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이상한 거래
“아가씨,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방에서 올라오는 정보를 규합하느라 정신이 없던 하후란은 마효춘이 뛰어 들어오며 하는 소리에 긴장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무슨 일인가요?”
“마룡방과 구룡회가 유촌에서 시비가 붙은 모양인데 사상자가 오십여 명이 넘습니다.”
“오십여 명이요? 생각보다 크게 붙었네요?”
“예, 그런데 그들이 생각보다 크게붙자 정파에서 괜한 시비에 말리지 않도록 제자들에게 회방(回房)하라고 소집명을 내렸습니다.”
“그런데요?”
“각자의 문파로 돌아가던 제자들이 정체불명의 인물들에게 기습을 받고는 상당히 많은 피해를 입은 모양인데, 범인으로 마룡방과 구룡회가 유력시된다는 것입니다.”
“말도 안 돼요! 지금 마룡방과 구룡회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정파까지 건드린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잖아요?”
“사리는 그런데 상황은 그렇게 의심받기 좋게 되었습니다. 기습을 한 자들 중 상당수가 마룡방과 구룡회의 수하들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장난을 치는 것이 분명해요. 빨리 막지 않으면 정사 간의 큰 전쟁으로 번질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간신히 구축한 본문의 조직도 그 와중에 또 무너질 수가 있어요. 막아야 해요.”
정파와 사파 간에 전쟁이 일어나면 생각 외로 대문파보다는 군소문파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는 어떤 작은 문파의 세력이 커지는데 시비 걸 일이 없으면 큰 파끼리 싸움을 걸어 그 문파를 작살내고는 화해하는 경우까지 빈번했다. 서로 내 편이 되라고 강요하고 만약 중립을 지키겠다고 하면 양파의 공격을 받게 되고 만약 어느 쪽이든 편이 되면 다른 쪽에서 공격을 하는 식으로 한번 찍히면 어떻게든 빠져나갈 방법이 없게 되는 것이다.
하오문은 이제 겨우 예전의 반 정도의 세력을 복구한 상황이었다. 그 중 절강과 안휘의 조직 확대가 가장 왕성한 편이었는데 절강에서 싸움이 나서 절강의 조직이 절단난다면 십년공부 나무아미타불이라는 말이 그대로 맞게 되는 것이다.
“설마하니 우리한테까지 불똥이 튈까요?”
마효춘이 물었다.
“분명히 튀어요. 우리만이 아니라 각 지역을 잡고 있는 군소방파는 다 위험해요. 다른 때 같으면 주위의 눈치를 살피느라 놔두지만 전쟁이 되면 막무가내로 우리를 제거할 수 있으니까요. 세력을 넓히기엔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리고 그건 정파건 사파건 차이가 없어요.”
“그럼 어떡하지요. 이미 상황이 전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누군가 무림에 혼란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지금 이 상황을 막으려면 적어도 소림이나 무당 정도는 되는 거대문파가 나서서 말려야 하는데 소림이나 무당이 여기까지 오지도 않겠지만 온다면 또 다른 파가 견제를 하려고 들 것이고… 그럼 또 다른 싸움이 될 거예요.”
“개방이 여러모로 사방을 다니면서 막아보려고 하는 것 같긴 하던데요.”
“개방은 그럴 힘이 없어요. 개방의 힘은 그 수에 있어요. 아무도 건드리지는 못하지만 오대사파를 조정할 힘은 없다는 데 문제가 있어요. 세외의 관문에 모였다는 정체불명의 자들은 어찌됐나요?”
“그것도 보고드리려고 했습니다. 이미 중원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너무 멀다 보니 연락이 너무 느립니다.”
“어디로 들어갔는지 확인됐나요?”
“말씀드렸다시피 너무 멀어서…….”
“알았어요. 빨리 예전의 세력을 다 복구해서 천하의 전서망을 구축해야 하는데.”
전성기의 하오문은 천하전체를 전서길로 열어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늦어도 오 일이면 모든 정보가 오갔었다.
“이제 믿을 것은 유성탄 그 망나니밖에 없어요. 천요궁에서는 나왔나요?”
“나왔답니다. 하지만 또 산속으로 들어가서 어디로 갔는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그 자식은 왜 그렇게 만날 산속을 헤매고 다닌대요?”
“난들 알겠습니까? 하여간에 왜 그렇게 미운 짓만 골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성질을 좀 나게는 하지만 밉지는 않지요! 유성탄은 미워하면 안 된다고 제가 그랬지요?”
* * *
“니들은 또 뭐야! 이거 왜 자꾸 인상 더러운 놈들이 자꾸 나타나는 거야?”
삼 일간의 산속 훈련을 마치고 마을에 들어선 유성탄 일행이 밥을 먹기 위해 주루에 들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한 무리의 험악한 인상의 장한들이 다가왔다.
