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6장 태동하는 음모 (15/79)

제6장 태동하는 음모

견준구는 급조해서 만든 가마에 앉아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운기조식이란 편안한 마음에 해야 하는 것인데 마음을 가다듬을 수가 없었다.

‘내 이놈을 반드시 잡아서, 산채로 씹어 먹을 것이다.’

오대사파 중 하나인 마룡방에 입방하여 사대무력집단 중의 하나인 황룡대의 대주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싸움을 했으며 얼마나 많은 죽을 고비를 넘겼는지 모른다. 하지만 유성탄에게 당한 것 같은 치욕적인 일은 없었다.

“놈들의 흔적은 아직 찾지 못했느냐!”

결국 운기조식을 포기한 견준구는 욱신거리는 사지육신을 억지로 움직여가며 몸을 풀더니 크게 소리쳤다.

“이놈들은 흔적을 지울 줄도 모릅니다. 완연하게 흔적을 남겼으니 오늘 중으로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코가 퉁퉁 부운 여필수가 살기가 가득 찬 눈으로 대답했다. 그 역시 유성탄에 대한 원한이 견준구에 못지않은 듯했다.

‘이상하게 몸이 무지 가볍단 말이야?’

유성탄은 설마 하면서도 아우들이 모두 견준구가 다시 추격을 할 것이라는 말에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고 아예 직접 상대해서 다 작살을 내버리기로 결정했다. 견준구나 여필수는 모두 약한 무인들이 아니었다. 그런 그들이 유성탄에게 비록 기습이라고는 하나 어이없이 당한 것은 흑혈신마 덕에 유성탄의 몸이 훨씬 가벼워졌기 때문이었다.

싸우고 도망칠 때까지는 느끼지 못했었던 유성탄은 아우들에게 먼저 가라고 한 후 견준구를 기다리며 자신의 몸이 전과 좀 다르다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눈도 더 잘 보이는 것 같고… 그리고 이 솟구치는 힘은 또 어떻고! 히히히, 누군지 모르지만 내 마누라 될 계집은 땡 잡은 거다.’

무인의 마음가짐이 전혀 안 되어 있는 유성탄은 몸에서 활기차게 일어나는 힘을 다른 곳에 사용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

“왔냐? 생각보다 빨리 왔구나.”

강태웅의 말대로 마룡방의 황룡대는 정말 빨리 그들을 찾아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유성탄 일행이 달린 곳은 여지없이 나무가 부러져 있거나 풀이 발에 밟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 황룡대가 아니라 누구라도 추격하려고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었다.

“개같이 치사한 놈, 멀리 도망가지도 못했구나.”

견준구는 다른 놈들은 보이지 않고 유성탄만 앞을 가로막고 서 있자 가마에서 내리며 소리쳤다. 어차피 다른 놈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유성탄만 잡으면 된다는 일념으로 달려온 견준구에게는 유성탄이 혼자 있건 아니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사십여 명의 황룡대는 아무 말 없이 유성탄의 주위를 포위했다. 아까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실수는 더 이상 하지 않으려는 듯 모두 무척 신중한 표정이었다.

‘이거 엄마하고 아버지도 아직 만나지 못했는데 여기서 죽는 것은 아니겠지?’

남들과 다른 몸을 가지고는 있다지만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는 그도 알 수가 없었던 유성탄은 은근히 오금이 저려오고 있었다.

“저놈을 산채로 잡아라. 팔다리 하나 정도는 잘라도 상관없다!”

견준구의 명이 떨어지자 황룡대원들이 유성탄의 팔과 다리를 노리며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순간! 유성탄의 손이 확 뿌려졌다.

“으윽!”

갑자기 십여 명의 황룡대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옳지! 통하는구나.’

쾌재를 부른 유성탄은 다시 손을 뿌리쳤다.

“암기다! 조심해라!”

싸움을 조심스럽게 보고 있던 여필수가 급히 검을 휘두르며 같이 달려들며 소리쳤다.

“암기가 아니고 돌이다! 이 돌머리들아!”

누구를 겨냥한 것이 아니고 한 움큼의 돌을 그냥 힘껏 던진 것이다.

