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황정허무검(121)
청령전은 처참한 형상으로 반파돼 있었지만 복구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는지 남은 반쪽만 사용하고 있었다.
다행히 청령전 앞 광장이 넓어서 증원된 천육백여명의 무림인들이 거처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배교의 층층무상공(層層無常功)을 익힌 것으로 예측되는 괴인의 공격시 청령전 주변에 산재된 건물들이 조금 밖에 파괴되지 않은 것은 그나마 천만 다행이었다. 무림맹주의 주도로 긴급 작전회의가 열리고 문상의 의견에 맞춰져 방어 전략이 새로이 구축되어졌다, 회의 도중 검후를 필두로 보타문의 문도들이 긴급히 산 밑으로 내 려갔다.
전투중 중상을 입은 환자들을 한곳으로 이동시켜 치료하도록 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문 제가 논제(論題)로 떠올랐다. 전서구(傳書鳩)를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였다.
어제부터 곤륜의 하늘을 점령한 검은색의 흉조(凶鳥)..... 혈각조(血角鳥)라는 서역의 괴조인데 흉악하기 이 를데 없어 날아다니는 모든 것을 잡아 죽인다는 것이다. 서역의 괴조가 왜 곤륜까지 왔는지 알수는 없었지만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현천교와의 전투중 정파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며칠전 단 한명만으로 청령전을 초토화 시키고 수많은 살육 을 저지른 후 유유히 떠나간 믿을수 없는 무위를 가진 괴인이었다. 그 괴인을 상대하기 위해서 무림 각파의 절대 경지에 이른 최고수들을 초청하였는데 그들과 연락이 전혀 닿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혈각조를 상대할 방법도 전무하였다. 구름 사이로 날아다니는 혈각조를 유인할 방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뾰족한 대책이 있을수 없는 논제라서인지 혈각조(血角鳥)건은 유야무야로 매듭되어질 수밖에 없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괴인이 또다시 쳐들어오기 전에 무림 최고수들이 먼저 찾 아오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초청한 고수들 정도의 무위라면 현천교의 포위망도 쉽게 돌파할 수 있을 터이었다.
현천교의 전력과 정파 세력의 전력을 비교하고 오늘의 결전을 분석하며 가장 주목받은 이는 단연 은성과 모용 천이었다. 은성이 허공부유공(虛空浮游功)을 시전할 정도로 무위가 뛰어나고 현천교주의 호위대인 십절기(十 絶技)를 단신으로 격파하여 청무대를 구원했음을 남궁혼이 무림맹주와 수뇌부들에게 알린 모양이었다.
허공부유공(虛空浮游功)이라면 초청한 최고수들 중에서도 몇몇 사람만이 펼칠수 있는 초인적인 경지였다. 그 래서 그런지 은성에서 배정된 좌석도 회의실의 말석이 아닌 무림 구대문파의 장문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앞쪽 자리였다. 그것도 검후의 바로 옆자리였다. 현천교의 야습을 방지키 위해 보타문에 비전되어 내려오는 절진을 설치하고자 먼저 일어선 검후의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작전 회의가 끝나 분분히 흩어지는데 은성에게로 모용가주와 청무대주 남궁혼이 다가왔다.
"이대협, 오늘 저희 청무대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다행히 제가 가까이에 있어 힘을 보태줄수 있었지만 청무대의 전력만으로도 충분히 물리칠수 있었 을 것입니다."
마주 포권을 하며 겸양하는 은성이 더욱 크게만 보이는 남궁혼이었다. 작은 공이라도 크게 부풀려 떠벌리는 여타 무림인들에 비해 확실히 비교되는 행동이었다.
"아쉽습니다...이대협께서 몇 년만 더 일찍 중원에 오셨다면 구룡이 아닌 십룡이 되어 우의를 돈독히 할수 있 었을 것인데 말입니다....."
"하하!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비록 구룡에는 들어갈 능력이 부족하지만 중원 무림의 영웅 호걸들인 구룡 과 이렇게 나마 친분을 나눌수 있다는 것을 큰 영광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대협은 해동신룡(海東神龍)이라 일컬어지는 절대고수가 아니십니까? 친분을 맺을수 있 음을 오히려 저희들이 영광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낮추어 겸양하는 군자지도를 갖춘 은성에게 자꾸만 고개가 수그러드는 남궁혼이었다. 힘이 아닌 진 심으로써 은성에게 승복하고 있었다.
