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정허무검-35화 (35/152)

■ 제 35장 :

금아는 날아올라 하늘 위에서 은성이의 뒤를 따라왔다.

다행히 고은하는 무리한 내공 사용으로 인한 원기 부족 현상으로서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기력을 회복해 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정상적인 내공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삼일간 충분한 휴식과 조식이 필요하였다.

두 시진 정도만 더 가면 산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근처에서 동굴을 발견하자 고은하는 굳이 쉬어 가 자고 하였다. 마교에 정체가 노출된 이상 무엇보다도 빨리 기력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삼장 깊이의 동굴은 열 명도 거처할 수 있을 정도로 넓었는데 사냥꾼들이 임시 거처로 사용 했었는지 안쪽에 마른 풀잎들이 깔려있고 한쪽에는 타다 남은 장작까지도 남아 있었다.

"이 공자님, 주변에서 한자 정도 되는 돌덩어리들을 모아주세요. 열 여덣개가 있어야 되는데..."

동굴 안쪽에 도착하여 은성이의 등에서 내린 고은하가 피로한 기색으로 동굴 바깥쪽으로 나가 주변 형세를 한 참동안 바라보더니 은성이에게 말했다.

"알았다. 잠깐 기다려라."

반각도 되지 않아 근처에 있는 돌덩어리들을 가져다 놓자 고은하가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부적이었다. 붉은 글씨로 괴상한 괴물들의 형상과 글들이 써진 부적을 돌덩어리에 대고 고은하가 눈을 감고 주문같은 것을 외우자 부적에서 푸른 광채가 흘러나와 돌덩어리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부적은 주홍색, 황색. 초록색, 검은 색 등 부적마다 각기 다른 광채를 뿜어냈는데 부적에서 나온 광채는 각기 다른 돌덩어리 속으로 흘러 들어갔 다. 마지막 부적은 보기만 해도 위압감과 두려움을 주는 험상궂은 적룡이었는데 특이하게도 눈동자가 없었다.

열 일곱 개의 돌덩어리들에 일일이 주문을 외운 고은하가 걷는 것도 힘들다는 듯이 힘 없이 열 여덟번째의 돌 앞에 섰다. 그리고는 새끼 손가락을 물어 상처를 냈다. 고은하가 피로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였지만 워낙 경건 한 자세로 행동을 하자 은성이는 섣불리 말릴 수가 없었다.

이윽고 새끼 손가락에 핏방울이 맺히자 고은하는 새끼 손가락을 들어 적룡의 눈동자 부근에 핏방울을 떨궜다.

적룡과 알 수 없는 글자가 새겨진 부적을 마지막 돌덩어리에 댄 후 주문을 외우자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 는 크기의 적색 광채가 흘러나와 돌덩어리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 공자님, 동굴 앞쪽에 '만괴수살진(萬怪獸殺陣)을 펼치려고 하는데 도와 주세요."

"만괴수살진?...알았다."

"먼저 이 돌을 들어... 이곳에 놓아 두세요. 그리고 이 돌은..."

은성이는 고은하가 시키는 대로 동굵 앞쪽에 열 일곱 개의 돌덩어리를 지정하는 장소에 옮겨 놓았다. 은성이 가 마지막 적룡의 부적이 대어졌던 돌을 들자 고은하가 다가와 은성이의 다른 손을 꼭 잡았다.

"이 돌이 놓여지면 진이 발동되니 금아는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게 하고 진이 발동되면 제 발걸음을 따라 오세 요."

은성이가 금아를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게 한 후 마지막 돌을 지정하는 장소에 놓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해 가 서산으로 넘어가지도 않았는데 마지막 돌이 놓인 장소에서부터 검은 묵연이 피어올라 주변으로 퍼져 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동방파내에서 오행 상극진의 무서움을 익히 경험한 은성이는 고은하가 펼친 만괴수살진의 위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새색시처럼 조신하게 고은하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따라 나오자 동굴 입구에 도착하였다. 동굴 안쪽에 도착한 고은하가 힘겹게 가부좌를 틀고 앉자 은성이가 고은하의 뒤쪽으로 다가가 명문혈로 태극 진기를 주입하려고 하였다.

