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7장 운하현에 부는 바람 (46/79)

제7장 운하현에 부는 바람

“야! 고화월, 금모전의 전주인지 하는 늙은이 말로는 절강 운하현의 어딘가에 청담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니들이 찾을 수 있겠냐?”

“청담에 대한 정보는 혈문에서도 많지 않았어요. 그자의 얼굴에 대해서는 태웅 부방주에게 들어서 알지만, 그자의 행동반경에 대해서는 낭인칠웅 형제들도 잘 모르더라고요. 그리고 운하현이 얼마나 큰지 아세요. 저기 보이는 운호(雲湖)가 전부 운하현에 속해 있어요. 그리고 저 주위로는 무려 이십여 개가 넘는 고을이 이어져 있고요.”

“맞습니다. 운하현은 항주에 맞먹는 향락도시입니다. 기루만 해도 백 개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라 해도 그것을 다 뒤지려면 단시간에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그놈을 찾으려면 어찌하는 게 가장 좋을까?”

유성탄도 뒤지는 것은 어렵다고 느끼자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로 한다.

“내가 듣기로 청담이 낭인들의 왕이라고 한다는데 이 근처의 낭인들을 다 때려잡으면 나타나지 않을까?”

“낭인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알아보는 것은 모르지만 무조건 다 때려잡는다면 청담이 눈치를 채고 도망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을 유식하게 타초경사라고 하는 겁니다.”

지정우가 반대를 하며 나서자 유성탄이 꼽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나도 타초경사 정도는 알거든. 그러니까 유식한 척 하지 마라.”

“그럼 그게 무슨 뜻인지 말해보세요.”

고화월이 슬쩍 물었다.

‘이것들이 방주를 뭘로 보고… 안 되겠어. 한번 버릇을 잡아야지…….’

“타초! 초지일관 때려잡으면 경사! 경사 났네 잔치를 한다는 뜻이다. 왜!”

“호호호! 알고 계셨네요. 죄송합니다. 호호호!”

‘에이 씨! 웃음소리를 들으니 딱 틀린 걸 나도 알겠네. 쪽팔리게!’

“고화월, 지금 우리가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빨리 방법을 찾아봐!”

하나도 바쁘지 않던 유성탄이 갑자기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바쁘게 말했다. 화제를 유식과 무식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것이었다.

“우선은 만류장에서 받은 장원들의 위치를 봐서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먼저 찾아가 보는 게 어떨까 생각하는데요.”

고화월이 유성탄이 원하는 쪽으로 해주기로 한다.

* * *

“여기가 분명하냐?”

“가르쳐준 것이 맞다면 분명합니다.”

전화생이 앞에 보이는 장원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혹시 여기도 다 빈 거 아니야?”

“아니에요. 분명 뭔가 있어요.”

“내가 귀가 엄청 좋거든! 그런데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구.”

“그들이 비밀 방이나 그런 곳에 들어가 있으면 전혀 소리가 안 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얼마 전까지도 누군가가 움직였다는 흔적은 쉽게 지울 수가 없답니다.”

고화월이 장원 앞의 잔디와 흙의 상태들을 살피며 자신 있게 말했다.

“그래? 그럼 우선 들어가 보지 뭐!”

유성탄은 말을 하자마자 장원의 문을 그대로 열었다. 고화월과 지정우가 놀라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으악!”

유성탄은 갑자기 떨어져 내린 도끼를 그대로 얼굴에 맞고는 비명을 질렀다. 장원의 문을 열면 그 순간 묶어놨던 도끼가 그대로 들어서는 상대에게 떨어지도록 장치를 해 놓은 것이었다.

“방주!”

오살이 깜짝 놀라 유성탄을 부르며 달려들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절망감이 가득했다. 아무리 대단한 고수라 할지라도 저렇게 큰 도끼가 얼굴로 떨어진다면 무사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자식들이 죽으려고 감히 함정을 만들어놔!”

유성탄의 목소리가 들리며 완전히 박살났을 것 같은 유성탄의 얼굴이 돌려졌다.

“고화월! 잘생긴 코에 이상 없나 좀 봐라. 씨! 하필이면 코에 직통으로 떨어질 게 뭐야!”

너무도 멀쩡한 유성탄을 보며 오살의 입이 벌어졌다. 아무리 대단한 외공을 익혔다 해도 얼굴까지 금강불괴로 만들기는 힘들었고, 내공의 고수가 반탄강기로 온몸을 싼다 해도 목 위와 무릎 아래는 언제나 가장 약한 부위로 남는 법이었다.

“괜찮네요.”

