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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무당파 (31/79)

제2장 무당파

배부르게 먹은 유성탄이 잠을 잔다며 만류장에서 준비해 준 방으로 들어가자 낭인칠웅과 방도들은 모여 숙의에 들어갔다.

“영호충, 너는 사방을 돌아다니며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 있는지 알아봐라. 황도검 같은 고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로서는 무시 못할 자들이 생각 외로 많을 수도 있다. 절대로 시비는 붙지 말고 되도록 친해지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부방주님! 제가 누구랑 친해지는 것은 아주 자신 있습니다.”

“좋다. 표 아우는 특기를 살려 만류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아보게. 그리고 철패 아우는 대형의 옆을 떠나지 말고 사고가 없도록 철저하게 경호해라. 이곳에서 대형께 시비를 걸 자들이 있다고는 믿기지 않지만 시끄러워지면 계획이 어긋날 수도 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강태웅은 그들의 대답을 듣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황대산과 마동파를 보며 말했다.

“너희 둘은 내일 일찍 무당으로 가라.”

“예! 무당예요?”

“하후 소저가 말하기를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당에 찾아가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알리고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우리 말을 믿을까요?”

“안 믿을 거라고 하더라. 하지만 말이라도 해놓으면 그들도 무조건 만류장의 요청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소한 한 번이라도 다시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가보기는 하는데… 말이나 할 수 있을지는 자신을 못하겠습니다.”

황대산의 자신 없는 말에 강태웅은 웃으며 말했다.

“너희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마라.”

“그럼 나는 뭘 할까?”

“우왕이 너는 이곳에 있는 용역들을 만나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봐라.”

“여기에 용역이 있기는 있더냐?”

장우왕의 반문에 강태웅이 표도행을 쳐다보았다.

“있습니다. 분명 낭인으로 보이는 자를 제가 봤습니다.”

“그건 언제 봤냐? 하여간에 넌 눈도 좋아.”

철패가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후우! 대형께 너무 큰 짐을 지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모두가 잠든 깊은 밤, 강태웅은 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만류장의 소로를 거닐고 있었다. 처음 유성탄을 봤을 때는 악동 같은 모습에 이따금 눈이 찌푸려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같이 지내면서 유성탄의 심성을 알면서 강태웅은 괜히 유성탄을 끌어들인 것은 아닐까 후회가 되었다.

‘너무 어린애 같으신 분인데, 내 욕심 때문에…….’

“오랜만이구나!”

생각에 잠겨 있던 강태웅은 갑작스런 목소리에 놀라 몸을 재빨리 뒤로 물리며 검을 뽑아 들었다.

“허허허! 몇 년 못 본 사이에 엄청 늘었구나.”

검을 빼 든 강태웅은 소리가 난 쪽을 향해 검 끝을 겨냥하며 물었다.

“누구시오?”

강태웅은 검은 그림자 하나가 나무 뒤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며 긴장하여 물었다.

“허허허! 그새 내 목소리까지 잊었더냐?”

“청담 형님?”

“그래 청담이다.”

강태웅은 뜻밖에 청담이 나타나자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진정을 하고는 검을 다시 겁집에 꽂고는 포권을 하며 말했다.

“깜짝 놀랐습니다. 형님께서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계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이제야 강태웅 같구나. 그래 그동안 잘 있었느냐?”

“형님 덕분에 아직까지는 죽지 않았습니다.”

“내 덕이라… 듣기 나쁜 말은 아니군.”

달빛에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청담은 덩치는 오척단신이었지만 온몸에서 아주 단단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코는 매부리코였고 눈은 마치 범의 눈을 보는 듯 형광이 번쩍였다.

“내가 그렇게 내 밑으로 들어오라고 해도 안 들어오더니 다른 사람을 대형으로 모셨다고?”

“죄송합니다.”

“낭인 중에 나 청담을 빼고 너에게 대형 소리를 들을 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얼마나 대단한 자인지 조금은 궁금하더구나.”

“아직은 여물지 못한 분입니다. 하지만 그 능력만은 끝이 없어서 그분의 모든 것이 만개할 때쯤이면 천하의 영웅이 되고도 남으실 분이지요.”