“포천망쾌 님이시지요?”
“그래, 내가 포천망쾌 님이신데 왜? 괜히 시비 걸면 맞는다!”
장한은 생각 외로 상당히 공손한 목소리로 물었고 유성탄은 상당히 안 공손하게 대답을 했다.
“저는 구룡회의 장막이라고 합니다.”
“장막? 천막이 아니고? 어쨌건 그래서?”
“구룡회의 회주님께서 이 서찰을 전해드리라고…….”
장한은 서찰을 하나 꺼내 유성탄에게 주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강태웅이 받아 들더니 서찰을 펴서 읽었다. 글을 모르는 유성탄이니 글을 읽어야 할 경우에는 언제나 강태웅이 먼저 나서곤 했다. 유성탄이 곤란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대형, 구룡회주가 거래를 하자고 합니다.”
“거래? 무슨 거래?”
“마룡방과 금모전의 무사들을 때려잡아 옥에 가두면 두당 금자 한 냥씩을 주겠다는군요.”
“두당? 두당이 뭐냐?”
“죄송합니다. 한 사람당 한 냥씩 주겠다는군요.”
“뭐야? 두당 한 냥? 이것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내가 얼마나 깨끗한 포쾌인데 감히 돈으로 나를 회유하려고 하다니!”
유성탄은 벌떡 일어서더니 앞에 공손히 서 있는 장한을 노려보며 크게 소리쳤다.
‘어? 이게 아닌데. 분명 돈에 약하다고 그랬는데.’
장한은 생각지도 않은 유성탄의 반응에 순간 당황한 듯 몸을 움찔했다.
“난 두당 금자 두 냥 아니면 회유 같은 게 되는 사람이 아니다. 어떠냐? 금자 두 냥!”
유성탄이 손가락까지 두 개를 펴며 말하자 당황했던 장한의 얼굴이 황당하게 변했다.
‘포쾌가 아니라 날도둑놈이었군.’
“그렇게 보고드리겠습니다.”
장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서려 하자 유성탄이 다시 불렀다.
“아아, 잠깐!”
“예?”
“너 지금 약 올리냐?”
“예?”
“자식아, 와서 말을 했으면 뭔가 성의를 보이고 가야지 그냥 가면 내가 엄청 섭해지는 거 모르냐?”
“그럼 어떻게……?”
“두당 한 냥을 하더라도 거래를 하려면 선금으로 가져온 게 있을 거 아니냐? 그건 주고 가야지.”
‘날도둑놈이 아니고 날강도놈이구나.’
“그거야 거래가 되면…….”
“그러니까 거래가 됐다 하고 놔두고 가라니까.”
“하지만 저도 명령을 받는 형편인지라…….”
“에이 씨! 좋다. 이제부터 다 놔두고 구룡회만 때려잡는다. 씨!”
“여기 있습니다. 우선 금자 백 냥을 가져왔습니다.”
“하하하, 걱정 말고 돌아가. 내가 우선 오십 명은 확실하게 때려잡아 옥에 집어넣어 줄 테니까. 그리고 다음에 올 때는 한 천 냥 가져와라. 그러면 내가 아예 마룡방주까지 잡아 처넣을 테니까. 알았지?”
유성탄은 땡잡았다는 표정으로 금자 백 냥이 든 전낭을 품에 집어넣으며 큰소리쳤다.
“니들은 또 누구냐?”
구룡회를 만나고 반나절도 안 되어서 유성탄은 또 다른 일행을 만났다.
“하하하, 나는 마룡방의 소양도라고 하오. 포천망쾌 대협의 명성은 많이 들었지만 만남이 너무 늦었소이다.”
“마룡방? 나하고 마룡방하고 만나고 할 사이였던가?”
유성탄은 마룡방이라는 말에 구룡회에서 받은 돈이 생각나자 우선 나타난 놈들부터 때려잡을까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하하하! 무림에 영원한 적이 어디 있겠습니까? 거기다 우리가 포천망쾌 대협과 원수진 일도 없고요.”
“그래, 용건이 뭔데?”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소이다. 거래를 하고 싶소.”
‘거래? 뭐야 이거. 혹시 또 돈?’
“하하하! 내가 다른 것은 몰라도 거래는 무척 좋아하외다. 말해 보시오.”
말투까지 달라지는 유성탄을 보며 소양도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마룡방과 구룡회의 사이가 안 좋습니다. 거기다 호남의 금모전까지 절강에 들어와 깝죽대고 있지요. 마룡방에서 마음만 먹으면 당장 모두 쓸어버릴 수 있지만 절강에는 포천망쾌께서 계신데 우리 마음대로 하기도 그렇고 해서 포천망쾌께서 그들을 처리해 주신다면 금자로 천 냥을 후사하시겠다는 방주님의 전언이십니다.”
