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헌터 타이쿤-51화 (51/52)

제 51화

빌런 소사이어티 (1)

우리는 마녀의 빗자루를 얻어 타고 탈출했다.

그 직후에 자이간트는 거구를 한강 위로 무너뜨렸다.

- 콰아아앙!

한강 물이 사방으로 튀면서 굉음을 울렸다.

근처에서 얼쩡거리던 모터보트가 부랴부랴 속도를 높여 아슬아슬하게 도망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자이간트가 한강을 빠져나가기 전에 막았으니 다행이다.

【긴급 퀘스트 달성!】

[보상 :

1. 코인 + 250

2. 명성 + 16

3. 차원관리부와 관계도 + 2]

[자이간트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여 공헌도에 따른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추가 보상 : 빌런 소사이어티의 단서]

자이간트의 왼쪽 옆구리에서 가져온 마석이 반짝였다.

들어서 살펴보니, 그 마석의 밑바닥에는 희뿌연 색으로 꼬불꼬불한 문자가 적혀 있었다.

이게 뭔가 싶어서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문자를 만지작거리자, 내 손바닥에 그 문자가 그대로 묻어서 옮겨졌다.

“윽...”

“왜 그래, 형님?”

“이것 봐.”

장비비는 내가 펼친 손바닥을 보고서도 고개를 갸웃했다.

“손바닥이 왜?”

“여기 글자 있잖아. 이게 갑자기 나타났어.”

“형님. 피곤해?”

장비비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갸웃.

나는 빗자루를 운전 중인 마녀에게도 물어보았지만, 마녀도 무슨 소리를 하냐는 표정이었다.

내 눈에만 보이는 건가. 하지만 이 문자는 나도 알지 못하는 문자인데.

손바닥 위의 문자와 눈씨름을 하는 동안, 빗자루는 무사히 한강공원에 안착했다.

대기하던 헌터들이 자이간트의 뒤처리를 위해, 또 게이트를 닫기 위해 우리와 반대로 강물로 뛰어들고 있었다.

사람들이 어지럽게 오가는 와중에 신경애가 똑바로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오늘 일은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 없이 사건이 마무리 됐어요.”

“뭘요. 해야 하는 일을 한 건데요.”

“그런데, 죄송하지만...”

신경애는 내가 허리에 끼고 있는 마석을 보고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일단 차원관리부에서 부산물과 마석을 수거하고, 이번 레이드의 공헌도에 따라 각 길드에 코인을 지급해줄 거라고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 레이드에는 호랑 길드를 비롯해 다른 길드에서도 참여해서 각자 역할을 다했으니까.

나는 신경애에게 자이간트의 마석을 넘겨주었다.

“걱정 말아요! 신 차관님은 계산은 아주 확실하신 분이니까요!”

백호랑이 내 등을 팡 때리며 말했다.

“아뇨, 뭐, 그런 걸 걱정하는 건 아닌데요.”

“뭐어. 그럼 됐어요. 신 차관님! 자이간트를 숨겼다는 빌런은 찾았나요?”

신경애는 고개를 저었다.

“흔적을 찾는 중이지만 어려울 것 같네요. 맨 처음 자이간트와 조우한 헌터들은 아직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는 중이라 인상착의도 확보가 안 된 상황이구요.”

“자이간트 정도 되는 몬스터를 숨길 정도의 빌런이라면, 트릭스터 르나르가 아닐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예단은 금물이에요.”

나는 손바닥에 적힌 문자 이야기를 꺼낼까하다가 그만 두기로 했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문자이니 어떻게 설명을 할 방법도 없고, 나로서도 당장 해석이 되지 않는지라.

어떻게든 실마리를 찾으면 그 때 연락하면 되겠지.

백호랑과 신경애, 그리고 나는 서로의 얼굴에 적당히 금칠을 해주고 헤어졌다.