“강태웅의 그런 찬사를 받을 정도라면 정말 한번 보고 싶군.”

“기회가 오면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고맙군. 그건 그렇고… 광산에 나타난 것이 너희들 맞지?”

강태웅은 청담의 말을 듣자 긴장하기 시작했다. 본론이 그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다.

“맞습니다.”

“공칠룡이 내가 지시한 일이라는 것도 말했다고 하던데?”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내 아이들을 그렇게 때려서 내려 보냈다는 말이냐!”

청담의 말투에는 전혀 감정의 기복이 없었지만 강태웅은 청담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일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저의 대형께서 야바위판을 여는 것을 좀 좋아하십니다. 그런데 그 당시 용역으로 나왔던 낭인들이 대형께 속임수를 쓴다면서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그래서 생긴 일일 뿐 절대로 일부러 시비를 걸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하하! 천하의 강태웅이 거짓말을 칠 줄도 알다니 많이 변했구나.”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제 입으로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제가 모시는 대형께서 약간의 거짓말은 건강에 좋다고 하셨습니다.”

“강태웅!”

“말씀하십시오.”

“내가 너를 얼마나 아꼈는지는 알 것이다. 그런데 굳이 나하고 척을 질 생각은 아니겠지?”

“청담 형님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 중의 한 분이십니다. 제가 어찌 형님과 척을 지기를 원하겠습니까?”

“그럼 좋다. 모든 것은 오해에서 빚어진 일이라 하고 너희들이 가져간 동은 돌려줘야겠다.”

“동이요? 무슨 동을 말씀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청담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졌다.

“정말 이렇게 나올 것이냐?”

강태웅은 청담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더니 잠시 생각을 한 후 입을 열었다.

“청담 형님과는 정말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대형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형님께서 제가 모시는 분과 다른 길을 가신다면 저는 어쩔 수 없이 형님께 검을 겨눌 수밖에 없습니다. 형님께서 이번 일에서 손을 떼십시오.”

“하하하! 강태웅! 정말 많이 컸구나. 나를 따르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나를 대적하는 자는 한 번도 용서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라.”

“형님은 낭인들의 우상이십니다. 그런데 어찌 이런 추잡한 일에 손을 담그십니까?”

“낭인에게 추잡하지 않은 일이 뭐가 있다는 말이냐? 강태웅, 나는 내가 한번 예뻐한 사람에게는 언제나 한 번의 기회는 주어왔다. 이제 네게 한 번의 기회를 준다. 삼 일 안에 동을 광산으로 가지고 가라. 만약 내 말을 어긴다면 너는 물론 낭인칠웅 모두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우리가 누구인지 이미 아셨습니까?”

“마룡방의 두 개 무력집단을 이겼다고 너희가 무적이라는 생각은 하지 마라. 나 청담은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무서운 사람이다.”

강태웅은 순간 너무 놀라고 만다. 청담이 말을 끝내자마자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청담 형님에게 다른 신분이 있었던가……?”

청담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지도 못한 강태웅은 청담이 지금 당장 자기를 죽이려들었다면 간단하게 죽일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청담이 보인 신법은 절대로 낭인이 펼칠 수 있는 무공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씨! 오늘도 완전히 재수에 옴이 붙을 모양이구나.”

일어나자마자 야바위점을 친 유성탄은 겨우 두 개를 맞추자 입이 툭 튀어나와서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 줄에 꿴 금자들을 온몸에 칭칭 감은 후 그 겉에 옷을 입자 약간은 살이 붙은 듯이 보였다.

‘겨우 금자 백 냥 더 늘었는데 제법 무겁네. 이거 더 이상 돈 벌면 가지고 다니기도 만만치 않겠는데…….’

“대형, 일어나셨습니까?”

유성탄이 밖으로 나오자 철패가 다가오더니 인사를 했다.

“다 어디 가고 너만 있냐?”

“전부 일찍부터 할 일을 하러 갔습니다.”

“니들이 할 일이 뭐가 있어서?”

