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정허무검-77화 (77/152)

■ 제 77절 :

'천추영웅전(千秋英雄殿)'

무림맹의 심장부이며 무림의 운명이 결정되어지는 곳이었다.

지상 오층 지하 이층의 구조로 각층마다 출입할 수 있는 자격이 엄격히 제한되어졌으며 특히나 맹주와 그의 식솔들이 거처하는 삼층 이상으로는 무림맹의 원로들조차 출입이 제한되고 있었다. 희미하게 떠도는 소문으로 는 절세지보와 사술과 마공등 금단의 무공들이 보관되어 있다고 하였지만 확인할 수 없는 소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오층은 맹주조차도 출입할 수 없는 성역이었다. 알 수도 없지만 비밀을 알려는 생각조차 허용 되지 않는 무림맹 제일 금역(禁域)인 것이다.

천추영웅전 안으로 들어서도 한참을 더 가자 거대한 회의실이 나타났다. 회의실 입구에 걸린 편액에는 '만등 회(万等會)'라는 글자가 검은 바탕에 흰색으로 씌어져 있었다. 만인이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 편액 하나만 보더라도 이곳이 무림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곳임을 가슴 깊숙이 느낄 수 있는 검후였다.

회의실에 도착하자 맹주가 검후에게 뒤따라오는 무림맹의 주요 인사들을 짤막하니 소개시켜 주었다. 일단은 안면이나 익히라는 의미였지만 보타문에서 출발하기전 이미 무림맹의 주요 조직과 인물들에 대해 충분히 숙지 한 검후는 하등 불편함이 없었다.

"문상은 이미 보셨을 것입니다. 천무원주(天武院主)이시며 무상이신 음양검 금대협 입니다."

무림맹주가 소개한 무상은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피부는 젊은 사람처럼 탄력 있고 혈기가 넘쳐 흐르고 있었지만 콧수염과 턱수염은 물론 단정하게 뒤로 빗어 넘긴 머리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은발이었다. 눈빛을 바라 보아도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맑고 영명함은 사십대로 보이도록 하였지만 깊고 은은함은 세상을 달관한 듯한 노인의 눈빛이었다. 하지만 세 수 백세가 넘어 섰다는 소문이었다. 명호가 음양검(陰陽劍)이지만 이미 무검지도(無劍之道)에 들어 섰는지 수 중에는 작은 단검 한자루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무림맹에 오기전 가장 뵙고 싶었던 무상님을 뵈오니 감회가 깊습니다. 부족한 면이 있으면 많이 지적해 주시 기 바랍니다."

검후가 진정으로 존경스럽다는 표정으로 공손히 포권지례를 하자 처음부터 검후를 예의 주시하던 무상도 포권 을 하며 답례를 하여 주었다.

"검후의 기세를 보니 무위가 전대 검후에 거의 비등할 지경인데 하늘의 영기가 보타문에만 쏟아져 들어가는 것 같군. 천붕(天鵬)이 나래를 펼치려는 기세이니 장차 보타문은 절강성만이 아닌 무림인들의 가슴속에서도 우뚝하니 세워져 영원할 듯 싶네."

뜻하지 않게 무상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검후가 민망하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전대 무림맹주 조차도 최상의 대우로 떠 받들어 모셔오던 무림맹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만인의 존경을 받는 무 상이었다. 무림맹의 실세가 무림맹주라면 정신적인 버팀목은 무상이라는 말까지 생길정도로 무상의 위치는 절 대적이었다. 그런 무상에게서 더 이상 바랄 수 없을 정도의 극찬을 받자 검후가 기쁨에 겨워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상이 검후에게 말한 답례 한마디로 좌중의 분위기는 묘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특히나 무림맹주의 네 번째 제자인 폭풍검 파검식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검후와의 기세 싸움에서는 비록 패했지만 무공의 깊이와 깨우침에서는 절대 자신있어 하던 폭풍검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은 무림맹주인 삼성검의 제자였기 때문 이다.