유성탄의 얼굴을 유심히 본 고화월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어디를 들어가실 때는 좀 생각을 하고 들어가라고요. 무림이 얼마나 흉악한 곳인데… 그렇게 막무가내로 들어가시니까 이런 봉변을 당하는 거라고요.”

이어지는 고화월의 충고에 유성탄의 입이 씰쭉 변했다.

“내가 방주거든.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라. 듣는 방주 기분 나쁘다.”

말하는 유성탄을 보며 오살의 얼굴에 미소가 나타났다. 언제나 죽느냐 사느냐 하는 명 속에서 조금의 실수만 해도 그대로 목을 치던 혈문에서 생활해온 그들로서는 방주이면서도 친구같이 스스럼없는 유성탄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청담 이 자식! 갈수록 미워지네!”

유성탄은 당장 때려 부술 듯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동시에 오살은 은잠술을 이용하여 몸을 숨겼다. 아직은 정면대결보다는 살수행이 그들에게는 편했고 실질적으로 강했다.

좌우를 살펴보던 유성탄이 갑자기 엎드리더니 땅에다 귀를 대고는 뭔가를 듣기 시작했다.

고화월의 말대로 비밀 방이 있다면 땅속에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요건 개미 움직이는 소리고… 요건 지렁이 기어가는 소리고… 요건… 잡았다!”

유성탄은 고개를 들더니 왼쪽 건물을 향해 달려갔다.

“분명 요쯤인데……?”

유성탄은 건물의 주위를 돌다가는 다시 귀를 땅에 댔다. 그리고는 기어가다가는 다시 땅에 귀를 대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러던 그가 장원의 바닥에 깔린 청석 위에 서더니 갑자기 주먹으로 청석을 치기 시작했다. 누군가 보았다면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은 행동이었다.

[뭐 하시는 거지?]

조황이 이상하다는 듯이 전음을 날렸다.

[기다려보자. 괴상한 능력을 가지셨으니 뭔가 발견한 것이 있어 그러시는 것일 게다.]

고화월은 유성탄이 말은 함부로 하고 전혀 생각 없이 행동하지만 절대로 미련한 짓을 하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막무가내이기는 하지만 언제나 자신에게 이로운 쪽으로 일을 몰아가는 것을 여러 번 느낀 그녀였다.

* * *

“위에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지진이라도 났나?”

청담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양정은 십여 명의 부하들과 뭔가 의논을 하다가는 갑자기 자신들이 있는 지하방의 천정이 울리자 놀라 일어서며 소리쳤다.

“침입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침입자? 우리에 대해서 아는 자들이 없는데 무슨 침입자?”

“조금 전에 정문의 도끼가 떨어져 내렸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누군지는 몰라도 문을 열고 들어온 자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쳐도 이곳을 알 방법이 없을 텐데?”

쾅!

유성탄의 땅을 파는 기술은 거의 전설의 지둔술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충동에서 나오기 위해 몇 년인지 알지도 못하는 세월을 땅만 팠지 않은가!

“에이 씨! 별로 깊지도 않은데 괜히 힘을 썼네! 슬슬 해도 될 것을…….”

천정에서 떨어져 내린 유성탄은 흙먼지를 털면서 양정을 쳐다보았다.

‘깊지도 않아? 도대체 열 명이 삽을 사용해서 파도 두 시진은 걸릴 깊이를 어떻게……?’

양정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유성탄을 보더니 소리쳤다.

“뭐 하냐! 죽여라!”

“잠깐! 너희들 내가 입은 옷 보고 뭐 생각나는 거 없냐?”

유성탄의 말에 양정과 부하들은 멈칫하더니 유성탄의 옷을 쳐다봤다.

“포쾌?”

“그래, 내가 바로 귀신 잡는 포쾌, 포천망쾌다. 그냥 좋게 말할 테니까 가만히 들어라! 난 덤비는 놈을 무척 싫어한다. 알았냐!”

“별 시답잖은 놈이! 포쾌 따위가 어디서! 당장 죽여라!”

양정의 명이 다시 떨어지자 부하들이 즉시 덤벼들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말 안 듣는 놈들이 세상에 많은 거야? 하여간에 매를 벌어요, 벌어.”

유성탄은 짜증난다는 얼굴로 짜증스럽게 말을 하고는 즉시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낭인들보다는 분명 나은 실력들이었지만 금모전의 정예들과 비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력들이었다.

“자식들이 까불어! 이제부터 너는 나하고 좀 놀아야 쓰겠다.”