“이래 봬도 우리가 할 일이 무척 많습니다.”

“그럼 넌 왜 여기 있냐?”

“제가 오늘 할 일이 대형과 놀아주는 일입니다.”

‘이게 놀아주기는 누구랑 논다는 거야? 이것들이 대형 알기를 점점 우습게 아는데… 한번 기회를 잡아서 다시 바짝 기합이 들게 해야지 안 되겠군!’

“저것들은 왜 저렇게 악을 쓰고 난리냐?”

씻고는 철패와 함께 어슬렁 산보에 나선 유성탄은 적어도 오십여 명의 무사들이 모여서 수련을 하는 장면을 보자 그쪽으로 걸어가며 철패에게 물었다.

“저렇게 소리를 질러야 무공연습 하는 것 같지 않겠습니까?”

“그런 거냐? 그럼 너희들은 나하고 비무 할 때 왜 소리를 안 지르냐?”

“저것들은 연습이고 우리는 실전 아닙니까? 실전에서 저렇게 소리치다가는 힘 빠져서 오래 못 싸웁니다.”

철패가 척척 답을 하자 유성탄은 철패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꼭 생긴 것은 곰 같아 가지고 은근히 말을 잘한다니까…….”

“제가 겉모습은 이래도 어렸을 때는 똑똑하다는 말 많이 들었습니다.”

“으야압!”

유성탄과 철패가 가까이 다가서자 수련을 하던 무사들의 기합소리가 더욱 커졌다. 분명 유성탄과 철패에게 자신들의 기세를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야야! 이리 와봐!”

유성탄은 앞에서 구령을 붙이며 선도를 하는 무사를 손가락을 까닥여 불렀다.

그자는 유성탄의 부르는 모습에 화가 났는지 인상을 쓰면서 다가갔다.

“뭐냐?”

“뭐냐! 야 철패야, 얘 왜 이렇게 말이 짧냐?”

유성탄이 철패를 보고 말하자마자 철패의 절구공 같은 주먹이 그대로 가까이 온 자의 배에 작렬했다.

“이 자식이 감히 이분이 누군인 줄 알고. 이분이 바로 나 철패의 대형이신 마질대형이시다. 멋도 모르고 까불지 마라!”

배를 맞은 자가 그대로 뻗자 뒷짐을 지고는 수련장면을 보던 중년의 남자가 앞으로 다가왔다.

“보아하니 새로 용역으로 들어온 놈들 같은데 함부로 주먹부터 휘두르다니 매운 맛을 좀 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유성탄은 중년의 사나이가 다가오자 단번에 철패로는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철패야, 비켜라.”

유성탄의 말이 떨어지자 철패도 금방 이유를 눈치 채고는 뒤로 빠졌다.

“야 이 자식아! 먼저 말을 짧게 한 놈은 저놈이다. 어린놈이 감히 어른을 몰라보고 까불었으면 한 대 정도는 맞아야 하는 거 아니냐?”

“너야말로 어린놈이 진짜 방자하구나!”

중년의 사나이는 눈에 살기를 띠며 소리쳤다.

“내가 얘를 부른 것은 니들 무공 수련하는 것이 너무 애들 같아서 좀 가르쳐주려고 한 거다. 그런데 다짜고짜 반말로 나오면 듣는 나는 기분이 좋겠냐, 나쁘겠냐?”

중년의 사나이는 유성탄의 말을 들으며 더 이상은 못 참겠는지 몸을 날리며 달려들었다. 그는 만류장의 무공 사부로 만류장에서 거액을 들여 데리고 온 사람으로 팔괘장의 달인이었다. 만류장에서는 많은 호위무사와 용역을 쓰고 있으면서 따로는 만류장 자체의 무인들을 키우고 있었다.

“이놈! 내가 바로 호서의 대력팔괘장 웅형원이다.”

웅형원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부는 유성탄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각인시켜 줄 생각이었다.

퍽!