비록 맹주의 성명절기이며 삼성검문에서 장자에게만 비전되는 삼성검법(三星劍法)은 배우지 못했지만 그에 못 지 않은 폭풍검법을 배운 파검식이었다. 게다가 무림맹에 들어와서는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검법뿐만이 아니 라 마교의 주요 검법들을 분석하고 연구하며 실력을 키워 온 자신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물론이고 무골이며 천재라는 대사형에게조차 칭찬 한마디 건네지 않던 무상이 나이 어린 검후에게 극찬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무공으로는 전대 무림맹주와 자웅을 겨룰 수 있을 것이라는 하늘같은 무상의 말이니 반박할 수도 없었다. 다 만 속에서 불같이 치밀어 오르는 질투심만을 조용히 삭이고 있을 뿐이었다. 폭풍검의 옆에 서 있는 눈부신 미 모의 소녀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발하고 있었다. 자신보다도 대여섯 살은 어려 보이는 검후가 전대 검후와 무위가 비등할 정도라니 아무리 무상의 말이라도 선뜻 수용하기가 힘들다는 눈빛이었다.

"무상께서 부족한 저를 어여삐 봐주시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더 열심히 수련하시라는 격려로 알아듣고 일로매 진(一路邁進)하겠습니다."

검후가 다시 한번 포권지례를 올리자 무상이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었다.

무림맹에서의 무상의 권위는 무림맹주의 아래가 아니었다. 전대 무림맹주의 끈질긴 요청으로 무림맹에 머물며 천무원주라는 직위에 무상이라는 감투까지 차지하고 있었지만 자리에 연연해 하지도 않았다. 공식석상에서는 무림맹주에게 존대를 하여 주었지만 사석에서는 평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전대 무림맹주이신 자신의 부친조차 숙부님이라며 공대하여 줄 정도로 배분이 높은 무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실력이 배분을 받쳐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무림수호지문(武林守護之門)인 삼성검문에서 조사 이래로 아무도 깨우친 적이 없다는 전설상의 무공을 조금이 나마 깨우치신 부친조차도 승부를 쉽게 자신할 수 없어 할 정도였다. 무림맹주는 무상에 이어 내당과 외당을 총괄하는 수성원주와 무림맹의 정보조직인 암영원의 원주를 소개시켜 주었다.

무적지(無敵指) 구유현 이라고 평생 지법 한가지만을 수련하였다는 수성원주는 크고 뭉특한 손가락이 먹물처 럼 검었다. 하지만 못생긴 그의 손가락 끝에서 쏘아져 나가는 지풍은 강기조차 뚫을 수 있다는 묵살지공(墨殺 指功)이 담겨져 있다 하였다.

키가 크고 마른 체구의 수성원주에 비해 암영원주는 매우 대조되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무공을 익혔을지 의심스러운 뚱뚱한 체구에 배가 불록 튀어 나오고 인상은 장사꾼처럼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 무림맹에서 천무 원 다음으로 중요한 조직인, 아니 천무원 보다도 더 중요한 조직일수도 있는 암영원주라고 하기에는 왠지 어 울리지 않는 외모였다. 그러나 그에게 붙여진 명호는 '천상천하 유일독식(天上天下 唯一獨識)'이었다.

하루에도 몇 천건씩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를 관리하면서 진위를 가리고 분석하며 정보가 아닌 '사실' 만을 추 려내는 그의 탁월한 능력을 존중하여 무림맹에서 붙여준 명호이었다. 미로에 빠져든 사건이나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의 행동도 몇가지 정보만 쥐어주면 바로 유추하여 해결할 수 있다는, 그리고 그럴 수 있는 능력자 는 하늘아래 유일하게 그 뿐일 것이라며 지어 주었던 것이다.

수성원주가 검후의 인사에 무뚝뚝하니 사무적으로 인사한 반면 암영원주는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미소로써 반겨 주었다.

다음으로 검후에게 소개된 사람은 무림맹의 삼대 호법이었다. 소림사의 전대 장로인 망아선사와 무당파 전대 장로인 현허자 그리고 이미 안면이 있는 화산파 전대 장로인 낙영검이었다.

삼대호법 다음으로는 맹주의 제자들이었다. 하지만 네명이라는 맹주의 제자들은 둘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쪽은 저의 제자들입니다. 첫째는 폐관에 들었고 둘째는 사파의 동태를 살피느라 현재 청해성(靑海 省)에 가 있습니다. 넷째 제자는 이미 인사를 나누셨다 하니 셋째만 소개하겠습니다. 소연아, 인사드리거라!"

