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정허무검-109화 (109/152)

[연재]황정허무검(109)

'휘스스스스'

곤륜의 대지가 작은 떨림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땅거죽이 벗겨져 나가듯이 파도처럼 밀고 나가는 무리 때문이 었다. 수천의 무리가 이동하지만 진형은 일사분란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들 앞에는 어떤 장애물도 소용이 없었다. 깊은 내울도 험한 암벽도 그들의 나아가는 속도를 전혀 늦출 수가 없었다. 지형에 따라 십여개로 분리되어 나아가다가 어느새 한데로 뭉치고 다시금 서너개로 나뉘어 나아가는 무리들을 지휘하는 것은 언제나 선두를 달리는 붉은 깃발들이었다.

그리고 그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무림맹 수무당의 노 고수들이였다. 무림맹 최고 잠력을 지닌 원로 고수 들 말이다. 그들이 문상이 지시한 '천룡운중행(天龍雲中行)' 이라는 비결에 따라 군웅들을 인도하고 있는 것 이다.

'천룡운중행' 이라는 이름 만큼이나 기세는 하늘을 뒤덮고 변화 무쌍하기는 풍운이 무색할 지경이였다. 문상 이 절전된 상고의 진세까지도 행진에 운용하여 길을 재촉하고 있는 것은 상황의 절박성 때문이었다.

현재 곤륜의 입구를 막고 있는 적들은 현천교의 호교무인들과 현천교에 복속한 사파의 무리들이 대다수였다.

호교무인들이 오천여명에 사파의 무리들이 이천여명이니 칠천여명의 적들이 곤륜파로 통하는 지형을 막고 있 는 것이다.

무상이 무사히 도착하여 무림맹의 세력도 이천 삼백여명이 되었지만 이들중 배를 지켜야 하는 삼백여 보금원 상인들을 제외하면 인원으로는 무림맹의 현저한 약세였다.

하지만 무공 실력으로 보면 전혀 약세가 아니었다. 무림의 최정예 세력들로 구성된 무림맹이었기 때문이다.

전투하듯이 한꺼번에 맞붙어 싸운다면 무림맹에 필승의 자신이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가 않았다.

적진에 숨어든 정보원들의 보고에 따르면 곤륜파를 가로막은 현천교의 무리들은 가로막힌 곤륜파 무인들보다 도 지원을 나선 무림맹을 대적하기 위하여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였다.

이들에 의해서 얻은 정보는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현천교에서 술법에 능한 극락조단의 고수들과 무공에 능한 현세화단의 고수들 이백여명이 미리 도착하여 곳곳에 함정을 만들었고 나머지 고수들도 지금 이곳으로 몰려들 고 있다고 하였다.

유감스럽게도 어떠한 함정을 만들었는지는 알아낼수 없었지만 술법과 무공에서 최강을 자랑하는 현천교의 최 정예 세력들이 지금 모여들고 있다는 것을 안 것만 하여도 매우 큰 성과였다. 곤륜산의 입구에 어떠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최정예 세력이 도착하기 전에 먼저 도착하여 함정을 파(破)하는 것이 무 엇보다도 시급한 문상이었다.

당극에서 적안 설룡구를 무림맹에 돌려 보냈기 때문에 무림맹의 두 고수가 어깨에 맨 교자위에 앉은채로 이동 하며 문상은 최후의 정보일 것이라는 핏자국 어린 밀지를 기억하며 적진에서 의롭게 죽어간 정보원들에게 짧 게나마 명복을 빌어주었다.

보무당의 당주 독행도 혼원비의 뒤를 따르는 칠십여명의 무리속에서 은성도 몸을 날리고 있었다. 어제밤 천부 경에 심취된 검후를 보위하느라 밤을 하얗게 지새웠지만 전혀 피로한 기색은 없었다.

행운유수처럼 부드러이 나아가는 그의 신법을 보며 금룡각의 해동역사(海東力士)는 오늘도 두눈을 부릅뜨고 있었지만 고개만 갸우뚱 거려질뿐 얻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아니, 달리는 내내 수많은 의문이 뇌리로 파고들 었으니 전혀 얻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은성과 공기중에 무엇이 무거울까?

또는 은성의 발바닥이 대지를 밟기는 하는지?

