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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대상진에 부는 바람 (57/79)

제8장 대상진에 부는 바람

대상진은 절강성 최대의 도시였다. 주원장은 거의 쇄국정치를 펼쳤다. 모든 물품은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했고 농민의 자식 출신이라 그런지 농민우대정치를 폈고 외국과의 교역은 원칙적으로 금지를 했었다.

물론 서역을 통한 육상무역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거대한 중원의 소비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나라에서도 완전한 무역금지는 오히려 밀수만 장려하는 부작용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일 년에 한 번 한 달간에 걸쳐 자유로운 무역을 허락했는데, 모든 물품은 무조건 우선 나라에서 사고 거기에 이익을 붙여 다시 불하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소량을 거래했는데 생각 외로 황실의 재정에 큰 도움이 되자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더니 근래에는 한 달 동안 황실에서 사들이는 무역물품이 황실의 일 년 재정에 맞먹는 엄청난 양이 되어 있었다.

유성탄이 눈독들인 마차가 바로 황실에서 무역물품을 지급하기 위해 보낸 황금을 나르는 행렬이었던 것이다.

유성탄이 본 행렬은 약 이백여 명의 군사와 삼십여 명의 무사가 다였지만 사실은 약 일 리 정도를 떨어져 앞뒤로 역시 이백여 명의 군사와 무사들이 따르고 있었다.

만약 일이 생기면 곧 신호탄을 쏜다. 그러면 즉시 그들이 마차를 향해 달려오는데 모두 말을 탄 기병인지라 그 시간은 약 이 각 정도 걸린다.

마차를 탈취하는데 성공한다 해도 그 무거운 금을 가지고 이 각 안에 그들의 이목을 벗어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하하하! 이거 왜 이러십니까? 저도 같은 관원인데 이러시면 곤란하지요.”

결국 대상진까지 쫓아간 유성탄은 자신이 순식간에 포위가 된 것을 알았다. 하지만 겹겹으로 둘러싼 군사들 사이를 빠져나가기는 애당초 틀렸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유성탄의 특기인 너스레가 시작되었다.

“닥쳐라! 감히 황실의 마차를 따른 온당한 이유를 말하지 못한다면 너는 이곳에서 살아나가지 못할 것이다!”

대상진에는 위지휘사사가 있었다. 보통 성의 군사를 통괄하는 도지휘사사와는 달리 위 지휘사사는 황실의 명을 받는 중앙군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군사들도 정예였다.

위지휘첨사 고자성은 마차의 호위를 지휘해온 어림군 장군 차동수의 연락을 받자 곧 오백의 군사를 마차가 오는 길목에 매복을 시켰다. 그리고 마차가 지나가고 유성탄이 휘파람을 불며 뒤를 따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는 완벽하게 포위망을 형성하고는 유성탄을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누가 누구를 따랐다는 말이오? 그렇지 않아도 나도 저기 장군에게 왜 내가 가는 앞길을 먼저 가는지 온당한 이유를 물어볼 생각이었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유성탄을 보며 고자성은 주위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당장 저놈을 잡아라!”

“잠깐! 내가 이런 게 있는데, 보실 거요?”

유성탄의 말에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고자성은 더욱 화가 나서는 소리쳤다.

“뭘 보고 있는 거냐! 당장 저놈을 잡아……!”

소리치던 고자성의 말이 끊어졌다. 유성탄이 품에서 황룡패를 꺼낸 것이다.

“아니, 황상의 황룡패를? 그렇다면… 하하하! 이제 보니 황상의 특명으로 마차를 은밀하게 보호하신 분이시군요? 빨리 패를 보이셨으면 제가 감히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인데, 정말 죄송합니다.”

고자성은 저자세로 변해서는 급히 유성탄에게 예를 올리고는 자신의 실수를 사과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 패가 확실히 효력은 있단 말이야. 도대체 연소주 그놈의 정체가 뭐야? 상당히 높은 자들인 거 같은데. 이 패를 보면 저자세가 되거든. 어쨌든 나한테 나쁠 것은 없지. 이제 저 황금에서 떨어지는 고물만 주워가지고 다시 청담이나 잡으러 가는 거지 뭐!’

속으로 흡족한 마음을 이상하게 표현한 유성탄은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는 말했다.

