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8장 사망회와의 격돌 (37/79)

제8장 사망회와의 격돌

“대형, 그놈들이 움직였답니다.”

표도행이 급히 뛰어 들어가며 말했다.

“하하하! 역시 나 유성탄은 천재다. 너희들이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잡지 못한 꼬리를 내 계획대로 이렇게 잡았지 않느냐? 하하하!”

“역시 대형이십니다!”

언제나 먼저 유성탄의 비위를 맞출 기회를 엿보던 장우왕이 급히 말했다. 마동파와 황대산이 사팔이를 잡으러 갔기 때문에 이룬 쾌거였다.

‘이런, 우왕 형님보다 늦다니…….’

철패는 그래도 장우왕보다는 자신이 빠르다고 생각했다가 한 발 늦자 자괴감에 빠진다.

객잔에서 나온 유성탄 일행이 도착한 곳은 탄계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낡은 장원이었다.

“이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안에 상당한 고수들이 우글거리고 있다는 겁니다.”

유성탄이 도착하자 지정우가 이미 안에 들어갔다 나왔는지 보고를 했다.

따라오지 않으려고 하는 바람에 엄청 소란을 피운 끝에 마동파가 간신히 데려온 사팔이는 겁을 줄 필요조차 없었다. 유성탄을 보자마자 오줌까지 지리며 술술 다 분 것이다.

“그럼 몰려왔다는 낭인들하고 이놈들하고 관계가 없는 건가?”

낭인들이 몇 명이나 모일지는 몰라도 사팔이와 같이 온 낭인들은 모두 이십여 명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불러 모은 자는 계당이라는 자였다. 강태웅이 아는 자로 청담 밑에 있는 중간 낭인대장 정도 되는 자였다.

“이제야 그림이 그려지네요. 이놈들은 여기까지 물건을 운반해 온 자들일 거예요. 그리고 낭인들을 불러 모은 자는 물건을 인수받아서 어디론가 전하려고 하는 자들일 거예요.”

고화월이 얘기를 듣더니 곧 알 것 같다는 듯이 말하자 유성탄이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쳐들어간다.”

“지금 우리가 들어간다면 백이면 백 전멸입니다.”

“너희는 유명한 살수였다면서 그렇게 겁이 많냐.”

“살수행을 한다면 모르지만 정면대결을 한다면 당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럼 살수행 해!”

“정말입니까?”

“아니! 하지 마!”

유성탄은 말했다가는 금방 말을 바꿨다.

‘저게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 안달을 해요, 안달을…….’

쾅! 쾅!

결국 유성방의 방도들은 모두 장원을 포위하고 있고 유성탄 혼자서 들어가기로 했다. 물론 낭인칠웅의 아우들은 질색을 하며 안 된다고 했지만 유성탄의 대형으로의 명이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기로 했다.

“무슨 놈의 다 낡은 장원이 문만 단단한 거야?”

“누구냐?”

유성탄의 문 두드리는 소리에 문이 조금 열리더니 흉악하게 생긴 놈 하나가 나타나 소리쳤다.

“나야!”

“나가 누구냐? 아악!”

“하여간에 세상에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 놈들이 너무 많다니까. 나다 그러면 당장에 마질대형이 오셨구나 하고 알아야 되는 거 아니야!”

문을 열었던 자가 유성탄의 한 방에 날아가고 유성탄이 장원 안으로 들어서자 장원 마당에 모여 있던 자들이 무기를 빼 들더니 유성탄에게 달려들었다. 그 기세가 엄청난 것이 여간한 고수로는 당하기 힘들 정도였지만 청호채와 팔달채와의 싸움은 유성탄을 한결 강하게 만들어 놓았다.

“웬 놈이냐?”

감숙에서 오분지 일 정도의 물건을 우선 싣고 온 사망회의 망상객 부성광은 습격한 자가 혼자라는 말에 느긋해 하다가 계속되는 비명소리에 이상함을 느끼고 나왔는데 벌써 삼십여 명 이상의 수하들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는 놀라 소리쳤다.