그 날 뉴스에는 이연채가 대낫으로 자이간트의 옆구리를 가르는 장면이나 장비비가 장팔사모를 뚫고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화제의 토픽으로 나왔다.

"왜! 저는! 안 나오는! 겁니까!"

박정하는 억울해 했다.

아무래도 방패로 때린 건 대낫이나 장팔사모를 휘두른 것보다는 임팩트가 약하니까 그런 게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심층보도에서는 박정하의 얼굴도 제대로 나왔기 때문에, 박정하는 그걸로나마 만족할 수 있었다.

긴급 퀘스트의 보상은 그럭저럭이었지만, 길드원들이 서로를 믿고 각자의 역할을 다해주었다는 점에서도, 내 투시안과 망라 스킬이 훌륭하게 연계되었다는 점에서도, 훈련의 성과를 확인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

『작은 카페테리아』

「비용 : 750 코인」

「설명 :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작은 카페테리아입니다. 아침과 오후에는 차와 커피, 그리고 약간의 디저트도 즐길 수 있습니다.」

「효과 : 길드원의 만족도와 관계도가 약간 증가합니다.」

추가로 빌린 길드 건물 4층에 가장 먼저 들인 길드 시설은 식당이었다.

길드원들이 지옥 훈련에 있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성실히 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강도 높은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만족도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일단은 무조건 복지 시설을 하나 들이려고 했는데, 길드원들의 투표를 통해 카페테리아와 만화방, 헬스장 중에서 카페테리아를 먼저 짓기로 한 것이다.

카페테리아는 바로 업그레이드해서 주문 가능한 요릿수를 늘리고 부엌도 쓸 수 있게 했다.

나나 셀파가 《요리》 스킬을 연습하기에도 안성맞춤이겠지.

방금도 야근을 마친 송서영에게 오므라이스를 해주었다.

송서영은 맛있다고 연호하면서 오므라이스 한 접시를 해치우고는 집으로 돌아간다며 길드 건물을 나섰다.

“바래다 드릴게요.”

“괜찮아요. 택시 불러서 갈 테니까, 길드 마스터도 이제 들어가서 쉬세요. 오늘 피곤하셨을 텐데.”

그렇지만 나는 잠이 안 와서 다시 카페테리아로 돌아와 커피를 내리고 웰시와 놀았다.

“아르르...”

웰시는 카페테리아 바닥에 바싹 누워서 개껌을 노려보았다.

살랑살랑 개껌을 흔들자 웰시는 뒷발로 서서 개껌을 앞발로 꼭 잡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영체의 앞발은 개껌을 스르륵 스쳐 지나고.

그래도 웰시는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개껌을 잡으려다가, 내 손바닥을 보고 짖었다.

“알!”

“쉿, 위에서 비비랑 다 자잖니.”

“아울.”

웰시는 기죽은 표정으로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내면서도 내 손바닥을 보고 꼬리를 빳빳이 세웠다.

“알!”

“쉿. 쉿 하라니까.”

“아울...”

웰시는 내 손바닥을 보고는 창문을 내다보기를 반복했다.

왜 이러는 거지?

다른 이유가 떠오르질 않으니 아무래도 손바닥에 적힌 문자가 원인인 것 같다.

이게 분명 빌런 소사이어티의 단서라고 했지.

웰시가 이렇게 안절부절 못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다.

나는 투시안을 발동해 건물 너머를 살펴보았다.

인근에는 딱히 눈에 띄는 게 없다. 길고양이 두 마리가 슬렁슬렁 돌아다닐 뿐.

그래도 나는 웰시를 믿기로 했다.

“이 문자에서 나는 냄새가 저 밖에서도 난다는 거지?”

“알!”

나는 쿨쿨 자고 있던 장비비를 깨웠다.

장비비는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서 장팔사모부터 잡았다.

“왜 그래, 형님? 누가 쳐들어왔어?”