“내가 당신의 사과를 받지 않고 목을 친다면 어찌할 것이오?”

삐딱한 유성탄의 말에 고자성의 얼굴이 확 변했다.

위지휘첨사라면 정사품의 고위직이었다. 거기다 고자성은 북로군에서 활동하던 전방 백호장 출신으로 배짱이 두둑한 자였다.

“황룡패를 지니신 분이 목을 치신다면 저야 목을 길게 내려뜨리고 처분만 바라야지 어쩌겠습니까? 하지만 모두가 황상의 전별금을 보호하기 위해 한 실수이니 선처만 바랄 뿐입니다.”

‘짜식이 겁이 난다는 거야, 안 난다는 거야? 요렇게 남자다운 척 하는 놈들을 보면 이상하게 비윗장이 상한단 말이야.’

자신이 못 가진 것을 남이 가지고 있으면 언제나 심술부터 생기는 유성탄의 입술이 이상하게 삐죽거렸다.

“제가 사과하는 의미로 거하게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그리고 거하게란 말에 유성탄의 표정은 단숨에 풀어졌다.

고자성은 마치 자신이 살 것같이 거하게란 표현을 했지만, 실질적인 초대자는 위지휘사사였다.

천호장이면 천 명의 군사를 지휘하는 대장군이었다. 장군은 오백부장부터 듣는 호칭이었다. 위지휘사사는 무려 다섯 명의 대장군을 휘하에 거느린 자로 군부에서는 그 지위가 대단했다.

“처음부터 말씀하셨으면 서로 간에 오해도 없었을 것을 어찌 그냥 계셨소이까?”

그들이 간 주루에는 어림군 장군인 차동수와 그의 부장인 허승도 와 있었다.

연경에서 대상진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였고, 차동수는 황제를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어림군 장군이었다.

비록 지위는 위지휘사사가 여러 품계가 높았지만, 친분을 만들어 손해날 이유는 없었다. 긴 노고를 치하하는 술자리였지만, 어느 정도는 비위를 맞추어주는 의미도 있는 자리였다.

“내가 원래 과묵합니다.”

유성탄의 대답에 모두 빙그레 웃었다. 그들이 느낀 유성탄은 절대로 과묵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 씨! 난 저 웃음만 보면 신경질이 나던데…….’

그들이 보인 웃음을 원체 많이 보아온 유성탄은 은근히 성질이 났다.

“그런데 제가 지근거리에서 황상을 모시지만 제가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것 같소이다. 황룡패를 황상께서 직접 하사하셨습니까?”

차동수는 황룡패까지 가지고 있는 유성탄이 일개 포쾌의 행색인 것도 이상했고, 말투에서 무식이 뚝뚝 떨어지는 것도 약간은 의심스러웠다.

황룡패의 권위란 대단해서 비록 우연히 주워서 황룡의 주인인 것처럼 사기를 치는 것을 안다 해도 확정이 되기 전까지는 패를 들고 있는 이상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내가 바로 특수 포쾌요. 당연히 나라의 극비 중의 극비인데 어찌 날 아시겠소!”

유성탄도 차동수의 말이 의미하는 바 정도는 이제 짐작할 정도로 머리가 깨어 있었다.

“차 장군, 그만하시오. 황룡패의 주인에게 함부로 하는 것도 예의는 아닐 것이오. 그래, 성함이……?”

상석에 앉아있던 위지휘사사 조강계가 유성탄이 약간 기분이 상한 것을 느끼고는 차동수를 말리더니 은근한 목소리로 유성탄의 이름을 물었다. 노회한 노장군의 노련한 화술이었다. 이름을 들으면 상대의 정체는 저절로 나타나게 되었는 것을 굳이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사실은 내 이름도 극비지만 모두 고위직에 계신 분들이고 하니 내 믿고 말씀드리겠소이다. 나를 사람들은 포천망쾌라 부릅니다.”

유성탄의 말이 떨어지자 조강계와 고자성의 눈이 커다래졌다.

하지만 차동수와 부장 허승은 연경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대상진까지 오느라 포천망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조강계가 놀란 것만으로도 그들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포천망쾌께서는 지금 운하현에 있다고 들었는데…….”

“내가 꼭 운하현에만 있을 이유가 없지요. 나의 임무는 천하의 치안을 바로하는 것이니 천하가 다 나의 임무처라고 할 수 있지요.”