“가보쇼!”
“예?”
“하여간에 웃기는 족속들이구먼, 아니, 나 포천망쾌를 어떻게 보고? 나 포천망쾌 지금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소이다. 그런데 나보고 겨우 금자 천 냥에 양심을 팔아넘기라는 말이오? 거기다 후사로? 나로 하여금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을 만들게 하려면 적어도 금자 이천 냥에 선불을 해야 할 것이오. 그리고 만약 우리 거래가 이대로 깨진다면 난 포천망쾌에게 뇌물을 먹이려고 한 죄를 물어 오늘부터 마룡방만 잡아들일 것이니 그리 알아두시오.”
‘사파보다 더 사파 같은 놈이로구나. 이거 잘못하면 괜한 부스럼을 만든 꼴이 될 것 같구나.’
“하하하! 제가 큰 결례를 했습니다. 곧 가서 허락을 받아 오겠습니다.”
금자 이천 냥은 너무 큰 돈이었다. 거기다 선불이라면 소양도로서도 결정을 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
“이것 보시오. 허락을 받고 안 받고는 댁 사정이고 여기까지 왔으면 뭔가 성의를 보이는 게 예의가 아니겠소?”
“그러고는 싶은데… 당장 준비해 온 것이 없습니다.”
“당신 정말 이렇게 나오면 나도 생각하는 게 있소.”
“무슨……?”
“전낭을 뒤져서 돈이 나오면 한 냥에 한 대씩 어떻소?”
‘잘못 걸렸다. 완전 날강도 같은 놈이구나!’
설마하니 몇 푼 안 되는 자신들의 전낭까지 노릴 줄은 생각도 못했던 소양도의 안색이 똥색으로 변하더니 품에서 전낭을 꺼내 넘겨주었다.
“이천 냥을 선불로 가져오면 내가 구룡회의 회주까지 잡아넣어 줄 테니까 걱정 마시게.”
소양도가 내놓은 전낭이 생각보다 두둑하자 기분이 좋은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유성탄이 소리쳤다.
“대형?”
“왜?”
“아니, 구룡회에서 이미 돈을 받아먹었는데 마룡방에게 또 돈을 받아먹으면 어쩌시려고요? 약속인데…….”
마동파가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다.
“맞습니다. 저희가 아무리 낭인 짓을 해도 신의 하나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황대산도 찝찝한 표정으로 한마디 거들었다.
“꼴값들 하네. 신의가 밥 먹여준다던? 열흘만 굶어봐라. 벌레도 없어서 못 먹는다, 이 자식들아! 이번에 돈 벌면 조금씩 나눠주려고 했는데 그만두련다.”
“대형! 저는 암말 안 했습니다.”
표도행이 재빨리 나섰다.
“저도 신의가 먹을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
철패가 오랜만에 순발력을 발휘한다.
“대형, 대산이하고 동파 내가 손 좀 봐줄까요?”
장우왕도 재빨리 유성탄의 비위를 맞추자 유성탄이 전낭을 열더니 장우왕과 표도행 그리고 철패에게 두 냥씩 꺼내 주었다.
“대형, 제 뜻은 대형께서 너무 머리가 좋다는 말을 한 것입니다.”
마동파가 안 되겠는지 재빨리 긴다.
“대형, 저도 그다지 신의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황대산도 이러다가는 자신만 한 푼도 못 받게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급히 말했다.
“하여간에 자식들이 신의가 없어요. 인마, 형제간에는 돈보다 신의가 먼저인 거야.”
말을 마친 유성탄은 무정하게 그대로 품속으로 전낭을 집어넣었다.
“도대체 너는 어디를 그렇게 쏘다니는 거냐?”
주소연은 유성탄을 보자마자 한 대 때릴 듯이 달려들더니 크게 소리쳤다. 너무 사방에서 다급한 일이 벌어지는 판에 유성탄이 나타나지 않으니 어지간히 속을 태운 것 같았다.
“아쭈! 니가 내 상관이야 뭐야? 내가 특수포쾌야, 알아? 그럼 내 마음대로 하는 거지 누가 뭐라고 해!”
유성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코를 후비며 자리에 앉더니 오히려 큰소리쳤다.
“너 그 특수포쾌 내가 만들어준 거거든.”
주소연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얘 좀 봐라. 그래, 니가 만들어줬다고 치자. 그게 무슨 상관인데?”
“내가 만들어줬으니까 내가 쫓아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왜!”
“얼씨구! 너, 연 소주 너, 어째 좀 건방져진 것 같은데? 내가 너 아니었으면 이미 너보다 더 높아졌을 거다. 내가 재수가 없으려니까 너를 만나가지고 포쾌나 하고 있지. 너 없었으면 지금쯤 최소한 성주 자리 하나 정도는 차고앉았을걸!”