대지를 밟지않고 추진력을 얻을수는 없을 터인데도 도무지 은성이 발을 디딘곳에 조금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 으니 해동역사가 의문을 가질만도 한 것이다. 자신이 뛰어가면 땅조차 쿵쿵 울리는데 은성의 뒷 자리는 미세 한 먼지조차 피어오르지 않자 황당한 의심조차 들어왔다.

'사람이 아니고 귀신일지도 몰라 . 혹시 요괴나 정령이 사람으로 변신한 것은 아닐까?'

자신이 생각해도 유치찬란한 망상이었다.

사방이 훤히 트인 높다란 산의 정상...

찰린호를 출발하여 곤륜산 근처에 당도한 군웅들에게 잠시 휴식을 명령한후 수뇌부들이 자리한 곳이었다. 경 공을 발휘하여도 삼일정도 소요될 거리를 이틀만에 주파한 군웅들은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기세만은 넘쳐나고 있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현천교와의 결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림 정의를 수호하 고 자기 문파의 위상을 높이며 개인적으로는 무림 영웅이 되고자 피와 죽음의 모험속에 자신을 내던지는 승부 사들의 호기가 가슴속에서 서서히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십여명이 넘는 수뇌부들 앞에선 문상은 작전 지시를 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날씨가 청명하여 저멀리 곤륜산은 물론이고 그 앞의 지형지세가 눈에 확연히 보여지고 있었다. 작전 지시전 이각여 동안이나 뚫어지게 눈앞을 주시하면서 다시 한번 미리 계획한 작전을 재 검토해 보았는지 문상 의 목소리는 거침이 없었다.

"적의 규모와 무위는 이미 알고들 계실 것입니다. 오늘중으로 곤륜과 합세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도 더는 부연 설명치 않겠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피해로 현천교의 저지선을 뚫어야 합니다. 비록 곤륜천문(崑崙天門 )과 곤륜지로(崑崙之路)가 천험의 요새이지만 결코 우리 앞을 가로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말을 마치고 문상이 손을 들어 한곳을 가리켰다. 곤륜천문과 곤륜지로를 가리키고 있는 것 같았다. 곤륜천문은 넓고 높다란 암벽이었다. 암벽속에 작은 틈새가 있어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맑은 날 씨 만큼이나 평화롭고 경관이 수려해 보이는 장소였다.

그곳을 지나 조금 더 가면 곤륜지로라 불리우는 협곡이 보였지만 그곳도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멀 리에서 보면 유람객들이 감탄하며 시를 읊조릴만한 멋진 자연경관인 것이다. 전시에는 죽음의 험관이 되겠지 만 말이다.

"곤륜천문과 곤륜지로에 적의 전력이 집중되어져 있을 것이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상 치 못한 변수가 생겼습니다. 저곳을 보십시오."

문상이 다시금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던 수뇌부들의 얼굴에 의아심이 생겼다. 문상이 가리키는 곳은 곤륜 천문 을 가기전의 넓은 평야였다. 작은 산과 험한 지형에 평야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그래도 다른곳에 비해서는 평 탄한 지형인 곳이다.

그런데 무엇을 보라는 말인가?

아무런 특이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문상이 헛된 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력을 모아 시선을 집중하던 수 뇌부들의 얼굴에서 미묘한 표정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평야의 대기가 불안하게 요 동치고 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문상! 무엇일 것 같나?"

문상이 지적한 이상 변수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듯 무상이 물었다.

"진법을 설치해 놓은 것 같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 지세가 흐릿하여 잘 구별이 되지 않을뿐더러 지금 보이는 것이 실상인지 허상인지 조차 모호합니다. 극락조단의 고수들이 진법에 술법을 가미시켜 놓았다면 파해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문상답지 않은 말이었다. 음양오행은 물론 팔괘와 구궁의 변화까지도 한눈에 꿰뚫는 진법의 대가 문상 제갈뇌 가 어떤 형태의 진법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렵다니...

"길(吉)은 적고 흉(兇)이 많지만 시간이 촉박하니 부딪힐 수밖에 없겠군."

"어쩔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우리편이라면 여유를 가지고 연구하면서 철저하게 파해할 자신이 있으나 워낚에 상황이 다급하니 피해가 크더라도 부딪혀 깨트리는 수밖에요. 대신 인원 안배를 적절히 하여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하겠습니다."

"허허! 문상이 벌써 믿을만한 사람을 점찍어 놓았나 보구려. 알겠네. 그럼 작전지시를 내려 주시게."

무림맹 문상의 권위는 전시에 맹주에 버금갈 정도였다.