유성탄은 그의 장이 가까이 오자 우습다는 듯이 주먹을 휘둘렀다. 맞추지를 못해서 그렇지 맞추기만 하면 대단한 고수도 깜짝 놀라곤 하는 유성탄의 주먹이었다. 그리고 주먹과 장이 부딪치며 상당히 격한 타음을 토해냈다.

“어쭈!”

웅형원은 놀랍게도 유성탄의 주먹을 장으로 받았는데도 그리 큰 타격이 없는지 몸을 회전시키더니 유성탄의 가슴을 장으로 쳤다.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수법으로는 가장 흔한 것이 권법(拳法)이었고 그 다음이 장법(掌法)이었다. 물론 각법(脚法)과 지법(指法)도 있지만 순수하게 각법이나 지법만을 사용하는 무림인은 거의 없었다.

권법은 주먹을 쥐고 상대를 타격하는데 파괴력이 크고 맞은 부위를 그대로 부서뜨리는 반면 장법은 파괴력은 약한 방면 속으로 골병을 들게 하는 수법이었다. 유성탄의 권은 사실 권법이라고도 하기 어려운 막주먹이었다. 팔괘장은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데 대단히 유용한 장법이었다. 유성탄의 주먹이 웅형원의 장을 그대로 가격하기는 했지만 교묘하게 팔을 뒤로 빼며 파괴력을 분산시킨 것이다.

팍!

유성탄의 가슴에 그대로 웅형원의 장이 작렬했다.

유성탄은 가슴을 맞고는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아프지는 않았는데 가슴이 찡하고 울리는 기분이 무척 나빴다. 다른 사람 같으면 내상을 입고도 남을 충격이었지만 유성탄은 그것이 다였다.

‘요상하게 받는데…….’

유성탄도 그의 권이 장에 부딪치는 순간 힘을 받지 않고 그대로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주먹에 와 닿는 느낌이 나야 하는데 마치 솜을 친 듯했던 것이다.

“이것도 받아봐라!”

한 발짝 물러났던 유성탄은 다시 덤비면서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하지만 동굴에서 날아다니는 벌레들을 주먹으로 맞추는 놀이를 많이 했던 그로서는 마구 휘두르는 주먹인데도 불구하고 웅형원의 몸에 고스란히 떨어지고 있었다.

‘보통 놈이 아니구나…….’

웅형원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당장 알아챘다. 일개 낭인인 줄 안 것이 대실수였던 것이다. 웅형원은 유성탄의 주먹의 흐름에 내심 무척 당황하고 있었다. 분명 자신을 지나친 주먹이 갑자기 꺾어질 수 없는 방향으로 쳐올 때면 가슴이 서늘할 정도였다.

장법이나 권법을 사용하는 무인들은 특히 보법을 잘 구사했다. 긴 검이나 도를 맨손으로 상대하자면 그만큼 몸이 빨라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유성탄의 방어를 도외시한 공격에 웅형원은 처음에 장 한 대를 맞춘 것을 끝으로 계속 밀리고 있었다.

‘요렇게 하고 손은 이렇게 하고 알았어!’

유성탄은 웅형원을 작살내려면 이미 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웅형원이 자신의 권을 무력화 시키는 수법을 보고는 흥미가 생겨 일부러 이기지 않고 웅형원이 사용하는 수법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림의 고수들에게는 그리 대단한 수법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맷집으로 상대하는 유성탄에게는 대단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수법이었다.

“이제 보니 간단한 거네.”

유성탄의 입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나오더니 그대로 주먹이 웅형원의 장에 부딪쳐갔다.

웅형원은 언제나와 같이 살짝 팔을 뒤로 빼며 유성탄의 권의 타격점을 피함과 동시에 힘을 빼려고 했다.

“으윽! 이게 무슨 수법이냐?”

유성탄의 주먹이 멈추지 않고 계속 밀어닥치는 것이 아닌가.

유성탄은 웅형원이 살짝 보법을 사용하여 뒤로 물러서며 팔을 굽혀 권의 힘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뻗어나가는 팔을 따라 발을 같이 달렸다. 보통 사람의 신체로는 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한번 가속도가 붙어 나간 주먹은 노리던 타격점을 지나면 결국 서야 하는 법이었다. 그러나 유성탄의 주먹은 웅형원이 계속 보법을 밟으며 물러나는데도 쉬지 않고 그대로 웅형원의 가슴을 향해 짓쳐 들어온 것이다.

