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후기
군산의 대혈투가 끝난 후 무림은 다시 평화를 찾았다.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유성탄에게 더 이상 개기는 놈들이나 세력은 있을 수 없었고, 마룡방과 구룡회는 세력이 반 토막이 나고 말았다. 마룡방에게는 구룡회를 때려잡아주겠다고 돈을 받고 구룡회에게는 마룡방을 때려잡아주겠다고 돈을 받아 챙긴 유성탄이 두 문파의 수하들을 돈 받은 만큼 때려잡았기 때문이었다.
기룡왕부는 결국 다시 찾아온 유성탄에 의해 쑥대밭이 되었다. 이미 황상이 그렇게 하라고 승낙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거슬릴 것이 전혀 없는 유성탄에 의해 교중왕자는 완전 작살이 났고 기룡왕은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런데 유성탄이 떠난 후 금은보화가 많다는 기룡왕의 창고가 비어 있었다는 것이다. 사망회는 유성탄이 감숙에 돌아오자 스스로 감숙에서 철수를 했고 하후란의 하오문은 감숙을 완전히 장악했다. 거기다 유성탄이 하오문과 친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하오문의 성세는 엄청나게 커졌다. 당연히 감숙에 자리를 잡은 유성방은 감숙 제일방이 된다.
세 명의 며느리를 얻게 된 강추화는 너무나도 예쁜 그녀들의 모습에 너무 놀랐다. 거기다 그녀들의 명성도 엄청나다는 것을 알자 덩싱덩실 춤을 추기까지 했다. 그리고 유성탄이 혼인을 하는 날 한주현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유성탄의 비위를 건드린다는 것은 이미 무림인들 사이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될 행위로 각인되었고 유성탄은 대놓고 축의금을 낼 때 반드시 이름을 써야 한다고 공표를 했다. 물론 절대로 많이 내라는 말은 아니라는 설명이 붙었다.
청담을 잡고 만류장에 돈을 받으러 갔던 유성탄은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만류장이 망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손해를 축의금으로 충당한 것이다. 그리고 혼인이 끝난 후 감숙의 한주현은 무림인들이 가서는 안 될 금역이 되었다.
“내가 탁 봉우리에 올랐는데 북천인지 뭔지 하는 늙은이가 탁 무게 잡고 서 있는 거야. 그래서 내가 냅다 후려쳤지! 햐, 늙은이가 맷집 좋데. 아무리 때려도 죽지를 않아요. 나? 나야 당연히 한 대도 안 맞았지. 결국 내가 그냥은 안 될 것 같아서 확 손을 잡아 장심을 붙이고는 공력을 쏟아 부었더니 그때서야 피를 뿜으며 죽더라니까…….”
어차피 본 사람은 없었다. 유성탄은 마음껏 뻥을 쳤다.
“야! 대형의 무용담은 언제 들어도 참 재미있습니다.”
벌써 천 번은 더 들은 아우들은 약간 지겨운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입으로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런 좋은 얘기는 니들만 알지 말고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널리 알리는 거야. 알았어!”
“대형, 벌써 천하에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요새 무림인들이 대형께 놀러 오지 않는 이유가 이 이야기 더 이상 듣기가 지겨워서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이게 씨!’
“대형, 검찰관이 떴는데 이놈이 아주 고약한 탐관오리랍니다. 가는 족족 뇌물을 받아 챙기는데 벌써 한 마차라는데요.”
“그래? 애들한테 말해서 두 마차가 되면 말하라고 해라.”
“두 마차요? 왜요?”
“두 마차를 만들면 그때 내가 가서 뇌물 받은 죄로 잡아가두고 그건 내가 먹어치우는 거야! 하여간에 니들은 웬 머리가 그렇게 안 도냐? 하여간에 무식해 가지고. 쯧쯧.”
양지바른 담벼락에 유성탄이 쪼그리고 앉아 야바위 점을 치고 있었다.
“대형, 여기서 뭐 하십니까?”
그렇지 않아도 심심하던 마동파와 표도행 그리고 철패가 쪼르르 달려왔다.
“니들, 어디 갔다 왔냐?”
유성탄이 반갑게 묻는다.
“요즘 우리 무지 바쁘잖아요.”
‘이 자식들이! 꼴을 보아하니 할 일이 없어 심심해서 왔구먼.’
잘난 체하는 것이 점점 자신을 닮아가는 마동파를 보며 유성탄이 힘없이 말했다.
“야, 지금 나 쫓기고 있거든,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까?”
“예에! 세상에, 대형이 쫓기다니요? 그런 고수가……?”
철패가 놀라 입을 크게 벌리자 마동파가 철패의 뒤통수를 탁 치면서 말한다.
“대형을 겁줄 사람이 누가 있겠냐? 머리가 안 돌아, 이건!”
“또 형수님들께 무슨 잘못을 하셨는데요?”
마동파가 한마디 하고는 다시 유성탄에 물었다.
‘이게! 다짜고짜 내 잘못으로 몰아가네. 씨…….’
당연히 유성탄이 잘못했다는 듯이 말하는 마동파의 말에 유성탄의 인상이 구겨졌다.
“하지만 언제나 대형이 잘못하란 법은 없으니까 한번 말해 보세요.”
마동파가 신변의 위험을 느끼고 즉시 말을 바꿨다.
“셋이서 작당을 해가지고는 나를 죽이려 그러는 거야!”
“형수… 님 세 분이 모두 작당… 을 했다! 이유도 없이 말입니까?”
“이유가 어디 있어! 그냥 아침에 일어나니까 그러더라고!”
