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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백마성 (56/79)

제7장 백마성

“에이 씨! 고 계집애 때문에 팔자에 없는 관제묘 신세를 지게 생겼네.”

간신히 찾은 마을을 그대로 도망쳐 나온 유성탄은 얼마 안 가 또 길을 잃고 말았다.

물론 귀를 기울이고 사방을 좌충우돌 뛰어다니다 보면 중원에서 가장 번화한 절강성에서 마을 하나 찾기는 간단한 일이었지만 배도 고프고 잠도 오자 모든 게 다 귀찮아진 유성탄은 허름한 관제묘 하나를 발견하고는 안으로 들어가더니 제단 옆에 쌓여 있는 풀더미 위에 그대로 몸을 던지고는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자면서 히죽거리는 것이 재미있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 * *

“백마성의 백마(百魔) 중 둘이나 가서 일개 포쾌의 목 하나 취하지 못하고 도망을 쳤다는 말이냐?”

뒷짐을 진 채 창밖을 바라보던 노인의 입에서 백마성이라는 말이 나왔다.

백마성은 무림 오대사파 중 가장 세력이 약한 곳이면서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곳이었다.

오대사파 중 다른 네 파는 세력을 크게 늘이는 데 치중을 했지만 백마성은 정예화를 추구해 왔다. 그 결과 천하인들에게 백 명의 마인이라 불리는 백마가 탄생했고, 그 적은 수로 당당히 오대사파의 하나가 되었다.

백마성이라 하여 오로지 백마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중간급 무사와 하급무사 그리고 일하는 일꾼들까지 합치면 상당히 큰 규모였지만 전체적으로는 어쨌든 다른 파보다는 세력이 작았다.

그런데 백마성의 주된 수입원이 바로 대리전투였다.

다만 살수집단과는 다른 것이 숨어서 은밀하게 살수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정면으로 승부한다는 점이 달랐다. 그리고 최소한 상대가 초절정이어야 한다는 규율이 있었다.

백마성에서 유성탄의 청부를 맡은 것은 솔직히 청부자가 동창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절대로 일개 포쾌를 제거해 달라는 청부 따위는 맡지 않았을 것이었다.

거기다 동창에서는 단순한 포쾌가 아니니 시작부터 백대고수에 맞는 상대를 보내달라고 청을 해왔다. 거기에 되도록 빨리 처리해 달라는 청도 함께였다.

그래서 두 명의 백마를 보냈는데 하나는 완전 병신이 되어 옥에 갇히고, 한 명은 도망쳐 왔으니 백마 중 서열 15위인 노인으로서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보통 실력이 아니었습니다.”

“알겠다. 성에 연락해 이번에는 다섯 명을 보내라 했으니 곧 처리가 될 것이다. 너는 가서 쉬어라.”

백마성은 당하지 못할 것 같다 해서 도망친 것은 벌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보내고 그자의 입에서 상대했던 자가 대단했다는 말이 안 나오면 극한수련동에 가두어 최소 백 일 최대 천 일 동안 혹독한 수련을 받는 벌을 받았다.

“연락한 자들은 오고 있느냐?”

“포천망쾌가 갑자기 운하현을 떠났습니다. 동쪽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하여 그들을 그쪽으로 가게 했습니다.”

“음! 그런데 포천망쾌가 갑자기 운하현을 떠난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았느냐?”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연의 관계에 있던 주루의 기녀를 치정살인한 혐의를 받자 도망쳤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일개 기녀 따위를 죽였다고 관부에서 무림인을 추적하는 경우는 없다.”

“무림인이 아니라 포쾌이니 좀 다른 게 아닐까 하고 있습니다.”

“동창까지 손을 못 대서 우리한테 청부를 할 정도인 놈인데 그따위 치정살인 따위가 뭐 별 거라고… 하여간 이유가 너무 말이 안 된다. 어차피 우리야 그자를 죽이는 게 목적이니 아무 상관 없지만 정말 그자가 무슨 목적으로 이러는지 상당히 호기심이 생기는구나.”

“알아볼까요?”

“아니다. 우리 일과 상관없는 일은 참견하지 않는 것이 백마성의 전통이다.”

* * *

“태감 나리! 포천망쾌 그놈이 기녀를 치정살해하고 도망쳤다는 소문이 나고 있습니다.”

동창의 일대주인 노진명이 급히 화안태감 홍수동을 찾아와 보고했다.