“자식이 까불어! 하지만 제법이다. 언제든지 다시 도전하면 받아는 주는데 도전비(挑戰費)가 있으니까 돈은 가져와야 한다.”

무림인들은 들어보지도 않은 도전비란 말까지 만든 유성탄은 웅형원이 가슴을 맞고는 무려 두 바퀴나 떼굴떼굴 굴러가는 모습을 보며 한번 큰 소리를 뻥 치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악을 쓰듯 기합을 지르던 무사들은 자신들이 하늘처럼 여기던 무공 사부를 간단히 기절시키고는 사라지는 유성탄을 막을 생각도 못하고 물러나고 말았다. 그리고 유성탄은 또 하나 자신이 모르던 수법을 배웠다.

“장주님, 아주 악질 놈입니다. 장안의 무사들이 전부다 그놈만 나타나면 피하기에 바쁩니다.”

사도진용은 배득칠의 보고를 받으며 얼굴이 찌그러들었다.

“지금이 삼 일째인데 어찌 그놈은 아무런 반응도 나타내지 않는 거냐?”

“그게 참 이상합니다. 분명 삼 일이면 약의 효력이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다시 삼 일을 더 기다려보다가 그때까지도 그놈이 멀쩡하면 당장 당가에 사람을 보내어 돈을 돌려달라고 해라.”

사도진용은 유성탄에게 먹인 만성독약을 사천에 있는 당가에서 사왔었다. 절대로 세가 밖으로는 유출시키지 못하는 것이라는 말에 거금을 주고는 겨우 한 명 분을 구한 것이다. 그렇게 귀한 것을 유성탄에게 사용한 것인데 유성탄은 여전히 장을 휘젓고 다니며 모든 무인들을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청담은 온다는 날에서 벌써 이틀이나 지났는데 왜 안 오는 거냐?”

보고 싶지 않지만 온다고 하고 나타나지를 않으니 은근히 불안한 사도진용이었다.

“하하하! 사도 장주님께서 나 같은 낭인을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갑작스런 청담의 목소리에 사도진용의 얼굴이 확 변했다.

“청 대협께서 이미 오신 줄을 몰랐소.”

말하는 사도진용의 얼굴에는 놀람이 나타나고 있었다. 큰 상단의 주인은 언제나 암살의 위협 속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곳곳이 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경호는 일국의 황제에 못지않은 법이었는데 청담이 어느새 안까지 들어왔으니 그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식으로 예의를 차려 들어와야 했는데 이 안에 낭인칠웅이라는 놈들이 들어와 있어서 조금 알아보느라 숨어 들어왔소이다.”

“낭인칠웅이요?’

사도진용이 또 놀라고 있었다.

“이번에 들인 낭인들이 요즘 한창 이름을 올리고 있는 낭인칠웅이었는데 그것도 몰랐단 말이오?”

청담의 말에 사도진용이 눈이 동그래져서 물었다.

“정말 마룡방과 싸웠다는 낭인칠웅이 저들이 분명하다는 말입니까?”

“그렇소. 거기다 광산에 나타나 동을 훔쳐간 놈들도 저들이오. 어찌하여 저들이 여기에 들어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심은 해야 할 것 같소이다.”

“황도검 허 대협이 저자에게 당한 것은 아시오?”

사도진용은 청담을 보며 물었다.

“얘기는 들었소. 그런데 그것이 정말이었소?”

“황도검 같은 사람이 저런 낭인에게 당했다는 것이 나도 이해가 안 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총관이 숨어서 다 보았는데 겨우 오 초도 안 되어서 다리뼈가 부서졌다고 합니다.”

청담은 사도진용의 말을 들으며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도 황도검과 유성탄의 싸움에 대한 말을 듣기는 들었지만 어떤 야료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진짜로 허상돈이 오 초 만에 당했다면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느낀 것이다.