유성탄은 말하면서도 자신이 아주 멋있게 말했다고 생각했다.

“하하하! 솔직히 포천망쾌란 이름은 지금 절강성에서는 가장 유명한 이름이 아니겠습니까? 활약상을 들으면서 사실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리 직접 보게 되니 정말 영광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운하현에서 일어나는 일은 지금 절강성의 관원 및 군부에게는 큰 화제였다. 특히 무림인들까지 모두 때려잡아 옥에 가두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모두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만큼 관부에서 무림인들을 대하는 눈길은 사시에 가까웠다. 무례하고, 안하무인이며, 사람을 마치 벌레 죽이듯 하는 천하의 상것들이 무림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권력과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마치 치외법권자같이 행동하는 무림인들을 그들은 징치할 수가 없었다.

“혹시 대상진에서도 운하현같이 싸그리 잡아 가둘 생각이시라면 위지휘사사의 옥을 빌려드리겠소이다. 본부의 옥은 상당히 커서 천 명까지도 가둘 수 있소이다.”

조강계는 유성탄의 정체를 알고는 상당히 유쾌한지 농담까지 꺼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진짜로 천 명을 가둔다는 위지휘사사의 옥이 가득 차게 될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 * *

“포천망쾌란 자가 그렇게 유명합니까?”

유성탄이 두둑한 현금과 함께 기생 하나를 꿰고는 사라지자 차동수가 급히 물었다.

“저자가 진짜라면 아마 내일부터 차 장군도 저자가 어떤 자인지 알게 될 것이오.”

“그렇다 하더라도 황상의 황룡패까지 가지고 있는 자가 대 놓고 뇌물을 밝히는 것은 좀 이상하군요.”

유성탄은 어느 정도 술이 돌고 옆에 앉은 기생이 너무 나긋나게 대해주자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그러자 갑자기 조강계에게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일을 하느라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돈이 없어 옷도 제대로 입지를 못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상진을 오는 동안 사기를 당해 엄청난 돈을 잃었다 등등. 조강계가 만약 돈을 안 주면 눈치 없는 놈으로 낙인찍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 조강계는 차동수에게 주려고 가져온 돈까지 모두 유성탄에게 주었다. 차동수에게는 따로 넣어줄 생각이었다.

“그래서 저자가 틀림없는 포천망쾌라고 믿을 수 있었다면 이해가 되시겠소?”

“절강성에서 저자가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현령치고 저자에게 안 털린 사람이 없다고 하더이다. 얼마나 심했으면 군의 출동까지 바라는 탄원이 들어와 강서에서는 도지휘사사의 군이 진짜로 출동했었소이다. 물론 황룡패를 보고 물러섰지만 말이오.”

“그렇다면 완전 탐관오리의 전형인데, 어찌?”

“차 장군도 군인이면서 군부의 능력을 우습게 보는 것이오?”

“그럴 리가요!”

“우리는 물론 각 성의 감찰부에서도 저자를 비리로 엮어 잡아 가둘 생각을 했었지만 증거가 없다고 합디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방금 우리 눈앞에서 돈을 받아가는 것을 보았는데요.”

“저자가 내게 뇌물을 바란 것은 아니지 않소. 그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신세타령만 했는데, 내가 자진해서 준 거지요. 거기다 저자가 무슨 청탁을 받거나 청탁을 한 것도 없고. 더욱 특기할 사항은 저 친구에 대해 아는 순간 누구도 저 친구와 척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정말 무서운 친구라오. 하하하!”

조강계는 차동수가 이해하지 못할 말을 늘어놓더니 크게 웃어젖혔다.

* * *

“무슨 일이냐?”

간밤에 술이 좀 과했던 차동수는 좀 늦잠을 잤다. 그런데 깨자마자 부장인 허승이 기다렸다는 듯이 들어오더니 보고를 했다.

“뭐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두 시진 만에 백 명 가까운 흑도 놈들과 왈패들을 옥에 가두었다고?”