“너희 놈들은 모두 맞아야 돼! 어떻게 사람이 되어가지고 나쁜 약을 만들어서 사람에게 먹일 생각을 하냐고!”

유성탄의 움직임을 보던 부성광의 눈이 번쩍였다.

“권법은 육합권에 몽둥이는 삼재검법을 응용한 삼류검법이고 보법은 보법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막발이거늘 어떻게 저런 위력을……?”

부성광은 사망회에서도 대단한 고수에 드는 자였다. 그런 그의 눈에 비친 유성탄의 모습은 경악 그 자체라고 할 만했다.

“진을 펼쳐라!”

부성광은 그냥 싸울 자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자 수하들에게 진을 형성하라고 명을 내렸다. 그리고 진을 형성하자 갑자기 싸움의 양상이 달라졌다.

‘뭐야 이게? 갑자기 싸우기가 무지 어려워졌네?”

사망회는 무림오대사파 중 가장 강한 문파 중의 하나였다. 세력은 엇비슷했지만 회주인 사망지존 율천향이 바로 무림 십대고수인 오마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었다. 구파일방의 견제가 없었다면 대단한 풍랑을 천하에 일으킬 곳이 그곳이었다.

부성광이 데려온 부하들이 마룡방의 이대 무력집단의 수하들보다 더 강한 것은 없었고 부성광도 견준구와 비슷한 정도였지만 부성광은 상당히 냉철한 인물이었다. 유성탄을 보자 곧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싸움의 방법을 바꾼 것이 유성탄에게는 주효하게 먹히고 있었다.

‘앞쪽을 공격하면 뒤로 급히 빠지고 동시에 양쪽에서 공격을 한단 말이지. 그리고 뒤에서 나를 찔러오고… 내가 뒤를 막으면 다시 앞이 공격하고…….’

유성탄은 싸우면서 그들의 검진을 자세히 살피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미 십여 번 이상 검에 베이거나 찔리고 있었다.

“단주님! 이놈 좀 이상합니다.”

싸우던 부하 중 조장 하나가 부성광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이미 부성광도 이상하게 느끼고 있었다.

“외공을 극성으로 익힌 놈 같다. 검으로는 견제만 하고 부나 도로 세게 내리쳐라. 그리고 장이나 권을 사용하여 내상을 입혀라!”

부성광이 급히 부하들에게 새로운 공격을 명했다. 동시에 그도 검을 뽑아들더니 진세 안으로 뛰어들었다.

‘간단하군! 앞을 공격하는 척하다가 뒤를 공격하면 가볍게 작살낼 수 있겠다.’

유성탄은 부성광이 뛰어들 때쯤 해서 나름대로 파해법을 찾는다. 진퇴를 멈춤 없이 할 수 있는 그이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이놈들아! 여기다!”

전면을 공격하던 유성탄의 몸이 놀랍게도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며 뒤를 쳐들어왔다. 물리법칙을 완전히 무시한 유성탄의 움직임은 아무리 고수라 해도 할 수 없는 묘기였다.

“으아악!”

유성탄이 앞을 공격하자 거침없이 유성탄의 뒤를 찔러가던 사망회의 무사들은 분명 앞으로 달려가던 유성탄이 어느새 자신들의 앞으로 다가서며 공격하자 혼비백산해 뒤로 빠지려 했지만 그들은 유성탄 같은 몸놀림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한쪽이 뚫리면서 순식간에 검진은 와해되고 말았다.

유성탄의 무공은 실지로 따진다면 백대고수의 말석이나 차지할 정도밖에 안 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합공의 위력은 백대고수 중 중간에 드는 사람이라도 유성탄같이 쉽게 이기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방어를 생각하지 않는 유성탄의 공격은 원래 자신의 실력보다 열 배 이상의 위력을 보이고 있었다.

“어이가 없구나…….”

유성탄의 들어오라는 외침소리에 장 안으로 들어선 유성방의 방도들은 장 안의 풍경을 보며 입을 딱 벌렸다.

“고화월, 너는 지금 이 광경을 믿을 수 있겠냐?”

“나도 놀랐다. 너무 어벙해서 내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가끔 생각했는데 이제야 믿음이 좀 가는 것 같다.”