“무슨 소리냐? 기녀를 치정살해하고 도망쳐?”

“말 그대로입니다. 그 사건을 조사하는 고남보라는 포쾌를 만나 자초지종을 알아본 결과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는 보고입니다.”

“신빙성이 있건 없건 동창의 대주를 개 패듯 하는 놈이 일개 기녀의 죽음 때문에 도망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원체 뭐 하는 놈인지 알 수가 없는 놈이니… 도대체 아무리 주변을 뒤져도 목적이 뭔지 왜 운하현에 왔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놈이 나타난 후 운하현의 치안이 대단히 좋아지기는 했다지만 황룡패까지 가진 놈이 할 짓은 아니지요.”

“감숙에 갔던 동창에게 연락이 왔다고 들었는데?”

“아, 예! 저도 방금 보고를 받았습니다. 반역을 꾀하는 무리가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검찰관이 누구인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지만 황상의 총애를 받는 백부장 섬광신창 용대철이 사망회를 찾아갔었다는 사실은 알아냈습니다.”

“그자들이 꼬리를 잡아내기는 한 것 같으냐?”

“아직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직까지는 내사단계로 보입니다.”

“도대체 그렇다면 저 포천망쾌는 왜 여기에 온 거야?”

“태감 나리, 이건 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만 혹시 우리의 판단에 혼란을 주기 위해서 저자를 이곳으로 보낸 것은 아닐까요? 저자 때문에 우리가 이곳에 온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는데 그냥 시간만 축냈을 뿐 그자의 정체나 목적 중 알아낸 것이 전혀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우리의 눈을 저자에게 잡아놓고 그들은 은밀하게 역도들의 소탕하려고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로 그거다! 내가 어찌 그 생각을 빨리 못 했을꼬. 어허… 노진명 당장 일대와 삼대를 소집하여 감숙으로 간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상대등에게는 보름 정도 여기에 더 머물면서 새로운 소식이 있나 없나 살피고 만약 새로운 정보가 나타나면 즉시 연락을 하게 해라. 그리고 보름 후에도 역시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한다면 이곳은 그냥 놔두고 감숙으로 곧 이동하라고 일러라.”

“곧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현에 연락하여 포천망쾌 그자의 종적을 절대로 놓치지 말고 연락을 하라 해라.”

‘어차피 그놈은 백마성에서 처리할 것이다. 우선은 반역의 무리를 잡는 것이 우선이다.’

정작 주소연은 역모의 주축을 잡기 위해 감숙을 떠나 절강으로 오고 있는데 동창은 감숙으로 가고 있으니, 유성탄이 자신의 할 일을 알지도 못하면서 너무 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 * *

코까지 골며 자던 유성탄의 움직임이 사라졌다. 누군가가 나타나면 자면서도 저절로 작동하는 그의 보호본능이었다.

“그놈이 이쪽으로 움직였다고 하던데…….”

관제묘에 갑자기 다섯 명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중간에 다른 쪽으로 샌 게 아닐까?”

“글쎄… 우선 이곳에서 밤을 보내고 내일 날이 밝으면 찾아보자.”

“그런데 일개 포쾌 놈이 그렇게 강하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들은 관제묘 안으로 들어서며 다시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유성탄은 숨소리까지 사라졌다.

“포천망쾌라고 하잖아. 특수 포쾌라며?”

“특수 포쾌는 무슨? 포쾌면 포쾌지 특수 포쾌가 어디 있어? 바보 같은 놈이 뭔가 실수를 해서 당했을 거야.”

유성탄의 눈이 떠졌다. 그리고는 그의 귀가 움찔거렸다.

“하여간에 일개 포쾌 놈 하나 때문에 우리가 다섯이나 움직인다는 것은 정말 창피한 일이야. 빨리 처치하고 돌아가자고.”

유성탄의 몸이 스르륵 일어섰다.

“뭐? 빨리 처치하고 돌아가? 그래, 빨리 처치해주마!”

빠악!

“윽!”

유성탄의 바로 앞에 앉아 있던 한 명이 한밤에 날벼락이라는 말에 걸맞게 갑작스런 유성탄의 방망이 공격에 뒤통수를 맞고는 어이없이 그대로 쓰러졌다.

“웬 놈이냐?”

“이놈아! 웬 놈이 아니라 웬 님이시다!”