“너 같은 일자무식을 누가 성주 시켜준다던?”
“일자무식? 하하하, 내가 이래 봬도 네 살 때 천자문을 뗀 사람이다. 뭘 알고 덤벼라.”
“내가 너랑 얘기하느니 강아지랑 얘기하는 게 낫겠다. 각설하고 당장 절강의 왜관으로 가라.”
“내가 네 말을 듣느니 벌레 말을 듣겠다. 각설하고 난 안 간다.”
‘아이! 이 꼴통을 그냥!’
주소연은 당장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유성탄에게 당장 치도곤을 놓고 싶은 욕망에 빠졌다. 하지만 콧속으로 새끼손가락을 넣은 채 딴청을 피우고 있는 유성탄의 모습을 보고는 포기했다. 밝혔는데도 덤빌 확률이 농후했기 때문이었다.
“유성우 판관이 연락했더라, 형님만 믿는다고.”
“성우가? 헤헤, 성화한테는 연락 없었냐?”
* * *
“갑자기 왜관은 왜?”
“연 소주 이 자식이 성우를 가지고 나를 협박하는 거 있지, 그냥 그 상통머리를 한 대 갈겨주려다가 참았다.”
“그러게 왜관은 왜 가시려고요?”
“거기에 이상한 기운이 흐른다고 가서 알아봐 달랜다. 오살은 어디 있냐?”
뭔가를 알아보려면 오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유성탄이 물었다.
“이곳으로 오고 있을 겁니다.”
“그 자식들은 내 호법이라면서 만날 내 보호나 받고, 필요할 때만 되면 사라지고. 그걸 뭐 하는 데 써먹으라고 방도로 받아들인 거냐?”
“보고 싶으시면서 괜히 그러시네요. 지금쯤 방도들을 다 끌고 오고 있을 겁니다.”
“방도들을 다? 방도라고 해봐야 영호충하고 몇 명밖에 더 되냐?”
“지금 많이 늘었습니다. 한 오십 명은 될걸요?”
“오십 명! 아니, 뭐가 그렇게 많아?”
“저희가 연락한 낭인 친구들하고 하후 소저께서 구한 자들 그리고 영호충 등이 돌아다니면서 모은 애들… 그래서 그렇게 됐습니다.”
“밥은 누가 먹여주냐?”
“유성방도인데 우리가 먹여줘야지요.”
“돈은?”
“대형께서 방비로 쓰라고 주신 돈이 있지 않습니까? 그 돈이면 오십여 명 정도는 평생 먹이고도 남습니다. 거기다 하후 소저께서 돈 버는 방법도 가르쳐주었고요.”
“그렇다면 됐다. 그럼 니들은 니들끼리 벌어 써라. 나는 내가 벌어 나 혼자 쓴다.”
유성탄은 확실하게 돈 문제는 선을 그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형, 한 방의 방주가 되시면 그 방도들은 모두 방주님의 자식이나 마찬가지가 되는 것입니다. 대형께서 방주님이신데 니들, 우리들, 하고 선을 긋는다면 어찌 서로 간에 목숨을 걸고 지켜주는 사이가 되겠습니까? 그리고 저희들이 번 돈은 모두 방주님 것이 돼야지 그것을 우리 거라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강태웅이 나서며 다시 한마디 했다.
“그러니까, 니들 버는 돈은 다 내 돈이다, 이 말이냐?”
“당연하지요.”
“그럼 내가 버는 돈도 내 돈이고?”
“당연합니다.”
“그리고 너희들 이하 모든 방도들은 내 돈으로 먹여 살려야 하고?”
“지당한 말씀입니다.”
‘이 씨!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다.’
왜관은 유성탄이 해적을 때려잡았던 대해와는 지척에 있었다. 왜관은 해변을 따라 산동에 하나 절강에 하나 그리고 광동에 두 곳이 있었다. 이름 그대로 왜인(倭人)들에게 개방된 무역항으로 왜인들이 살 수 있도록 허락된 곳이었다. 송나라 때는 상당히 많은 왜관이 번성했지만 명대에는 쇄국정치와 함께 모든 무역을 황실에서 도맡아 하면서 왜관도 많이 축소되어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상당수의 왜인들이 상주하면서 황실의 제재를 받지 않을 정도의 물물교환 형태의 무역을 하고 있었다.
“아가씨!”
“왜 그래요?”
마효춘이 급히 뛰어 들어오며 소리치자 하후란이 놀라 물었다.
“유성탄 그놈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요? 어디 있대요?”
“지금 왜관 쪽으로 가고 있답니다.”
“그래요. 생각대로군요.”
“예?”
“공주 마마를 만난 것 같네요.”
“공주… 마마요?”
마효춘도 아직까지는 주소연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냥 그렇게만 알고 계세요. 그런데 왜 이렇게 호들갑스럽게 들어오신 거예요?”