파파팍! 퍽퍽!

들어온 모두는 계속되는 구타소리에 아직까지 무차별적으로 부성광을 때리고 있는 유성탄을 쳐다보았다. 놀랍게도 부성광은 유성탄의 주먹을 그렇게 맞으면서도 신음 하나 흘리지 않고 있었다.

“야! 마동파 가서 몽둥이 하나 구해 와라.”

유성탄의 말을 들은 마동파가 크게 대답을 하고는 커다란 몽둥이를 구해왔다. 그리고 그 몽둥이를 본 전화생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있었다. 자신이 당했던 일이 생각난 것이다.

“이 새끼 아주 독한 놈이다. 나한테 이렇게 맞고 한마디도 안 부는 놈은 내 처음이야.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사람이기를 포기하겠다.”

부성광은 그 말에 안색이 시꺼멓게 변해갔다. 지금까지 맞은 것도 너무 괴로운 판에 사람이기를 포기한 주먹은 얼마나 아플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마동파, 그 몽둥이 이놈 항문에 박아!”

유성탄의 말이 떨어지자 낭인칠웅을 제외한 유성탄의 주위에 서 있던 모두의 얼굴이 노래지고 있었다. 심지어는 지정우와 고화월조차 얼굴이 확 변했다.

“몽둥이 끝이 목으로 나올 때까지 박아라!”

이어지는 유성탄의 말에 노랗던 모두의 얼굴이 거무죽죽해지고 있었다. 유성탄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던 혈문오살의 얼굴이 공포로 덮였다.

“대형께서는 자신의 말을 안 듣거나 배신하는 자는 항문에 몽둥이를 끼워서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기로는 당한 자가 손으로 세기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표도행이 혈문오살에게 겁을 주고 있었다. 유성탄이 그동안 항문에 풀잎을 박아 죽인 벌레가 수십이 된다는 말을 이미 들은 표도행으로서는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형, 그렇게 깊이 박으면 죽을 텐데요.”

마동파가 몽둥이를 들어 올리며 말하자 유성탄이 걱정 말라는 듯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찢어지지 않게 살살 끼면 열흘은 안 죽는다.”

마동파가 들어 올린 몽둥이를 본 부성광은 공포를 넘어 이미 기절 일보 직전까지 가고 있었다.

“대형, 아무래도 부성광의 혈도가 점해져 있는 것 같은데요?”

강태웅이 나서며 말하자 부성광의 눈에 한가닥 희망의 빛이 나타났다.

“어, 그거? 내가 시끄러워서 점해버렸다.”

“혈도를 점해 놨으니 묻는 말에 당연히 대답을 못하지요,”

“아니야. 내가 이놈 눈을 보니까 풀어줬다고 해서 말할 놈이 아니야. 그냥…….”

“대형, 잠시만 제가 얘기할 테니 대형께서는 잠시만 쉬십시오. 만약 말을 안 하면 제가 다시 대형께 도움을 청하겠습니다.”

강태웅의 말을 들은 유성탄은 턱수염을 만지더니 큰 인심 쓴다는 듯이 말했다.

“좋다. 한번 네가 해봐라. 단 하나라도 대답이 없으면 다시 혈도를 점하고 나를 불러라. 요새 난 시끄러운 게 너무 싫더라.”

유성탄이 빠지고 강태웅이 혈도를 풀자 그때서야 부성광의 입에서는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독종으로 유명한 부성광의 입에서는 묻지 않은 말까지 술술 터져 나오고 있었다.

유성탄의 명으로 사망회 무사들의 다리를 모두 부서뜨린 유성방의 방도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들이 물건을 가져온 곳이 감숙성의 북창부라고 합니다. 그자의 말에 따르면 오늘 우리가 접수한 물건들은 전체 물량의 오분지 일도 채 안 된답니다.”

침묵을 깨고 강태웅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그 물건들은 누가 와서 다 가져가던데 누가 간 거냐?”

“물건은 하후 소저가 다 가져갔습니다.”

강태웅의 보고에 유성탄이 쳐다보며 물었다.

