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합궁하지 않을 것이니 기다리지 마시오2021.04.17.
아델은 상석을 바라보았다. 상석에 앉아 있는 이는 2명이었는데 한 사람은 여자, 한 사람은 남자였다. 이런 날 늦어 식을 망친 카를에 대한 분노를 삭이던 엘리자베타는 아델의 시선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자베타는 아델이 상석에 앉아 좌중을 휘어잡은 모양새가 마음에 들었다. 만약 그녀가 계속 대신전 입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면 귀족들은 이 상황을 즐기며 웃어 댔을 것이고, 그것은 곧 황실의 위신과도 연관이 되었을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폐하. 엘리자베타 울리히 그랜드라 합니다. 뵙고 싶었습니다.”
엘리자베타는 아델에게 정중히 묵례했고, 아델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인사를 가볍게 받았다. 곧 엘리자베타 옆에 앉아 있던 남자도 자리에서 일어나 아델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이리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아우구스 울리히 데스포네라 합니다.”
아델은 그들의 정중한 인사에 부드럽게 웃으며 가벼운 어조로 화답했다.
“두 분의 정중한 인사에 제가 뭐라 소개를 해야 할지 어렵습니다. 어서 식을 올리고 당당히 제 이름을 소개하면 좋을 텐데요. 울리히 에흐몬트. 그 발음마저도 우아하며 격식 있게 들립니다. 저는, 어서 울리히 에흐몬트가 되고 싶은 아델라이드라 합니다.”
적당히 가벼우면서도 무게감 있는 어투와 유수같이 흐르는 말에 두 공작은 눈을 휘며 웃었고, 귀족들도 예비 황후의 귀에 거슬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함께 웃었다.
“이미 이 제국의 황후 폐하처럼 보이십니다. 당당히 울리히 에흐몬트라 소개하셔도 무방하십니다, 폐하.”
데스포네 공작의 말에 귀족들 사이에서도 동조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에 아델라이드는 가벼이 웃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칭찬이 아닙니다.”
“자, 두 분 앉으세요. 폐하께서 오실 때까지 좀 더 기다려야 할 모양이니 말이에요.”
그리고 몸을 돌려 두 사람보다 먼저 자리에 앉았다. 수많은 귀족이 모인 이곳에서 누가 가장 윗사람인지, 아델라이드는 다시 한번 모두에게 각인시켰다. 단순히 인사를 주고받은 뒤 자리를 권함으로써 말이다. 저런 것은 배운다고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엘리자베타는 웃음이 튀어나올 것 같아서 입술을 꾹 물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숙부 데스포네 공작을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획 돌렸다. 그리고 잠시 후. 모두를 기다리게 한 주인공이 등장했는지 대신전의 입구가 소란해졌다. 아델라이드는 마음 같아선 당장 달려가 눈을 부라려 주고 싶었다. 그러나 황후 체면이 있지.
‘그놈의 체면.’
어쩌겠나? 황족이란, 그 ‘체면’을 먹고 사는 존재인 것을. 아델라이드는 의자 등받이에서 허리를 떼고 꼿꼿하게 앉았다. 대신전 입구 주위의 시종들이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는 것이 먼저 보였다. 두세 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길이 만들어지자 시종이 외쳤다.
“황제 폐하 드십니다!”
그의 말에 좌중이 일제히 일어나 몸을 돌리느라 분주해졌다. 오직 한 사람, 아델라이드만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엘리자베타는 그런 아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델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되었다. 숨 막힐 듯 적막한 침묵을 뚫고 단정한 구둣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곧, 예복을 입은 키가 큰 남자가 불쑥 나타났다. 카를 울리히 에흐몬트. 늘씬하게 키가 큰 사람이었다. 날렵한 몸에 딱 들어맞는 예복, 어깨에서 반짝이는 황제의 견장은 그를 더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그의 외모였다. 반짝이는 금발과 진한 자색의 눈동자는 놀라울 만큼 조화로웠다. 초상화에 그려진 모습이 실물을 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수려한 외모였다. 그러나 아델은 그 아름다운 얼굴을 보자마자 미간을 굳혔다. 붉은 눈매와 날렵한 턱 때문인지, 아니면 날카로운 시선 때문인지 그의 아름다움은 어둡고 퇴폐적인 느낌마저 풍겼다. 더구나 그녀를 쏘아보는 듯한 그 눈빛이 아주 위험해 보였다. 아델이 그를 기다리며 서 있었던 선에 황제가 다가와 서자, 그녀도 그제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부부가 될 것임에도 두 사람은 나란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마주 보며 대치하듯 서 있었다.