동시에 유성탄의 방망이가 다시 떨어졌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백마였다. 갑작스런 기습에 한 명은 어이없이 당했지만 나머지는 대단히 빠른 속도로 유성탄의 방망이에 대응해 나갔다.

“어쭈! 제법인데? 그렇다면 이것은 어떤가 받아봐라!”

방망이를 후려치고 옆으로 피하던 한 명의 얼굴에 유성탄의 주먹이 그대로 작렬했다. 몸을 오른쪽으로 움직이던 그자는 절대로 올 수 없는 방향으로 유성탄의 주먹이 날아오자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더니 역시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원형진을 펼치자!”

둘이 순식간에 당하자 나머지는 일이 심각함을 즉시 느끼고는 합공진을 펼치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그들에게는 큰 실수가 되었다. 관제묘는 작았고 유성탄은 그것보다도 더 좁고 작은 충동에서 생활했었다. 거기다 자신의 주위에 벽을 만들면 그가 가장 좋아하는 벽 차기가 가능해진다.

물론 그의 몸이 검에 상처를 입는다면 아주 위험한 공격법이었지만 이제 유성탄은 자신의 몸을 믿고 있었다.

“으으윽! 이게 도대체 무슨……?”

한 명을 검을 팔로 막으며 이단 옆차기로 가슴을 찬 유성탄은 그대로 그 반동을 이용하여 다른 자의 가슴을 찼고 다시 그 반동을 이용해 또 다른 자에게 날아가서는 머리로 가슴을 받아버렸다. 초수를 따지기도 힘들 정도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무공도 아닌 것이 어찌……?”

무기를 떨어뜨리며 가슴을 부여잡고 뒤로 물러선 그들은 모두 입으로 피를 토하며 한마디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별 것도 아닌 것들이 뭐? 나를 빨리 처치하고 돌아가? 씨… 그런데 이놈들은 누구지? 에이, 좀 알아보고 때릴 걸 그랬나?”

쓰러진 자들을 발로 톡톡 건드려 보던 유성탄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이유를 모르니까 다리병신은 안 만든다. 하지만 또 와서 깝죽대면 그때는 안 봐줄 거야.”

말을 마친 유성탄은 피가 사방에 튄 관제묘에서 더 이상 있기가 싫은지 그곳을 떠났다.

* * *

“다 죽었다고?”

“예, 도대체 그자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분명 하는 행동은 뭔가 모자란 것 같은데, 싸우는 상대에 따라 강약을 마음대로 조절합니다. 지밀단에서는 그의 능력을 십대고수와 같은 반열에 놓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채지공은 유성탄과 강시들이 싸우는 장면을 보지는 못했다. 능력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까이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성탄이 강시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고 떠난 시간만은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그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리고 강시들은 너무나도 처참하게 머리가 터져 죽어 있었다.

바로 그의 지밀단이 유성탄을 십대고수 반열에 올린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강시에게 가장 약한 곳은 팔과 다리였다. 굵은 철근과 가는 철근의 차이가 같은 것이다. 온몸에 철액이 스며든 그들의 몸은 거의 쇠와 같았다. 당연히 가장 약한 곳은 팔과 다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강한 곳은 어디일까? 바로 머리였다.

길다란 철근은 자를 수 있어도 둥근 쇳덩어리는 부수기가 어렵다. 마찬가지의 이치였다.

그런데 그 머리가 수박 깨지듯이 부서져 있었다. 그 정도의 위력을 내려면 최소한 공력이 삼 갑자는 상회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고, 그런 공력을 지니고 있는 자들은 무림에 약 십오 명 정도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놈이 지금 어디쯤 있는지는 아느냐?”

청담은 생각 외의 변수를 만났음에도 전혀 동요가 없었다. 그가 얼마나 냉철한 성격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현재로서는 그자를 감시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이유는?”

“그자는 이미 무림인들의 주시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개방이 잠시도 쉬지 않고 그의 동향을 감시하고 마룡방, 구룡회 거기다 동창까지 감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미확인 정보이기는 하지만 백마성까지 끼어든 것 같습니다.”

채지공의 보고를 듣던 청담의 얼굴이 처음으로 변했다.

“도대체 그놈의 정체가 뭐기에 정파와 사파 모두가 그를 감시한다는 말이냐?”