적이 멀리 있다면 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유성탄은 그들이 자신의 몸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돌을 뿌렸고 그 돌은 하나도 빠짐없이 황룡대원들의 몸을 가격했다.

검에 맞아도 죽지 않는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면 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이미 여러 번 검을 몸에 맞은 유성탄은 그 와중에도 품안에 숨겨놓았던 돌들을 한 움큼씩 던졌고 순식간에 삼십여 명이 피를 철철 흘리며 그대로 바닥을 기고 있었다.

“으아악! 내 이놈을……!”

자신의 아끼는 황룡대가 손도 못 쓰고 돌멩이에 맞아 반 이상이 쓰러지자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하던 견준구의 꼭지가 그대로 돌아버린 듯 검을 휘두르며 그대로 달려들었다.

“이크! 이건 맞으면 아프겠다.”

견준구의 검은 다른 대원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역시 대주였다. 유성탄은 단박에 맞으면 아플 것 같자 급히 뒷걸음질을 치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대여섯 개의 돌이 견준구를 향해 날아갔다.

“이 비겁한 놈아! 정정당당히 싸우지 않고 겨우 한다는 짓이 돌멩이질이냐?”

견준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르며 돌멩이들을 검으로 쳐냈다.

“이놈아! 혼자 있는 나한테 떼거리로 덤비는 네놈들이 비겁한 거지, 혼자서 돌멩이 좀 던진 내가 비겁한 거냐? 세상 사람 아무나 잡고 물어봐라 누가 비겁한가!”

소리를 친 유성탄의 몸이 갑자기 앞으로 달려들었다. 뒷걸음치다가 갑자기 앞으로 달려드는 것은 아무리 고수라 해도 하기 힘든 것이었다.

달리는 와중에는 직각으로 몸을 트는 것도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원을 그리며 돌게 된다. 하물며 달리다가 서지 않고 그냥 거꾸로 뛴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지도 몰랐다.

하지만 유성탄은 충동에서 전력으로 동굴을 달리며 어떤 각도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방향을 바꾸는 방법을 체득했었다.

견준구는 자신이 생각지도 않은 몸놀림을 보이는 유성탄에 당황하며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짜식이! 봐주면 그냥 돌아가야지 쫓아오기는 왜 쫓아오는 거야?”

견준구는 자신의 눈앞에 유성탄이 나타나고 빈정대는 말을 흘리는 것까지는 들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유성탄이 상당히 강하게 조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악! 으아아아악!”

아까보다 훨씬 강한 주먹에 견준구는 시작부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여필수와 나머지 황룡대원들이 급히 유성탄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너희는 우리랑 놀자!”

근처에 숨어 있던 아우들이 나머지와는 한번 해볼 만하다고 느꼈는지 몸을 나타내고는 그대로 달려들었다.

“그 정도 해놨으면 더 이상 쫓아올 엄두를 못 낼 거야. 그치?”

견준구를 완전히 메주 덩어리를 만들어놓은 유성탄이 아우들과 함께 산을 넘으며 물었다.

아우들은 유성탄과 달리 온몸에 피칠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실력이 많이 늘기는 했지만 여필수를 포함한 십여 명의 황룡대와 싸우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유성탄과 생사결에 가까운 비무를 계속한 덕인지 그래도 비슷하게 싸움을 끌어갈 수 있었다.

그때, 견준구를 완전히 작살낸 유성탄이 싸움을 멈추게 했다.

아우들이야 당연히 싸움을 멈췄고 여필수와 황룡대원들도 뒤로 급히 물러섰다. 이제는 더 이상 유성탄이 기습을 했기 때문에 그들이 당했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여필수로서는 유성탄이 두렵기만 할 뿐이었다.

여필수도 백전의 노장까지는 안 되어도 중견은 되는 무사였다. 아예 죽였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완전히 떡이 된 견준구의 얼굴을 본 순간 얼지 않을 수 없었다.

“저들은 마룡방의 일개 무력집단 중 하나일 뿐입니다. 분명 방에 보고를 한 후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추격을 시작할 것입니다.”

강태웅의 말에 유성탄이 지겹다는 투로 말했다.

“그럼 올 때마다 계속 저렇게 만들어 버려야겠구나.”