“의자를 치우거라.”
적막한 침묵을 깨트린 것은 아델이었다. 그 명령을 내린 뒤 아델은 카를을 직시하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 * * 예비 황후가 될 고트로프의 황녀는 상석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장하는 순간, 황제인 카를조차 이곳에서 누가 윗사람인지를 인식할 정도였다. 그녀는 의자도 없던 자리를 상석으로 만들어 이곳의 모두를 장악하고 있었다. 카를은 황후의 모습을 예리한 시선으로 관찰했다. 황제가 오고 나서도 제자리를 지키던 그녀는 이윽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를 치우거라.”
단호한 명령에 시종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명령에 따랐다. 그리고 그녀가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칠흑처럼 검은 머리카락과 대비되는 선명한 금빛 눈동자, 그와 어울리는 화려한 금관. 걷는 걸음걸음마다 완벽함이 흘러넘치는 듯했다. 위엄과 기품이 있는 고트로프 황녀는 그 모습 그 자체로 황후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카를 울리히의 무언가를 건드렸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아델라이드를 바라보았고, 그의 눈빛에 아델의 시선도 차갑게 변했다. 이제 곧 부부의 연을 맺을 두 사람은, 이 삭막한 길 위에서 서로를 처음 마주했다.
“안녕하시오.”
“안녕하세요.”
차갑디차가운 어투였다. 아델라이드는 차분히 몸을 돌려 그의 옆에 나란히 섰다. 싸늘한 냉기가 옷을 뚫고 들어오는 듯하고, 그와 마주한 오른 어깨와 귓가엔 오소소 소름이 돋는 것만 같았다.
‘하아…….’
시작도 전에 피곤하여 아델은 마음속으로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이윽고 축성을 내릴 대신관이 자리를 잡고 서자, 가까이 서 있던 시종과 시녀가 두 사람에게 행진할 것을 권했다. 시녀가 화려한 부케를 내밀었고, 시종은 황제에게 이렇게 말했다.
“황후 폐하의 손을 잡으시지요, 폐하.”
그런데 아델을 힐끗 본 황제가 못 들은 척 먼저 한 걸음을 걷는 것이 아닌가?! 대신전에는 얼음물을 끼얹은 듯한 소름 돋는 적막감이 다시 한번 휘몰아쳤다. 황제가, 황후의 손을 잡고 입장할 것을 거부한 것이다. 늘 표정 관리를 하던 아델마저도 갈라지는 빙하처럼 표정에 금이 가 버렸다. 두 눈에서 불꽃이 튀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어금니를 세게 물었다.
“……저…… 황후 폐하.”
그때, 시녀가 떨리는 음성으로 다시 한번 부케를 내밀었다. 아델은 그 꽃을 분노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가 단호하게 말했다.
“필요 없다. 들지 않고 걷겠다.”
“예, 예?”
“예법에 맞지 않느냐?”
“그것은 아닙니다.”
“그럼 됐다.”
아델은 그 말을 끝으로 한 걸음 성큼 걸었다. 그리고 황제와 보폭을 맞출 노력을 버린 채 홀로 걷기 시작했다. 카를 역시도 그녀의 보폭과 상관없는 걸음을 걷고 있었고, 두 사람은 그저 같은 길을 각자 걸었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예복만 아니라면 이것이 결혼식인지조차 모를 장면이었다. 치미는 울화를 간신히 억누르며 걷는 아델에게, 가까이 서 있던 카를이 나직하게 속삭였다.
“많은 것을 바라지 마시오.”
“…….”