“예. 지금 소문이 쫘아 합니다. 대상진의 선창가를 잡고 있는 흑도파는 해룡파라고 하는데, 악랄하기가 그지없답니다. 거기다 그 뒤를 마룡방이 봐주기 때문에 관부에서도 손을 못 대고 있었다고 합니다. 작년엔가는 이곳 대상진부에 젊은 판관이 해룡파를 조사하다가 밤에 칼을 맞아 죽었는데, 그놈들 짓이란 것을 알면서도 손을 못 댄 적도 있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그 해룡파를 오늘 아침 반나절 만에 일망타진했다는 말이냐?”

“예. 포천망쾌가 선창가에 나타나고 한 일 각 정도 선창을 그냥 거닐다가는 갑자기 한 놈을 때려잡았답니다. 그리고 또 걷다가 또 잡고. 귀신같이 흑도놈들만 때려잡는데, 신기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해룡파의 잔당들은 포천망쾌가 떴다는 말에 모조리 대상진 밖으로 도망을 갔다고 하더군요.”

“흑도 놈들은 정말 잔인하고 지독하다고 알고 있는데, 그리 쉽게 도망을 가다니 신기한 일이구나.”

“그게 그럴 수밖에 없더군요. 죽이지는 않는데, 잡는 족족 다리를 밟아 아주 뼈를 가루로 만들어버린답니다. 걸리면 병신을 만들어버리는데 아무리 독종이라도 버틸 재간이 없었겠지요.”

고개를 끄덕이던 차동수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더니 허승에게 명을 내렸다.

“아무래도 범상한 자가 아닌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렇다면 곧 황궁에 불러 올려질 것이 확실하니 동창이나 금의위에게 저자를 빼앗기기 전에 어림군의 사람을 만드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허승, 네가 책임지고 저자를 우리 어림군에 호의적인 우군으로 만들어라.”

“옛!”

* * *

“무역물품이 아주 원활하게 옮겨지고 있다 합니다.”

고자성도 유성탄에 대한 보고를 조강계에게 하고 있었다.

“그래? 해룡파 하나 잡았다고 이렇게 선창이 조용해질 것을 도대체 부에서는 왜 그놈들을 그냥 놔두었는지 알겠느냐?”

“그동안 부에서도 해룡파를 제거하려고 나름 애를 썼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만 대면 선창의 일꾼들을 부추겨서 태업을 일삼으니 결국 손을 못 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선창이 마비되면 그 책임을 모두 부주에게 물을 것이 뻔한데, 누가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이번 포천망쾌가 해룡파를 때려잡는데 아무런 일도 없는 것은 어찌된 거냐?”

“실제로 몇 놈들이 선동을 하려고 했던 모양인데, 포천망쾌에게 걸려 작살이 난 후에 오히려 태업을 말리고 있답니다. 몇 대 맞기만 하면 완전 충복으로 변한다는 말이 헛소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이곳에 내려와서 몇 번이나 흑도 놈들과 왈패들을 일소해 볼 생각을 했지만 성의 치안은 관의 책임이고 우리는 관의 요청이 없으면 군을 움직이지를 못하니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이번 기회에 완전히 일소하고 다시 또 자생을 못하게 잘 막는다면 대상진은 아주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할 것이다. 포천망쾌의 대접에 소홀히 하지 말고, 흑도놈들에 대한 정보를 계속 주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물건들이 모두 옮겨지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으냐?”

“지금 속도라면 일주일이면 다 될 것 같습니다.”

“일주일이라… 흠. 좋군! 황금은 확실하게 경계를 하고 있겠지?”

“염려 놓으십시오. 누구도 황금은 건드리지 못합니다.”

* * *

“무슨 말이냐? 포천망쾌가 대상진에 나타났다고?”

다음 계획을 검토하고 있던 청담은 채지공이 가져온 정보에 깜짝 놀란다.

“그놈이 우리를 쫓아온 것이란 말이냐?”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자마자 흑도들만 소탕하고 있습니다. 우리에 대한 조사는 전혀 하지 않는 걸로 봐서 우리를 목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도대체 그놈이 무엇 때문에… 채지공!”

“예!”

“아무래도 계획을 좀 바꿔야겠다.”

“하명하십시오.”