“아닙니다. 우리가 저들이 다시 오기 전에 하남으로 들어가면 추적을 피할 수 있습니다.”

표도행이 검에 베인 가슴을 만지며 말했다.

“왜? 하남은 사람 사는 데가 아니냐?”

“그게 아니고 하남에 가면 소림사하고 개방의 총단이 있습니다. 아무리 오대사파 중 하나인 마룡방이라 해도 거기까지는 들어오지 못할 것입니다.”

“소림사하고 개방? 그건 뭐 하는 데냐?”

“소림사는 절이고 개방은 거지들의 집단입니다.”

“이것들이 지금까지 괜히 나를 겁줬구나!”

“예?”

“중들하고 거지들을 무서워하는 놈들 가지고 무지 무서운 놈들같이 말했잖아?”

유성탄의 생각에 중이나 거지들을 무서워하는 마룡방이라면 무서울 것이 없지 않느냐는 뜻이었다.

“그게 아니에요. 소림사는 무림에서 태산북두라고 하는 곳입니다. 한마디로 무림인들이라면 모두 무서워하는 곳이 바로 소림사입니다. 거기다 개방은 무려 방도가 십만이 넘는다는 초거대방파입니다. 그러니 누가 감히 시비를 걸겠습니까?”

“십…십만!”

유성탄은 자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수에 입을 떡 벌린다.

‘이제 보니 거지들 건드리면 큰일 나겠구나…….’

유성탄은 개미 떼같이 자신에게 덤벼드는 거지 떼를 상상하더니 진저리를 쳤다. 그에게 거지를 피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기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하남성까지 가기에는 너무 멀다. 내 생각으로는 안휘를 통해 호북으로 빠져 사천으로 넘어간다. 안휘에는 남궁세가가 있고 호북에는 무당파가 있다. 하남보다는 못해도 마룡방이 마음대로 움직이기는 힘든 곳이다. 그리고 사천으로만 들어가면 마룡방은 더 이상 우리를 추적하지 못할 것이다,”

“사천이 하남보다 더 멀지요.”

강태웅은 이왕이면 하후란이 말했던 세 개의 산 중 아미산을 가볼 생각이었지만 눈치 없는 황대산이 다시 끼어들었다,

“하지만 하남은 개방이 완전히 자리 잡고 있어서 우리가 움직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천으로 가!”

강태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성탄이 결정을 내렸다. 남궁세가가 뭔지 무당파가 뭔지 그는 알 바 아니었지만 거지가 많다는 하남으로는 무조건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대형께서 우리가 누구인지 말한 것이 좀 걱정입니다.”

갈 곳이 정해지자 장우왕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유성탄은 여필수에게 자신이 유성탄 대형이고 아우들과 함께 낭인칠웅이라고 한다고 나름대로는 협박을 한답시고 크게 떠벌였었다.

“맞습니다. 그냥 갔으면 됐는데 우리가 누구인지 알려주었으니 언제 그놈들 칼이 등을 찍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습니다.”

마동파가 못마땅한 얼굴로 유성탄에게 말하자 강태웅이 그렇지 않다는 얼굴로 말을 받았다.

“아니다. 어차피 우리는 세상에 이름을 날리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다면 상대가 누구이건 언젠가는 우리의 이름을 말해야 한다. 내 생각으로는 대형께서 시기적절하게 잘 말했다고 생각한다. 두고 봐라. 단 일곱이서 마룡방의 황룡대를 작살낸 우리 낭인칠웅의 이름이 곧 강호에 퍼질 것이다.”

강태웅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 조금 전까지의 걱정은 어디로 갔는지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리고 대형은 차치하더라도 우리가 마룡방의 황룡대 십여 명과 대등하게 싸웠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아느냐? 우리가 대형 덕에 상상외로 엄청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은 대형의 훈련이 좀 힘들기는 하지만 열심히 따라가는 것뿐이다.”

강태웅의 말에 모두 각오를 새롭게 할 때 유성탄은 다른 생각에 골몰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것들을 떼어놓아야겠어. 강호에 이름이 퍼지는 거 나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얘들하고 같이 다니다가는 나에게 평화는 다시없을 거야.’

