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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폐하의 취향에 대해 알려 드리려고요 (3/127)

3화. 폐하의 취향에 대해 알려 드리려고요2021.04.10.

리오넬은 정중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1655328418243.jpg“저는 에흐몬트의 국방부 장관이자 근위기사단장인 리오넬 발드르라 합니다. 전하를 모시기 위해 나왔습니다. 긴 여정에 노고 많으셨습니다.”

품위가 느껴지는 귀족적인 태도에 아델은 그를 가볍게 훑어보았다. 키가 매우 큰 남자였다. 평균적으로 키가 큰 에흐몬트 사람 중에서도 유난히 큰 것 같았다. 단정하고 수려한 이목구비와 검푸른 눈동자가 잘 어울렸다. 아델은 그를 향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마주 인사를 건넸다.

16553284182435.jpg“나는 아델라이드 고트로프요. 마중을 나왔다니, 고맙소.”

그녀는 시선을 돌려 기사들도 한 번씩 훑어본 뒤에 저 멀리 보이는 관문을 바라보았다. 제법 말을 탈 수 있을 만한 거리였다.

16553284182435.jpg“두 달 동안 배와 마차를 타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더군.”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리오넬은 대답하기보단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델은 이번엔 기사들이 타고 온 군마를 바라보았다. 말을 보자 가슴이 벅차게 뛰기 시작했다.

16553284182435.jpg“혹 여분의 말이 있소?”

1655328418243.jpg“왜 그러십니까?”

말투에 섞인 의문에 아델은 시선을 돌려 리오넬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제야 그녀의 복장에 시선을 두었다. 이국적인 옷은 치마와 바지를 합쳐 놓은 것 같은 모양새였다.

16553284182435.jpg“말을 탈 것이오.”

그 말에 지금껏 아델을 호위하던 기사가 조금 놀라며 그녀를 만류했다.

1655328418243.jpg“전하, 군마들은 사납습니다. 자칫 위험합니다.”

지금껏 말을 타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있었다. 따라오는 수레 행렬이 워낙 긴 탓에 그녀가 마음대로 말을 타 버리면 행렬의 속도가 엉망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중을 나온 기사들이 있다면 말이 다르지. 아델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16553284182435.jpg“감히 고트로프의 황녀에게 그런 걱정을 하는가?”

기마민족의 나라 고트로프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말을 잘 다루기로 유명했다. 리오넬은 아델이 입고 있는 옷이 고트로프식 승마복임을 유추해 냈다.

1655328418243.jpg“그러나 말의 품종이 고트로프와는 다르지 않습니까?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델은 리오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16553284182435.jpg“걱정할 것 없소. 여분의 말이 있다면 내어 주시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아예 말이 있는 쪽으로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기세를 보아하니 여분의 말이 없어도 꼭 타고야 말 것 같았다. 리오넬은 재빨리 그녀의 곁을 따라 걸었다. 아델은 군마를 눈으로 쭉 훑으며 걸었고, 이내 어느 녀석이 여분인지 알아챘다.

16553284182435.jpg“저 녀석이 주인 없는 말이로군.”

눈썰미가 대단했다. 이미 말리는 것은 틀렸음을 직감한 리오넬은 얼른 뒤의 기사에게 발 받침대를 가져오라 눈짓했다. 그의 신호를 알아챈 기사가 재빨리 발 받침대를 찾으러 간 사이, 아델은 이미 말의 코앞에 도착한 상태였다. 주위 사람들은 안절부절못했다. 거대한 군마 앞에 선 이국의 황녀가 너무나 작아 보였기 때문이다. 리오넬은 능숙하게 말의 고삐를 잡으며 아델에게 말했다.

1655328418243.jpg“발 받침대를 가져오고 있으니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아델은 그런 그에게 여유롭게 웃어 주더니 불쑥 손을 뻗어 말의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뜨끈한 짐승의 체온이 손바닥으로 느껴지자 기분이 좋아졌다.