“무당에 연락을 하시지 그러시오. 그럼 간단히 저놈들을 치워줄 텐데?”

“저도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무당이 이곳에 와서 진을 치고 있으면 우리가 함부로 움직이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청담은 사도진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딴은 그렇구려. 그렇지만 믿을 수 없는 놈들을 집안까지 들여놓고 무슨 일을 도모한다는 것은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청담 대협께서 처리를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도진용이 살짝 청담의 눈치를 보며 운을 뗐다.

“내가 나서면 간단히 처리를 할 수는 있지만 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닐 듯싶소이다.”

그러나 청담은 두루뭉술하게 답을 하며 슬쩍 거절한다.

‘승냥이 같은 놈! 자기는 어려운 일에는 손을 안 대겠다는 말이로군.’

‘여우같은 놈! 나를 어떻게든 전면에 나서게 하려고 그러는데 네 생각처럼 되지는 않는다.’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는 있지만 속마음은 전혀 다른 그들이었다.

“대형, 그런데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겁니까?”

유성탄과 나무그늘 안에 앉아 있던 철패가 유성탄에게 물었다. 만류장에 들어온 지 겨우 삼 일이 지났지만 유성탄에게 맞거나 괴롭힘을 당한 사람들은 부지기수였다. 예전에 용병시절에도 유성탄이 이따금 사람들을 괴롭히기는 했지만 이렇게 작심한 듯이 괴롭힌 적은 없었다.

“철패, 너는 만날 나보고 어렸을 때 똑똑했었다고 그러면서 왜 그렇게 미련하냐? 생각해 봐라. 만류장은 대산이의 원수들 중의 하나다. 그렇다면 어차피 싸울 것이 틀림없는데 내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줘야 싸움이 나면 내게 덤비지 못할 것 아니냐?”

철패는 유성탄의 말에 눈을 커다랗게 뜨며 감탄의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심모원려(深謀遠慮)가 있었습니까? 역시 대형은 대단하십니다.”

“심… 뭐?”

“심모원려요.”

“그게 뭐냐?”

“길게 내다보고 생각을 한다는 말입니다.”

“좋은 말이냐?”

“그럼요. 대형께서 너무 똑똑하셔서 제가 감탄했다는 말입니다.”

“그래? 심모원려라… 하나 배웠군.”

유성탄과 철패가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시각, 강태웅은 장우왕과 함께 숙의에 숙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알아는 봤냐?”

“이곳에 있는 모든 용역들은 청담 형님을 통해서 들어온 것이 분명하다. 도대체 청담 형님이 왜 이런 용역 일에 끼어든 건지 알 수가 없다.”

장우왕은 삼 일간 강태웅이 시키는 대로 표도행과 함께 청담과 만류장에 대한 관계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만류장의 모든 용역은 청담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유성탄이 그들에게 공포의 존재로 각인되면서 모두가 그들을 무서워했고 장우왕이 낭인 중에서는 상당히 지명도가 높았기 때문에 알아보는 데는 그리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입을 다물어버리는 바람에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었다.

“청담 형님을 내가 만났을 때 솔직히 엄청 놀랐었다. 절대로 낭인의 무공이 아니었다. 내가 약해서 정확한 수준을 알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무림 백대고수와 맞먹으면 맞먹었지 약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보았다.”

강태웅의 말을 들은 장우왕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청담 형님과 꽤 오랫동안 생활했었는데 그분이 무공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강태웅과 달리 장우왕은 청담을 직접적으로 모시지는 않았지만 그의 밑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그가 조금 더 유명했더라면 청담의 눈에 들어 그를 대형으로 모셨을지도 몰랐지만 그 당시는 그저 수하에 불과했었다.

“아직은 대형께는 말하지 마라. 괜한 소란이 생기면 우리의 처신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리고 청담 형님의 아이들이라면 우리가 장악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으니 더욱 조심해서 우리의 속셈이 들키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걱정 마라. 그런데 대산과 동파는 아직 안 돌아왔냐?”

