거 아닌 것 같은데?

ㄴㄴ 기자님 기사 고치셔야 할 것 같아요..?????

ㄴ 정글 사일 확정 게임 시작

ㄴㄴ 이ㅣㅣㅣ TTTTTTTTTT이이이이이발!!

ㄴㄴ 존나 텍스트로도 못 맞추겠네

ㄴㄴ 사일 정글 ^^ㅣ발 이거 뭐

ㄴㄴ 트릭스터한테 보여달라고 했는데 왜 니들이 또 신상을 들고 나왔냐고;;

ㄴㄴ 아 안돼.. 예감이.. 예감이 좋지 않아

#

미드를 중심으로 짜왔지만 그 모습 그대로 트릭스터가 터져나간 1세트.

“2026 LKL, 두 번째 세트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느라 가지고 있던 모든 무기를 소진했던 트릭스터.

그들이 꺼내 들 수 있는 카드가 한정된 상황에서 벌어진 2세트.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현장에 나와 있는 인터뷰어, 박현아 아나운서입니다.”

전과 다른 함성 속에서 평소보다 다소 길게 배정된 분석 데스크가 진행 중이었다.

“이번 경기까지 객원 해설을 맡아 주셨던 팬시 전 선수님과 비오스 전 선수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자리를 비운 사람들과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로 정신없는 환경 속.

원형으로 마련된 인터뷰석에 FWX 출신 문봉구와 트릭스터 출신 강비오가 서 있었다.

애석하게도 둘 다 은퇴 전 포지션이 탑.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방금 분석 데스크 내용이 끝났는데요. 어떻게 보셨나요, 팬시님?”

“저는 팬시보다는 봉구가 좀 더 편합니다잉.”

“네, 봉구님.”

“그, 뭣이냐. 사실 사일이란 놈이 탑으로도 쓰이고 미드에서도 쓰이는 놈인데. 수륙 양용 호버 크래프트 같은 픽이거든요잉.”

“그런 면이 있죠.”

“근데 이제 고걸 잘 쓸라면 얼마나 실력이 뛰어난가가 중요한데..”

아나운서는 거드름 피는 문봉구의 모습에 웃음을 참았다.

“요것을 정글에서도 쓴다? 이거는 사실 라이너들이 어쩌다 재수 없게 정글 걸렸을 때 쓰는 픽이거든요잉. 근데 그걸 또 건이가.. POM 받은 게 당연.. 사실 제 고견에 따르면 1세트 POM도 사실은.. 제가 표를 줄 수 있었다면 건이에게 백 표를 부정 투표로라도.. 플옵 POM은 의미가 크게 없긴 하지만.. 시청자 투표가 필요..”

결국 이렇게 될 걸 알아서다.

“네, 좋습니다. 확실히 첫 번째 세트에서 라온 선수가 미드에서 썼던 느낌과는 아주 많이 달랐죠. 라온 선수가 암살자 스타일로 기용했다면, 권건 선수는 지속적인 전투와 유틸리티 보완 용도로 사용했다고 볼 수 있었는데요..”

“그러니까 이게 ‘챔프 폭’이라는 건데 말입니다잉.. 팀원들이 거들어 준 거긴 한데, 결국 그건 이렇게 건이가 픽 가져가 주면서 각 라인에서 확 유리해질 수가 있었기 때문.. 이게 진짜 가치..”

“하하.. 솔직히 밴픽이 좀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문봉구의 자랑이 끝없이 이어질 기색이 보이자 옆에서 강비오가 끼어들었다.

“이런 부분은 아마 바로 받아들이고 다음 세트에서 수정이 들어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트릭스터니까요.”

“네, 비오스 전 선수님은 다음 세트부터 객원 해설로 참여하시죠? 이번 결승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어떻게? 이겨야죠. 당연히 이겨야죠!”

사실 속에서 천불이 날 지경이다.

밴픽도 밴픽이고.

솔직히 자신의 직속 후배에 해당하는 탑, 이상하가 자꾸만 팬서비스처럼 함성을 유도하는 꼴이 이제 추하게 느껴진다.

진짜 왜 저래?

이겼을 때는 괜찮았는데 지고 있으니까 밖에서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벌써 패, 패 2연패.

자기만 쪽팔린 줄 모를걸?

“그렇죠. 그렇긴 하죠. 트릭스터도 절대 만만치 않은 팀이니까요.”

“지고 돌아오면 아주 그냥..”

“네? 아주 그냥?”

“헹!”

느닷없이 문봉구가 코풀기를 빙자한 콧방귀를 뀐다.

하지만 강비오는 뭐라 하지도 못하고 미간만 찡그렸다.

전과 입장이 바뀐 것 때문에 더 짜증이 난다.

현역이었으면 저딴 꼬부기같은 새끼는 나랑 눈도 못 마주쳤을 텐데.

“아닙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죠.”

“그렇군요..”

- 눈나 저 새기 입 좀 막아줘ㅠㅠㅠㅠㅜㅜ퓨

- 비오스 미친 왜 똥을 뿌려

- 저걸 왜 니가 말해!!!!!!!

- ??? 걍 노블레스 오블리주 아님?

- ㄴㄴ저거 멋있는 말 아니야; 사망 플래그인데..

- 그 말 한 삼촌이랑 숙모는 다 죽었어..

- ㄴ난죽택ㄱ

“좋습니다. 오늘 권건 선수가 전체적으로 사이드 킥으로서 동행해주고 있는 느낌이 강한데요. 이것 또한 전략인가요?”

슬슬 마지막 질문을 준비한 아나운서가 문봉구를 바라본다.

실력 주머니로 알려진 배를 매만지던 문봉구가 여유로운 눈빛으로 천장을 올려다본다.

“날이 맑네요잉. 전이랑은 다르게..”