“그건 아닌데 뭔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나가서 같이 살펴보자.”

“잠깐만... 나 하품 좀 하고.”

장비비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는 금세 또랑또랑한 눈망울을 빛냈다.

“기상 완료! 가보자! 참, 막내는?”

“수련 씨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는데...”

“형님이 그러면 어떡해? 길드 마스터가 길드원을 믿어줘야지!”

“그것도 그러네.”

혼자 일어나기 억울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는 장비비의 말에 따라 신수련도 깨웠다.

신수련은 마찬가지로 억울해하면서 셀파도 깨우자고 했지만, 굳이 짐꾼까지 데려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나는 장비비와 신수련, 그리고 웰시와 함께 길드 건물을 나섰다.

강시철은 기가 센 장비비와는 상극이라 화단 밑에서 나오지 않고 살짝 손만 내밀어 인사해주었다.

“알알!”

웰시는 밤거리에 나오자 좋다고 짖어댔다.

“대표니임. 웰시가 그냥 밤 산책하고 싶어서 조른 거 아니에요?”

신수련은 반쯤 감긴 눈으로 투정을 부렸다.

장비비가 까치발을 딛고 신수련의 이마에 손날을 먹여주었다.

- 빡

“악!”

“오. 기합 소리 좋고. 후긴한테 들려주면 좋아라 하겠다.”

“마법사 머리 나빠지면 어쩌려고 머리를 때려요! 대표님! 이거 직장 내 괴롭힘 아니냐고요!”

"직장 내 괴롭힘은 이런 거지."

- 빡!

"악! 나도 못 참아!"

- 툭탁툭탁

하여튼 둘은 틈만 나면 싸운다.

외동딸과 막내라서 궁합이 안 좋나.

“알! 알알알!”

웰시가 다시 내 손바닥을 졸라 냄새를 맡더니, 밤거리 한 쪽으로 달려나갔다.

“둘 다 싸움은 나중에 해요. 일단은 웰시를 따라갑시다.”

"이씨..."

"너..."

"그만! 갑시다!"

우리는 웰시를 따라 달렸다.

웰시는 골목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며 달리다가, 점점 더 인기척이 드문 길로 들어섰다.

재건축인지 재개발인지 한다고 한참 전부터 플래카드를 걸어두었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했는지 삽 한 번 뜨지 않고 있던 구역이었다.

상가는 텅텅 비었고, 도로에는 팸플렛과 명함만 떨어져 을씨년스러웠다.

“알! 알알!”

웰시는 이제 목적지가 가깝다는 듯이 귀가 눕혀질 정도로 잽싸게 질주했다.

나와 신수련은 헐떡이면서, 장비비는 가뿐하게 달렸다.

그렇게 잠시 달리던 와중에 장비비가 장팔사모를 꽉 쥐어 뒤로 젖혔다.

“형님! 나 먼저 갈게!”

“왜, 왜?”

“급해! 나중에 설명할게!”

장비비는 어두운 골목 안 쪽으로 장팔사모를 내던졌다.

- 후우우욱!

- 캉!

살벌하게 바람 가르는 소리가 울리더니, 장팔사모의 창날이 튕겨나가는 소리가 뒤따랐다.

장비비는 튕겨나간 장팔사모를 집어 들고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투시안을 발동해 상황을 살핀 후, 장비비에게 망라로 연결해 눈을 감으라고 전했다.

그 직후, 신수련은 내 지시에 따라 완드를 휘둘렀다.

“번쩍여라!”

섬광탄이 발사되며 이 근방 일대가 잠시 대낮처럼 환해졌다.

어둠이 도망가면서 남겨놓은 형상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장팔사모를 휘두르는 장비비.

불투명한 배리어로 급히 창날을 막아내는, 여우 가면을 쓴 마법사.

그리고 그 마법사의 머리통 위에 막 하이힐을 내려찍는 송서영.

- 콱

아. 저건 아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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