“여기서 무당까지 하루거리밖에 안 되니 이미 도착은 했을 거다. 하지만 무당이라는 곳이 우리가 원한다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 우선은 기다려보자.”

* * *

“정말 중요한 일이란 말입니다.”

마동파는 벌써 이틀째 해검지를 지키는 도사에게 사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요지부동이었다. 무당은 아무나 들어가고 싶다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 먼저 방문을 하고 싶다는 배첩(陪牒)을 보낸 후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배첩을 보내고 허락이 떨어지려면 한 달은 기다려야 하고 황대산이나 마동파 같은 낭인들의 배첩은 아예 허락이 안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말에 무조건 사정을 해보기로 하고는 황대산과 교대로 조르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거참 자꾸 이러면 빈도들도 더 이상은 봐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하지만 배첩부터 전하고 기다리십시오.”

해검지를 책임지고 있는 태무 진인은 마동파와 황대산이 이틀째 쉴 새 없이 괴롭히자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이 크게 소리쳤다.

“무슨 일이냐?”

태무 진인의 소리가 무척 컸는지 우연히 본산으로 걸어가던 천성 진인이 밑으로 내려오더니 태무 진인을 보며 물었다. 해검지에서 나는 소리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하고 온 것이었다.

“사숙님, 이자들이 자꾸 장문인을 만나게 해 달라고 이틀째 여기에서 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시주가 무기를 들고 해검지를 침범했느냐?”

“그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 시주들이 무당을 욕보이는 짓이나 언행을 했느냐?”

“그것도…….”

“갈! 해검지란 무당의 얼굴이다. 방문객에게 예의를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이 바로 너희들의 임무란 것을 몰랐다는 말이냐!”

천성 진인의 꾸지람에 태무 진인은 합장을 하며 용서를 빌었다.

“소질이 잠시 제 신분을 망각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내게 용서를 빌 일이 아니다.”

천성 진인의 말에 태무 진인이 다시 황대산과 마동파에게 합장을 하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햐! 역시 무림의 태두라는 무당답구나. 가만있자, 그렇다면…….’

“사과를 받아줄 터이니 제발 저희들의 말 좀 들어 주십시오.”

마동파의 말에 천성 진인이 잠시 눈썹을 모으더니 말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시주를 장문인과 만나게 하는 것은 어렵소. 하지만 내가 들어도 된다면 내게 말해주시겠소?”

천성 진인의 말에 황대산이 반갑다는 듯이 말했다.

“물론입니다. 누구든지 들어만 주시면 됩니다.”

황대산의 말에 천성 진인이 미소를 짓더니 해검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바위로 가더니 걸터앉으며 말했다.

“여기서 얘기합시다.”

황대산과 마동파의 말을 눈을 감고는 조용히 듣던 천성 진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시주들의 말에 한 점이라도 거짓이 있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오. 그래도 지금 하신 말들을 고수할 것이오?”

“우리가 감히 어떻게 무당을 속일 생각을 하겠습니까? 우리도 목숨 중요한 것은 아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만행이 너무 천인공노하고 거기다 금모전까지 끼어 있으니 저희로서는 어찌할 바를 몰라 이렇게 온 것입니다. 여기 제 형님 얼굴 좀 보십시오. 사람의 얼굴을 이렇게 만드는 놈들입니다.”

마동파가 황대산의 턱에 손을 대고는 흥분해서 말하자 천성 진인은 그때서야 황대산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았다.

“얼굴이 온통 검상이구려.”

중얼거린 천성 진인은 몸을 일으키며 태무 진인에게 말했다.

“이 시주들을 내가 산으로 데리고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시주들은 방명록에 이름을 쓰고 무기는 해검지에 맡기도록 하시오.”

* * *

“아가씨, 뭐 하고 계세요?”

백리빙은 정자운이 혼자 피식 웃으며 창밖을 쳐다보고 있자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냥 밖을 보고 있었다. 꽃도 예쁘고 새들도 울음소리가 참 듣기 좋구나.”

“아가씨! 지금 새소리가 어디서 난다고 그러세요?”

“응? 방금까지 들렸는데… 이상하네?”