하지만 유성탄은 모르는 것이 있었다. 그의 성격상 떼어놓고 싶으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다 때려눕히고 떠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미 낭인칠웅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형제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 * *

“다 죽였습니다.”

구룡회의 순찰영주 임기만은 보고를 들으며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흐흐흐! 세상에 마룡방의 황룡대를 이렇게 쉽게 제거하다니 오늘 운이 좋구나. 이제 이놈들이 낭인칠웅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죽였다고 소문만 내면 되겠군. 하하하하!”

황룡대는 임기만이 함부로 하기 어려운 집단이었다. 그 바람에 바짝 쫓지를 못했고 유성탄과 황룡대의 싸움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여필수를 고문해서 누가 그랬는지는 알아낼 수 있었다.

임기만은 유성탄의 돌에 맞아 끙끙대고 있는 황룡대원들과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견준구까지 모두 죽여버렸다.

임기만으로서는 고수인 견준구를 너무 쉽게 제거하는데 성공했지만 견준구로서는 정말 눈을 감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옆에는 여필수가 역시 눈을 감지 못하고 죽어 있었다.

임기만은 낭인칠웅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황룡대를 작살낼 정도라면 상당한 고수들이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해 낸 것이 차도살인지계였다. 물론 낭인칠웅이라는 자들이 마룡방의 마수를 벗어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황룡대를 이길 정도의 고수를 제거하려면 마룡방으로서도 상당한 전력의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었다.

“재미있게 됐군.”

임기만이 황룡대를 몰살시키는 장면을 숨어서 보고 있던 상관무청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속으로 중얼거렸다.

“낭인칠웅에게 누명을 씌우겠다 이 말이지. 우선은 그냥 두고 본다. 그러다가 낭인칠웅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구룡회가 황룡대를 몰살시켰다고 천하에 공표한다. 잘하면 손 안 대고 코 풀게 생겼군.”

상관무청은 임기만보다 조금 늦게 그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곧 모든 상황을 짐작해 낼 수 있었고 그사이에 구룡회를 얽어맬 계교를 짰다. 물고 물리는 무림이었다.

* * *

“저건 뭐야! 설마 산도적들이 백주대낮에 관도에 돌아다닐 리도 없고…….”

장삼은 관도를 꽉 메우며 걸어오는 일곱 명의 장한들을 보며 몸을 피했다.

“너! 이리 와 봐라.”

피하던 장삼은 장한 하나가 우렁찬 목소리로 자신을 손짓하며 부르자 바짝 얼어서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말입니까?”

“그래 너!”

“무, 무, 무슨 일이신지요?”

“여기가 안휘성이냐, 아니면 아직도 절강성이냐?”

“안휘성인데요.”

장삼이 주눅 든 목소리로 말하자 묻던 표도행이 옆을 보며 말했다.

“안휘성이랍니다. 우선은 잘 빠져나온 것 같습니다.”

“여기 고을의 이름은 뭐냐?”

표도행이 다시 장삼에게 물었다.

“가능이라는 곳입니다.”

“알았다. 가봐라.”

장삼은 가라는 말에 살았다는 표정으로 후다닥 뛰어 사라졌다.

“자식이 겁은……. 우리가 지를 잡아먹나?”

유성탄은 장삼이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며 구시렁댔다.

유성탄과 아우들은 근 한 달이 넘게 산속만 헤매면서 절강성을 넘었다. 알던 길도 아니고 그저 방향만 잡아 가다 보니 툭하면 낭떠러지에 절벽이 앞을 가로막아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이다.

그러는 동안 그들이 겪은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유성탄은 도망만 다니는 것은 더 이상 못 한다면 아우들을 엄청 괴롭혔고 아우들은 이제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식으로 간신히 버텨온 것이다.

“우하하하! 이제 밥다운 밥 좀 먹어보자.”

유성탄은 그들이 도착한 곳이 안휘성의 가능이라는 말에 가장 먼저 밥부터 생각이 났는지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자 모두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먹는 것이 가장 그리웠기 때문이었다.