청담의 말에 채지공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북밀천의 지밀단의 정보분석 능력은 실로 탁월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유성탄의 행동은 분석이 안 되고 있었다. 심지어는 약간 돈 놈이 아니겠는가 하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그 행동이 정말 어지러웠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딘가 중요한 데를 가는 것 같다가도 예쁜 여자를 만나면 갑자기 행로를 바꿔버리고 식사를 분명 했는데 가다가 또 식사를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습니다. 한마디로 분석 불가능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지밀단에서 분석 불가능이라고 했다면 미친놈이라는 말 아니냐! 지금 이 놈 하는 행동이 미친 놈의 행동이라고 생각하느냐!”

“절대로 아닙니다. 미친 자라면 분명 싸울 때 틈이 나야 합니다. 그러나 그는 갈수록 완벽한 싸움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마를 손을 짚고는 살살 주무르던 청담이 다시 물었다.

“모든 것이 연극일 확률은 어느 정도냐?”

“연극이라면 우리의 눈을 피하지 못합니다. 분명 원래의 성격입니다.”

“아주 더러운 성격을 가지고 태어난 놈이군.”

* * *

“에이 씨! 요새 도대체 귓속이 왜 자꾸 이렇게 가려운 거야? 분명 누군가가 나 없는 곳에서 나를 욕하는 것이 분명한데… 그런 놈들은 반역으로 잡아넣을 방법이 없나?”

귓속을 청소하지 않아서 가렵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쓸데없는 생각만 하며 관도를 걸으며 귀를 후비던 유성탄의 눈이 커졌다. 두 개의 관도가 만나며 사거리를 이룬 곳에 장이 서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큰 장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응? 길거리 장이 열리나?”

언젠가 한번 보았던 도로변의 장은 고을 안의 저잣거리의 장과는 비교가 안 되는 초라한 장이었다.

고을 안의 장은 난장이라고 하는 가장 규모가 작은 장도 길거리장보다 훨씬 좋았다.

하지만 거기에도 자릿세라는 것이 있었고 당연히 가난한 사람들은 그곳에서도 장사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간신이나마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만든 장이 길거리 장이었다.

하지만 길거리라는 것이 나그네들이 대부분인지라 장사가 잘될 리는 만무했다. 거기다 이따금 관도의 진행을 막는다고 관에서 단속이라도 나오면 몇 푼 번 것까지도 다 빼앗기고 오히려 맞고 집으로 돌아갈 때도 자주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길거리 장은 정말 주위의 가난한 사람들이 정말 굶어죽을 지경이 되어야만 서로 모여 별 볼일도 없는 잡동사니를 가지고 나와서 파는 하급 장터였다.

“흠! 가만있자… 어쩌면 고을 안의 장터보다 여기가 더 장사가 잘 될지도 모르겠는데…….”

고을 안의 장터는 넓게 퍼져 있어서 유성탄이 펼치는 야바위 패에 흥미가 없는 사람은 전혀 가까이 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길을 따라 장사꾼들이 늘어져 있으면 보지 않으래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고, 더욱이 전의 모습과 지금의 그의 모습은 천양지차였다.

한마디로 자신의 진면목이 나타나면서 스스로 엄청 잘생기게 변했지 않은가. 잘생긴 얼굴은 여인들에게 구매욕을 일으킨다는 것이 유성탄의 지론이었다.

포쾌가 된 후 좋아하는 야바위 패를 한 번도 펼쳐보지 못했던 유성탄은 오랜만에 주위에 귀찮게 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유성탄은 우선 머리에 썼던 포쾌 모자를 옆구리에 달았다. 아무래도 포쾌가 야바위 패를 벌리는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보기가 안 좋다고 생각한 것이지만 어차피 복장이 포쾌 복장인 바에야 눈 가리고 아웅이나 마찬가지였다.

유성탄은 아주 추레한 옷을 입은 아줌마 둘이 좌판을 벌려 놓은 곳을 슬쩍 끼어들었다. 물론 아줌마들에게 환한 미소를 보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이에 끼어들어 장사를 방해하려는 불청객을 향해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던 아줌마들의 얼굴에 미소가 어리며 오히려 환영하듯이 유성탄을 반겼다.

‘역시! 난 여자에게 인기가 좋다니까… 그런데 저게 뭐야? 저것도 파는 물건인가?’

스스로 자화자찬을 아끼지 않으며 언제나 신주단지처럼 등에 메고 다니던 야바위 패를 위한 좌판을 펼치며 흘낏 아줌마들의 좌판을 보았다.