“원래는 물품이 다 관에 옮겨지는 날 황금을 탈취하고 물품에는 불을 질러 손해를 극대화할 생각이었지만, 왠지 불안하다. 우선 황금을 훔치면 나는 황금을 가지고 먼저 이곳을 떠날 것이니 너는 야밀단에 알려 선착장에 불을 질러 배를 태우라고 해라. 잡히면 안 될 것이니 태우지 못한 물품이나 배는 과감히 포기하고 그대로 떠나게 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를 실행일로 하실 예정이십니까?”

“양정과 땅을 파는 놈들은 다 들어왔느냐?”

“예, 이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황금이 있는 부의 안가에서 약 오 장 장도 떨어진 곳에 가옥을 하나 빌려 놓았는데, 그곳에 다 숨어 있습니다.”

“오 장을 하룻밤 안에 파야 한다. 만약 못 하면 그것은 계획이 실패함을 뜻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해라. 내일 밤 실행한다.”

“알겠습니다.”

황금이 연경에서 대상진까지 오는 동안 황금을 탈취할 생각을 여러번 했지만 너무도 철통 같은 호송체계에 포기했다.

두 번째로 나온 생각이 부에 옮겨진 황금을 훔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 엄청난 경계태세에 싸움이 나면 그 무거운 황금을 가지고 도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땅굴을 파서 아무도 모르게 금을 옮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일을 위해 양정을 필두로 백 명에 가까운 무사들은 땅을 파는 훈련을 무려 일 년이나 시킨 것이다.

황금을 단숨에 옮기기 위해서는 최소한 오십여 명의 장정이 필요했고, 그들이 오고 가고 하려면 그 크기가 두 팔을 벌릴 정도는 되어야 했다. 거기다 기어서 황금을 옮긴다는 것도 어려운 일인지라 서서 다닐 정도는 되는 높이로 파야 했다.

겨우 오 장 같지만 그 정도의 큰 굴을 오 장이나 만드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청담의 계산에 의하면 그 정도의 굴이라면 오 장 중에 어딘가는 분명 힘을 받지 못하는 곳이 나올 확률이 많았다.

그 말은 날이 밝아 사람들이 오가기 시작하면 땅속에 뚫은 굴이 지나다니는 사람의 무게를 못 견디고 무너질 확률이 거의 십 할이라는 말이기도 했다.

청담이 사람들의 활동이 시작되기 전에 모든 일을 끝내야한다고 강조한 이유였다.

* * *

“고것 참. 신기하게 생겼는데 안 밉단 말이야?”

대상진은 명에 하나밖에 없는 무역항으로 외국인이 가장 많은 곳이었다. 당연히 금발에 파란 눈을 한 여인들도 괴상한(?) 옷을 입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유성탄의 흥미를 끌었다.

“거참 다리도 긴 것 같고, 코도 크고… 저걸 벗겨봐야 확실히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뻔한 사람을 왜 굳이 벗겨야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유성탄은 자꾸 그녀들의 치마를 들추어보고 싶은 욕망에 빠져들고 있었다.

“여기 계셨군요.”

“허 부장이 웬일이오?”

“허허허… 포천망쾌 나으리께서 너무 수고가 많다는 말을 듣고는 장군님께서 식사라도 대접해 드리라고 저를 보내셨습니다.”

“식사만?”

유성탄의 반문에 허승의 얼굴이 약간 변했다.

지금까지 어림군의 장군이 식사를 대접한다고 하면 여간한 고위직들도 황송해했지 더 이상 바라는 사람은 감히 없었다. 그런데 유성탄은 대놓고 ‘식사만?’ 이냐고 묻고 있었다.

“하하하! 어찌 나으리를 모시면서 식사만 대접하겠습니까?”

“난 뇌물은 안 받는데…….”

“뇌물이라니요? 그런 말씀 마십시오. 장군께서 성의를 표하시고 싶으셔서 그러시는 것뿐입니다.”

‘성의라… 얼마나 줄까?’

성의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얼마나 줄까? 라고 중얼거린 유성탄이 앞서가는 허승의 뒤를 쫄랑거리며 따랐다.

허승이 안내해 간 곳은 황금을 보호하는 안가에서 가까운 화려한 주루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유성탄은 뜻밖에도 금발에 눈이 파란 기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주루가 참 신기하네. 어떻게 별의별 여자가 다 있어? 허 부장, 저런 여자들은 어디서 오는 거야?”

유성탄은 금발의 미녀들이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며 아주 흥미롭다는 듯이 물었다.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하지만 듣기로는 인간시장이 있다고 하더군요.”