“하후란 걔 진짜 믿을 만하냐? 그 약 진짜 비싸다며?”

뭔가 무지 아깝다는 듯한 유성탄의 말에 강태웅이 미소를 지었다. 믿을 만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침묵에 빠져드는 그들이었다.

“왜들 전부 약 먹은 닭같이 그러는 거냐!”

일 각쯤 지났을까… 유성탄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이번에 건드린 자들이 사망회의 인물들로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사망회면 무림오대사파 중 하나입니다.”

“뭐야!”

유성탄이 화들짝 놀란다.

“아니 무슨 놈의 오대사파가 그리 많아서 건드리기만 하면 오대사파냐?”

“다섯 개밖에 없어서 오대사파지요?”

마동파가 삐쭉 튀어나왔다.

“이게 내가 그런 것도 몰라서 묻는 줄 알아! 넌 오늘 말도 하지 마. 조용히 사팔이를 데려오라고 했더니 완전히 마을을 뒤집어놨다며?”

유성탄의 말에 마동파가 눈에 살기를 띠고는 철패를 노려보았다. 고자질을 할 사람은 철패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룡방에 금모전. 거기다 사망회까지. 오대사파 중 셋과 원한을 맺었으니 우리 유성방은 이미 몰살한 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고화월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그 속에서 건재하다면 무림에서 대파로 거듭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어차피 우리가 강호에서 우뚝 서려면 어느 정도 위험은 각오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혈문은 상당히 강합니다. 우리가 혈문을 배신할 수 있었던 것은 방주님을 믿었기 때문이에요. 오늘도 봤잖아요. 방주님의 신위가 이미 천하를 울릴 정도가 되었으니 이제 물러선다는 것은 없습니다. 오늘 발견한 약을 정파에 알리고 우리가 얼마나 힘을 썼는지를 알린다면 정파에서는 우리 유성방을 인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청담이 무슨 음모를 꾸미는지도 알아내야 할 것입니다.”

“하하하! 어떻게 된 게 여자인 고화월이 더 시원시원하냐? 하여간에 전부다 떼버려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계속 가기로 결정을 내리자 남은 것은 어디를 먼저 가느냐를 선택해야 했다. 마을에 포진하고 있는 낭인들을 족쳐서 청담을 추적해야 할지 아니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약이 있는 장소부터 공격할 건지를 정해야 했던 것이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이 청담으로 드러난 이상 청담을 먼저 잡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요?”

마동파가 돈 좋아하는 유성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먼저 말했다. 금자 삼천 냥은 청담을 잡아야만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

“아니야. 마약은 내가 아는데 정말 나쁜 거야. 마약부터 없애야 한다.”

장우왕이 마약에 대해 좀 아는지 마약을 먼저 없애자고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고화월이 좋은 생각이라도 있는지 나서자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쳐다본다. 유성방에 합류한 지 열흘도 안 되었는데 이미 군사같이 좌중을 압도해가는 그녀였다.

“마약을 빼앗는 데는 필히 싸움이 따르니 우선 주력은 마약이 있는 장소로 가는 겁니다. 그리고 전화생과 표 당주 그리고 몇몇 발이 빠른 방도는 청담의 뒤를 쫓는 거예요.”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면 양쪽을 다 잡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황대산이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가 고화월의 의견에 찬성하는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좋은 생각은 무슨 생각이야?”

하지만 유성탄의 말 한마디에 분위기는 바뀐다. 전부 유성탄의 입을 쳐다보며 유성탄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유성방은 언제나 같이 움직인다. 내 이름을 붙인 방에 들어온 이상 너희는 나의 가족이고 누구도 다치는 것을 난 못 본다. 그리고 난 너희들 홀로 떠나는 거 불안해서 싫어. 같이 간다.”

유성탄의 말에 생각 외로 혈문오살이 감동을 먹었다. 혈문에서는 언제나 죽더라도 임무는 완수하라고 했다. 그런데 유성탄은 누구도 다치는 것이 싫다고 자신이 먼저 싸우니 그들로서는 참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 어찌하시겠습니까?”