"이 공자님, 고맙지만 안돼요. 제가 배운 것이 저희 문파만의 독특한 심법이라서 다른 문파의 진기와는 상충 된답니다."

"은하! 그렇지만... 알았다."

"참 그리고 여기 벽곡단이 있으니 이거라도 드세요."

하면서 고은하는 품에서 작은 자기병을 꺼내어 은성이에게 건네 주었다.

따뜻한 온기가 스미어 있는 자기병 안에는 이십여개의 벽곡단이 들어 있었다. 벽곡단을 건네준 고은하가 운공 조식에 들어가자 자기병에서 벽곡단을 두 개 꺼내 금아에게 하루에 한 개씩 먹고 자기가 깨어나기 전에는 절 대로 동굴 바깥으로 나가지 말라고 당부한 은성이도 고은하의 옆에 앉아서 참선에 들어갔다.

운기조식이 필요가 없는 은성이는 해저에서 나와 중원에 온 이후로는 참선으로 정신 수양에 힘써 오고 있었다.

은성이 마저도 참선에 들어가자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던 금아도 마른 풀잎위로 걸어가 몸을 뉘었다.

절강성 마교 지부의 악귀대주는 멀리에서 볼 때에만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몰골을 하고 있었다. 검상과 도상 이 화상에 일그러진 얼굴위로 셀 수 없이 나 있으며 한쪽 눈은 반은 튀어나와 있는 데다가 입은 째지고 코도 뭉그러져 있었다.

상처 때문에 듬성듬성 나 있는 머리는 수세미처럼 헝클어져 있으며 커다란 덩치에 대충 걸친 상의 사이로는 털이 수북하니 보였다. 꿈에 나타날까 두려운 몰골에 성질 또한 더러웠다. 그 더러운 성질 때문에 마교 십장 로의 한명인 '권마황'을 모시다 사소한 시비로 교도들을 때려죽여 급기야 절강 지부로 쫒겨나게 되었지만 더 럽고 야비한 천성은 변하지 않았다.

지부장의 신신 당부로 검후라는 애송이 년을 사로잡아 내성에 있는 소교주에게 보내기 위해 악귀대 중에서도 무공이 고강한 부하만 삼십여명을 추려 달려가고 있었지만 내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반노환동에 의해 사십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마교 교주의 실제 나이는 백이십살이나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직계가족도 많았는데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은 한명의 아들과 두명의 손자와 한명의 손녀 그리고 소 교주라고 불리우는 한명의 증손자가 있었다. 모두들 교주의 독문 절기와 마교의 장로급 이상만이 출입할 수 있는 혼마 각에 비치된 마공들을 익혀 추측하기 어려운 무공 수위를 이루고 있었다.

원래 교주의 증손주는 십삼명이나 있었지만 무림맹과의 치열한 전투에서 일부는 죽고 일부는 사라져서 현재는 소교주라고 불리우는 한명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마교내에서는 현재의 소교주가 귀계와 암수로 다른 형제들 을 죽음의 사지로 빠뜨렸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었지만 확인되지 않은 소문일 뿐이었다.

지부장인 보살귀마는 검후의 미색이 천하 일색이라는 소문을 듣고 평소 여색을 밝히는 소교주에게 검후를 헌 납하고 내성으로 입성하려고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검후를 사로잡아 권마황에게 바치 면 다시 예전처럼 권마황의 직속 부대인 '권마대'로 복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검후를 사로 잡으면 지부장인 보살귀마만 때려 죽이면 될 일이었다.

권마황의 눈에 들어 권마황의 절기를 이어받는 것이 평생의 목표인 악귀대주는 급하게 경공을 발휘하는 와중 에서도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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