한 아주머니는 소채 몇 꾸러미를 또 한 명은 잡풀처럼 보이는 약초 몇 뿌리를 앞에 늘어 놓고 있었다. 그걸 다 팔아야 동전 반푼이나 벌 수 있을지 의문이 갈 정도였다.

‘뭐 다 장사가 되니까 하겠지 뭐!’

유성탄은 자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라 생각했는지 신경을 끊고는 커다랗게 호객을 시작했다. 그러자 커다란 음성이 간이시장을 덮었다.

“돈 놓고 돈 먹기! 적은 투자로 엄청난 이익을 창출하는 성탄표 야바위가 왔어요. 동전 한 푼 걸고 이기면 금자 한 냥! 자자, 이런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아요. 어서 오세요. 성심성의껏 모시고 확실한 상담까지 책임집니다.”

유성탄은 자신이 주절거리는 말의 뜻이나 알고 있는지 야바위판을 벌린 것을 대단한 사업이라도 하는 듯이 떠들어댔다. 도대체 야바위꾼과 어떤 말을 주고받아야 상담이 되는건지 무척 궁금한 상황이었다.

“총각! 정말 동전 한 푼 내서 이기면 금자 한 냥을 주는 거야?”

그리고 즉시 상담이 시작되었다.

“그렇다니까요. 내가 얼마나 신용이 좋냐면요… 사람들이 저보고 걸어 다니는 전장이라고 합니다.”

“깔깔깔! 아이구, 총각이 입심도 좋네.”

“헤헤헤! 입심만 좋은 게 아니라 아래 힘도 좋아요.”

“호호호! 얼마나 좋은지 한번 봐야겠네. 호호호!”

찢어지는 가난 속에 한 푼이나마 벌겠다고 채소류 몇 가지 가지고 나온 그녀들의 얼굴에는 고생에 찌든 자국이 역력했다. 그래도 유성탄의 익살에 오랜만에 크게 웃는 그녀들이었다.

“어떻게 하는 건데?”

“요기 패가 세 개 있지요. 그리고 요 패에 점이 하나 보일 겁니다. 그걸 제가 요렇게 요렇게 움직이거든요. 그리고 아줌마가 점이 있는 패를 맞추면 이기는 겁니다. 하지만 아줌마는 하지 마세요.”

“왜에?”

‘이거 사기거든요. 못 이겨요.’

유성탄은 그녀들의 돈은 따먹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만 중얼거릴 뿐 그 말을 그녀들에게 직접 해줄 수는 없었다.

“어쨌든 하지 마세요.”

말을 마친 유성탄이 다시 커다랗게 외치려고 하는데…

“나 여기 갔어!”

아줌마 중 하나가 그날 겨우 번 한 푼을 유성탄의 패에 걸었다.

“아이! 아줌마 하지 말래니까!”

유성탄이 급히 소리치며 돈을 거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그녀는 동전 한 푼을 오른쪽 패에 걸고는 그 패를 누르고 있었다.

오늘도 동전 한두 푼을 버는 것이 다일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그녀가 지금 유성탄에게 건 한 푼을 잃는다면 그녀의 식구는 어쩌면 오늘 굶게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금자 한 냥이라는 말에 절대로 잃으면 안 되는 동전을 과감하게 건 것이다.

‘아이 씨! 마수부터 이러면 그날 장사는 완전 망치던데…….’

유성탄의 얼굴이 확 찌푸려졌다. 그녀가 잡은 패에 점이 있는 것은 확실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연습으로 돌리는 중이었으니 당연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녀가 이길 수는 없었다. 패를 펴는 동안에 바꿔치기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이 진짜 왜 저렇게 보는 거야?’

유성탄의 얼굴을 쳐다보는 아줌마의 눈은 간절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유성탄이 떨리는 손으로 패를 깠다.

“와아!”

아줌마는 자신이 잡은 패에 점이 있자 자신도 모르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두 손을 벌떡 들며 환호했다. 다 찢어진 옷 사이로 유방이 힐끗 보였지만 아무도 관심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에이 씨! 완전 망했네. 왜 갑자기 손이 떨려가지고…….’

손이 떨리는 바람에 패를 바꿔치기 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떨리는 손을 품으로 가져가 금자 한 냥을 꺼내 그녀에게 전해주었다.