유성탄의 몽둥이는 금모전에서 싸울 때와 또 달라져 있었다. 십여 명의 부하들은 순식간에 모두 쓰러뜨린 유성탄을 보자 양정의 안색이 확 변했다.

지금 장원의 지하에는 무려 이백여 명이 넘는 부하들이 있었다. 물론 자신의 방은 가장 깊숙한 곳이었다. 그런데 유성탄이 천장을 뚫고 들어오는 바람에 피할 시간도 얻지 못한 것이다.

“너!”

유성탄이 몽둥이로 양정의 얼굴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뭐냐?”

“내가 너는 이놈들과 실력이 천양지차라는 거 알거든. 괜히 엄살 떨지 말고 실력 발휘해라. 안 그랬다가는 후회한다.”

유성탄은 양정이 자신의 실력을 감추고 있는 실력자라는 것을 단숨에 알아차렸다. 그의 육감에 양정의 실력이 최소한 금모전의 총관인 장주팔과 맞먹는다는 것이 느껴진 것이다.

“놀라운 놈이군! 아무도 내 실체를 알아낸 사람이 없었거늘… 그래, 오늘 한번 재미있게 놀아보자.”

양정은 말을 끝내고는 두 팔을 툭 털었다. 그러자 옷 속에서 새의 발톱 모양의 갈고리 두 개가 튀어나와 양정의 손에 잡혔다. 동시에 양정의 몸이 번개같이 유성탄 앞으로 다가들더니 갈고리로 유성탄의 얼굴을 긁어갔다.

“이건 또 처음 보는 거네?”

유성탄은 마치 매가 토끼를 낚아채듯이 달려드는 양정의 조법을 보며 당황은커녕 눈을 크게 뜨고는 자세히 쳐다보았다. 유성탄은 싸움을 하면 할수록 다양한 상대방의 여러 공격술을 연구하는데 재미를 붙이고 있었다.

양정의 조가 눈앞에 다다를 때까지 보고 있던 유성탄은 갈고리가 얼굴을 긁기 직전에 살짝 뒤로 한 발 물러났다. 그러자 양정의 갈고리는 아주 간발의 차이로 유성탄의 눈앞을 지나갔다. 완벽하게 계산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부하들을 때려잡기에 한 수는 있다고 생각했지만 일개 포쾌가 나의 혈조(血爪)를 피할 줄은 상상도 못 했구나.”

양정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몸을 회전시키며 앞으로 나아가며 계속 갈고리를 긁어 나갔다.

‘흠! 요렇게 한다 이 말이지. 좋아!’

유성탄은 양정의 갈고리를 계속 간발의 차이로 벗어나다가는 갑자기 자신의 손가락을 오므려 새의 발톱 모양으로 만들더니 양정을 긁어 나갔다.

“미친놈! 감히 나의 혈조에 어줍잖은 조법으로 상대를 하려 하다니!”

계속 간발의 차이로 놓치는 바람에 은근히 성질이 나던 양정은 유성탄이 갑자기 자신의 얼굴을 긁어오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긁어가던 갈고리에 내공을 더 주입해 유성탄을 단숨에 찢어버릴 생각을 한다.

“으악!”

양정은 분명 자신의 혈조가 먼저 유성탄을 긁었다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런 고통이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유성탄의 손톱이 자신의 혈조의 갈고리 사이에 끼었고 동시에 유성탄이 혈조를 그대로 잡아당기면서 혈조에 묶여 있던 그의 손목이 그대로 부러져 버린 것이다.

“으윽! 이런 말도 안 되는…….”

양정의 혈조는 대단히 정교하게 만들어진 무기였다. 그런 혈조에 손가락이 걸렸다면 당연히 그의 손가락이 모두 잘려야 마땅했다. 이것은 내리친 검을 손으로 잡아당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양정은 유성탄이 손을 움직일 때마다 비명을 지르다가는 유성탄이 손을 놔주자 그때서야 그대로 뒤로 비칠비칠 물러났다. 이미 두 손목이 다 부러져서 저항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내가 말했지 말로 할 때 들으라고. 하여간에 꼭 아파야 그때서야 말을 듣는다니까. 에그! 미련한 놈들…….”

“이곳에는 내 수하가 이백이 넘게 있다. 네놈도 여기서 살아나가지는 못한다.”

“나도 알아! 그래서 여기에 못 들어오게 통로를 부술 생각이야.”

콰앙! 쿠르르릉!

말을 마친 유성탄이 갑자기 방의 입구를 주먹으로 사정없이 치자 순식간에 흙이 함몰되며 통로가 막혀버렸다.

“미친놈! 죽으려면 너나 죽지!”