강태웅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마약이 있는 곳이 어디라고?”

“감숙성의 북창부라는 곳입니다.”

“북…창…부? 거참…….”

유성탄은 북창부라는 이름을 또박또박 한 자씩 입으로 읊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왜 이렇게 친근한 거야? 분명 어디선가 많이 들은 이름인데… 전혀 기억이 안 난단 말이지…….”

중얼거리던 유성탄이 놀라운 결정을 한다. 돈 삼천 냥이 달린 청담의 추격을 포기하고 북창부로 먼저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유성탄은 돈보다 왜 이렇게 북창부라는 이름이 자신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지 그것부터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 *

“오셨습니까?’

“오! 본산에 있을 천성이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제갈세가에 갔던 청오 진인은 무당으로 가기 전에 대정현에 다시 들렸다. 올라오면서 들은 소문이 있기 때문이었다.

무당지관에 도착한 청오 진인은 갑작스런 천성 진인의 인사에 반갑게 물었다.

“사부님의 명으로 뭔가 조사를 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조사? 대정현에 말이냐?”

“예, 만류장에 의심스런 점이 있다는 고변이 있었습니다.”

“만류장? 누구의 고변이기에 만류장을 조사할 생각을 했는고?”

청오 진인은 약간은 뜻밖이라는 얼굴로 물었다.

만류장은 무당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곳이었다. 매년 기부금도 많지만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급한 돈이 필요할 때 언제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여간한 사람이 고변한 것이 아니라면 아예 조사도 시작하지 않을 곳이 바로 만류장이었다.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그래? 그래서 뭔가 건졌느냐?”

“개방의 분타주이신 만걸개 대협과 함께 공조를 한 결과 상당히 의심을 살 만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때였다.

“청오 사백님 오셨습니까?”

“오, 운종이구나. 어디 갔다 왔느냐?”

“사방에 낭인칠웅에 대한 소문이 너무 무성해서 좀 알아보고 왔습니다.”

“낭인칠웅? 무슨 소문이 무성하더냐?”

청오 진인이 무척 흥미롭다는 듯이 물었다. 방금까지 나누던 천성 진인과의 대화보다 더 관심을 보이는 그였다.

“유성방의 방주인 낭인칠웅의 대형 마질대형 유성탄이 청호채와 팔달채의 산적들을 완전히 박살냈다는 소문입니다.”

“그놈 참 이름도 길구나.”

청오 진인은 황도검 허상돈과 싸우던 유성탄을 생각하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지금 호북의 무림세력들이 유성방의 정체를 정의해 달라고 연락이 많이 왔습니다.”

“정체? 양민을 괴롭힌 산적들을 없앴으면 당연히 좋은 사람이지 거기에 무슨 다른 정체가 필요하다더냐?”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개방에서 이미 낭인칠웅에 대해 많은 정보를 수집해 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방에서 너무 많은 사고를 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청호채와 팔달채에서도 무려 천여 명에 달하는 산적들의 발을 모두 부숴버렸습니다. 정파인으로 보기에는 너무 잔인하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무슨 호랑말코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유성탄 그애가 무려 천여 명이나 되는 산적들을 죽였다더냐! 내가 듣기로는 한 명도 죽이지 않았다고 들었다. 다리를 부순 거야 산적질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고, 거기다 청호산 근처의 화전마을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구제에 썼는지 아느냐? 내가 호북으로 넘어오다가 그 소문을 듣고 혹시나 해서 가봤는데 진짜로 무당도 못한 일을 그 아이가 혼자서 했더라. 누가 뭐라고 해도 무당은 그 아이를 정파로 규정한다고 해라. 알았느냐!”

“사백님, 그것은 장문인의 허락이 있어야…….”

“장문사형에게 허락은 내가 받을 것이다.”

“제갈세가에서는 마약이 흘러 들어오는 곳이 호북 쪽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나 은밀한지 아직까지 꼬리도 못 잡았다고 한다. 결국 무당의 도움이 필요해서 나를 찾은 거지.”

청오 진인이 제갈세가에서 있었던 의제를 말해주자 천성 진인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마약이 호북에서 들어갔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아셨습니까?”