“총각! 복받을 거야!”

아줌마는 금자를 받자 눈물을 흘리며 유성탄에게 말하고는 장사를 하던 좌판을 그대로 팽개친 채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좌판을 벌리고 있던 초라한 장사꾼들이 점점 좌판으로 몰리더니 자신이 가진 돈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이따금 물건을 고르던 손님들도 돈을 걸기는 했지만 이런 장의 손님이 별 볼일이 있을 리 만무였다.

유성탄은 한 번 딴 사람은 다시 걸지 못하게 했고 판돈도 동전 한 푼 이상은 절대로 걸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계속 오늘 장사는 그만둔다고 여러 번 소리쳤지만 달려드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에 결국 장사를 계속하는 수밖에 없었다.

“에이! 재수 없는 날이었어.”

무려 금자 이백 냥을 잃고 겨우 동전 이십 푼을 딴 유성탄이 볼멘소리로 투덜거리며 좌판을 걷었다. 괜히 판을 벌였다가 돈만 잃은 것을 후회하며 유성탄은 그곳을 떠났다.

* * *

“정말 특이한 사람이군. 하는 행동을 보면 그야말로 비리 관원인데…….”

나타난 자는 혈점사 정일호였다. 그는 한시도 유성탄의 근처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기회만 나면 유성탄을 암살하기 위해 잠시도 그의 행동거지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번 싸우는 것을 보았지만 아직 조문을 발견하지 못하고 점점 자신만 잃고 있었다. 그의 눈에도 유성탄이 하루가 다르게 무공이 강해지는 것이 느껴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유성탄의 뒤를 따르다가 이상한 점을 여러 번 발견했다.

돈에 관해서는 진짜 자린고비가 따로 없었다. 주루에서도 기회만 되면 먹은 음식값을 오살에게 넘기고 모른 척 나가기 일쑤였고, 가게를 돌면서도 상인들이 수고한다며 집어주는 돈을 한 번도 사양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거기다 술집에 들어가도 돈을 낸 적이 없었다. 만약 점소이가 모르고 돈을 청구하면 갑자기 술에 물을 탄 것은 아니냐, 손님에게 내놨던 음식을 또 내놓는 것은 아니냐 하며 별의별 트집을 다 잡아 가지고는 결국 공짜로 마시고 나왔다.

그런데 아주 가난한 사람을 보면 슬쩍 그 앞에 돈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조금 건장하다 싶으면 억지로 가게에 취직도 시켜주곤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일부러 좌판까지 벌려 수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금자 이백 냥을 잃어준 것이다.

“하하! 나 같은 놈은 따를 수 없는 진정한 대협이었던가.”

정일호의 눈에 유성탄이 점점 존경스러운 인물로 각인되고 있었다.

* * *

“아이 씨! 다시는 길거리장에서 좌판을 벌리면 내가 유성탄이 아니다 씨!”

돈을 엄청 잃고는 너무나도 아까운 유성탄은 계속 뭐라고 씨부렁거리면서 길을 걷고 있었다.

“응! 저건 또 뭐야?”

유성탄은 새로운 관도와 만나는 길에서 수많은 관인들에 의해 운반되어지고 있는 이십여 대의 마차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차를 호위하는 관원들은 무려 이백여 명에 가까웠고 마차의 전후좌우를 가까이 호위하는 삼십여 명의 무사들은 척 보기에도 대단한 고수들이었다.

“멈춰라!”

다짜고짜 마차의 앞을 가로막은 유성탄이 커다랗게 외쳤다.

“뭐 하는 놈이냐!”

호송을 지휘하던 장수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커다랗게 소리쳤다. 일개 포쾌 복장을 한 자가 감히 황궁의 기를 단 마차를 막았다는 것은 미친놈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모자 안 보여? 내가 포쾌야 포쾌!”

“이런 미친놈이 있나? 이놈아! 네놈 눈에는 여기 황룡기가 안 보이느냐! 감히 황궁에서 직접 주재하는 행사에 일개 성의 포쾌가 앞을 막다니 반역죄로 능지처참이라도 당하고 싶은 것이냐!”

“으잉! 황룡기… 저게 뭘까?”