“인간시장? 그게 뭔가?”

“말 그대로 인간들을 사고 파는 시장이랍니다.”

“뭐! 아니 이런 나쁜 놈들이 있나! 사고 팔 게 없어서 인간을 사고 팔아!”

대단히 놀라운 말을 들었다는 듯이 언성을 높인 유성탄이 갑자기 소리를 죽이더니 은근하게 물었다.

“그럼 그런 데 가면 조렇게 요상하게 생긴 여자들도 살 수 있다는 말인가?”

‘뭐야? 마치 정의로운 듯이 굴더니 지금 요 말투는…….’

허승은 유성탄이 자신이 있는 방의 창 밖을 지나가고 있는 금발의 기녀를 가리키며 묻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유성탄을 보더니 대답했다.

“그거야 저도 알 수가 없지요. 하지만 들리는 말에 의하면 어떤 나라의 여자라도 다 살 수가 있다 합니다.”

“이런 여자들은 어디에서 구해올까?”

“구할 리가 있겠습니까? 이곳 대상진은 물론이고 동쪽 해안을 따라 해적들이 대단히 많습니다. 심지어는 해안에 상륙해서 노략질을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 해적들이 상선을 습격하여 잡은 여자들을 노예로 파는 거라고 봐야겠지요.”

“해적! 이런 나쁜 놈들이 있나. 도적질을 하다하다 이제는 바다에서까지 도적질을 해! 이놈들을 내……! 그런데 걔들을 만나면 이런 애들을 공짜로 가질 수도 있겠네?”

막 흥분하던 유성탄의 목소리가 다시 나지막해지더니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정말 정신을 못 차리겠군. 지금 원하는게 뭐야?’

“글쎄요? 해적의 본거지를 소탕해봐야 알겠지요.”

‘인간시장에 가서 사는 것은 돈이 들 거란 말야. 그렇다면… 히히히. 해적놈들 죽었다. 이런 애들 한 열 명만 데려다가 한명은 팔 주무르게 하고, 한 명은 다리 주무르게 하고, 또 한 명은… 히히히!’

홀로 공상에 빠져 히죽대는 유성탄을 보며 허승의 얼굴이 불안하게 변했다. 하여간 엄청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유성탄이었다.

“외국의 여자들에게 흥미가 많으신 모양인데 저 애들을 부를까요?”

허승이 유성탄이 원하는 바를 짐작한 듯이 물었다.

“뭐 부른다기보다는 그냥 옷이나 한번 벗겨봤으면 해서…….”

유성탄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는데 갑자기 십여 명의 군사들이 뛰어들었다.

“비상입니다!”

그들은 유성탄이 앉은 방의 옆방으로 들어가더니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잠시 후 두 명의 남자가 군사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여보시게, 무슨 일인가?”

옆방의 남자들이 사라지고, 그들을 시중들던 기녀가 나오자 허승이 물었다.

“저분들은 이곳 위지휘사사의 해안경비대의 군호 분들인데, 지금 해적들이 해안에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는 급히 일어나신 것입니다.”

기녀는 허승의 차림이 상당히 높은 군인으로 보이자 쉽게 말해주었다.

“나으리! 아무래도 오늘은 날이 아닌 듯싶습니다. 해적이 나타났다면 지금 저희도 비상이 걸렸을 것입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고, 다음에 다시 오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허승은 황금을 보호해야 하는 임무가 있었다. 해적이 나타났다면 상당수의 군사가 해안 쪽으로 이동을 할 것이고, 그렇다면 황금을 지키는 경비체제에 구멍이 날 수도 있었다.

‘이~씨! 좋은 경험을 할 찰나였는데… 내 이놈의 해적 놈들을!’

유성탄은 하루 종일 궁금했던 일을 드디어 풀 순간에 나타난 해적이 너무 미웠다.

자신이 품에 간직한 금자 중 하나만 풀어도 궁금증을 풀 수 있는데도 절대로 자신의 돈으로 궁금증을 풀고 싶지는 않은 유성탄이었다.

* * *

“뭐야? 저놈들이 해적들이야!”