순간, 자리에 우뚝 멈춰 서 버릴 뻔했으나 황제는 그녀의 등을 가볍게 밀었다. 멈추지 말고 걸으라는 무언의 압박에 아델은 다시 걸었다. 대신관이 있는 제단까지는 꽤 멀었다.
“무슨 의미입니까?”
나직한 질문에 카를은 다른 말을 했다.
“디안 푸아티에에게 시녀냐고 물었다 들었소.”
“허락도 없이 침실에 들어와 있었으니 그리 묻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시녀가 아니니 더는 그녀에게 무례를 범하지 마시오.”
‘너야말로 내게 무례를 범하지 마라.’
아델은 황제의 귀에 대고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입을 열면 저도 모르게 그 말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서 그녀는 있는 힘껏 턱에 힘을 주었다. 표정 관리가 되지 않고 있을 것은 뻔했다. 열기가 올라 얼굴이 홧홧하게 느껴질 정도고, 거친 숨이 터질 것만 같아서 천천히 숨을 몰아쉬어야만 했다. 어떻게 제단까지 걸어왔는지 전혀 기억나지도 않았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이 기가 막힌 결혼식이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에흐몬트의 결혼 풍습에 입맞춤 혹은 서로를 마주 보는 예가 없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아델은 대신관의 어깨를 노려보다시피 하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무슨 축하를 하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황제는 할 말을 다 한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대신관이 열심히 축복의 기도문을 읊는 와중에 그가 나직하게 한마디를 더했다.
“오늘 나는 합궁하지 않을 것이니 기다리지 말고 쉬도록 하시오.”
“…….”
“……하여, 두 분은 서로가 서로에게 신의를 다하여 만인의 모범이 되는,”
서로가 서로에게 신의 같은 소리 하네. 아델은 저도 모르게 피식, 비웃고 말았다. 결혼하자마자 너는 내 부인이 아니라고 못을 박는 듯한 황제의 태도 어디에 신의가 있단 말인가? 그의 신의는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아델라이드 고트로프는 아델라이드 울리히 에흐몬트가 됨을 신 앞에 고하는 바입니다.”
이런 빌어먹을. 정말 되돌이킬 수가 없게 되었다. 아델은 탄식하며 눈을 감아 버렸다. * * * 당혹스러웠던 결혼식이 끝나자 아델라이드는 곧장 황후궁으로 향했다. 그녀는 시녀들을 따라 길을 걸으며 들쑤신 듯 요동치는 속을 잠재우려 무던히 애를 썼다. 황태녀 자리를 내놓으라던 어머니의 말씀을 들은 날처럼, 다 두고 고트로프를 떠나라시던 그날처럼 속이 메스꺼웠다.
“황후 폐하, 괜찮으십니까?”
가까이 서 있던 시녀가 조심스럽게 묻자, 아델은 제 영혼의 뺨을 호되게 내리쳤다.
‘정신 차려, 아델라이드!’
순식간에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온 아델은 무엇이 문제냐는 듯한 시선으로 시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시녀들은 정중히 고개를 조아린 뒤 다시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황후궁이 화려한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델의 걸음이 서서히 느려졌다. 타오르는 햇살에 반사되어 금빛으로 빛나는 궁을 보며 생각했다. 생각보다 에흐몬트에서의 생활이 녹록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하긴, 그녀의 삶 그 어느 순간 녹록하고 안락했던 때가 있었던가? 아델은 눈을 감고 늘 가슴에 품고 다니는 경전의 구절을 주문처럼 되뇌었다.
‘큰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눈을 떴다.
‘황야를 가로지르는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
아델은 황후궁을 향해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은 오늘 결혼한 새 신부라기보다는 투지를 불태우며 전장으로 향하는 전사 같았다. * * * 한편 그 시각. 디안은 창 너머로 보이는 황후궁을 바라보고 있었다.
“식은 끝났니?”
“예, 모두 끝났다 합니다.”