설마 그렇게 오랫동안 산속에서 생활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기에 음식을 거의 준비해 가지 않았었고 마룡방이 쫓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도 피우지를 못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넘어오는 입을 막아가면서 유성탄이 벌레를 잡아먹는 것을 보게 되는데, 유성탄이 몸에 좋다며 아우들에게까지 벌레를 권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부 손사래를 쳤지만 협박 반 회유 반에 결국 하나둘 벌레를 먹어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게워내는 것으로 끝났다.

“벌레도 못 먹는 병신들!”

토하는 그들을 보며 유성탄이 뱉은 말이었다.

커다란 식탁에 앉은 낭인칠웅은 거나하게 시켜놓고는 왁자지껄 음식을 먹어대기 시작했다.

“주인님, 저것들 돈이나 있을까요?”

점소이가 낭인칠웅이 먹는 모습을 인상을 쓰며 쳐다보다가는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설마… 양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돈도 없으면서 저렇게 많이 시키겠냐?”

식당주인이라고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흉악한 모습에 감히 돈부터 보자는 말을 하지는 못했다.

“어서 오십쇼!”

주인과 대화를 나누던 점소이는 다른 손님이 들어오자 급히 앞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아가씨! 너무 시끄러운데 다른 데로 갈까요?”

넓은 식당에 손님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유성탄 일행 때문에 시끄럽기는 꽉 찬 식당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다. 식당이라는 게 어느 정도 시끄럽기도 해야지. 너무 조용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 그냥 여기서 먹자꾸나.”

면사로 얼굴을 가린 궁장 차림의 여인과 하녀인 듯한 여인은 주위를 둘러보며 대화를 주고받더니 점소이가 안내하는 자리로 가서는 앉더니 몇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그런데 아가씨라는 여인의 목소리가 너무 청아하고 고아해서 떠들던 낭인칠웅도 말을 잠시 멈추고 그녀들을 쳐다보았다.

궁장 여인의 이름은 정자운(鄭紫雲)이었고 하녀로 보이는 여인의 이름은 백리빙(白鯉氷)이었다. 정자운은 무림인이라면 누구라도 알 정도로 대단한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백리빙은 신분으로는 정자운과 주인과 하녀의 사이였지만 둘 사이는 거의 친자매와 같았다.

“햐! 하녀도 저렇게 예쁘니 아가씨라는 여인은 얼마나 예쁠까요?”

마동파가 강태웅을 보며 작게 말했다.

“역시 여인은 여염집 여인이어야지 무림 여자나 화류계 여자는 저런 고상함이 없다니까.”

황대산도 한마디 했다.

“대형, 뭐 하십니까?”

열심히 먹던 유성탄이 손으로 턱을 괴고는 그녀들을 쳐다보자 표도행이 갑자기 왜 그러느냐는 듯이 물었다.

“한번 줬으면…….”

유성탄이 몽롱한 눈으로 그녀들을 쳐다보며 중얼거리자 마동파가 깜짝 놀라 말했다.

“대형, 여염집 여인에게 그런 말을 했다가 걸리면 치한으로 몰려서 관부에 잡혀갑니다. 절대로 그 말은 함부로 하시면 안 됩니다.”

“알아! 인마. 나도 이제 여자들에게 달라고 한다고 그냥 주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나도 안다고! 그래서 달라고 안 하고 한번 줬으면 그랬잖아!”

“아이고! 대형… 소리 좀 죽이세요.”

마동파가 기겁을 하며 유성탄을 말린다.

“자식이 그렇지 않아도 여자 안아본 지가 오래돼서 성질나 죽겠는데 자꾸 염장을 질러요.”

“아가씨! 저놈들이 감히 우리가 들으라고 수작을 부리는 것 같은데, 어떡할까요? 눈을 다 빼버릴까요?”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백리빙이 유성탄 일행의 말을 다 들었는지 눈에 살기를 띠며 정자운에게 속삭였다.

“거친 낭인들이다. 그냥 그러려니 하거라. 지들끼리 하는 대화까지 시비를 건다면 어떻게 세상을 살겠느냐?”

정자운이 조용하게 타이르자 백리빙이 샐쭉한 눈으로 말했다.

“아가씨께서는 너무 착하세요. 너무 그러시면 사람들이 우습게본다구요.”