허승이 황금이 있는 안가로 달려갔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처소로 걸음을 옮기던 유성탄은 여러 명의 군사가 어디론가 뛰어가는 것을 보고는 그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는 해안가 언덕에 포진한 수백의 군사를 지휘하고 있는 고자성을 보고는 옆으로 다가가 물었다.

“나으리께서 여기는 어떤 일이십니까?”

생각지도 않은 유성탄이 나타나자 고자성이 반갑다는 듯이 물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정의로운 포쾌 아닌가? 저런 세상에 나쁜 해적이 나타났다는데 내가 모른 척한다면 말이 안 되지!”

자신의 중요한 순간을 방해해서 성질이 나서 왔다는 말은 슬쩍 빼고는 자신이 엄청 정의로운 사람인 척 말하는 유성탄을 보며 고자성이 감탄했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 놀랍군요. 해적들이라는 게 원체 잔인하고 흉폭해서 보통은 관원들도 피하기에 급급한데 오히려 스스로 저들을 처치하시겠다고 직접 오시다니. 역시 황룡패의 주인답습니다.”

“그런데 무슨 해적이 저렇게 가만히 있는 거야?”

“아직은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분명 해적선은 맞는데… 쳐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그럼 이쪽에서 먼저 쳐들어가서 소탕하면 되지 왜 여기에 있는 건데?”

“사실 바다에서의 싸움은 저놈들이 우리 군사들보다 낫습니다. 우리가 배를 타고 나가 싸운다면 저들을 쫓아낸다 해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이렇게 해안가를 지키다 상륙하는 놈들을 상대하면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가 있으니까요.”

‘으잉!’

고개를 끄덕이며 해적선을 쳐다보던 유성탄의 좋은 눈에 해적선의 갑판을 돌아다니는 여러 명의 금발여인이 보였다.

‘어라? 저놈들이 생긴 것은 흉측하게 생겨가지고 나보다 더 재미있게 살잖아? 어이 씨! 안 되겠다. 가서 뺏어와야지.’

간단하게 생각을 마친 유성탄은 다짜고짜 바다로 뛰어들었다.

“나으리 조심… 세상에!”

유성탄이 바다로 뛰어들자 고자성이 실수를 한 줄 알고는 급히 소리치다가는 입을 닫았다.

무림인들이 물위를 뛰어다닌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도 여러번 듣기는 했다.

그러나 고자성은 그것을 그냥 얘기꾼들이 만들어낸 허풍으로 알고 있었지 진짜로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고는 믿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허풍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강물보다 더 잘 뜨네.’

유성탄은 이미 자신의 몸이 물에 뜬다는 것을 한번 경험한 적이 있었다. 당연히 무서울 게 없었다.

* * *

“두목!”

금발의 여인을 무릎에 앉히고는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있던 해적두목 장봉팔은 부하들의 급한 외침에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보며 소리쳤다.

“뭐야 자식들아!”

“누…가, 바다를 뛰어옵니다!”

“미친놈들… 내가 술 좀 작작 먹으라고 했지? 계속 술만 쳐 먹더니 드디어 헛것이 보이는 거다, 이놈…들……?”

욕을 하며 갑판에 선 장봉팔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유성탄을 보더니 입에 물고 있던 닭다리를 뚝 떨어뜨렸다.

“뭐냐… 저거는?”

“사람입니다.”

장봉팔의 얼굴이 확 변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무림의 엄청난 고수가 나타났다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이거 이러면 약속이 다른데……. 야! 닻을 걷고 빨리 도망가라!”

해적들 중에 무공에 강한 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수중전과 해전에는 일가견들이 있는 그들이지만 유성탄처럼 물위를 뛰어다니는 자와의 싸움이란 뻔한 것이었다.

“빨리 움직여라! 그리고 다른 놈들은 저놈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활을 날려라!”

* * *

“에이 괜히 뛰어든 모양인데…….”

보기에 가까워 보여 빨랑 가서 금발여인이나 몇 명 구해오려고 한 행동인데, 막상 달려가 보니 그 거리는 상당히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그로서는 벌써 마음이 바뀌고 있었다.

“이 자식들이! 귀찮아서 그냥 가려고 했는데, 끝내 잠자는 호랑이의 콧털을 건드리는구먼!”

하지만 갈등하고 있는 유성탄의 머리로 해적들이 날린 화살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성탄은 해적들을 때려잡기로 마음을 정했다.