유성탄은 생각보다 뻣뻣하게 나오는 장수를 보자 은근히 켕기는 것을 느꼈다. 거기다 능지처참을 시킨다고 하지 않는가… 유성탄도 능지처참이 무지 아프게 사람을 죽이는 벌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내가 일개 성의 포쾌가 아니고 특수 포쾌요. 특수 포쾌가 뭐 하는 거냐 하면 이런 것을 모두 조사할 수 있다 이 말이오.”

약간 꿀린 유성탄의 말투가 변했다.

“이놈! 특수 포쾌건 일반 포쾌건 하여간에 당장 비켜라! 그렇지 않으면 역심을 품은 것으로 간주하여 당장 반역죄로 다스릴 것이다.”

“옙!”

당장 반역죄로 다스린다는 말에 완전히 쫄은 유성탄은 크게 대답을 하더니 급히 길을 터주었다. 그리고는 허리까지 굽히고는 마차 행렬을 보내준다.

“씨! 한번 개겨볼 걸 그랬나? 이럴 때 장우왕이 있었어야 했는데… 개기는 데는 그놈이 최곤데 말야. 에이, 이놈들은 언제나 올 거야?”

각자 독특한 특기를 지닌 자신의 아우들이 무척 아쉬운 유성탄이었다.

* * *

“태웅 형님! 진기가 흐르는 것이 느껴집니다.”

마동파는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공력이라는 것이 몸의 혈맥을 타고 움직이는 것을 느끼자 너무 기뻐 소리쳤다.

낭인칠웅 중 그래도 내공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은 강태웅과 황대산 그리고 마동파가 유일했다. 하지만 강태웅을 빼고 둘은 십 년이 채 안 되는 내공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물론 그 정도라도 내공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기에 낭인 사이에서 그토록 큰소리를 치며 활약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의 내공은 남들보다 강한 지구력과 끈기, 그리고 상대와 검과 검이 부딪쳤을 때 버티는 힘 등 여러 가지로 유리한 점은 많았지만 공력이 혈맥을 타고 흐른다는 느낌 따위를 느끼기에는 너무 힘이 미약했었다.

장우왕과 철패는 타고난 신력이 내공이 없음을 보충해 주었고 표도행은 다른 사람들보다 빠른 몸이 그를 보호해 주었었다.

하지만 칠괴가 남긴 영약에 하후란이 설명해 준 복용법 그리고 처음으로 심법다운 심법을 익힌 그들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었다. 특히 그들의 강인한 체력과 그동안의 수련으로 단련된 몸은 복용 후 상당한 고통을 주는 칠괴의 약을 견디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장하다! 자, 더 노력해라. 빨리 나가서 대형을 도와야 할 것 아니냐! 마동파는 이미 어느 정도 내공이 뒷받침되었기에 빠른 진보를 보이는 것일 뿐, 너희들도 지금 나쁘지 않으니 의기소침할 필요 없다.”

마동파의 외침에 강태웅이 미소를 띠고는 격려를 했고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는 부러움이 나타났다. 그러자 강태웅이 그들의 용기도 같이 북돋아준다.

강태웅이 다른 아우들이 실망할까 두려워 아직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놀랍게도 강태웅의 내공은 거의 일 갑자를 상회할 정도로 높아져 있었다. 한마디로 기연에 기연을 더한 결과라 할 수 있었는데, 그가 사부로 여기는 노인이 전해준 내공이 그대로 그의 몸에 간직되어 있었던 것이다.

격체전력으로 받아들인 내공은 계속적으로 운기조식을 하지 않으면 얼마 안 가 소실되어 버린다.

그런데 강태웅은 비록 삼류심법이라고는 하지만 심법을 익히고 있었고 부단히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몸이 굳어 내공의 흐름이 약하기는 했지만 그의 노력 덕에 내공은 소실되지 않고 미약하나마 그의 몸을 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칠괴의 영약의 도움으로 그의 혈맥이 다시 아이들처럼 부드러워지자 숨어 있던 내공이 폭발적으로 온몸을 돌기 시작했다.

그 당시 강태웅이 느꼈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너무 기뻐서 소리를 막 지르고 싶었지만 그는 눈을 감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아우들을 위하여 자신의 성취를 말하지 않았다.

대신 이후 강태웅은 심법이 어떻게 내공을 운용하는데 도움이 되는지를 알 수 있었고 열심히 아우들을 지도해 왔다.

“알겠습니다! 저희도 대형이 보고 싶어 더 이상 참기가 힘듭니다. 자, 모두 힘냅시다!”