“호호호! 착하다고 아무도 우습게 안 보니 걱정 말거라.”

‘하필 마음에 든 계집애가 왜 저렇게 살벌한 거야?’

귀가 너무 좋은 유성탄은 백리빙의 말에 가슴이 서늘해 오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유성탄은 정자운과 백리빙이 들어오는데 그들에게서 뭔가 모를 전기가 오는 찌릿함을 느끼고는 어떻게 한번 꼬드겨볼 생각을 했지만 그녀가 눈을 뽑아버린다는 말에 생각을 다시 한다.

유성탄의 눈에는 면사로 가린 궁장여인의 얼굴도 훤히 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유성탄이 보기에도 너무 착하게 생겼고 그 모습이 하늘의 선녀 같았다. 그러나 유성탄의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었다.

유성탄은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그는 만만해 보이는 여자가 좋았다.

유성탄이 보기에 정자운은 피곤할 것 같았다.

하여간에 여인 택하는 것도 참 특이한 유성탄이었다.

“한번 말해 보라니까?”

“대형도 참 여염집 여인을 어떻게 꼬드겨요?”

“너 그때 술 먹으면서 그랬잖아. 대형께서 말만 하면 어떤 여자든지 꼬드겨준다고?”

“아 그거야 술집에서 말이지요. 거기다 술 먹으면서 무슨 말은 못 하겠습니까?”

“그럼 그 말이 다 뻥이었다는 말이냐?”

“다 뻥은 아니지만 여염집 여자는 포함이 안 되지요.”

유성탄은 하녀의 살벌한 말투에 관심을 끊으려 했지만 자꾸 눈이 가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전에 마동파가 어떤 여자든지 말만 하면 다 꼬드겨주겠다는 말을 기억해 내고는 마동파에게 백리빙을 꼬드겨보라고 조르는 중이었다.

“그럼 왜 다 꼬드겨준다고 그랬는데?”

“조금 과장이 들어간 거지요.”

“그럼 결국 뻥이었다는 말이잖아! 너 조심해… 난 뻥치는 사람을 무지 싫어한다.”

“대형도 참! 제 뻥은 대형한테는 상대도 안 돼요.”

마동파가 볼멘소리를 했지만 유성탄은 더 이상 마동파와 입씨름하기가 싫은지 다시 하녀에게로 눈을 돌렸다.

[너 눈 안 돌리면 뽑아버린다!]

유성탄은 갑자기 귀에 들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좌우를 둘러보더니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야, 그만 나가자! 아무래도 이 식당에 귀신이 있는 것 같다.”

백리빙이 자꾸 쳐다보는 유성탄의 눈을 의식하고는 화가 나서 전음을 보낸 것인데 전음을 처음 듣는 유성탄은 귀신이 자신에게 말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무슨 귀신이 대낮에 식당에 나타난다고 그러세요?”

표도행도 좌우를 둘러보며 반문했다. 순간 여인의 교소가 크게 들려왔다.

“호호호호호호!”

백리빙은 자신의 전음에 귀신이 나타났다고 호들갑을 떠는 유성탄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크게 웃어버렸다. 그러자 정자운이 백리빙을 꾸짖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유성탄의 행동이 백리빙 때문에 생겼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이다.

유성탄은 백리빙의 웃음소리를 듣자 그녀가 자신을 놀렸다는 것을 즉시 알아챘다. 많이 똑똑해진 유성탄이었다.

유성탄은 백리빙의 웃는 얼굴을 보더니 뭔가 결심한 듯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하하하! 예쁘게 생겨서 조금 귀여워해 줄려고 했는데 역시 귀엽구려. 하지만 내가 무척 무서운 사람이오. 여자가 감히 남자를 희롱하면 어떤 죄를 받는지 아시오?”

“어떤 죄를 받는지 아시오? 지금 나한테 하는 얘기예요?”

“그렇소! 남자의 한마디는 금이라고 했소. 난 내가 한 얘기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오.”

“……?”

어이가 없는 얼굴로 유성탄을 쳐다보던 백리빙은 다시 커다랗게 웃었다.