16553284182435.jpg“내가 그대의 걱정을 좀 덜어 주어야겠군.”

1655328418243.jpg“무슨 말씀이십니까?”

16553284182435.jpg“발 받침대는 필요가 없소.”

아델은 그가 말릴 틈도 없이 몸을 움직이더니 제 키보다 큰 말 위로 눈 깜짝할 사이에 올라가 버렸다.

1655328418243.jpg“……!!”

16553284206846.jpg“!!”

곳곳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리오넬마저도 깜짝 놀란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여유롭게 말 위에 앉은 아델이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16553284182435.jpg“자, 이제 저 관문까지 좀 달려야겠소. 잘 따라오시오.”

그녀는 거대한 말을 능숙하게 몰았다. 곧이라도 달려갈 조짐이 보이자 리오넬도 재빨리 자신의 말을 향해 달려가며 기사들에게 명령했다.

1655328418243.jpg“모두 말에 올라 전하를 보필하라!”

놀란 눈으로 아델을 멍하니 바라보던 기사들은 그의 명령에 얼른 각자의 말에 올랐다. 아델은 리오넬이 말에 오르는 것을 힐끗 확인하고선 씩 웃으며 말 고삐를 조금 세게 흔들었다.

16553284182435.jpg“이랴!”

그와 동시에 아델을 태운 말이 대지를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가자 아델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굽이굽이 물결치는 들풀을 가로질러 달리자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아델의 뒤를 따르던 기사들은 그녀의 승마 솜씨에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아델을 보필하기는커녕 따라잡기에 급급한 지경이었다. 단 한 사람, 리오넬 발드르만이 그녀를 바짝 뒤쫓을 수 있었다. 리오넬은 휘날리는 검은 머리카락을 응시하며 말을 더 재촉했다. 그가 그녀와 나란한 위치에 이르렀을 때, 앞을 보고 달리던 아델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리오넬 역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기에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찬란한 햇빛이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16553284206846.jpg‘참 신비로운 색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며 동시에 정면을 바라보았다. 아델과 리오넬을 필두로 한 기사들은 에흐몬트 수도 성곽을 향해 무섭게 질주했다. 신나게 말을 달리던 아델은 2성곽이 보이자 말의 속도를 천천히 늦추었다. 말을 모는 데 남녀의 차이가 없는 것은 에흐몬트도 마찬가지인지라 황후가 될 그녀가 말을 탔다는 것이 문제가 될 리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 황궁에 들어가는 것은 무리가 있을 듯했다. 아델이 말을 멈추자 리오넬과 기사들도 일제히 멈춰 섰다. 리오넬은 아델이 멈춘 이유를 눈치챘다.

1655328418243.jpg“마차로 바꿔 타시겠습니까?”

아델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바라보자, 리오넬도 함께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다가오는 마차와 수레 행렬이 보였다. 어찌나 빠르게 달려오고 있는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16553284182435.jpg“……저렇게 빨리 올 필요 없는데.”

아델의 중얼거림에 리오넬이 힐끗 그녀를 바라보았다. 가볍게 상기된 뺨이 땀에 젖어 반짝이자 그는 시선을 돌렸다. 예비 황후가 기다리고 있자 마차와 수레의 행렬도 더 빠르게 달려왔다. 마차가 코앞에 도착하자 아델은 타고 있던 말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리고 거칠게 뛰는 말의 목을 톡톡 두드려 준 뒤 옆으로 다가온 리오넬에게 감사를 전했다.

16553284182435.jpg“덕분에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았소. 고맙소.”