양정은 완전히 땅속에 갇힌 신세가 되어버리자 안색이 창백해져서 유성탄에게 소리쳤다.

“아아! 걱정 마! 내가 땅 파고 나가는 데는 귀신이거든. 하지만 네가 말을 안 들으면 너는 여기에 묻어놓고 나갈 수도 있지.”

“나한테 뭔가를 알 생각은 하지 마라. 나는 죽어도 한마디도 말 안 한다.”

“말하지 마. 나도 그게 좋아. 하여간에 모두 너무 빨리 말해서 내가 재미를 못 느꼈었거든!”

양정은 손목에서 일어나는 고통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눈을 감아버렸다. 자신의 굳센 의지를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양정은 상대를 잘못 만났다. 나름대로 맷집에 자신 있었던 그였지만 유성탄의 무차별한 주먹질에는 결국 견디지를 못하고 모든 것을 다 불고 말았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가 땅을 파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는 말인데… 왜 그런 연습을 했을까?”

“저도 그것까지는 모릅니다.”

양정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간신히 대답했다. 두 팔이 부러진 고통도 고통이지만 유성탄의 주먹에 의한 고통은 그의 정신을 거의 쏙 빼놓았던 것이다.

“청담은 이곳의 주루 중의 한 곳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딘지는 모른다.”

“대형께서는 절대로 자신의 행선지를 부하들에게 알리지 않습니다.”

“짜식이 구린 데가 많으니까 그런 거야! 나같이 깨끗하면 뭐가 무서워서 행선지를 숨기냐? 그런데 너희들은 왜 그런 놈을 대형이라고 따르는 거냐?”

“그분은 남자 중의 남자요. 거기다 인간이라고 보기 힘든 능력을 가지셨소이다. 나도 일개 낭인이었는데 그분께 충성을 맹세하자 즉시 나를 일류고수로 만들어주셨소이다.”

‘이 자식이 뻥은 아닌데… 그런데 그게 가능한가? 청담 이놈을 꼭 잡아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군.’

유성탄은 청담이 즉시 일류고수로 만들어주었다는 말에 아우들이 생각났다. 청담이 어떤 방법을 쓰는지만 알면 고수가 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아우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럼 너희들은 이곳에서 생활한 지 얼마나 된 거냐?”

“거의 일 년이 다 되어가오. 대형께서 땅굴을 한 시진 안에 오 장 이상 팔 수 있게 되면 일을 알려주신다고 했소.”

‘한 시진 안에 오 장이라……? 뭔가 기습을 할 데가 있다는 말인데…….’

“다른 곳에서는 뭘 하는지 아냐?”

“우리는 대형의 명에 따라 시킨 것만 할 뿐 다른 곳에서는 뭘 하는지 알지 못하오.”

“그런데 여기는 돈 같은 거 없냐?”

“이곳에 돈 쓸 데가 어디 있겠소? 먹을 것은 때가 되면 가져다주는 사람들이 있소이다.”

“쯧쯧… 돈이 있었으면 그냥 가려고 했는데… 안됐지만 조금 더 맞아야겠다.”

유성탄의 말에 양정이 눈이 동그래지더니 악 쓰듯이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이오? 다 말하면 살려준다고 하지 않았소?”

“난 약속을 금같이 여기는 사람이다. 당연히 살려준다.”

양정을 완전히 작살낸 유성탄은 다시 땅을 파고는 밖으로 나왔다. 어쨌든 약속대로 살려는 주었다.

* * *

“어떻게 되신 거예요?”

유성탄이 갑자기 땅을 파고 사라졌다가 다시 다른 통로를 뚫고 나오자 오살이 기가 막히다는 듯이 나타나더니 물었다.

“뭐가?”

“지둔술이라도 익히셨습니까?”

“지둔술이 뭔데?”

“땅속을 다닌다는 술법을 말합니다.”

“내가 두더지냐? 땅속을 다니게! 하여간에 이것들은 말을 해도 이상한 말만 한다니까…….”

말을 마친 유성탄이 밖으로 나가자 오살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대화하기가 힘들어. 핵심은 그게 아닌데…….”

“그러니까, 땅속에 그렇게 많은 놈들이 있었다는 말인가요?”

“그렇다니까! 하지만 나는 적의 심장부를 정확히 뚫고 들어가서는 수뇌부부터 잡아버렸지. 그리고는 알 건 다 알아가지고 나온 것이다 이 말이다.”

“그럼 청담이란 놈이 어디 있는지는 아셨습니까?”

“응, 이 근처에 있다던데.”