에흐몬트식 결혼은 정갈한 예식과 가벼운 인사 정도가 보통이었다. 화려한 연회는 오히려 좋은 기운을 앗아 간다고 하여 지양하는 편이라, 황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숙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디안은 새삼 에흐몬트 결혼 문화가 마음에 들었다. 온 수도가 황제의 결혼으로 들끓었다면 가슴이 더 쓰렸을 것 같았다.
“이제 좀 드셔도 되지 않으실까요? 벌써 여러 날 끼니를 거르셨잖아요?”
한 시녀의 물음에 디안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시녀를 돌아보았고, 날 선 시선에 시녀는 어깨를 움츠리며 디안의 눈치를 보았다.
“눈치가 이렇게 없어서야.”
디안의 가장 가까이에 서 있던 시녀, 로레인이 디안을 대신하여 그녀를 탓했다.
“속이 거북하셔서 못 드시고 있으신데, 너는 마치 일부러 먹지 않았다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구나?”
“아니, 저는 그게 아니라,”
“못 드시고 있으신 거다, 알겠어?”
혼이 난 시녀는 고개를 조아리며 디안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
죽음이 깔린 것 같은 침묵이 그들 사이에 내려앉았다. 디안은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시녀를 바라보았고, 시녀는 입술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디안의 눈치를 힐끗 본 로레인이 얼른 시녀에게 다가가 으르렁거렸다.
“너! 도대체 너를 교육한 것이 누구야?!”
“제, 제가 무, 무엇을…….”
“이런, 멍청이가!”
디안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싸늘한 어조로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았다.
“됐어, 비켜 봐.”
“예?”
“비켜 보라고.”
로레인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시녀는 제가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 감조차 오지 않은 채로 디안을 마주 보게 되었다. 엄동설한같이 꽁꽁 언 디안의 표정에, 덜덜 떨던 시녀가 얼른 무릎을 꿇었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제, 제가 잘 몰라 저지른 일이니 부디…….”
“아, 그래. 네 말이 맞아.”
디안은 무릎을 꿇고 있는 시녀에게 다가가며 비아냥대듯 말했다. 그리고 시녀의 턱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천천히 들어 올렸다. 손아귀에 얼굴이 잡힌 시녀의 얼굴엔 공포가 가득했다. 그 모습에 심장 저 깊은 곳이 서늘해졌다.
“네가 뭘 모르는지 모르는 듯하니, 알려 줄게.”
“예, 예.”
“‘아가씨’라니.”
“……네?”
“여기가 흔한 귀족들의 저택인 것 같니? 내가, 그런 흔한 사람 같아?”
“…….”
디안은 다른 한 손을 들어 시녀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자, 여기는 황궁이야. 그렇지?”
“네, 네.”
“나는 이 궁의 주인이고.”
“네.”
“어디 감히 ‘아가씨’야?!”
“악!!”
별안간 시녀의 머리카락을 세게 움켜쥐며 뒤로 꺾는 디안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시녀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목이 뒤로 꺾인 시녀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빌기 시작했다.
“다음번엔 절대로 실수하지 않을게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울며 비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디안은 손을 탁, 털어내며 몸을 일으켰고 시녀는 그 반동에 쓰러졌다.
“아래위 구분은 있어야지. 나는 이 상아궁의 주인이야. 그러니 너희는 나를 ‘궁주님’이라고 불러. 알겠니? 이 궁의 주인이라는 뜻이란다.”
“예, 예, 궁주님.”
“하아…….”
디안은 긴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렇게 모자란 아이들만 가득해서야.”
지친 듯한 모습으로 침실로 향하는 그녀에게 로레인이 얼른 따라붙으며 속삭였다.
“의원을 대기시켜 놓을까요?”
“그래. 그러렴. 난, 깬 적이 없는 거야.”
“물론입니다, 궁주님.”
디안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침대에 몸을 뉘었다. 벌써 일주일째 곡기를 끊다시피 한 바람에 온몸이 물 먹은 듯 나른했다. 그래도 바싹바싹 몸을 말린 보람이 있었다. 내일이 되면 황후의 명예는 땅에 떨어질 것이고, 그럼 그녀도 알게 되겠지. 이 넓디넓은 황궁의 주인이 누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