“이유도 없이 그렇다면 대형께서 혼을 내셔야지 왜 도망을 치시는데요?”
철패가 순진하게 묻자 마동파와 표도행이 흘겨본다.
‘저거는 언제 머리가 돌까? 이그, 이유가 없기는 무슨 이유가 없어. 엄청 큰 잘못을 했으니까 도망치신 거지. 탁 보면 모를까?’
“어떻게 혼을 내냐? 웃기지도 않게 나를 전혀 안 무서워한다니까? 거기다 이제부터 몸에 손도 못 대게 한다는데 어떡하냐?”
“아니, 손을 못 대게 한다면 누가 손해인데요? 대형께서 왜 거기에 겁을 내십니까? 아마… 대형께서 손을 안 대시면 더 몸이 다는 것은 형수님들일걸요.”
“그럴까? 그러다가 진짜 못 대게 하면 니가 책임질래?”
“아이, 책임질 게 따로 있지. 어떻게 그런 걸 책임집니까.”
“책임도 못 질 말 하지 마라.”
“어제 어디서 주무셨어요?”
“어디서 자긴! 집에서 잤지.”
“에이 참! 대형, 청와루에서 주무시고 아침 일찍 들어갔다고 이미 한주현에 소문이 자자합니다. 우리한테까지 거짓말 치지 마시고 솔직히 말하세요.”
‘이것들이 다 알고 있잖아. 에이.’
“야, 솔직히 남자가 바깥일을 하다 보면 얼마나 힘드냐? 그래서 내가 피곤도 풀 겸 술 한잔 먹다가 피곤해서 그냥 청와루 탁자에 엎드려 한잠 잤어. 그게 뭐가 큰 잘못이냐?”
“아닌데, 청와루에 새로 온 기생하고 한방에서 같이 잤다고 보고가 들어왔는데?”
“어떤 놈이 그런 보고까지!”
“솔직히 말하셔야 저희들이 대응책을 마련해 드리지요.”
“그래, 솔직히 새로 왔다는 기녀가 나를 엄청 꼬드기더라. 그래서 내가 같이 술 먹다가 그냥 거기 누워 잤다. 정말 손이라도 잡아보고 쫓겨났으면 덜 억울하기라도 하지!”
“그것도 아닌데… 기녀가 싫다는데 대형께서 포천망쾌라는 이름으로 엄청 협박하고 찌질대서 어쩔 수 없이 기녀가 옷까지 벗고 대형과 함께 술을 마셨다고 보고가… 거기다 기생이 아예 대형 무릎에 앉아 있었다고 하던데요.”
“어떤 놈이 감히! 나를 모함을……!”
팔짝 뛰던 그는 아우들이 요상하게 쳐다보자 말을 멈췄다.
“대형,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이제부터 수습을 하셔야지요.”
“맞습니다. 솔직히 지금 대형께서 쫓겨나고 형수님들과 헤어지시면 대형은 완전 쪽박이지만 형수님들께서는 완전 봄날이 될걸요.”
“그건 또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
또다시 바른말을 하는 철패를 인상을 구기며 쳐다보는 유성탄이었지만 철패는 신난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객관적으로 보자고요. 형수님들은 천하가 인정한 미인들 아닙니까?”
“그래서?”
“미인들에게는 시집 한 번 간 것 따위는 허물이 안 된다고요. 아마 지금이라도 형수님들께서 다시 시집을 가려고 하신다면 아마 남자들이 백 리는 줄을 설걸요.”
“백 리는 무슨! 말은 똑바로 해야지, 제가 보기에는 한 천 리는 설 겁니다.”
표도행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철패의 말에 반박을 했다.
“거기다 돈이 얼마나 많습니까? 아마 남자들이 여왕 마마처럼 모실 거라고요. 하지만 대형께서는 이미 성질 더럽다고 천하에 이름났고 형수님들 속을 엄청 썩인다는 것도 세상 여인들이 다 아는데 누가 대형께 다시 또 시집오겠습니까?”
“형님, 또 말 잘 못하시네! 세상에 못생겨서 시집 못 간 노처녀가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 여자들 중에는 대형께 시집오겠다는 여자 많을 겁니다.”
다시 표도행이 철패의 말에 반박을 했다.
‘이 자식들이 떼로 날 물 먹이려고 그러네. 동생들만 아니면!’
“대형, 그러지 마시고 들어가서 그냥 맞으십시오. 어차피 아프지도 않으실 거고 절대 죽지도 않으실 거니까 그게 남은 인생 그나마 편하게 사시는 방법입니다. 거기다 헤어지시기라도 하면 위자료까지 줘야 하는데 세 분이나 되지 않습니까. 한 분당 금자 만 냥씩만 잡아도? 우와, 대형 거지가 아니라 상거지가 되시겠네!”
“온몸을 바쳐 봉사는 내가 했는데 왜 내가 위자료를 줘! 내가 받아야지.”
“대형, 그렇지 않아도 대형 쪼잔하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위자료까지 받았다고 하면 아마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걸요.”
“무슨 소리야! 대형이 얼마나 얼굴이 두꺼운데! 아마 그래도 떳떳하게 얼굴 들고 다니실 거다. 자, 그럼 아시겠지요. 빨리 들어가서 잘못했다고 싹싹 비세요.”
마동파가 결론이 났다는 듯이 유성탄에게 충고했다.
“그래, 이 자식들아. 고맙다! 하지만 들어가서 맞더라도 니들은 좀 나한테 맞아야겠다!”
그리고 잠시 후 세 명의 아우들의 비명이 골목을 울렸다.
여전히 재미있게 사는 유성탄이었다.
「포천망쾌」 8권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