“지금 마룡방과 구룡회의 싸움이 소강상태에 들어갔답니다.”
“어떻게……?”
“유성탄이 왜관으로 가면서 마룡방이건 구룡회건 보이는 족족 때려잡아 옥에 가두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수가 이미 이백을 넘은 모양입니다. 그 정도가 되면 아무리 마룡방이나 구룡회가 오대사파라 하더라도 좀 조심스러워지겠지요.”
“이백이요? 호호호! 유성탄에게 누군가가 미끼를 던진 모양이군요.”
“그게……?”
마효춘이 무슨 말인지 몰라 멍한 눈으로 하후란을 쳐다보자 하후란이 말을 이었다.
“유성탄이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모르세요? 이백여 명이면 절대로 유성탄이 스스로 그렇게 할 리 없어요. 그렇다고 관에서 시켰을 리는 더더욱 없고요. 그렇다면 뻔한 거지요. 유성탄이 열심히 때려잡도록 누군가가 유성탄에게 돈을 던져주었을 거란 말이에요.”
“아하, 그게 그렇게 되는군요. 하긴 그 게으른 놈이 뭐 먹을 것도 없는데 그렇게 쫓아다니면서까지 마룡방과 구룡회를 잡아들일 리가 없겠지요.”
* * *
“대형, 왜관에 빨리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몰라.”
“예?”
“모른다고. 연 소주, 그게 왜관으로 가라고만 했지 언제까지 가야 한다는 말은 없었거든, 그러니까 가면서 돈도 벌고 치안도 유지하고 그러는 거지, 뭐!”
“하지만 두 파를 다 때려잡으면 약속이… 꼭 약속 때문만은 아닙니다.”
“야, 내가 마룡방을 때려잡아서 돈을 받기로 했잖아, 그리고 마룡방에는 구룡회를 때려잡아 주기로 했고.”
“아직 마룡방은 약속한 거는 아니지요.”
“어쨌든 그러니까 구룡회의 돈을 위해서 마룡방을 잡고 마룡방의 돈을 위해서 구룡회를 잡는 거야. 만약 더 돈을 안 가지고 오면 그놈들 본부로 직접 달려가서 다시 거래를 하는 거지, 뭐. 돈 안 주면 이제부터는 네놈들만 때려잡겠다고 말이야.”
“대형, 오대사파를 가지고 사기를 치다가는 언젠지도 모르게 골로 갈 수 있습니다.”
철패가 솔직하게 한마디 했다.
“이 자식은 재수 없는 소리만 골라서 하네.”
유성탄이 인상을 쓰며 쳐다보자 마동파가 아까 잃은 점수를 찾아올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급히 나섰다.
“철패 이 자식은 말을 해도 어떻게 그렇게 하냐. 그럴 때는 골로 간다고 하는 게 아니라 저승에 가실 수도 있다고 하는 거야! 대형, 철패 손 한번 봐줄까요?”
“너나 저승에 가라, 자식아! 이 자식들이 쌍으로 대형을 물 먹이려고 하고 있어. 씨! 그런데 대산이하고 우왕이는 돈 잘 벌고 있나 몰라?”
“그러니까 이 자식들아! 도박장 허가를 받지도 않고 이렇게 버젓이 대낮에 성업을 하고 있었다는 말 아니냐?”
장우왕이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는 도박장 앞에서 개기고 있었다.
“우왕 형님, 개기지만 말고 우선 때려부수고 봅시다.”
황대산이 흉터가 가득한 흉측한 얼굴에 인상까지 팍 쓰면서 소리치자 도박장 앞을 지키던 덩치들의 인상이 공포에 잡히고 있었다. 왜관으로 가는 동안 유성탄은 방비를 충당하기 위한 사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첫 사업이 지나가는 고을의 도박장과 흑도들을 족쳐서 돈을 빼앗기로 한 것이다. 물론 법적으로 하자가 없게 하기 위하여 도박장은 허가장 검사를 핑계로 흑도는 치안유지를 이유로 잡기로 한 것이다.
유성탄은 포천망쾌인 자신이 직접 부수기는 좀 쪽팔리니까 아우들에게 대신 족치라고 했다. 대신 문제가 생기면 뒤는 알아서 자신이 확실하게 봐주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이다.
낭인이란 고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관부와 무관 그리고 흑도의 감시를 받곤 했다. 그러다 만약 사고를 치면 당장 징치를 하는 것이다. 그만큼 낭인은 모든 세력에게 경원시되었다. 그 중에서도 인상 더러운 황대산과 진짜 백정같이 생긴 장우왕이 더 많은 수모를 당했었다. 그런데 뒤는 걱정 말고 마음대로 사고를 치라니 얼마나 좋은지 몰랐다.