“모른다. 하지만 마약이 퍼지기 시작한 곳이 호북과의 접경이라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더라. 더 큰 문제는 제갈세가에서 마약을 퍼뜨리는 세력으로 금모전을 의심하고 있었다.”

천성 진인과 운정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해졌다. 이상하게 여러 가지 겹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동 광산이라는 곳에 금모전이 끼어 있었다 이 말이냐?”

천성 진인으로부터 마동파와 황대산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해들은 청오 진인도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이거 이러다가 무림맹이라도 결성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운정이 걱정스러운 투로 말하자 청오 진인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런 소리 마라. 무림맹이 결성되면 세상이 더 시끄러워진다. 그놈의 감투싸움이 얼마나 치사한 줄 아느냐…….”

* * *

‘이럴 수가…….’

사망회의 부성광이 주둔하고 있던 낡은 장원에 나타난 청담은 어이없다는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은 피가 난자했고 이곳저곳이 부서져 있었다. 거기다 무엇인가 물건을 옮겼는지 마차바퀴가 어지럽게 찍혀 있었다.

“분명 사망회에서 망상객을 보낸다고 했거늘… 윤장도!”

“예!”

청담은 광밀단의 단주인 윤장도를 불렀다.

“수하들을 풀어 이 마차바퀴가 간 곳을 찾아봐라. 그리고 고을에서 이상한 놈이 나타났거나 수상한 일이 있었는지 모두 알아오라고 해라.”

청담이 급히 이곳까지 올라온 이유는 낭인칠웅의 확실한 행방이 묘연했기 때문이었다.

‘뭔가 불안하더니 이거였구나. 설마 만류장의 사도진용이 배신을? 아니야… 잘못하면 만류장이 몰살당할 수도 있는데 그런 모험을 할 놈이 아닌데…….’

윤장도가 부하들을 이끌고 사라지자 혼자 중얼거리던 청담도 사라졌다.

“그러니까 주루에 이상한 놈이 나타나서 행패를 부렸단 말이지?”

고을로 돌아온 청담은 요 며칠간 마을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유성탄이 주루에서 행패부린 일과 낭인칠웅 중 마동파와 철패가 사팔이를 시끌벅적하게 잡아간 일이 당장 조사에 나타났다.

“결국 또 낭인칠웅 그놈들인가…….”

신경을 많이 썼는지 손을 들어 목을 살살 주물러대던 청담의 입에서 조용한 독백이 살기와 함께 새어나왔다.

“낭인칠웅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이곳에서 사망회의 모든 인원이 사라진 일을 자세히 적어 사망회로 보내라.”

‘그놈들이 모든 것을 알고 나타난 것인가, 아니면 우연인가? 그렇다면 그놈들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만류장도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자세히 아는 게 없는데…….’

청담은 갈수록 자꾸 부딪치는 낭인칠웅의 존재가 점점 기분이 나빠지고 있었다.

* * *

감숙의 북창부로 가기로 한 유성방은 감숙성의 경계에 위치한 중간 크기의 고을에 도착했다.

“야아! 겨우 성 하나 건넜는데 여기는 황량하네!”

“감숙은 명의 영토이기는 하지만 중원으로 치지는 않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서는 상당히 가난한 곳이지요.”

강태웅의 설명을 들은 유성탄의 얼굴이 약간 구겨졌다.

‘가난하다구? 이거 마음 단단히 먹어야지 또 당하면 안 된다. 엄마 주려고 열심히 모은 돈을 만날 쓸데없는 데에 탕진하고 있으니…….’

유성탄은 가난한 곳이라는 말을 듣자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 두른 금자 오백 냥을 손으로 잡았다.

“우선 밥부터 먹지요.”

철패가 말했다.

“얘기 들었나?”

“무슨 얘기?”

“지금 무림에 신성이 나타났다는군.”

“마질대형 얘긴가?”

“자네도 알고 있었구먼?”

“지금 무림에 마질대형 얘기가 쫘한데 못 들었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완전 괴물이라며?”

“저게!”