"육사제의 말이 맞습니다. 저희 구룡이 스스로 빼어남을 뽐내고 있지만 아직은 여의주를 얻지 못한 잠룡들입 니다. 그에 비하면 이대협은 명호대로 여의주를 얻어 천지풍운조화를 일으키는 신룡이십니다. 신룡과 교우를 맺을수 있다면 잠룡들의 영광이지요."
구룡들의 수좌인 모용천이었다. 정파의 자랑인 구룡은 자타가 공인하는 무림의 차세대 주역들이었다. 비록 은 성이 허공부유공이라는 절대적 무위를 선보였다고 하지만 무공만으로 인정을 받기에는 이들의 자긍심이 너무 높았다.
그런데 지금 이들은 인정만이 아니라 찬양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은성의 환심을 살만한 일이라도 있는 것일 까? 아니나 다를까 절박한 사유가 있었다.
"이대협, 실은 저희 구룡중의 넷째인 진허 사제가 주화입마와 내상이 겹쳐져 위험한 지경에 처해 있습니다. 무림맹 약수원의 의원들께서 진료를 하셨는데 무공은 전폐되고 평생 누워서 살아가야 될 것 같다고 하였습니 다. 치료 가능할는지는 모르지만 이대협께서 일전에 보여주신 신묘할 의술만이 저희들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사제가 두발로 걸을수 있기만 하여도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깊은 정이 가득 담긴 모용천의 처연한 눈빛을 보니 거절은 커녕 한시도 지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무림맹의 약수원에서 그러한 진단을 내렸다면 저 또한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익힌 의술이 다르면 치 료하는 방법도 차이가 있는 것이니 힘닿는 데까지 성심껏 노력해 보겠습니다. 안내하십시오."
은성의 속시원한 대답에 모용천과 남궁혼이 일제히 허리를 깊이 굽히고 포권으로 감사를 한후 급히 길을 열었 다. 환자가 있는 건물에 도착하여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약향이 가득 퍼진 방안에 침상을 사이에 두고 젊은 무 인 세명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서 있었다. 구룡중 이룡인 옥룡 반수석과 무림맹 대공자인 삼일검 이종주 그리 고 은성이 처음 보는 신제갈 제갈천이었다.
제갈천은 무림맹주의 둘째 제자이면서 구룡중 일곱 번째 서열이었다.
"일곱째! 진허 사제의 상태는 어떤가?"
작전 회의에 들어가기 전만 하여도 위급해 보이지 않았는데 둘러선 사제들의 표정이 못내 불안해 보였던지 모 용천이 급히 물었다.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셨습니다. 일각전만 하여도 더듬거리며 말은 할수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갑자기.....
뒷끝을 흐리는 것을 보니 환자의 생명이 위급지경에 달해 있는 것 같았다.
"여덣째는?"
화산파 매향검(梅香劍) 여동빈을 일컫는 말이었다.
"진허 사형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된지라 방금전에 천약원 의원을 데리러 갔습니다. 의원들이 눈코뜰새 없이 바쁘겠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모셔올 것입니다."
신제갈이 말을 하는 사이에 은성은 침상에 다가가 환자의 손목을 잡고 진찰을 하고 있었다. 진찰도구는 커녕 침통조차 없이 넷째 사형의 맥문을 덥썩 잡는 은성이 신제갈은 못 미더워 보였지만 대사형의 표정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 어느때보다도 진지한 눈빛이었다.
이때 방문이 덜컥 열리며 여덣째와 천약원의 의원이 안으로 들어섰다. 모용천이 입에 손을 대고 조용히 하라 는 동작을 취한후 납치하다시피 끌고온 천약원의 의원조차 다가서지 못하도록 손동작을 취했다. 의원을 모셔 온 매향검은 물론이고 제갈천도 납득하기 힘든 대사형의 행동이었다.
게다가 이건 또 무슨 진찰법이런가?
사색이 다되어 위급지경에 빠진 환자를 진찰하였으면 속히 금침지술을 펼치던지 약처방을 해 주어야 할 터인 데 의원 행세를 하는 젊은 청년은 계속해서 맥문만 부여잡고 있었다.