중요한 전략은 맹주와 상의하지만 전술은 맹주조차도 문상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무림맹의 체계였기 때문이다.

전대 무림맹주조차도 극진히 떠받들어 모시던 무상이 문상의 지시에는 큰 이견없이 따르는 것을 보면 문상의 능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언제나 믿음직한 문상이었다. 흉험한 전투가 코앞에 닥쳤지만 문상의 표정에는 별다른 긴장감이 없었다. 평소 와 똑같이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문상의 시선이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수뇌부 뒤쪽에 위치한 보무당주였다.

"제일 앞쪽 평야에 설치된 진법은 보무당주가 주진인과 함께 파해해 주시게. 밀교의 진법에 술법이 가미되어 있으니 파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네. 진세의 축을 파괴해야만 하는데 그곳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말이야. 하지만 진세의 축을 중심으로 진세가 변화되어지므로 진속에서 기세의 흐름을 파악하여 역추적 하면 될 것이네. 솔직히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알수는 없지만 절대 쉽지 않을 것이네. 술법은 주진인에게 도움을 받아 대처하도록 하게."

보무당주와 주진인이 명령대로 따르겠다며 포권으로 답을 하자 이번에는 문상의 시선이 전체 수뇌부들을 주욱 둘러보았다.

"진법이 파해되면 곤륜천문 앞까지 몰려갈 것입니다. 곤륜천문은 한사람의 고수가 능히 만명의 적수들을 상대 할 수 있는 지세입니다. 무시할수 없는 고수들이 포진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곳은 구룡삼봉에게 맡기도록 하 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곤륜지로는 적의 총공세가 예상되는 지점입니다. 소림과 무당이 좌우로 호위하여 먼저 나아가고 위쪽으로는 수무당이 방어하면서 적의 선봉을 격파하면 그 뒤를 군웅들이 따를 것입니다. 정보에 의하면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현천교의 정예세력들이 당도할 것이라 합니다. 무엇보다도 시간과의 전 투라 생각하시며 작전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문상의 작전 지시는 단순 명료하였다.

하지만 군웅들은 믿고 있었다. 단순한 작전 내용 하나 하나 마다 문상의 천재적인 신산이 숨어있을 것이라고. ... 그대로만 따르면 반드시 성공할수 있다는 것을... 그것은 지금까지 문상이 지시했었던 모든 작전들의 결과에 따른 변치않는 믿음이었다.

문상은 무림에서 또 다른 별칭으로 불리워지고 있었다. 바로 환제갈(還諸葛) 이었다. 제갈공명이 다시 살아난 다고 하여도 문상보다 못하리라는 사람들도 많았다.

현천교 지하궁전...

현천교의 총관인 귀명자의 흑안(黑眼)이 당혹스러운 듯 흔들리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던 듯 싶습니다. 백련곡의 최고살수 세명이면 문상이 아니라 무림맹주의 암살도 불 가능한 것은 아닌데..., 게다가 백련곡주에게 세밀한 작전까지 세워 주면서 신신당부를 했었습니다."

"허허, 총관! 아무리 백련곡의 최고 살수들이라도 그처럼 쉽게 죽는다면 어찌 제갈뇌의 이름이 천하를 떨쳐 울리겠는가? 자네가 제갈뇌를 과소 평가 한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게."

부드럽고 온화한 음성이었다.

하지만 귀명자의 귀에는 염왕의 목소리로 들려왔다. 앞에 있는 교주는 친자식이라도 웃으면서 살인할 수 있는 심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기분 여하에 따라서는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도 더 하찮게 처리하는 희대의 살 인마가 또한 그였다. 종잡을 수 조차 없는 잔인하고 변덕스런 성격인 것이다.

귀명자가 이런 교주밑에서 총관직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대로의 처세술에 기인하였다. 교주가 명령하 면 무조건적으로 수행하고 절대로 이유를 대지 않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문상의 능력은 재삼 고려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곤륜파 청령전은 예상대로 잘 처리되었습니다. 곤륜파와 무림맹의 적도들이 혼비백산 하였을 것입니다. 우리 현천교의 저력이 무림을 휩쓸 정도임을 이제서 야 뼈저리게 느꼈을 것입니다."

곤륜파를 침입한 괴인에 대한 귀명자의 자부심은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하고도 아직도 부족한 것 같았다.

괴인이 자신의 한을 몽땅 풀어줄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지 검은 눈동자속에서 사이한 안광이 쉴세없이 뿜어 져 나왔다.