맹주는 자신의 셋째 제자이며 무림맹에서 삼공녀라 불리는 설화 냉소연을 일행중 마지막으로 검후에게 소개시 켜 주었다.

설화 냉소연은 검후 못지 않은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지적이고 차가운 인상이었다. 검후에게 짧게 자신의 이름만을 밝히는 것으로 인사를 끝냈다. 소개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문상이 검후에게 다가왔다.

"요즈음 무림의 동태가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먼 여로에 피곤하시겠지만 현무림의 상황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문상의 목소리는 묘한 흡입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무리 하기 싫은 일도 문상이 말하면 고개가 끄덕거려질 것 같았다.

"사천성에 들어선 후 무림맹에서 수고를 해주신 덕분에 여정이 그리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말씀에 따르겠습니 다."

검후가 괜찮다고 말하자 무림맹주가 일행중 회의에 참석할 사람을 지정하여 주었다. 무림맹주와 문상과 무상 그리고 검후만이 남고 모두들 회의실 밖으로 빠져 나갔다. 문상의 안내에 따라 회의실 한 켠에 마련된 작은 원형 탁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검후, 사실 이 자리는 회의라기 보다는 검후에게 현무림의 상황을 알려 드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현 무림의 상황이 워낚에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피곤하신줄 알면서도 억지로 마련하였습니다."

무림맹주가 조금은 초조감이 깃들인 음성으로 말을 하자 검후의 얼굴에도 긴장이 어려지기 시작하였다. 무림 에 큰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무림맹에 이제 막 도착한 자신을 붙잡 고 무림의 상황을 알려 준다며 회의를 개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생겼는지요?"

검후가 현 무림의 상황을 들을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자 무림맹주를 흘끗 바라본 문상이 검후에게 입을 열었다.

"실은 이틀 전에 곤륜파로부터 다급한 전서구가 도착하였습니다. 곤륜파의 장문인에게서 온 것인데 곤륜파가 존망(存亡)의 기로에 서 있으니 도움을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마교인가요?"

검후가 눈빛을 싸늘히 발하며 문상의 말을 끊었다. 곤륜이 위치된 청해성은 마교의 본거지가 세워진 신강(新 疆)과 이웃하여 마교의 제일 가까운 표적이었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현천교(現天敎)라고 현세에 극락세상을 이룩하자며 일백여년전에 세워진 종교 단체입니다. 이십년 전만 해도 집단 행동은 커녕 박해(迫害)를 받아도 순교(殉敎)로써 전쟁과 다툼이 없는 이상향을 만들자는 교 리(敎理)를 내세웠는데 갑자기 교리가 바뀌어지면서 잔인하고 악랄하며 공격적인 집단으로 변화되었습니다."

문상의 말을 듣다 보니 현천교의 무리들이 위험하고 광신적인 집단이라는 생각이 드는 검후였다. 하지만 그렇 다고 곤륜파가 도움을 요청하다니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곤륜파가 어떤 문파인가?

무림 구대 문파중의 하나이며 천상계로 우화등선을 꿈꾸는 도인들이 모여 세운 문파였다. 수많은 술사들이 와 호장룡인양 모습을 감추고 있으며 운룡 대구식등 일반 고수들은 펼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절세 무공들이 즐 비하고 이름모를 골짜기에서 검선(劍仙)조차 출몰하였다는 신비속의 문파였다. 절대고수들이 바닷가의 모래알 처럼 많다는 마교에서조차 몇백년 동안 멸문시킬 수 없었던 추측 불가한 잠력을 지닌 문파인 것이다.

"아무리 현천교의 교도들이 늘어났다고 하여도 곤륜파를 위협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요?"