거기다 실력도 늘었고 얼마 전에 합류한 오살과 방도들이 뒤에 버티고 있고 무림 십대고수와 맞먹는 대형이 가까운 곳에 있으니 천하에 겁날 것이 없었다.
“여기는 구룡회에서 돌봐주는 도박장이오. 어느 파에서 오신 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후회하지 말고 그만 돌아가시는 것이 어떻겠… 으악!”
그 중 가장 깡이 좋은 놈이 앞으로 나서며 한마디 하다가는 황대산의 주먹을 맞더니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졌다.
“이 자식들이 우리가 누군 줄 알고 구룡회를 가지고 협박을 하는 거야? 우리가 그 유명한 유성방이다. 유성방이 구룡회를 무서워할 줄 알았냐?”
황대산이 등에서 커다란 대감도를 빼더니 손에 들고는 장한들의 눈앞에서 흔들며 소리치자 얼굴이 하얘진 장한 하나가 결국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자식들이 눈치가 없어! 빨리 들어가서 알아서 성의를 준비해 오면 우리가 쉽게 갈 거고…….”
“우왕 형님!”
“왜?”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우리가 강도인 줄 압니다. 좀 우회해서 얘기하셔야지요.”
“그런가? 하여간에 우리가 돈이 필요해서 온 게 아니니까 알아서 준비해 와라.”
[그 형에 그 아우라더니, 어떻게 하는 행동들이 방주님이랑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
뒤에 서 있던 전화생이 지정우에게 전음을 날렸다.
“유성방? 그런 방도 있었냐?”
“저도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그자는 대단히 유명한 줄 알고 있더군요.”
“니들로서는 당하지 못한다 이거지?”
“예, 거의 삼십 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산적 같은 것이 완전 마적단이라니까요.”
“지금 구룡회도 비상상황이라 우리가 가봐야 당장 오지도 못할 텐데. 그놈들이 도박장의 허가증을 가지고 시비를 먼저 걸었다고 그랬지?”
“예.”
“그렇다면 십 중 구는 돈을 바라고 온 놈들인데…….”
“얘들, 그거 하나 뜯는 데 뭔 시간이 이리 오래 걸린다냐?”
주루에 들어간 유성탄은 장우왕과 황대산이 돌아오지를 않자 짜증이 난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대형 같으신 무대포 님하고 비교하시면 안 되지요.”
‘자식이… 무대포에 님 자만 붙이면 다 존댓말이 되는 줄 아나. 씨! 으잉? 아니, 저 영감이 또 여기에?’
중얼거리던 유성탄은 갑자기 눈에 나타난 궁상맞은 노인을 보자 놀라 고개를 숙였다.
“야! 고개 숙인다고 니 큰 몸집이 숨겨지냐? 하여간에 하는 짓이 완전 미련이라니까.”
궁상개는 유성탄이 고개를 숙이자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이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마동파를 끌어내더니 그 자리에 앉았다.
“영감은 동냥도 안 하시오? 요즘 거지들 경기가 이렇게 좋은가?”
“경기가 좋아서가 아니라 부지런해서 그런 거다.”
“그럼 계속 부지런하게 동냥이나 하다 가시오.”
유성탄이 손을 파리채 흔들듯이 휘저으며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엄청 비싼 정보를 가지고 왔는데 돈 벌기 싫으냐?”
“영감이 지금까지 가져온 정보로 돈 벌어본 적이 없소이다. 이제 더 이상 안 속을 거요. 괜히 정보니 뭐니 하면서 은근슬쩍 앉아가지고는 맛있는 닭다리만 축내고 가고…….”
“너 내가 개방의 장로인 거는 알지?”
“그런 건 모르고 거지라는 건 아오.”
“개방이 거지니까 알긴 아는구나. 그런 개방이 천하에서 제일가는 정보통이라는 것은 알지?”
“그런 건 모르고 천하에서 제일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방이라는 것은 아오.”
“빨빨거리고 돌아다녀야 정보를 모을 수 있는 법이니까. 알 건 다 아는구나.”
‘이놈의 영감은 도대체 말이 안 통하는구먼. 이 정도 하면 알아서 가지. 씨!’
“말해 보쇼.”
“지금 사방에서 이상한 놈들이 돌아다니는데, 아무래도 중원 놈들이 아닌 것 같거든?”
“그게 어쨌다는 거요? 중원에 꼭 중원 놈들만 돌아다니라는 법이 어디 있소? 거지도 돌아다니는 판인데.”
“이놈아, 비유할 거를 비유해라.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하고. 어쨌든 그놈들이 뭐를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방에서 사람들을 해치고 다닌다. 그렇다면 포쾌인 네가 잡아야 하는 거 아니냐?”
“이 영감이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먼. 난 포천망쾌요, 포천망쾌!”
“그래서?”