천약원의 의원들에는 미칠 수 없겠지만 자신 또한 왠만한 의학 서적은 대부분 독파한 반의원(半醫員) 이었다.
실제 치료 경험이 부족할 뿐이지만 이론상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머릿속을 뒤적여 보아도 대사형이 데려온 젊은 의원이 하는 행동은 상식 밖이었다.
아무리 대사형이 데려온 의원이라지만 이대로 묵과하다가는 넷째 사형의 안위가 위험하다는 판단에 은성대신 천약원 의원으로 바꾸자는 말을 하려던 제갈천의 눈가에 이채가 스쳐 지나갔다. 데려온 천약원의 의원이 대사 형 보다도 더 진지한 눈빛으로 환자의 동태를 눈여겨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여나 환자 맥문만 쥐고 있는 돌팔이 의원이 무슨 신통한.....
하지만 천약원 의원의 시선을 좆아 넷째 사형의 안색을 살펴본 제갈천은 자신이 너무 성급했음을 인정하지 않 을수 없었다. 푸른 안색이 잠시 전 검푸르다 못해 먹빛으로 물들었었는데 어느새 예전처럼 푸른색으로 되돌아 가고 있었던 것이다. 고통에 겨워 참을수 없었는지 잔뜩 일그러져 있던 표정도 평온하니 정상을 회복하였으며 성난 황소처럼 거칠고 불안했던 호홉도 어느새 고르게 다듬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맥문을 잡은 것은 진찰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치료를 하기 위함이었다는 말인가?
어느 의학서에도 나와 있지 않은 기상천외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현실이 그러하니 믿지 않을 도리도 없었다.
"음... 다행히 위험한 고비는 넘겼습니다. 천약원에서 먼저 다녀가신 분들이 응급조치는 잘해주셨지만 이분이 매우 특이한 체질을 가지신 분인지라 하마터면 크게 위험할 뻔 하였습니다."
잠이 든 듯 고른 숨소리를 내는 진허의 치료를 대충 마쳤는지 은성이 일어서서 모용천에게 말했다.
"아니, 매우 특이한 체질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매향검이 데려온 천약원의 의원이었다. 그도 은성의 의술 경지가 뛰어남을 알고 있는지 매우 공손한 어조였다.
"믿으시기 힘들 것입니다. .. 실은 진맥이 길어진 것도 저 또한 믿을수 없는 사실에 몇 번이나 재확인 하느라 늦어졌습니다. 혹시 독룡고(毒龍蠱)라는 기물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은성의 물음에 먼저 답한 것은 한쪽에서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신제갈 제갈천이었다.
"독룡의 몸속에서 살아가는 기생고(寄生蠱)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독룡의 단전속에서 진기와 독액을 먹고 살아간다는....."
"맞습니다. 독룡이 승천하지 못하고 독룡으로서 생을 마칠 수밖에 없는 것은 독룡고들에게 내기를 흡취당하여 내단을 형성할수 없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내단이 만들어지지 않는데 여의주를 얻을수는 없으니까요."
"독룡고는 독문에서 구전되어지는 전설적 독물입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수도 있으며 설사 존재한다고 하 여도 인체에서 발견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독룡조차도 전설적 존재인데 독룡고라니..... 그런데 독룡고를 언 급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것에 사형이 중독되기라도 했다는 말입니까?"
제갈천이 무엇 때문에 독룡고를 언급하는지 물었지만 은성은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몇 번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여 내린 결론이지만 아직도 쉬이 믿겨지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중독되었다기 보다는.... 믿어지지 않겠지만 독룡고라 판단할 수밖에 없는 절대 극독을 가진 기물이 환자의 내단에 머물고 있습니다."
"....."
실내에 잠시 침묵이 멤돌았다. 너무 황당하여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이대협, 그처럼 극독한 기물이 내단에 머물고 있는데 사제의 몸이 멀쩡한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모용천 조차도 믿기 힘든 모양이었다.
"저도 자세히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수환이록(禽獸幻異錄)에 의하면 독룡고는 영물입니다. 자신에 게 자양분을 공급해주는 숙주를 보호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아마도 흡취하여 간직한 독룡지기조차도 가끔 씩 환자에게 전수해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제의 안색이 푸른색..... 독룡고는 얼마만한 크기인지요?"