리오넬은 마차 계단에 발을 얹는 아델에게 묵묵히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예의 그랬듯 손을 얹었다.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어느새 마차의 문이 닫혔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몸을 돌리고 걷던 그는, 불현듯 멈추어 다시 마차를 바라보았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리오넬은 이내 머릿속에서 금빛 눈동자를 밀어냈다. 그가 할 일은 여기까지였다. * * * 아델은 마차 안에서 시녀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었다. 언제 말을 탔느냐는 듯, 다시 마차 문이 열렸을 때 그녀는 우아한 드레스 차림이었다. 아델은 마차에서 내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리오넬 발드르는 제 역할을 끝낸 모양인지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라도 그 오묘한 빛은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역시나 없었다. 아델은 안내하는 시종을 따라 준비된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 날, 환대행렬이 줄을 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어찌 되었든 황후가 될 사람이니 눈도장을 미리 찍어 두어야 하겠지. 두어 달을 쉬지 않고 달려온 그녀의 입장에선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아델은 정치용 미소를 지어 가며 찾아온 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끝도 없이 밀려드는 방문객들을 맞이하던 아델은 정오를 기점으로 언짢아지기 시작했다. 줄을 이은 환대행렬 때문은 아니었다. 어느 귀족은 제 손녀까지 대동하고 나타나 인사를 해 대는데, 에흐몬트의 대표 격인 황제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부터 이어진 인사 행렬은 느지막한 오후가 되어서야 끝이 났는데, 황제는 그때까지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아델의 입술에 자조적인 웃음이 걸렸다. 더는 기다리지 않기로 마음먹은 아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16553284182435.jpg“피곤하구나.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인제 그만 자고 싶어. 방문객이 있거든 돌려보내고, 내일 찾아오라 이르거라.”

유창하고 또렷한 말투에 시중을 들던 시녀가 정중하게 고개를 조아렸다. * * *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한참이나 피로를 푼 아델이 욕실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주위가 어둑해진 뒤였다. 온몸이 나른하게 풀어진 아델은 이대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고 싶었다. 그런데 목욕가운을 입고 들어선 침실에는 예기치 않은 방문객이 있었다. 황제는 아니었다. 소파에 앉아 있던 여인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정중한 태도로 묵례를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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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델은 구불구불한 금발을 허리까지 늘어트린 여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곳은 황후의 침실이었다. 손님들은 모두 응접실에서 맞이했고, 시녀들도 손님들은 응접실로 안내하였다. 그런데 저 여인은 어찌하여 주인도 없는 침실에 이토록 당당하게 앉아 있을 수 있었을까? 또한, 방문객이 있으면 돌려보내라 하지 않았던가? 에흐몬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아델은 일단 침묵하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아델라이드의 금빛 눈은 어두운 밤엔 오싹한 빛으로 빛났다. 칠흑 같은 검은 머리카락과 대비되는 금빛 눈에선 야성마저도 느껴졌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시선이 두 여자 사이를 맴돌았다. 먼저 한발 물러난 것은 디안이었다. 고트로프 황녀에 대한 첫 탐색을 마친 디안은 정중한 태도로 고개를 조아리며 자신을 소개했다.

16553284229092.jpg“안녕하세요, 황녀님. 저는 디안 푸아티에라고 합니다.”

디안 푸아티에. 그 이름을 듣자 불현듯 함에 들어 있던 작은 쪽지가 떠올랐다. 불쑥 불쾌함이 치솟았으나, 아델은 고개를 기울여 싱긋 웃었다가 디안을 스쳐 지나가 화장대에 앉았다.

16553284182435.jpg“옷이 다 젖는구나. 어서 머리카락을 말려다오.”

아델의 말에 그녀를 시중들던 이가 재빨리 다가와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기 시작했다. 디안은 아델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묵묵히 지켜보았다. 고트로프의 마녀, 고트로프의 흑표범. 고트로프에서의 이명은 에흐몬트에 알려지지 않았다. 바다를 사이에 둔 두 제국은 서로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깊고 험한 바다를 넘어 상대를 집어삼키는 짓은 하는 쪽이 손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디안은 욕실에서 나오는 황녀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 막연하게 짙고 울창한 숲속 금빛 눈동자의 맹수를 떠올렸다. 전율에 가까운 오싹한 것이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삽시간에 강타했지만, 디안은 기뻤다.

16553284229092.jpg‘다행이야.’

디안의 입술이 슬그머니 올라갔다.