“특수한 일을 하라고 특별난 명을 받은 특수포쾌란 말이오.”
“그런데?”
“그런 하찮은 일은 보통 포쾌에게 말해야지, 나 같은 특수포쾌에게 말하면 안 된다는 말이외다.”
“헤헤헤! 이놈아, 다 아는 처지에 나한테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특수포쾌는 무슨 특수포쾌! 너 같은 포쾌는 엉터리포쾌라고 하는 거야.”
‘이 영감이 만날 때마다 속을 긁네.’
“여보쇼! 엉터리라는 말의 뜻을 알고나 하는 거요? 나같이 하늘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사람을 그런 식으로 매도하다가 천하의 공분을 사고는 늘그막에 도망 다니지 말고 말조심하쇼.”
“바로 그거다. 그래, 맞았어! 바로 하늘의 정기를 타고난 네가 바로 그놈들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보통 포쾌들은 그런 정기를 타고 나지를 못해서 그냥 간단한 도둑밖에 못 잡지만 너같이 하늘의 정기를 타고나서 터무니없이 강한 포쾌만이 할 수 있는 거다.”
“이해를 못하겠네? 그렇게 대단한 개방의 장로면 개방의 제자를 사용하면 되지, 굳이 왜 나한테 이러시는 거요?”
“그놈들이 개방의 제자를 건드리면 우리도 당장 응징에 나설 수가 있다. 하지만 무조건 우리가 끼어들면 사방에서 우리가 딴생각이 있다고 생각하고 견제에 들어갈 거다.”
“그러게 평소에 착하게 살았으면 됐을 거 아니오? 그냥 만날 빈대만 붙고 동냥만 하고 다니니까 개방이 움직인다고 하면 전부 다 저놈들 또 무슨 짓 하려고 그러나 하고 불안해하는 거 아니오?”
‘이놈의 자식이 또 열 받게 만드네. 하여간에 이놈하고 대화만 나누면 화가 나니…….’
“예끼, 이놈아! 어른이 말하면 말귀 좀 알아들어라. 그런 말이 아니잖아!”
“영감, 그 닭다리나 제자리에 갖다놓으시오.”
“으잉! 이게 왜 여기 있지?”
말하는 와중에 자신도 모르게 유성탄의 앞에 놓여 있던 닭다리를 집어 들던 궁상개가 궁상맞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대형, 연 공자님께서 왜관으로 가라고 한 이유가 바로 궁상개 장로님이 말한 자들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거야 상관없는데… 저 영감은 왜 툭하면 나타나서 이런 얘기를 나한테 해주고 가냐고?”
유성탄의 말을 듣자 강태웅도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저도 이상하게 생각은 했습니다. 저번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지금 보니까 그때도 돈을 벌려고 한다기보다 대형께 조심을 시키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조심은 무슨 조심. 그 영감 얼굴 봤지? 그렇게 궁상맞게 생긴 영감이 걱정해 주는 것은 나도 싫다.”
“하여튼 저희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대형께서 여러 문파의 주시를 받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대형께서 더욱더 몸가짐에 조심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뭔 소리냐? 주시를 받으면 주시를 하는 놈들이 조심해야지, 왜 내가 조심을 하냐?”
“주시! 본다는 말 아닙니까? 주시를 받고 있다는 말은 보인다고 말이고요. 그러니 당연히 주시를 받고 있는 사람이 조심을 해야지요.”
마동파가 당연하다는 듯이 끼어들자 유성탄이 손바닥으로 마동파의 뒤통수를 때렸다.
“이 자식이 나를 어떻게 보고! 나도 알아, 마! 내 말은 허락도 없이 나를 주시하다가 걸리면 나한테 죽는다는 말이다.”
“아야! 대형! 대형께서는 장난으로 치시겠지만 맞는 사람은 정말 아픕니다.”
“누가 장난으로 그런데? 나 진짜로 친 거야.”
* * *
“태감 나리!”
반역에 대한 꼬리는 전혀 잡지 못한 채 천상공주 주소연의 꽁무니만 쫓고 있는 것도 동창으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었는데 태감인 홍수동이 아직 정체가 확실치도 않은 일개 포쾌인 유성탄에게 치욕을 당하고 왔으니 동창으로서도 절치부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용히 해라!”
일대주 노진명의 부름에 홍수동은 짜증스러운 듯이 소리쳤다. 그러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동창의 태감 중 가장 잔머리가 발달했다는 말을 듣는 홍수동으로서도 유성탄에 대한 대비책을 전혀 세우지 못하고 있었으니 화가 날 만도 했다. 잠시의 침묵이 지난 후 굳게 다물어졌던 홍수동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백마성에서 의뢰를 취소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이유는 우리가 엉터리 정보를 주었다는 것이다.”
“엉터리 정보라니요?”