“그럼 그놈들이 굳이 땅속에 숨어 들어가 있는 이유는 아셨습니까?”

“사람들 이목을 끌지 않으려고 그랬다던데…….”

“그럼 그 놈들의 목적이 뭔지는 아셨습니까?’

“땅 파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던데…….”

“왜요?”

“그걸 모르더라고…….”

“도대체 알아 오신 게 뭐가 있는 거예요?”

고화월이 짜증난다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차피 청담이 이 근처에 있다는 것은 우리도 알고 이곳에 온 거고, 그놈들이 땅속에 있다면 당연히 이목을 끌지 않으려고 그런 걸 테고, 그리고 목적이 땅을 파는 연습이라는 데 이유는 모르고… 그럼 알아 온 게 하나도 없는 겁니다.”

지정우가 차분하게 설명했다.

‘이씨! 그게 그렇게 되나…….’

“그런데 안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 어째서 한 명도 안 나온 거지요?”

“그거야 나도 모르지. 내가 통로를 막아놔서 그러나……?”

“그런데 그냥 오시면 어떡합니까? 그놈들이 청담에게 다 말할 것 아닙니까?”

“그러라고 놔두고 왔어. 우리만 그놈을 찾는 것은 너무 억울하잖아! 그놈도 우리 좀 찾으라고 일부러 다 그냥 놔두고 온 거야.”

* * *

“저 놈들은 뭐냐?”

객잔으로 돌아가던 유성탄이 화려한 홍등이 밝게 빛나는 기루 사이에서 무게를 잡고 있다가는 지나가는 기녀들의 엉덩이를 툭툭 치는 장정들을 보고는 부럽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고장의 흑도 왈짜들일 겁니다. 보통 기녀의 기둥서방을 그런 놈들이 하니까요.”

기루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아는 지정우가 대답했다.

“기둥서방? 그건 또 뭐냐?”

“스스로는 돈을 벌 능력이 안 되는 놈들이 기녀의 서방을 자처하면서 기녀들에게 용돈을 받아가며 빈둥거리다가 누가 그 기녀를 괴롭히거나 하면 가서 막아주곤 하는 놈입니다. 기녀가 뭐 사오라고 시키면 사오기도 한다더군요.”

“한 번 달라고 하면 기녀가 주기도 하나?”

“당연하지요. 말 그대로 기둥서방 아닙니까! 남자 중에서는 가장 치사한…….”

“햐! 거 기둥서방이라는 거 완전히 좋은 거네.”

“예에?”

유성탄의 말에 지정우가 하던 말을 끝맺지도 못하고 반문하듯이 대답하자 유성탄이 말을 이었다.

“달라면 주고 자기는 돈 벌 필요도 없고 세상에 그런 편한 삶이 어디 있어?”

유성탄의 말에 오살들이 피식 웃는다. 갈수록 낭인칠웅이 유성탄과의 대화를 재미있어 했었던 이유를 슬슬 알기 시작한 것이다.

“잠깐 기다려라.”

“뭘 하시게요?”

고화월은 유성탄이 또 무슨 사고나 치지 않을까 걱정되는지 급히 물었다.

“자식들이 여자들 등이나 쳐 먹고 치사하잖아?”

“방금은 좋겠다고 하셨잖아요?”

“내가 하면 좋지만, 남이 하면 치사한 놈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며 기루로 다가간 유성탄은 갑자기 소리쳤다.

“오늘 이곳의 치안을 책임 진 포천망쾌다. 거기 남자 놈들, 다 이리 와봐라.”

일개 포쾌 하나가 다가오더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자 모두들 쳐다보더니 막 웃어젖혔다.

“하하하! 도대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치안을 담당하고 말고 하신다는 건지 모르겠소이다. 포쾌 나으리는 여기는 걱정 마시고 집에 가서 발이나 닦고 잠이나 자시지요.”

“와하하하하!”

“니들이 아직 몰라서 그러는데 그렇게 까불다가 나한테 맞아서 병신 된 놈들이 엄청 많거든! 그러니까 까불지 말고 말로 할 때 들어라 앙!”

잠시 후 모두 손을 번쩍 든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왈짜들을 보며 유성탄이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말로 할 때 들으라고 했지. 하여간에 미련하다니까.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너!”

유성탄의 말을 안 듣고 계속 까불던 왈짜들은 유성탄의 주먹 한 방씩에 그대로 순한 양이 되어버렸다.

“예!”

유성탄이 한 명을 가리키자 그자가 깜짝 놀라 겁에 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소곤소곤…….

유성탄이 그자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소곤거리자 가만히 듣던 그자가 고개를 저었다.