“뭐가 보이나요? 저는 천장밖에 안 보이는데..”

“마음의 눈으로 보면.. 보이는 것이 있지요..”

- 도라방스,,

- 어허,, 나이가,, 들면,,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

- 울 행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여

“봉구님, 그게 무슨 뜻인가요?”

“밖에 나가보셨어요잉? 벌써 봄이 온 것 같더라니까요. 그냥 그렇다구요. 전에는 비가 참 많이 왔었는데. 이제 여기 같이 있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잉. 저도 결승을 와버렸네요잉.”

그 말을 마지막으로.

문봉구는 다른 선수들만 결승 무대에 남긴 채 내려갔다.

단 한 세트만이 남아 있었다.

#

2세트까지 경기를 마친 모습을 본 박진현 감독은 조용히 웃고 있었다.

사실 선글라스니, 댑이니.

희대의 천재와 그 일행을 데리고 있는 감독으로서 주변에서 추천받은 컨셉들은 널리고 널렸지만.

그는 결승에서까지 그런 모습을 보일 정도로 간이 큰 감독은 못 됐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조용히 바나나 까먹는 것뿐.

“감독님, 지금 벌써 한 송이..”

“이것이 바나나 보존의 법칙인가? 도형이가 없으니까 감독님이..”

“형님은 그것 좀 그만 만지세요.. 머리 닳겠다.”

김한빛 코치는 추억 한 조각이 된 어떤 사람의 스태츄, 라라퐁을 매만지고 있었다.

아무도 원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서 루루퐁이니 룰루퐁이니 아무렇게나 부르긴 하지만 어쨌든 의미가 담긴 물건이다.

“진짜 혹시 모를 패배 가능성은 다 보내고 싶어서.”

그리고 저주의 인형 용도로 쓰인다.

“해외 전송 기능 쩐다.”

우르르 코칭 박스로 돌아온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손 떨림 윤도형한테 가게 해주세요.”

“허리 통증 윤도형한테 보내주세요.”

“윤도형 뒤져라.”

“이제 아무도 형이라고도 안 부르는 거니?”

“걔 해외에 있잖아요.”

“이유찬 역 로컬라이징 지렸다.”

“뒤지라는 말은 지적 안 하세요, 감독님?”

선수들이 돌아오기 직전 바나나 껍질을 모두 숨긴 박 감독은 여유로운 표정을 가장했다.

“정말 수고 많았다.”

이다음 세트가 마지막이 될 수 있을 거라느니.

자기만 믿으라느니 하는 말은 큰 의미가 없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다.

“오늘 더 할 말은 많이 없다. 하던 대로 해보자. 준비한 걸 보여주면 되는 거고.”

현실이 상상보다 훨씬 더 비현실적이니까.

몇 번이고 이날을 준비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결승은 정말 갑자기 들이닥친 기분이었다.

손꼽아 기다렸던 전역을 앞둔 기분.

전역 날은 실감이 안 난다.

여태까지의 시간이 마치 꿈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당일은 상상했던 것처럼 마냥 좋은 기분도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갑자기 전역이 취소될까 두려운 기분까지 든다.

그래서인지 박 감독은 아직도 재입대 연락이 오는 꿈을 꾼다.

꼭 그것 같았다.

생각만큼 기분 좋지 않은, 이상한 느낌.

이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아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럴 것이다.

인게임의 구심점은 선수지만 경기장의 구심점은 감독인 법.

그래도 다행히 박 감독은 이런 감정을 밖으로 크게 티를 내는 타입은 아니어서 코칭 박스는 고요한 분위기였다.

“문제.”

오히려 여기서 가장 초연한 건 한 선수.

“농부가 37개의 바나나 중 18개를 빼고 다 팔았습니다.”

권건은 초지일관 평소보다 더 가벼운 태도를 보였다.

일상보다 더 일상 같은 말투.

“남은 바나나의 수는?”

하지만 그가 장난을 친다거나 이런 시답잖은 문제를 낸다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어서.

‘무대’의 긴장감에서 ‘우승’의 긴장감으로 감정이 옮겨갔던 선수들은.

이제 새로운 간식을 보는 강아지처럼 고민하기 시작했다.

“29개!”

“탑. 너 뺄셈할 줄 몰라? 19개.”

어깨를 으쓱 해 보인 권건이 박 감독을 바라본다.

“어..”

어쩐지 그 눈빛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서.

“18개.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어..”

박 감독은 홀린 듯이 대답했다.

“김미드 너 뺄셈할 줄 몰라?”

“아..!”

맥이 풀린다.

여전히 눈을 마주친 권건이 말 한마디 보태지 않고 천천히 손을 쥐었다가 펴 보인다.

힘을 꽉 줬다 풀면 이완이 일어나는 법.

박 감독도 셔츠 단추를 하나 풀고 느리게 심호흡하며 근육 이완법을 행한다.

이런 사소한 동작은 긴장 해소에 도움이 된다.

“하하. 내가 배우고 있네.”

박 감독은 작게 중얼거리며 눈가의 주름까지 접어 웃었다.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다.

과하게 긴장하면 될 일도 안 된다.

그저 하던 대로 천천히 하면 된다.

“멍청이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

“솔직히 37 빼기 18 암산하고 있었지?”

“역시 죄은호 세잘알.”

“어휴 세자 저하.. 저는 고저 영광따리.”

열심히 긴장 해소를 위해 손을 털어대는 바텀 듀오가 눈에 들어온다.

“수고했다.”

팔을 주무르고 있는 최은호.

“은호야. 완벽했어.”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최은호를 보며 박 감독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몸을 돌린다.

“나갈 준비해라.”

근육의 긴장과 이완.

그걸 위한 새로운 시스템.

“상준아.”

어쩌면 뱀의 독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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