해적의 배는 세 척이었다. 그런데 유성탄이 화살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점점 가까워지자 세 방향으로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니, 저놈은 하필이면 왜 이 배를……!”

장봉팔은 유성탄이 세 곳으로 나누어 도망가는 배들 중 하필이면 자신의 배를 쫓아오자 원망스럽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크게 외쳤다.

“더 빨리 노를 저어라!”

“노를 젓기는 무슨 노를 저어!”

장봉팔은 갑자기 들리는 유성탄의 목소리에 자신의 무기를 빼어들고는 휙 돌아섰다. 어느새 유성탄이 자신의 배에 올라탄 것을 순간적으로 느낀 것이다. 그리고 이마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는 그대로 엎어졌다.

“생긴거 하고는. 하여간에 어떻게 이렇게 드럽게 생겨가지고 여자복도 많아요.”

유성탄은 배 한 켠으로 모여 덜덜 떨고 있는 여자들을 보며 부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장봉팔은 너무 재수가 없어 유성탄이 자신의 배를 따라왔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유성탄을 잘 몰라서 한 생각이었다. 언제나 초지일관의 정신을 자랑하는 유성탄은 자신이 본 금발의 여인이 탄 배만 줄곧 쫓아온 것이었다.

* * *

“그러니까… 청담이라는 놈이 오늘 하루만 해안가에서 정박하고 있으면 돈을 주겠다고 했다, 이 말이지?”

“그렇습니다. 저희는 정말 선량한 해적입니다. 사람을 해치지도 않았고, 노략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해안에서 보일 정도의 거리에 배를 띄우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마에 커다란 혹을 붙이고 쌍코피를 줄줄 흘리며 무릎을 꿇은 자세로 두 팔을 들고 있던 장봉팔은 유성탄의 물음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답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유성탄의 엄청난 구타를 견뎌야 했다.

“그럼, 그냥 배만 띄우고 있으면 되지 왜 여자들을 안고 지랄을 해서 내 화를 돋운거냐?”

장봉팔은 유성탄의 말에 순간 대답을 못 하고 눈만 멀뚱거렸다.

‘뭔 말을 하는 거야? 그런 저 긴 바다를 뛰어서 달려온 것이 내가 쟤들 안고 있는 것을 보고 약 올라서 왔다는 거야?’

“이 새끼가 아직 맛을 제대로 못 본 모양인데! 더 때려주랴?”

“아닙니다! 지금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쟤들같이 머리카락 색깔이 노란 애들은 몇 명이나 데리고 있냐?”

“예……?”

“이거 정말 돌머리네! 너 내가 꼭 설명을 해줘야 말을 알아듣겠냐?”

“아닙니다. 전부 네 명 데리고 있습니다.”

‘네 명! 히히히, 딱 좋네.’

“그 네 명을 나한테 공짜로 줄 생각은 없냐?”

장봉팔은 유성탄의 말이 이어질수록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설마… 저 계집들 때문에? 이런 천하에 재수없는 일이…….’

“풀어만 주신다면 제가 데리고 있는 네 명은 물론, 저런 아이들 백 명은 더 구해 그냥 나으리께 바치겠습니다.”

유성탄은 장봉팔의 말에 순간 자신이 봉을 잡았다는 것을 알았다. 엄청 눈치가 빨라진 유성탄이었다.

“여자만?”

“예?”

“야 이 자식아. 여자를 백 명이나 먹이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아! 여자를 백 명이나 나한테 떠넘기려면 먹고 살 방책도 같이 마련해 줘야 할 것 아니야!”

장봉팔은 유성탄이 말하는 뜻을 알았다.

‘죽일 놈! 복장을 보아하니 포쾌 같은데… 이렇게 타락한 포쾌는 처음 본다. 해적보다 못한 놈!’

“얼마… 정도면?”

“진짜 미련한 놈이네. 인마! 이럴 때는 얼마 정도라고 묻는 게 아니라 엄청 많이 드릴까요? 아니면 되게 많이 드릴까요? 이렇게 묻는 거야, 짜샤!”

“엄청 많이 드릴까요? 아니면 되게 많이 드릴까요?”

장봉팔은 유성탄이 또 한 대 때릴 듯하자 급히 물었다.

“되게 엄청 많이 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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