“처음 들은 이름인데요.”

“그래? 그럼 가봐! 그리고 여자 등치는 일은 그만해라.”

한 명을 보낸 유성탄은 또 한 명을 불렀고 또 똑같이 소곤거렸다.

매번 똑같은 행동과 똑같은 말을 하며 한 명씩 다 보낸 유성탄은 마지막 남은 자를 쳐다보더니 씩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이제 다 갔으니까 소곤거릴 필요 없겠지 뭐… 청담이 어디 있냐?”

유성탄이 전부의 귀에다 대고 속삭인 말이 그 말이었다. 그러나 모두 모른다고 하자 그냥 보낸 것이다.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지금까지 먼저 갔던 자들이 했던 대답과 똑같은 대답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래! 그럼 가봐… 그럴 줄 알았지? 하지만 너는 안 돼!”

유성탄은 다른 자들에게 한 것과는 달리 갑자기 주먹으로 그의 면상을 그대로 쳤다.

“아이고!”

그 자는 얼굴을 감싸며 그대로 땅바닥을 굴렀고 주위에서 구경하던 기녀들의 비명이 따라 울렸다. 그자의 얼굴에서 피가 튀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성탄의 주먹은 거기서 멈추지를 않았다.

일 각쯤 지났을까…

“어제까지 청화루에 계셨습니다.”

견디다 못한 장한의 입에서 결국 바른 말이 튀어 나왔다.

“청화루가 어디 있는데?”

“운호를 따라 북쪽으로 삼 마장만 올라가면 가장 큰 청루가 보이실 겁니다. 그게 청화루입니다.”

장한은 피를 줄줄 흘리며 급히 말했다.

“짜식이 맞기 전에 말했으면 너도 안 아프고 나도 힘쓰지 않고 꿩 먹고 알 먹기였는데… 쯧쯧!”

말도 안 되는 비유를 한 유성탄의 발이 장한의 가슴을 차자 장한은 떼굴떼굴 굴러가더니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니들 들었지? 청화루랜다. 빨리 가보자.”

말을 마치고는 북쪽으로 방향을 트는 유성탄을 보며 오살의 얼굴이 변했다. 우연으로 보기에는 너무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그들에게 청담에 대해 물은 것은 처음부터 일부러 그러려고 시작하신 거예요?”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천잰데.”

“그렇지만 아무도 몰랐다면 계속 기루마다 따라다니며 왈짜들을 잡을 생각이셨어요?”

고화월이 걸음을 빨리하며 유성탄에게 물었다.

“아니, 내가 뭐 미친놈이냐? 죄도 없는 애들을 만날 때려잡게?”

“그러면……?”

“고화월! 너는 너무 알고 싶은 게 많다. 뭐가 궁금하냐? 그냥 방주님이 천재구나 그러면 될 것 아니냐! 처음부터 그놈을 겨냥해서 벌인 일이다. 지정우 말대로 기둥서방이 그런 거라면 그놈의 무공이 너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거짓말을 치면 그냥 저절로 안다.”

“그럼 그 거리에서 그 자의 무공이 너무 높다는 것을 느끼고 벌인 일이란 말입니까?”

“그 거리가 아니라, 고을에 접어들면서 이미 알았다.”

유성탄은 오살이 놀라는 얼굴을 보자 이번에야말로 야코를 죽일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자신 있게 말했다.

‘하여간에 뻥은…….’

“저기가 청화루인 것 같습니다.”

전화생이 커다란 청루를 가리키며 말했다.

“잠깐, 생각을 하고 들어가야지요.”

전화생이 가리키는 기루로 유성탄이 당장에 들어가려 하자 고화월이 막았다.

“생각할 게 뭐가 있냐? 그냥 쳐들어가서 잡으면 되지?”

“우리는 청담의 얼굴을 모르지 않습니까? 다짜고짜 들어가서 찾다보면 청담을 보고도 놓칠 수가 있습니다.”

“태웅이가 그랬잖아. 키가 작고, 매부리코에다가, 눈은 호랑이 눈같이 번쩍인다고.”

“그런 사람은 생각보다 중원에 많습니다.”

“그럼 어떡하라고?”

“포쾌 옷을 입으신 것을 십분 이용하시는 겁니다. 도둑을 잡는다며 각 방마다 한 번씩 문을 여는 겁니다. 청담이라면 무공이 대단히 높을 테니 보시면 당장 아실 것 아닙니까!”

“내가 지금 그럴려고 그랬는데, 니가 잡았잖아?”

‘하여간에… 거짓말도 엄청 잘 친다니까!’