"손가락보다도 조금 작은 크기입니다. 하지만 보유한 독은 천하의 어떤 극독보다도 극악한 수준입니다. 독룡 한 마리에 독룡고 십여마리가 기생하는데 이들 몇 마리의 독룡고 때문에 독룡이 내단을 이룰수 없을 정도라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그걸 제거한다면 사제의 병세가 호전될 수 있겠는지요?"
"그것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비록 환자의 자양분을 흡취하며 살아가는 독물이지만 환자에게 도움을 되는 부분도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룡고를 잘못 건드려 발작이라도 하면 환자는 단숨에 한줌 독물로 흘러 내릴 것입니다."
"휴..! 이대협! 사제를 치료할 방법은 없겠는지요? 이처럼 만학(萬學)에 해박하시니 필경 사제를 치료할 묘책 도 강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모용천의 간곡한 부탁이 아니더라도 은성은 독룡고라는 기이한 독물을 발견한 직후부터 환자를 치료할 마음을 다진 상태였다. 주화입마되고 오장육부가 엉망인 상태인지라 갑자기 변한 환경에 독룡고가 까탈을 부려 위급 지경에 처한 환자를 호전시킨 것은 은성이 태극진기로 독룡고를 진정시켰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치료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약속은 했지만 실상 은성도 완치시킬 자신은 없는 상태였다.
그만큼 환자의 상태는 위중했고 또한 환자의 몸속에 기생하는 독룡고의 독기가 대단하였다. 환자를 치료할 방 법은 태극진기외에 다른 방도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천약원에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현천교와의 사태가 위급지경에 처해 있었지만 의원된 도리로 죽어가는 환자를 방치할 수도 없었다.
"이대협, 만약에 이대협 말씀대로 환자의 몸속에 독룡고가 기생하고 있다면 환자를 치료하다가 이대협 까지 극독에 중독당할 위험도 높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환자가 회생 불가능하다는 것을 영물인 독룡고가 알아차 린다면 숙주를 포기하고 다른 숙주를 선택할지도 모르는데....."
천약원 의원의 날카로운 예측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가능성을 벌써 염두에 둔 은성이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독룡고가 환자를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가 환자를 치료하도록 유도해 보려 합니 다. 만약 제 예측대로만 된다면 환자는 다치기 전보다 몇배나 고강한 내공을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놀라운 발상이었다. 천약원의 의원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한 삼일 정도면 결과가 드러날 것입니다. 모용가주! 그때까지는 환자에게 절대 안정이 필요하니 가주께서 선 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연이어 이어진 말은 더욱 놀랄 정도였다. 삼일정도면 치료할수 있을 것 같다니... 삼일이 아니라 삼년이라도 불가능할 것 같은데.....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이대협과 환자의 시중을 들어줄 여덣째 사제 외에는 모든 사람들의 출입을 철저히 폐 쇄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대협! 고..고맙습니다."
은성에게 감사를 표하는 모용천의 눈가가 조금 붉어져 있었다. 주화입마되어 무공이 전폐됨은 물론 생사조차 가늠키 힘든 사제를 중독의 위험을 무릅쓰고 치료해 주겠다니.. 거기다 잘하면 내공조차 증가될 수 있을 것이 라니 칠흑같은 절망속에서 한줄기 희망의 불빛을 발견한 것 같았다.
모용천의 주도로 방안에 은성만 남겨둔채 모두 나갔다. 매향검 여동빈 조차도 문밖으로 나가 문가에 의자를 놓고 앉은 채 호위를 서 주었다. 은성만을 남겨두고 일시에 몰려 나간 것은 한시가 급하니 지금부터 환자를 치료해 달라는 무언의 부탁이자 강압이었지만 은성은 조금도 불쾌해 하지 않았다.
구룡들의 절박한 심정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룡회를 결성한지 몇 년 되지 않은 것으로 알 고 있는데 친형제 보다도 더 끈끈한 정으로 뭉쳐진 이들이 부럽기까지 하였다.
은성이 삼일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첫째날은 오장육부를 바로잡고 내상을 치료하고자 함이었고 다음날은 막힌 경혈을 뚫고 헝클어진 경락을 바로 잡고자 함이었다. 이틀간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하면서 독룡고의 비위를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셋째날의 치료는 가장 위험하고도 어려운 고비가 될 것이었다. 독룡고의 독룡지기를 이용하여 환자의 내기를 회복시키고 그 이후 독룡고를 제압하여 환자의 몸밖으로 끄집어 내서 제거하는 일이었다.