“호호호! 침묵은 금 아니던가요? 그리고 한 얘기가 뭐가 있어서 책임을 지고 싶어하시는 거죠?”

그녀의 말에 정자운까지 손을 입으로 가져가며 ‘킥!’ 웃었다.

‘이 씨! 뭐 잘못 말했나 보다. 하지만 여기서 밀리면 쪽이다.’

정자운까지 웃자 유성탄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마동파가 몸을 사리자 자기가 직접 꼬드겨보겠다고 나선 것인데 자신의 무식만 보인 것이다.

“남들은 침묵이 금이지만 나 사나이 유성탄은 말하는 게 금이오. 그리고 내가 책임지겠다는 것은 남자를 희롱한 죄를 묻겠다는 것을 책임지겠다는 것이오.”

아우들까지 안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귀에도 횡설수설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오호! 아저씨의 말은 금이다. 그러셨어?”

유성탄은 백리빙의 아저씨라는 말이 거슬렸다.

“나 보기보다 젊은 사람이오. 아저씨라는 말은 좀 듣기 거북하구려.”

“몇 살이나 되셨는데요?”

백리빙은 아주 재미가 있는지 빙글거리며 물었다.

“꽃 같은 스물이오.”

‘하여간에 우리한테는 서른두 살이었다가 마흔 살이었다가 마음대로 늘리더니 여자 앞에서는 확실히 줄여버리는구나.’

아우들이 이구동성으로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그 모습에 스무 살이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백리빙이 ‘꽃 같은’이라는 말에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다시 물었다.

“내가 좀 노숙해서 겉늙어 보일 뿐이오.”

유성탄의 대답에 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호! 아가씨, 나 이러다가 배꼽 빠질 것 같아요. 호호호, 저 사람 진짜 웃기네요.”

백리빙의 모습을 보며 정자운이 슬쩍 꼬집는다. 너무 그러지 말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웃음을 참느라 입을 열지는 못했다.

‘이 씨! 분위기가 완전 쪽 팔리는 쪽으로 흐르는 것 같은데…….’

유성탄이라고 상황파악을 전혀 못 할 리는 없었다. 꼬드기는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고 있었지만 여기서 꼬리를 내리는 것은 유성탄이 아니었다.

그때였다.

“하하하! 요새도 대명천지에 식당에서 여인을 희롱하는 자들이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구려.”

웃음소리와 함께 유성탄 일행과 등을 돌린 채 식사를 하던 젊은 청년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하얀 마의에 손에는 섭선을 든 청년은 대단히 준수했고 귀티가 철철 넘치고 있었다.

백리빙은 잘생긴 청년의 얼굴을 보더니 흥미로운지 얼굴에 미소를 지었고 궁장여인도 고개를 들어 슬쩍 청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는 안휘 남궁세가의 유룡제검(幼龍帝劍) 남궁무라 하오. 아무리 법을 모르는 낭인이라고는 하지만 감히 안휘에서 아녀자를 희롱하려 들다니 정말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모양이오.”

분명 질타를 하는 것이 분명했지만 남궁무의 외침에는 무례한 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강태웅을 비롯한 아우들의 얼굴은 확연하게 변했다.

‘운이 없구나. 어찌 시비가 벌어져도 남궁가의 사람과 벌어진단 말인가…….’

드디어 유성탄은 빠져나갈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상황이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씨!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나쁜 놈이 되고 있잖아.’

당연히 유성탄이 남궁무가 되고 다른 놈이 자신의 역을 맡아야 자기가 사귀려고 하는 여인을 어떻게 해볼 텐데, 이상하게 자신이 나쁜 놈이 되고 남궁무인지 파인지 하는 놈이 좋은 놈이 되고 있는 지금 상황이 무척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다.

“야, 이 자식아! 니가 내가 여자를 희롱할지 아니면 친절하게 대할 건지 어떻게 알고 떠드는 거냐? 네가 점쟁이냐?”

유성탄이 잘됐다는 듯이 다짜고짜 욕을 하며 시비조로 나왔다.