밥을 먹으며 옆에서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듣던 유성탄은 괴물이라는 말을 듣자 일어서려고 했다. 한 대 때려주지 않고는 체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괴물이라니? 그런 소리 말게! 진짜 대협이 나왔다고 사람들이 난리야! 청호산의 양민들을 괴롭힌다고 당장 달려가 그 무섭다는 청호채를 단숨에 다 때려 부셨다지 않는가?”

“그렇지만 오백 명이나 되는 사람을 모두 병신을 만들었다는 것은 정파라고 보기 힘들지.”

대협이라는 소리에 간신히 마음을 다스리고 앉으려는데 다시 들리는 정파라고 보기 힘들다는 소리에 유성탄은 다시 일어서려고 한다.

“무슨 소리야? 우리는 평생 구경도 못할 거금을 양민들에게 썼다지 않나? 그런 사람은 정파라고 하기도 아깝지. 성인이라고 해야 할 거야.”

유성탄은 성인이라는 말에 다시 앉는다.

“완전히 대형에 대한 소문이 천하를 덮고 있네요.”

“짜식아, 당연한 거야! 들었지 성인이라는 소리는 아무나 듣는 게 아니다.”

“그런데 계속 성인 소리를 들으시려면 계속 돈을 써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왜 돈을 계속 써? 한번 성인은 영원한 성인 아니야?”

“세상 인심이 어디 그런가요? 어디 가서 조금만 쪼잔한 행동을 하면 성인 소리는 쏙 들어가고 소인이라고 떠드는 게 사람 인심인 법이지요.”

‘에이 씨! 성인 소리는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구나…….’

“저기는 왜 저렇게 복잡하지?”

식사를 하던 유성탄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

“장날인가 본데요?”

표도행이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더니 말했다.

“장날? 하하하! 심봤다.”

“저게 뭐 하는 겁니까?”

지정우는 팔짱을 낀 채 야바위판을 벌이고 있는 유성탄을 쳐다보며 강태웅에게 물었다.

“그냥 두고 보십시오. 대형의 취미생활까지 우리가 상관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강태웅은 열심히 호객을 하는 유성탄을 보며 웃음만 짓고 있었다. 사망회가 누구인가. 오대사파 중 강한 두 파를 말하라면 꼭 들어가는 곳이 그곳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세력권은 감숙과 청해 그리고 신강을 아우르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죽으러 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유성탄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처럼 장날이라는 말을 듣자 당장 한판 벌이고 가겠다고 했다.

“난 정말 대형만 보고 있으면 그냥 흥이 납니다. 이상하지요. 가난한 사람에게는 금자 천 냥을 간단하게 풀고 지금도 금자 오백 냥을 몸에 두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동전 한 문을 벌겠다고 저러고 계시니 말입니다.”

“돈 때문이 아니다. 어린 시절을 홀로 충동에서 보내고 보니 너무 사람이 그리워 많은 사람을 보면 그냥 놀고 싶으셔서 그러는 것이다.”

“뭐야! 니가 봤어!”

갑작스런 유성탄의 외침에 모두 그쪽을 쳐다보았다. 한창 흥이 나서 패를 돌리던 유성탄이 뭔가 화가 났는지 이십대 중반의 젊은 청년과 시비를 벌이고 있었다.

“내가 봤소. 분명 속임수를 썼지 않소?”

“이게 아주 웃기는 놈이네. 세상에 나같이 양심적인 야바위꾼이 어디 있다고 나를 속임수나 쓰는 야바위꾼으로 몰아가! 너 어디서 왔어? 보아하니 내가 장사가 잘되니까 배가 아파서 방해를 하러 온 모양인데 까불지 말고 가라.”

“하하하! 정말 웃기는 야바위꾼이군. 이 사람아! 야바위꾼이란 말 자체가 사기꾼이라는 말과 동의언데 듣다듣다 양심적인 야바위꾼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

“어쭈! 이게 말을 까네!”

“말을 깐 건 니가 아닌가?”

“이놈아! 너 몇 살이야? 이게 어른을 몰라보고!”

“댁은 몇 살인데?”