아마도 피말리는 혈전이 벌어지리라. 이긴다는 보장도 없었다. 조금만 실수해도 환자가 죽을 수 있으며 더하 면 자신에게도 해가 될 수 있었다. 중독되어도 피독주가 있으니 해독은 되겠지만 워낙에 극독인지라 쉽지 않 을 수도 있었다.
절대 극독의 존재를 감지했음인가....?
가슴속 목곽안에 든 피독주가 은은히 진동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피독주로 독룡고의 심사를 자극할 필요는 없 었다. 은성의 품안에 든 목곽이 품 밖으로 저절로 솟아나와 환자와 멀리 떨어진 서탁위에 조용히 내려 앉았다.
환자에게서 반장 정도나 떨어져 있는데도 은성은 심기를 사용하여 환자의 몸상태를 정밀히 조사할 수가 있었 다. 환자의 내기와 전혀 상충됨이 없는 심기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눈에 보이듯이 선명히 알 수 있는 심안의 조화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심기를 태극진기로 분화시킨후 또다시 오행진기중 진수기(眞水氣)로 변화시켜 환자의 단전을 부드러이 감싸자 독룡고가 기분이 좋은 듯 몇 번 꿈틀댄후 잠잠해졌다.
잠이라도 빠진듯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연이어 주입된 태극진기는 환자의 몸속에서 각각의 오행진기로 분화되 어 퍼져 나갔다. 각각의 특성에 맞는 장기로 찾아들어 장기들을 활성화 시키더니 본격적인 치료가 행해지기 시작하였다.
환자의 간(肝)속에 들어간 진목기(眞木氣)는 간을 활성화 시키다가 은성의 의도에 따라 실타래 같이 가늘게 좁아지더니 몇조각난 간을 정성스럽게 꿰매기 시작하였다. 촘촘히 꿰매진 진목기가 서서히 녹아서 간 안쪽으 로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잠시후 꿰맨 자욱조차 남기지 않은채로 간은 감쪽같이 봉합되어졌다.
진목기가 계속 활성화 시키는한 조만간 정상을 회복할수 있을 것 같았다. 간(肝) 다음으로는 진금기(眞金氣)로 폐(肺)를 치료하였다.
환자는 오장육부만 상처를 입은 것이 아니었다. 진기들이 모여들어 환자의 살을 헤집자 부러진 뼈에 꿰뚫린 살점이 서서히 빠져 나오고 몸을 움찔 움직여 부러진 뼈를 맞춰 주었다. 그리고 진기들이 상처입은 살점에 끊 어져 나간 혈관을 이어 주었다.
워낙에 중상인지라 은성이 환자의 상처를 모두 다 치료하는 데에는 세시진이나 소요되어졌다. 오장 육부는 물 론이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심안으로 세밀히 살펴 치료를 마친 은성은 환자의 몸속에 펼친 태극진기를 심기 로써 거두어 들인후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많은 환자를 치료하였지만 이처럼 심한 환자는 치료해본 경험이 없는 은성이었다. 다행히 심혈을 기울 여 오장육부를 치료하고 재대로 자리를 잡아 주었지만 내일 그리고 그 다음날이 문제였다.
밖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고른 숨을 내쉬며 평온하게 잠에 빠져든 환자에게 아침까지의 금쪽같은 시간은 신(神)의 은총이 베풀어지는 선물일 것이었다. 환자는 잠에 빠져들었지만 환자의 생의 의지는 잠들지 않고 계속 해 활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치유력은 신의(神醫)가 처방한 조제약 보다도 효과가 좋을 때도 많았다. 피곤함을 모르는 은성이었지만 휴식이 필요함을 느꼈는지 가부좌를 튼채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은성에게는 명상이 신의 선물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뜬 은성은 환자의 몸 상태를 살펴보고 내상이 거의 나았음을 알수 있었다.
이제는 환자의 기혈을 다스릴 차례였다. 막힌 경맥을 뚫고 경락을 원활히 유통시켜 환자의 기력을 회복시켜주 는 치료였다. 주화입마로 인하여 환자의 경락구조와 내기의 흐름은 실타래처럼 헝클어지고 얽혀 있었다.