16553284229092.jpg‘정말 다행이야. 폐하께서 좋아하실 얼굴이 아니야.’

표정이 관리되지 않아서 디안은 몸을 돌려 얼굴을 감추었다. 그 모습을 아델은 거울을 통해 보고 있었다.

16553284182435.jpg‘웃어?’

아델의 눈이 가늘어졌다. 작은 쪽지에 적힌 정보를 딱히 신경 쓰지 않았었다. 고트로프는 정부나 혼외 자식에 대한 대우가 매우 박했다. 그랬기에 황제의 정부들은 황후인 어머니 근처도 다가오지 못했었다. 인간은, 자기가 경험한 것을 기준으로 세상을 보곤 한다. 그래서 아델은 에흐몬트 황제의 정부에 대해 가벼이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찾아올 정도라면…… 이야기가 다른데. 그때, 디안이 다시 몸을 돌려 다가와 시녀에게서 수건을 받아 들었다.

16553284229092.jpg“황녀님, 제가 머리를 말려 드려도 될까요?”

아델은 거울을 통해 디안의 눈을 바라보았다.

16553284182435.jpg“그대는 시녀인가?”

디안은 그 질문에 입술을 끌어 올려 미소를 지었다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16553284229092.jpg“아뇨, 아닙니다.”

16553284182435.jpg“그런데 왜 내 머리카락을 말려 주겠다 자처하는 것이지? 또, 나는 분명 오늘 더 이상 방문객을 받지 말라 일렀는데, 시녀가 아니라면 그대는 어찌하여 내 침실에 있는 것인가? 내 허락도 없이.”

차분하고 단호한 어조에 디안은 눈을 깜빡이다가 수건을 든 손을 천천히 떨구었다. 아델은 거울을 통해 디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윤기가 흐르는 탐스러운 금발은 물결처럼 굽이굽이 흘러 허리께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티 하나 없이 맑은 얼굴엔 깨끗한 하늘의 단면을 베어 붙인 듯한 하늘색 눈동자가 자리 잡았고, 한눈에도 가녀린 어깨는 말 그대로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았다. 이제 갓 20살은 되었을까 싶은 외모였다. 그녀의 어투와 표정은 지극히 순종적으로 보였다. 아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려 디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시선을 내리고 있던 디안이 고개를 들어 아델을 바라보았다.

16553284229092.jpg“언짢으셨다면 죄송해요. 다만 저는, 황녀님께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

16553284182435.jpg“무엇을?”

16553284229092.jpg“폐하의 취향에 대해서요.”

16553284182435.jpg“…….”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했다. 미간이 대번에 찌푸려지면서 입가가 들썩였으나, 막을 길이 없었다. 아델의 모습에 디안은 해사하게 웃었다.

16553284229092.jpg“폐하의 취향에 대해 궁금해하실 것 같아 알려 드리려고 왔어요, 황녀님.”

사람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잠시 얼어붙는다고 한다. 아델이 뭐라 답하기 전에 디안은 순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16553284229092.jpg“음……. 폐하께서는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을 좋아하세요. 그런데 이렇게 생머리이셔서야. 머리카락을 구불구불하게 말아 보세요.”

그러더니 그녀는 아델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덧붙였다.

16553284229092.jpg“또…… 안색이 이렇게 창백하셔서야. 볼에 발그레하게 화장을 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걱정해 준다는 듯한 말투와 표정에 깊은 짜증이 솟구쳤다. 아델라이드 고트로프에게 에흐몬트로의 여정은 유배길과 다름없었다. 오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란 뜻이다. 그런데 오자마자, 감히 내게 뭐? 아델은 디안을 정면으로 노려보며 입술을 끌어 올려 웃었다. 창백한 뺨과 대비되는 붉은 입술이 비스듬해지며 금빛 눈이 번뜩였다. 가까이 서 있던 시녀가 그 모습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섰으나, 디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델은 손을 들어 디안의 탐스러운 금발을 한 줌 잡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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