“최절정의 고수를 일개 포쾌라고 하는 바람에 피해를 많이 입었다는 것이다.”
반문했던 조은이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다문다.
“그렇게 고수라면 우리로서도 어렵지 않겠습니까?”
아직 유성탄을 본 적이 없는 이대주 상대등이 물었다.
“동창의 특무단을 부르면 어떨까요?”
“지금 공주가 직접 나와 계신데 특무단을 보내달라고 하면 공주를 상대하려고 그런다고 황상께서 우리를 어떻게 보겠느냐?”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위지휘사사에게 말해 군을 동원하십시오. 현재로서는 포천망쾌를 상대하려면 군대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미련한 놈들! 지금 절강성에서 포천망쾌 그놈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아느냐? 그놈이 다른 성으로 간다면 모르지만 절강성에서 그놈을 상대하기 위해 군을 동원해 줄 곳은 없다.”
“절강성 위지휘사사 조강계는 야심이 큰 자입니다. 동창에서 그래달라고 한다면 거절하지 못할 것입니다.”
“쯧쯧! 황상께서 이미 철권면장(鐵券免章)까지 내렸다. 조강계가 그걸 다 알고 있는데 우리 말을 들을 것 같으냐?”
“철권면장을 받았습니까? 아니, 철권면장은 거의 공신에 가까운 공이 있어야 받는 것 아닙니까?”
“해적을 물리친 공하고 이번에 황실의 금을 잃어버릴 뻔할 걸 막아준 공이다.”
잠시 침묵이 다시 흘렀다.
“그런데… 감히 황실의 금을 훔치려 한 간 큰 놈들은 누구였습니까?”
“내가 다각도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번 반역과 관련된 자들과 연관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포천망쾌가 그들을 잡았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자들을 추적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즉 반역의 무리를 쫓는 주체가 포천망쾌가 분명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자가 돌아다니면서 한 짓들을 보면 도대체가 연관이 되는 것이 없습니다. 이번 기룡왕부 건도 뭔가 있지 않나 하고 왕부에 사람까지 보내 알아보았지만 알아낸 거라고는 돈을 뜯어내서 돌아갔다는 것뿐이었습니다. 한 가지, 청담이라는 낭인대장 놈이 있는데 그자를 집요하게 찾아다니고 있다는 것이 포착되었습니다. 아직 이유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뭔가 있을 거라고 짐작하고 동창에서 먼저 청담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추격에 들어갔습니다.”
“지금 포천망쾌가 왜관 쪽으로 가고 있답니다. 그리고 사방에서 정체불명의 무인들이 무림인들을 습격하는 바람에 절강 무림이 아주 술렁거리고 있습니다. 마룡방과 구룡회의 싸움이 잠시 멈추지 않았다면 큰 싸움으로 번졌을 것인데 포천망쾌 그놈이 마룡방과 구룡회 사람들만 보면 사정없이 때려잡는 바람에 오히려 모든 싸움이 소강상태에 빠졌습니다.”
“오대사파 중 두 곳을 상대하는데도 아직 살아 있다? 도대체 그놈의 정체가 무엇이냐? 하늘에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나서는 완전히 지 마음대로 천하를 휘젓고 다니는데도 아무도 그놈을 처리하지 못하니…….”
“틀림없는 정보냐?”
“분명합니다.”
“백마성의 철립마륜이 직접 나섰는데 그냥 돌아갔다? 그렇다면 포천망쾌란 놈이 철립마륜을 이겼다는 말인데…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
“철립마륜을 이겼다고는 믿을 수 없고 누구의 청부인지는 모르지만 백마성에서 청부를 취소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포천망쾌란 놈이 절대 간단한 자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니 원하는 대로 돈을 주고 구룡회주 저만우까지 잡아들이라고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물론 저만우를 잡아들일 수 있다고는 믿지 않지만 최소한 잡으려고 하는 동안 구룡회에 큰 타격은 입힐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금자 천 냥보다는 이익이 더 큰 거래라고 생각합니다.”
마룡방의 방주 사군도는 내당당주 막송주의 말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만 된다면 금자 천 냥이 아니라 만 냥이라도 줄 수 있었다. 절강을 마룡방 혼자 독식하게 된다면 금자 만 냥 정도는 이삼 년이면 얼마든지 뽑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대사파의 최대 세력으로 구파일방조차 무서워하지 않던 그로서는 일개 포쾌를 돈으로 회유한다는 것이 영 꺼림칙했다.
“지금 그놈이 잡아넣은 마룡방도가 백여 명에 가깝습니다. 물론 지금은 구룡회도 같이 잡아들이고 있기는 합니다만 우리가 돈을 주면 그때부터는 구룡회만 잡아넣을 것이니 우리가 마음대로 공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군도가 갈등하자 정보담당 소양도가 급히 부언했다.
“좋다! 한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