이것을 하나 하나 풀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치료가 끝나면 일반인보다 조금 강한 완력을 발휘할 수는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경락이 뚫렸다고 내공이 갑 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주화입마로 흐트러지고 굳어버린 내기를 풀어 주었다고 중상을 입기전의 내력을 회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잘하면 처음에 보유했던 내공의 일할 정도는 회복할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나마 장담할 수는 없었다.
원인은 천하기물인 독룡고(毒龍蠱) 때문이었다. 유령왕과의 결전등 이미 숱한 내상으로 인간의 경락구조에 대 해서는 무불통지(無不通知)의 경지에 이른 은성이었다. 심안에 심기조차 가미되니 생각보다 어려운 치료는 아 니었다. 정오가 되기도 전에 두 번째 치료를 무사히 끝마칠 수가 있었다.
목곽을 챙기고 밖으로 나오며 매향검에게 환자의 식사를 부탁한 은성은 내일 아침에 마지막 치료를 할 것이라 이른후 발길을 보무당원들이 머무는 곳으로 돌렸다. 그런데 이곳 저곳에서 난데없는 함성이 들리어오고 있었 다.
"와! 잘한다!"
고함까지 지르며 응원하는 것을 보니 비무라도 벌어진 모양이었다. 전시에 비무라니 어울리지 않았지만 긴장 을 풀어줄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괜찮을 것도 같았다. 보무당 쪽으로 향하던 발길을 함성이 이는 쪽으로 돌 렸는데 뜻밖에도 군웅들이 모여서 바라보고 있는 곳은 비무대가 아니었다.
하나같이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바라본채 고함을 지르며 무언가를 응원하고 있었다. 군웅들을 따라 고개를 쳐 든 은성의 눈가에도 기쁨이 넘실거려졌다. 군웅들보다도 몇배나 더 기쁜 모양이었다.
'금아였다.'
구름속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금아 혼자 오십여마리의 혈각조(血角鳥)를 상대하고 있었다.
사나운 발톱과 부리로 맹수조차 갈갈이 찢어 버린다는 하늘의 무법자 혈각조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구름 속에서 금빛 광채가 번뜩이면 여지없이 검은 혈각조 한두마리가 깃털을 날리우며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몇십마리가 우르르 달려들면 어느새 피해 구름속으로 숨었다가 또다시 혈각조들의 허점을 파고들어 공격하는 금빛 광채는 탁월한 지략가이자 용맹무쌍한 장군이었다.
혈각조들의 숫자가 삼십여마리로 줄어들자 이제는 쫒고 쫒기는 형세가 역전되어 버렸다.
금빛 광채가 구름속으로 숨는 횟수가 줄어들자 혈각조들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려오는 숫자도 많아졌다. 하늘 에서 당할 것이 없다는 혈각조들이었지만 금빛 광채의 빛살같은 빠름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사납고 용맹스러움도 혈각조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공중 곡예를 하며 느닷없이 방향을 바꿔 혈각조들의 후미를 덮치자 또다시 두 마리의 혈각조가 머리가 터진채 밑으로 추락해 내려갔다. 이십여마리가 남자 혈각조들이 겁에 질린 듯 동작이 눈에 띄게 주춤거려졌다.
흩어지면 죽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한곳에 몰려 있었지만 전의를 상실한 듯 수비에만 급급할 뿐이었다. 그 주 위를 맴도는 금빛 광채는 틈을 엿보며 덮쳐들고 물러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윽고 십여마리의 혈각조만이 남게 되자 암천을 가르는 유성인양 그들의 중심부로 파고 들어갔다. 검은색 깃 털이 사방으로 흩뿌려지고 그 사이로 금광이 어른거리더니 세 마리의 혈각조가 꽁지가 빠져라 도망쳤다.
그들이 퍼져 나가는 자리에서 막 혈각조 한 마리의 머릿골을 부리로 쪼아 절명시킨 금빛 광채가 한 마리를 정 해 빛살같이 날았다. 검은색 깃털이 날리우던 허공 밑으로는 일곱 마리가 혈각조가 날개짓을 잊은채 뱅뱅 돌 며 곤두박질쳐 내려오고 있었다.