검후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그렇지가 않습니다. 암영원에서 파악한 정보로는 처음에 현천교를 창시한 사람들이 도인들이었답니다. 그것 도 깨달음이 깊은 도인들이었는데 지상에 이상향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데에 의견의 일치를 본 후 공동으 로 현천교를 만들었답니다. 그 때문에 현천교의 교인들은 도가쪽의 무공을 익혔는데 속성이 어려운 반면에 믿 음이 강한 교인들이 열성으로 수련하여 대단한 경지에 다다른 교인들이 매우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십년 전부터 수뇌부에서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교리가 점차 바뀌더니 급기야 십년전 마교가 패퇴시 중원에 남아 있 던 배교와 밀교의 무리들을 받아 들였답니다. 도가쪽의 무공이 사악한 마공으로 변화되고 그토록 순수했던 교 념이 이 세상을 피로 혈세한 후 그들만의 세상을 이룩하자는 악마적인 교념으로 변화되어 그들과 대적할 만한 세력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삼년전부터 은밀히 진행된 현천교의 암약은 두달전부터 급속도로 증가되었는 데 이미 청해성의 중소문파들은 대부분 멸문되고 몇 개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들의 세력과 무공은 물 론이고 술법조차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곤륜을 위협할 지경이라고 합니다."

듣고 보니 무림맹주가 초조해 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히 설명하는 문상 과 역시나 사소한 일이라는 듯 눈썹한번 찡그리지 않고 묵묵히 귀를 기울이는 무상의 표정에는 오히려 여유로 움 까지 묻어 나오고 있었다.

"두달 전이라면 너무 늦게 연락한 것은 아니예요?"

곤륜파가 무림맹에 도움을 요청한 조치가 너무 늦지 않았는지 검후가 문상을 바라보며 묻자 문상이 백우선을 펼치며 검후에게 답해 주었다.

"곤륜파에서도 진작부터 현천교의 동태를 눈여겨 보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현천교의 위세가 이처럼 클 줄은 미처 몰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천교의 공세에 발맞추어 마교조차도 낌새가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곤륜파 장로 회의에서 문파의 존망이 위태롭다고 결정이 나 비상태세로 들어간 후 이처럼 무림맹에 전서구를 보냈답 니다."

"음..."

문상의 설명을 듣던 검후가 침음성을 흘렸다.

현천교와 싸우다가 세력이 다한 후 마교에게 공격을 받는다면 곤륜파의 최대 위기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현천교가 곤륜파와 사생결단의 자세로 덤벼 든다면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시바삐 무림맹에서 도와주러 출동 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미 구대문파와 오대 세가에 연락을 취해 놓았습니다. 각자 역량껏 돕도록 하였는데 가까운 무림 문파는 무 림맹에 집결하여 같이 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늦어도 열흘 이내에 출동할 조직과 인원이 결정될 것입니다. 일단 검후께서도 곤륜으로 가시는 것으로 알고 계시기 바랍니다."

상황이 생각보다 다급한 것 같았다. 며칠 쉬지도 못하고 청해성으로 바로 떠나야 할 상황이었지만 보타문의 장문인으로서 책임감이 무거운 검후였다. 민생을 어지럽히는 무리들을 타도하기 위해서 당연히 곤륜으로 가야 만 하는 것이다.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림맹에서는 어느 정도나 지원을 나가는 것인지요? 혹 보무당에서도 출동하는 것입 니까?"

곤륜으로 떠나려 하자 가장 주저되는 것이 은성이였다. 은성을 떠나 곤륜으로 출동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속에 돌이 들어찬 듯 막막해져 왔다.

"보무당도 출동할 것입니다. 검후와 같이 온 해동신룡의 사부가 보무당에 있는 것 같은데 해동신룡도 원한다 면 같이 데리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검후는 무보원(武保院)에 있는 보타전에 머물도록 하십시오. 보타 문의 문도들이 열흘정도면 무림맹에 도착할 것이라고 검후에게 전해 달라 하였으니 곤륜으로 출발하기 전에는 해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상의 말을 듣고서야 검후는 가슴속에 든 돌들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곤륜행이 아무리 위험 하고 힘들어도 은성과 함께라면 힘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하는데 할일도 많고 준비할 일도 많은 것 같았다. 은성의 사부에게 인사를 드리는 일도 급했고 조금전에 협의문 앞에서 검례를 올리던 늠름해진 남동생과 부모님이 계신 비천문 에도 찾아 가 보아야 했다.

무엇을 먼저 할까 고민을 하던 검후는 은성의 사부를 먼저 찾아 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은성이 사부와 함께 동방으로 돌아가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가슴속으로 밀려 들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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