“아가씨도 참! 이번에 강호행을 하고 나서 정말 많이 이상해지셨어요?”

“내가?”

“그렇다니까요. 툭하면 혼자서 실실 웃으시고…….”

“호호호! 그렇게 보였니? 난 실실 웃은 적 없는데. 호호호!”

“지금도 그러시잖아요?”

‘글쎄… 이상하게 유성탄이란 사람만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구나…….’

정자운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정자운과 백리빙은 천요궁의 교미향의 납치기도 이후 급히 신녀궁으로 돌아왔다. 천요궁은 신녀궁과 함께 이대 신비궁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신녀궁이 신비로운 무공과 천하제일의 의술로 무림의 존경과 경외를 받고 있다면 천요궁은 요사스런 무공과 알 수 없는 사술로 남자들을 유혹하는 곳으로 천하인들에게 경원시 당하고 있었다.

완전히 성격이 다른 두 궁은 거의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였다. 아니 신녀궁은 아예 상대를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천요궁이 계속 시비를 거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신녀궁에 밀리는 천요궁으로서는 무리한 공격은 자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번에 정자운이 강호행을 하는 것을 어찌 알았는지 정자운을 납치하려고 한 것이다.

신녀의 납치기도는 천요궁이 신녀궁에게 전면적인 도발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아니었으니 정자운으로서는 급히 궁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궁에 도착하니 아무런 일도 없이 평온하기만 했다.

정자운은 우선 신녀궁의 세 명의 장로들을 불러 천요궁이 자신을 납치하려고 한 사실을 의논했다. 또한 자신이 궁 밖에 나가 사실을 어찌 알았는지도 조사를 명했다. 하지만 전면전은 정자운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우선 그들의 행위를 성토하는 서찰을 보내어 주의를 주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했다. 그 다음은 천요궁의 다음 행동을 보고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 천요궁에서는 아직 어떤 반응도 없더냐?”

“아직은요?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 용서 못해요. 아가씨만 아니었으면 저 혼자라도 가서 천요궁을 완전히 뒤집어놨을 거예요.”

“천요궁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경시하다가는 큰코다칠 수도 있으니 경거망동은 하지 말아라.”

“그건 그렇고요. 말 돌리지 말고 얘기해 봐요.”

“뭘?”

“아가씨, 이번 강호행에서 돌아온 이후로 계속 기분이 좋으시잖아요.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기분을 좋게 만드는지 말해보시라고요.”

“얘는 자꾸 뭘 얘기하라고 그러는지 모르겠구나.”

“아가씨! 정말 저한테까지 이러실 거예요?”

“그러는 너도 이번에 돌아와서는 툭하면 웃던데 넌 왜 그러니?”

“제가 웃는 것은 그 유성탄이라는 바보 때문에 그러죠. 생각만 해도 만날 웃겨요. 호호호!”

백리빙의 말을 들으며 정자운은 미소만 지었다. 정자운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백리빙이 부러웠지만 역시 자신도 유성탄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정자운이 신녀로 점지된 것은 태어나면서부터였다. 전대 신녀로부터 선택을 받은 그녀는 어려서 신녀로서의 교육을 받아왔다. 그런데 그 교육이라는 것이 범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양이었다. 무공도 무공이지만 수많은 의학지식과 약재에 대한 연구는 그녀에게 사적인 시간은 있을 수 없었다. 거기다 신녀로서의 신비감과 고아함을 잃지 말아야 하는 생활도 그녀에게는 상당한 고통이었다.

강호에 신녀의 낭군을 구하기 위한 초대장이 발송되면서 그녀에게 처음으로 강호행이 허락되었고 신녀궁에서만 지내던 그녀에게 천하는 신기 그 자체였다. 초대장이 발송된 사람들은 이미 천하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후기지수들이었고 당연히 그 집안이 빵빵했고 그 행동이 똑발랐다. 낭군이 될 사람을 보러 갔는데 그녀의 눈에는 다 똑같이 보였다. 그런 그녀에게 유성탄은 파격 그 자체였다.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유성탄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은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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