금빛 광채의 비행 속도는 눈부실 지경이었다. 도망치던 한 마리의 혈각조와 엉켜드는가 싶더니 숨통을 따 절 명시키고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날개를 퍼득였다. 군웅들의 눈에 검은 점을 간신히 따라잡은 금빛 광채가 검은 점과 겹쳐지는 것이 목격되어졌다.
그런데 두 번째 혈각조마저 처치한 금빛 광채는 되돌아 오지 않고 구름속으로 날아 사라져 버렸다. 비록 말 못하는 금수이지만 온갖 칭찬과 박수로써 환대해 주려고 하였는데 허무하니 사라져간 것이다.
아쉬움도 많았지만 기쁨 또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제는 마음놓고 전서구를 날릴 수가 있는 것이다. 워낙에 군웅들의 함성소리가 드높았는지 구경나온 수뇌부 들의 눈빛에도 한줄기 안도감이 세어져 나왔다,
군웅들이 금아를 금빛 광채로 밖에 볼수 없을 정도로 금아의 비행속도는 눈부실 정도였지만 은성은 금아의 형 상을 뚜렷이 알아볼 수가 있었다. 구름사이로 날아가 마지막 혈각조를 따라가는 것은 물론 저 멀리 구름 속에 서 빛나는 금빛 나래를 반짝이며 되돌아 오는 것도 바라볼 수 있었다.
'삐이익'
예전에 금아와 놀던 때처럼 은성이 입술을 오므리고 진기를 담아 휘파람을 불자 휘파람 소리가 허공중으로 높 이 높이 뻗어 올라갔다. 전음입밀처럼 진기를 조절하였기 때문에 주변 군웅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터이지만 금 아는 들을 수 있을 것이었다.
직후 구름을 제끼고 금빛 광채가 가공할 속도로 군웅들에게 쏘아져 내려왔다. 깜짝 놀란 군웅들이 다급히 자 리를 피했지만 피하지 않고 두손을 치켜드는 사람도 있었다.
은성이었다.
한줄기 뇌전이런가?
땅을 꿰뚫을 기세로 무자비한 속도로 떨어져 내려오던 금빛 광채가 지상에서 십장정도의 높이에서 거짓말처럼 속도를 줄이었다. 그뒤를 후폭풍이 뒤따랐다.
"콰아아아아"
금빛 광채가 떨어져 내려오는 것과 함참 뒤떨어져서 주변 공기를 파열시키는 듯한 굉음도 하늘에서 쏟아져 내 려왔다. 주변 공기마저 사납게 일렁거렸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들려오는 또다른 소리가 있었다.
"쿵!"
처참하니 죽어있는 혈각조의 시체였다. 기어코 잡아 죽인 것이다. 하늘에 떠 있을 때에는 잘 몰랐는데 혈각조 의 덩치는 날개까지 이장에 가까운 크기였다. 철판이라도 뚫을 정도로 날카로운 부리위로는 붉은 뿔까지 삐죽 이 솟아 나와 있었다. 두눈이 파여지고 형체조차 땅에 부딪히는 충격으로 이지러져 있었지만 보기만 해도 몸 서리쳐질 것 같았다.
이런 괴물을 혼자 오십여 마리나 처치한 괴물은....???
믿을 수 없었다. 금빛 광채에 뒤덮여 혈각조와 비슷한 크기인줄 알았는데 해동신룡의 어깨위에 앉아 부리를 비벼대는 금빛 괴물은 한자정도 밖에 되지 않는 귀엽기 이를데 없는 금빛 새이었다.
게다가.....
"은성아! 여기가 곤륜파냐? 한참 찾았다."
말까지 하고 있었다.
"응, 맞아. 그런데 검각산 갔던 일은 잘 되었냐?"
"당연하지. 물을걸 물어봐라! 그건 그렇고 은하는? 어! 맹주랑 같이 있잖아."
은성의 어깨에서 훌훌 날아오른 금아가 검후에게로 날아갔다. 날아가면서 맹주에게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 다.
"어이, 맹주. 요즘 밥맛이 없어졌나? 신수가 별루이네."
어이가 없는지 무림맹주 삼성검 반도승은 너털웃음을 터트릴 뿐이었다.
"나 안보고 싶었냐? 설마하니 은성이와 연애질 하느라 내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
검후의 어깨에 앉은후 노려보며 협박하는 금아였다.