"혼극인(魂極人)들에 대한 정보는 교내에서도 특급 비밀인 것을 명심하게. 무림맹 말고 마교(魔敎)에서도 촉 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니 비밀이 세어 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하게. 만약에 비밀이 세어나간다면 그 책임은 자네가 져야할 것이네."

"알..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대답하는 귀명자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져 갔다.

혼극인들은 그의 권한 밖의 존재들이었다. 그들을 다룰 수 있는 사람도 교주와 교주가 그분이라고 호칭하는 신격화된 존재 단 둘뿐이었다. 결국 교주가 요구하는 것은 혼극인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자신과 세명의 단 주들에 대한 철저한 상호 감시였다. 교주가 가장 신뢰하는 네사람이었지만 완전한 신뢰는 아닌 것이다.

"곤륜파의 상황은 어떻게 돼 가고 있는가?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한시진 전에 무림맹 무리들이 곤륜산 입구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옥의 절진에 죽 음의 술법과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만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기어들어갈 것입니다. 그들이 위험을 알면 서도 지옥으로 뛰어들 수 밖에 없도록 교묘한 시간 안배로 본파 최고 고수들이 몰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옥의 절진에 죽음의 술법이라... 마음에 드는 단어로군! 달콤한 향기가 묻어나올 정도로 말이야. 하!하!하!하!"

흡족한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리는 교주 만큼이나 귀명자도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림맹 문상의 능력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이번만은 콧대가 납작해지고 말 것을 자신하기 때문이었다.

극락조단의 삼대 고수중 한명인 바라밀(波羅密)이 백여명의 술사들과 함께 밀교의 만다라에서 파생된 지옥의 절진속에 들어가 있었다.

상상과 환상만으로도 죽음에 이르는 진법이었다. 인세에서는 가히 상상할 수도 없는 괴이하고 요사스런 존재 들이 환상이 아닌 실상으로 그들을 공격할 것이었다. 아무리 무공이 높은 고수도 절대 살아나갈수 없는 미로 환상진(迷路幻想陣) 이었다.

바라밀은 인세에 보기드문 악마적인 술법가였다. 절진속에 술법을 가미시켜 진법의 위력을 극대화시켜 버린 것이다. 절진의 위력만 높아진 것이 아니었다.

절진속에서 진세를 보충하는 백여명의 술사들을 완벽한 지옥의 사신으로 화신시켜 버렸다. 공포와 고통을 모 른채 피와 죽음만을 갈구하도록 정신을 금제하고 몸속에 있는 극한의 잠재력을 발휘하여 인간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말이다.

절진 하나만으로도 무림맹 무리들을 몰살시킬수 있으리라...계속해서 이어지는 죽음의 덫들은 필요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귀명자의 입가로 잔인한 미소가 짙어져 갔다. 곤륜파를 몰살시키고 곤륜파를 조력하기 위 해 몰려올 무림맹의 무리들을 전멸시키는 계획이 바로 혼세지계의 일장(一場) 이었다. 몇 번을 검토해봐도 절 대로 실패하지 않을 완벽한 전략인 혼세지계는 오늘을 기점으로 급박하게 달려갈 것이었다.

혼극인을 이용하면 조금더 쉬울 수도 있겠지만 혼극인은 혼세지계의 이장(二場)을 주도할 숨은 병기였다. 그 리고 현천교에는 마지막 혼세지계의 삼장(三場)을 찬란하게 장식해줄 그분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분의 능력을 생각하니 현천교가 세상을 지배할 그날이 바로 눈앞에 당도한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귀명자였다

. 잠시 행복한 상상에 젖은 귀명자의 귓가로 교주의 자애스러운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총관, 우리도 곤륜산 구경을 해 봐야 하지 않겠나? 혈운속에 담긴 곤륜을 구경하지 못하면 평생 후회하게 될 걸세. 떠날 준비를 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그런데 수호단도 동행하는 것입니까?"

"물론이네. 현천교와 역사를 같이하신 분들인데 빼놓고 우리만 구경하면 섭섭해 하지 않겠는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럼, 내일 아침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 하겠습니다."

"알겠네."

말을 마친 교주의 신형이 앉은 자리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비록 어디로 간다는 말은 없었지만 귀명자 는 교주의 행선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현천교에서 신과 같은 존재인 그분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그분에게서 신탁이라도 받기 위함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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