고화월은 유성탄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뭐요!”

유성탄이 기루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정문을 지키던 덩치 하나가 유성탄의 앞을 가로막으며 뭐 때문에 왔냐고 물었다.

“이 안에 도둑놈이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그래서 안을 좀 조사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니 비켜라.”

“이보쇼! 여기가 어딘 줄은 알고 이러는 거요? 포쾌 따위가 감히 시비를 걸 만한 데가 아니오. 용돈이 좀 필요해서 그러는 모양인데 장소를 잘못 찾았소. 요 옆에 창기촌이 있으니 거기나 가시오.”

“도대체 왜 이렇게 사람을 못 알아보는 거야? 나 같으면 나를 보면 당장에 굉장한 사람이라는 것을 딱 알 것 같은데 말야? 꼭 힘을 쓰게 만드네…….”

입구를 지키던 덩치 두 명을 기절시킨 유성탄은 뭐라고 중얼거리며 안으로 들어서다가는 갑자기 걸음을 뚝 멈췄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야, 아니면 극락이야?’

기루 안에는 요상한 차림의 여인들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는데 유성탄의 눈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야, 여기는 초앵이 있던 곳하고는 완전히 다르네? 어떻게 전부 저렇게 예쁠 수가 있나? 이 씨! 그러니까 여기에 오는 놈들은 저렇게 예쁜 계집들과 마음대로 한 번 했다 이거 아냐!’

자기가 못 먹으면 남들도 못 먹게 하는 유성탄의 심술이 나오고 있었다.

“전부 그 자리에 그대로 서라! 나는 감숙성의 특수포쾌 포천망쾌다. 아주 심각한 범죄자가 여기에 있다는 정보가 있어서 왔으니 엄숙히 조사에 응하도록 해라!”

유성탄의 외침에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유성탄을 쳐다보다가는 갑자기 모두 웃어젖히기 시작했다.

“와하하하!”

“오호호호!”

‘이 씨! 이것들이 왜 저렇게 웃는 거야? 이상하게 쪽팔린 것 같네…….’

이럴 때 반전을 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유성탄도 이미 배웠다.

빡! 빠각! 뻑!

“아이고! 아악!”

유성탄은 가장 느낌이 안 좋은 놈 몇 명을 몽둥이로 그대로 쳐 버렸다. 그러자 갑자기 좌중은 조용해졌다. 그때서야 웃을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이제야 조용하네! 까불어!’

“너 이리 와봐!”

유성탄이 가장 가까이 있는 기녀를 손가락을 까딱여 불렀다. 그러자 그 기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비척비척 가까이 다가왔다.

“뭐 하는 거예요?”

유성탄의 앞으로 다가온 기녀는 유성탄이 응큼한 눈으로 그녀의 가슴 사이를 들여다보자 가슴을 손으로 잡으며 소리쳤다.

“무기 같은 것을 혹시 가슴에 숨겨놨나 본 거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이렇게 얇은 옷에 무슨 무기를 숨겼다는 거예요?”

“알았으니까 한번 빙 돌아봐라.”

‘조용히 조사하라고 했건만 뭐 하는 건지 모르겠네…….’

이미 안으로 숨어 들어온 고화월을 비롯한 오살은 유성탄의 행동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야! 고화월, 아무리 봐도 방주님께서 왜 이 안에 들어왔는지 잊어버리신 것 같다. 귀띔을 해 드려야 할 것 같지 않냐?]

유성탄이 기생들만 불러서는 몸매를 감상하고 보내고 하는 것을 보며 지정우가 안 되겠다는 듯이 고화월에게 전음을 보냈다.

[나도 모르겠다. 조용히 들어가서 한 방씩 조사하라고 했더니, 아예 청담에게 도망가라고 광고를 하고 있으니…….]

‘얘는 예쁘기는 한데 가슴도 없고… 엉덩이도 빈약하고 내 취향이 아니네…….’

‘얘는 다 좋은데 코가 들렸단 말야……. 에이, 아깝다!’

유성탄이 기녀들을 하나씩 불러 감상하고 있을 때…

“웬 자이기에 감히 청화루에 와서 행패를 부리느냐!”

수염을 세 가닥으로 기른 청화루의 총관인 송삼구가 손에 무기를 든 이십여 명의 장정들과 함께 나타나서는 소리쳤다. 그러자 유성탄의 위세에 겁을 먹고 있던 기녀들이 동시에 환성을 지르며 후다닥 안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나는 공무를 수행 중인 특수포쾌다. 내 앞을 막으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잡혀 들어간다. 그러니 막을 생각 하지 마라.”