"왜 안보고 싶었겠어. 금아가 다시 되돌아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돌아와서 정말 반갑다."
짓궂은 금아의 표현에 얼굴을 붉힌 검후가 활짝 웃으며 응대해 주었다. 그러자 금아는 기분이 좋아진 것 같 았다. 머리를 들어 검후의 뺨에 부비댔다. 나름대로의 애정 표현인 것이다.
"와! 금시조(金翅鳥) 만세!"
보무당에 소속된 사숙이 금아의 정체를 얘기해 주었는지 보무당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함성은 거대 한 물결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금시조 만세! 만세!"
그러나 금아는 동그란 눈을 장난스럽게 휘돌릴 뿐이었다.
"은하야! 재들 왜 그러냐? 오늘 밥 안줬냐?"
"....."
나중에는 시끄러운지 두 날개를 들어 귀까지 막아댔다. 그러면서 꿍시렁거렸다.
"짜식들이! 왜 나를 노려보면서 소리를 지르고 그러는 거야. 며칠 굶어서 내가 통닭으로 보이는거 아냐?"
아직은 인간에 비해 지능이 떨어지는 금아였다.
곤륜의 밤하늘은 유난히 찬연했다. 밤하늘을 길게 가로지른 은하수는 빛의 향연을 베풀고 은은하게 대지를 밝 혀주는 달빛은 별빛이 돋보일수 있도록 가끔씩 조각구름 속으로 숨어들곤 하였다.
그 별빛을 맞으며 은성과 검후가 다정히 서 있었다. 저 멀리 현천교의 무리들이 진을 치고 있는 넓은 공터가 보였다. 곤륜지로를 넘어 위치한 곳이었다.
그런데 현천교와 곤륜파의 중간 지점에서 갑자기 섬광이 피어 올랐다. 그리고 처참한 비명 한줄기가 밤하늘로 울려 퍼졌다. 하지만 모두들 이력이 난 듯 비명소리에 신경쓰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주변에 보초를 서는 수비무사들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어젯밤과 오늘까지 합하면 대충 일백여번이나 들려오는 비명소리였기 때문이었다. 모두 검후가 설치했다는 가 공무비한 진법 때문이었다.
"태사조님께서 남겨 놓으신 세 개의 진법중 두 번째예요. 사살배회진(邪殺徘徊陣)이라고 진이 펼쳐진 결계안 에 살진(殺陣)이 돌아다니며 빠져든 적을 골라가며 살상하는 진법이어요."
"적을 골라서 살상한다니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살진이 빠져든 적을 덮어씌우듯 포위하여 사악(邪惡)한 기운을 가진 적들만 골라 살상하는 진이라 고 설명되어 있는데 저도 그 이치는 잘 모르겠어요. 워낙에 도력이 높으신 태사조님께서 만드신 진이라서..."
"휴! 소림의 불수복마진(佛手伏魔陣)은 금강보리신공을 익히지 않으면 출입조차 불가능하던데 저 진도 심오하 고 난측하기는 그에 못지 않군. 정말로 진법의 위력은 그 끝이 어디인지....."
은성은 사고가 깊어져 말을 멈추었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또다시 말을 이었다.
"어쨋든 정파의 최고 고수들이 며칠내로 당도하실거라던데 그분들은 무사통과 하실수가 있을 것 같으니 다행 이네. 참! 요즘 마음 공부는 어때?"
전수해준 천부경의 성취 여부를 묻는 말이었다.
"오라버니 덕분에 어젯밤 드디어 보타문의 무공이 십성의 경지를 넘어섰어요. 사부님조차 오르지 못하신 경지 였는데... 아마 사부님도 자랑스러워 하실 거예요."
돌아가신 사부 생각이 났는지 검후의 음성이 조금 침울해졌다. 이를 위로하기 위해 은성이 검후의 등을 부드 러이 다독여 주자 검후가 은성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나직이 울먹였다.
"맞아. 틀림없이 그러실거야. 어두운 밤길을 밝혀주는 저 별빛들처럼 말없이 하매를 지켜주고 계실거야."
검후를 위로해 주려는 듯 은성이 조용히 속삭이자 검후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런 검후의 눈가에 별빛보다 더 찬연한 이슬방울이 맺혀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