“뭐야! 내가 초앵이만 놓치지 않았어도 너만 한 아들이 있다. 이놈아!”

“이상한데요? 저 정도까지 가면 이미 주먹이 나갈 대형이신데 그냥 말싸움만 하시니 말입니다.”

보고 있던 마동파가 신기한 듯이 말했다.

“하하하, 너도 초앵이를 알고 있었냐? 초앵이와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초앵이가 내 손녀다.”

청년은 한마디도 지지 않고 있었다.

‘이 자식이 안 되겠으니까 복잡하게 나가네? 초앵이가 손녀면 뭐가 어쨌다는 거야?’

“하여간에 난 두 눈 뜨고 사기 맞는 것은 죽어도 못 참는 성격이니 돈 내놔라!”

“하하하! 나 유성탄의 손에 들어오면 어떤 돈도 내 것이다. 내가 내 돈을 왜 주냐? 자식이 남자답게 졌으면 승복할 줄도 알아야지. 그렇게 치사하게 굴면 남자가 아니다!”

“나 남자 아니거든!”

청년의 말을 들은 유성탄의 입이 벌어졌다. 강적을 만났다는 것을 감지한 것이다. 잠시 눈에 불꽃을 튕기며 기싸움을 하던 유성탄이 먼저 말했다.

“너 좋다. 만약 옷을 벗어서 고추가 없으면 돈을 돌려주겠다. 그러나 고추가 있으면 더 이상 까불지 말고 그냥 가기로 하자.”

유성탄은 말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남자면 이기는 거고 지 말대로 여자면 그깟 동전 두 문 정도는 줘도 좋았다. 그런 좋은 구경을 하고 동전 두 문에 발발 떨 유성탄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그렇게 약한 내기는 안 한다. 만약 내가 벗어서 고추가 있다면 내 목을 주겠다. 하지만 고추가 없으면 니 목을 내놔라!”

‘으잉! 엄청 무서운 놈이네? 어떻게 동전 두 문에 목을……?’

돈을 목숨같이 좋아하는 유성탄, 그러나 동전 두 문에 목을 거는 짓은 죽어도 못하는 것이 유성탄이기도 했다.

“왜 겁나냐?”

청년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씨! 말하는 거나 행동하는 것을 봐서는 고추가 있는 게 분명한데… 아니야, 원체 이상한 놈들이 많은 곳이 인간 세상이라고 했다. 저러다가 만약 없다면… 내 목을…….’

“좋다. 이렇게 하자. 내가 옷을 벗겠다. 만약 내가 고추가 있으면 네 목을 치고 고추가 없으면 내 목을 쳐라.”

유성탄이 확실한 패를 가지고 반전을 꾀했다.

“하하하! 야 이놈아! 너같이 생긴 놈이 고추가 없다면 이 세상 사람들 중 고추가 달린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 니가 고추가 없으면 니 목을 치자!”

‘에이 씨! 완전 개 쪽이다.’

유성탄은 좌우를 둘러보다가 모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자 동전 두 문을 포기하기로 엄청난 결정을 하고 말았다.

“가져가라, 이놈아! 내 더러워서 네놈 돈은 안 가진다.”

유성탄은 동전 두 문을 땅을 향해 던졌다. 하지만 청년은 가볍게 떨어지는 동전을 발로 차고는 순식간에 손에 잡아버렸다.

“대형! 이렇게 화가 나시면서 왜 그놈을 그냥 놔두셨어요? 대형 주먹 몇 방이면 그대로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을 텐데요?”

청년이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사라지자 유성탄은 그대로 야바위판을 걷었다. 그리고는 아우들에게 그만 가자고 눈짓을 했다. 하지만 계속 인상이 안 좋자 마동파가 기분이라도 풀어줄 겸 물었다.

“이놈아! 내가 미친놈이냐! 아무나 때리게…….”

유성탄은 그 청년에게서 전혀 나쁜 기운을 느낄 수가 없었다. 아니 대단히 좋은 기운을 느꼈다고 할 수 있었다. 거기다 그가 속임수를 쓴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돈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냥 놔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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