“그래, 힘내자!”

“예, 힘냅니다!”

모두 큰 소리로 서로 힘을 보탠 그들은 다시 수련에 들어갔다.

* * *

“뭐냐?”

마차의 행렬을 그대로 보내 준 유성탄이 계속 마차의 뒤를 쫄쫄 따라오자 지휘자의 부장 정도로 보이는 자가 말을 몰아 달려오더니 유성탄에게 소리쳤다.

그들이 맡은 임무가 원체 중요한지라 가벼운 시비도 벌이고 싶지 않은 그들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유성탄을 포박하여 치도곤을 내렸을 것이었다.

“내가 특수 포쾌거든! 그런데 내가 저 마차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무지 궁금하단 말야. 그런데 원체 앞에 계신 저분이 큰소리를 쳐서 그냥 보내주기는 했는데 지금 솔직히 내가 높은지 저분이 높은지 헷갈리거든.”

부장은 당장이라도 검으로 유성탄을 칠 기세였다.

“이놈아! 저분은 황궁 어림군의 장군 중의 한 분이시다. 어찌 너 따위 포쾌가 저분과 신분을 견주려 한단 말이냐!”

원래의 그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는 일개 성의 포쾌 따위를 임무 때문에 그냥 놔둘 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능글거리는 유성탄에게서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자꾸 들어 함부로 손을 못 쓰고 있었다.

“나한테 이런 게 있거든… 한번 볼래?”

유성탄은 말을 하며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부장은 갑작스런 암습이라도 하는 줄 알았는지 급히 검을 뽑아들어 유성탄을 겨냥했다. 그리고 그가 검을 뽑자 마차를 호위하던 관원들이 긴 창을 앞으로 내밀고는 유성탄을 겨누었다.

“에이 씨! 그냥 뭐 좀 보여준다는 데 지랄이야.”

유성탄은 갑작스런 살풍경에 황룡패를 보여주지 못하고 몸을 돌려 줄행랑을 쳤다. 그리고 모두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유성탄의 귀에 들려왔다.

‘에이, 성질 같아서는 모두 때려 버릇을 고쳐주고 싶지만… 내가 아버지하고 성우를 봐서 참는다 씨!’

유성탄의 아버지 유정삼이 벼락감투를 쓰고 생각지도 않은 현령이 되었고 유성탄이 봐도 너무 똑똑한 동생 유성우는 판관이 되어 있었다. 아무리 막무가내인 유성탄이었지만 황제의 기가 꽂혀 있는 마차를 건드리면 가족들에게 어떤 화가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군님! 저자가 아직도 우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예 멀찌감치 마차의 뒤를 따르는 유성탄을 보고는 부장이 보고를 했다.

“아무래도 수상한 놈이다. 무사 몇 명 데리고 가서 잡아와라.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그게…….”

“왜?”

“어찌나 빠른지 말보다도 더 빠릅니다. 이미 무사 몇 명에게 쫓아버리라고 했는데 그쪽으로 가면 순식간에 눈에 안 보인답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면 어느새 나타나서 빤히 우리를 쳐다보고요.”

“거참 이상한 놈이군. 말보다 빠르다면… 일개 포쾌가 아닌데… 무림인 아니냐?”

“그렇게 보입니다. 아까 대화를 나누는데, 솔직히 공격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우선은 놔두고 마차에 대한 경계에만 만전을 기해라. 대상진에 도착하면 또 다른 원군이 나올 것이니 그때 합세하여 포위해서 잡아버리자.”

“알겠습니다.”

“거참 이상하단 말이야? 분명 마차에서 금 냄새가 난단 말이야. 그런데 저 마차가 전부다 금이면 우와! 도대체 얼마야?”

잠시 머리 속으로 계산을 하던 유성탄은 전혀 감이 안 오자 포기하고는 다시 마차를 노려봤다.

“분명 콩고물이 떨어져도 그 단위가 대단할 것 같은데… 아까 잃은 것을 보충하고도 남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단 말이야.”

갑자기 청담을 찾던 목표를 바꾼 이유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뜬금없는 야바위 패를 펼쳤다가 가난한 양민들의 돈을 사기 치지 못하고 오히려 엄청난 돈을 잃은 그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본전을 메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늘이 유성탄의 소원을 들어준 것이다. 아니, 최소한 유성탄은 그렇다고 혼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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