“특수포쾌? 어디 소속이냐?”

“감숙성의 한주현 소속이다.”

“감숙성의 포쾌가 언제부터 절강성까지 와서 공무를 수행했다는 말이냐? 내가 보니 네놈은 분명 가짜 포쾌가 분명하다.”

“무식한 놈! 너는 내가 말한 특수라는 말의 뜻을 모르냐? 특수! 말 그대로 특수한 임무를 띤 특수한 포쾌라는 말이다. 하여간에 무식한 놈들은 어디 가나 티가 난다니까!”

“더 이상 저놈의 말을 들을 필요 없다. 당장 때려잡아서 땅에 묻든가 아니면 물에 던져버려라!”

송삼구의 명이 떨어지자 뒤에 서 있던 장정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어쭈! 이놈들 봐라? 일개 기루를 지키는 흑도 놈들의 무공이 어째 이리 다 높아? 이제 보니 청담이 문제가 아니라 이놈의 기루 자체에서 냄새가 나는군.’

유성탄은 이미 그들의 무공이 보통이 아님을 느끼고 있었지만 막상 달려드는 장정들의 기세가 생각보다 대단하자 기루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검세는 그냥 초식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뭔가 규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총관님! 이자는 보통 포쾌가 아닙니다.”

유성탄을 상대하던 장정 중의 하나가 송삼구에게 소리쳤다.

“그럴 줄 알았다. 사로잡아라! 이런 짓을 저지른 이유를 알아봐야겠다.”

송삼구은 장정의 외침을 듣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일개 포쾌로서는 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르는 유성탄에게 뭔가 있다는 것을 이미 느낀 것이다.

“니들은 밖으로 나가서 수상한 놈들은 아무도 못 나가게 해라!”

싸우던 유성탄도 누군가에게 소리쳤다. 전음을 모르는 유성탄으로서는 오살에게 그렇게 명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송삼구은 유성탄의 말에 주위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다른 동조자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오살의 은잠술은 송삼구로서는 발견하기 힘들었다.

“으랏차!”

유성탄의 입에서 이상한 기합소리가 났다. 그를 공격하는 장정들의 검식이 갑자기 바뀌며 한꺼번에 유성탄의 몸으로 검이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유성탄이 그 검을 모두 한 팔로 막은 것이다. 동시에 유성탄의 팔에 검을 내리친 자들은 모두 입에서 피를 뿜으며 날아가 버렸다.

“아니! 설마 반탄강기(反彈剛氣)를……!”

송삼구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내공이 일 갑자는 넘어야 펼칠 수 있다는 반탄강기는 무림의 십대고수들이나 사용할 수 있다. 유성탄이 진짜 십대고수와 맞먹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로서는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송삼구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쓰러지지 않고 있던 세 명의 장정들이 유성탄의 몽둥이를 맞고는 결국은 쓰러지고 말았다.

“이리 와!”

유성탄이 손가락을 까딱대며 송삼구를 불렀다.

“도망치려고 하면 죽는다!”

송삼구가 뒷걸음을 치며 도망칠 자세를 보이자 유성탄의 입에서 살기를 띤 음성이 튀어나왔다. 상대를 죽이지는 못하면서도 살기를 뿜는 것을 자유자재로 하는 것은 유성탄의 특기였다.

“청담이 오늘 떠났다… 이 말이지?”

송삼구는 처음에는 완강히 반항했지만 결국 유성탄의 주먹질을 견디지 못하고 불기 시작했다.

“예! 이미 떠나셨습니다.”

“거짓말은 아닌데… 햐, 그놈 정말 신경질 나게 만드는구먼. 아주 미꾸라지 같은 놈이야. 그건 됐고! 그럼 청담과 이 기루와는 무슨 관계냐?”

“아무 관계도 아닙… 으악!”

“내가 그랬지. 나는 거짓말을 치면 금방 안다고!”

송삼구가 거짓말을 치자 유성탄이 그대로 주먹을 송삼구의 가슴에 날렸다. 그리고는 송삼구가 뭐라고 하지도 못하게 계속 치기 시작했다. 두 번 다시 거짓말을 못 치게 하기 위해서는 아예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유성탄의 지론이었다.

“기루의 실질적인 주인이 청담님이십니다. 아악!”

송삼구가 엄청난 구타에 급히 입을 열었지만 유성탄의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 필요 없어 인마! 난 거짓말 치는 놈을 제일 싫어하거든. 넌 오늘 맞아 죽어야 돼!”

“으아악! 다 말하겠습니다.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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