유성탄의 대응에 정자운과 백리빙의 눈이 동그래졌다. 방금까지 보이던 어수룩한 유성탄의 모습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마동파와 황대산이 급히 유성탄의 앞을 나서더니 두 팔을 잡고는 밖으로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유성탄의 성격상 그대로 끝나지 않을 확률이 높았고 여기서 남궁세가와 시비가 벌어진다면 안휘성에서도 산길을 따라 도망가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니들 왜 이러는 거야? 저 자식 말하는 거 못 들었어! 나보고 여자를 희롱했단다. 나는 누명쓰고는 못 참는다.”

밖으로 끌려나온 유성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마동파가 말했다.

“예뻐서 귀여워해 준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희롱 맞습니다.”

유성탄은 마동파의 말에 입을 툭 내밀고는 마동파를 빤히 쳐다보다가는 말했다.

“희롱 맞아?”

“예.”

“쟤들은 뭐 할 게 있다고 아직도 저기서 더듬대고 있는 거냐? 빨리 나오라고 해라.”

유성탄은 아직도 식당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강태웅과 나머지를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빨리 사라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왜 이렇게 빨리 걷냐?”

강태웅과 아우들은 나오자마자 무척 빠른 걸음으로 고을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쪽팔리는 것이 싫어서 빨리 그 자리를 빠져나오려고는 했지만 굳이 도망치듯 이렇게까지 급하게 움직일 마음은 없었던 유성탄이 강태웅에게 물었다.

“우리가 건드린 사람이 남궁세가의 이공자입니다. 유룡제검이라고 하면 아마 몰라도 후기지수 중에는 수위를 다투는 인물일 것입니다. 지금은 아까 그 여자들이 있어서 쫓아오지 않지만 대형에게 그런 욕을 듣고 그냥 참을 자가 아닙니다. 그러니 되도록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까짓 샌님 같은 놈이 뭐가 무서워서 그러냐? 난 안 무섭다. 천천히 갈란다.”

유성탄이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자 표도행이 부언했다.

“그자가 무서운 게 아니라 그자의 가문이 무서운 것입니다. 그자의 가문과 원한을 맺으면 마룡방이 문제가 아닙니다. 아마 밥이 문제가 아니라 잠도 못 자게 할 겁니다.”

“니들은 왜 이렇게 걸음이 느리냐? 나처럼 빨리 걸어라!”

천천히 걷겠다던 유성탄은 표도행의 말이 끝나자 거의 뛰는 속도로 앞으로 나서더니 휑하니 달려갔다.

“아가씨, 정말 웃기는 자식 아니에요?”

백리빙은 유성탄이 만든 작은 소동이 가소롭다는 듯이 유성탄이 사라진 입구를 보며 궁장여인에게 말했다.

“빙아, 너는 내가 말조심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아직도 못 고치는구나.”

그러자 백리빙은 혀를 쏙 내민다.

“귀하신 분들 같은데 어찌 호위무사도 없이 험한 강호를 다니시는지 모르겠군요. 아까와 같은 낭인들은 사방에 많습니다. 거기다 호시탐탐 여자를 노리는 흑도인도 무시할 수는 없지요. 제 생각으로는 그만 집으로 돌아가시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남궁무는 젊은 나이에 맞지 않게 아주 교육을 잘 받은 청년이었다. 비록 둘째로 태어나 소가주는 되지 못했지만 무공이나 학식에서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을 실력을 갖추었고 협의도 충만했다.

남궁무는 유성탄 일행이 얼렁뚱땅 사라지자 정자운에게 포권을 하며 주의해서 다니라고 충고 비슷한 말을 하고는 몸을 돌렸다.

정자운은 급히 답례를 하려고 했지만 남궁무가 이미 몸을 돌려버리자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식탁에 앉는다.

“어머, 어머, 아가씨! 너무 멋있는 공자님 같아요. 제 생각으로는 더 볼 것 없이 결정해 버리시는 게 어떠세요.”

“빙아! 말조심하라니까!”

정자운은 우선 백리빙의 입을 막고는 밖으로 훨훨 나가는 남궁무를 의미심장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래, 네 말대로 젊은 나이에도 대협의 풍모가 흐르는구나. 하지만 이번만은 내 마음이 흐르는 대로 하고 싶구나.’

그곳에는 유성탄 일행으로부터 음식 값을 못 받은 주인의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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