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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디안과 긱스 부인 (32/127)

32화. 디안과 긱스 부인2021.07.20.

후드 그림자 사이로 번뜩이는 금빛 눈동자가 요요했다. 아델은 입술을 끌어올려 웃으며 그녀의 앞에 마주 앉는 형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16553289952395.jpg“주인 없는 마차에 먼저 타고 있었던 무례를 용서하시오.”

그리고 얼굴을 가리고 있던 후드를 벗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16553289952395.jpg“반갑소, 발드르 공.”

황후의 태도는 여유롭고 차분했으나, 느껴지는 기세는 한 자루의 잘 벼려진 명검을 떠올리게 했다. 테세우스는 정중히 답했다.

16553289952405.jpg“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황후 폐하.”

테세우스는 그녀를 여유롭고 차분하다 평했으나, 아델은 사실 굉장히 곤혹스러웠다. 물론 겉으로는 조금도 드러나지 않았으나 심정은 분명 그랬다. 아델이 리오넬에게 했던 부탁을 위해서는 공가 주인인 테세우스의 허락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델은 미리 짐을 꾸려 놓고 발드르 공작의 허가가 났다는 리오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황후궁에 들이닥친 황제와 입씨름을 하다가 가방을 챙길 새도 없이 충동적으로 황후 궁을 나와 버린 것이다.

16553289952395.jpg“사실 공의 허가를 기다리던 중이었소. 이미 마차를 차지한 채로 할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랬소.”

아델은 호의적인 미소를 지으며 형제를 번갈아 응시했다.

16553289952395.jpg“한 사나흘 정도 신세를 져도 괜찮겠소?”

테세우스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답했다.

16553289952405.jpg“영광입니다.”

형제가 시원시원해서 좋네. 황후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리오넬은 맞은편에 앉은 황후를 바라보았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좁은 마차 안에서 황후의 존재감을 무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테세우스도 마찬가지였는지 형제는 알게 모르게 맞은편에 앉은 황후를 살피고 있었다. 저 가벼운 검은 운동복은 어디서 가져오신 것일까. 딱 맞는 부츠까지 완벽하게 암행 차림이었다. 황후는 마차 벽면에 바짝 붙어 앉아서 연신 바깥을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금빛 눈동자가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 다 보일 정도였다. 한참 창밖을 바라보던 그녀가 문득 물었다.

16553289952395.jpg“지금 이 정도가 수도 보통 평민들의 생활 수준이오?”

잘 정비된 도로, 줄지어 늘어선 깨끗한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과 그 사이를 뛰어다니는 아이들. 깔끔하게 손질된 의복을 구색에 맞게 갖춰 입은 모양새. 가옥은 고래 등처럼 크고 화려하지는 않으나 망가진 구석 없이 손질되어 있고, 외관을 꽃 등으로 꾸며 놓았다. 길가에 오물은 보이지 않았고, 구걸하는 사람도 없다. 아델은 그런 것들을 살피고 있었다.

16553289952405.jpg“어때 보이십니까?”

테세우스의 질문에 밖을 보고 있던 아델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테세우스는 쓰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다시 물었다.

16553289952405.jpg“무엇을 보고 계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를 물끄러미 응시하던 아델은 도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세상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16553289952395.jpg“의복은 정갈하며 구색이 맞고, 집의 내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외부는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군.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듯 보이니 이 정도면 평민이라지만 중산층이 아닌가 싶소. 보통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16553289952405.jpg“…….”

16553289952395.jpg“어떻소? 고트로프에선 이 정도면 잘사는 축에 속하는데. 에흐몬트는 어떠한가?”

16553289952405.jpg“암행을 자주 다니셨습니까?”

16553289952395.jpg“궁 안에서의 시간보다 궁 밖에 있던 시간이 길었소. 자, 이제 내 물음에 답을 주시오.”

16553289952405.jpg“예. 맞습니다. 이곳은 중산층의 주거 지역입니다. 정북 방향으로 십 분 정도 더 가면 작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규모 슬럼가가 존재하지요.”

아델과 테세우스의 시선이 맞물렸다.

16553289952405.jpg“탑으로 인해 고향을 잃은 수많은 난민이 갈 곳은 결국 그런 곳들뿐이라, 현재 대부분의 영지에 슬럼가가 생성, 확장되고 있습니다. 수도의 슬럼가 또한 마찬가지로 커지고 있지요.”

16553289952395.jpg“…….”

16553289952405.jpg“칼뱅 백작을 왜 부르셨던 것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마차는 교목림 지대로 빠르게 들어서고 있었다. 내리쬐던 가을볕이 키가 큰 나무에 허리가 잘렸고, 마차 내부는 마치 밤이 된 것처럼 어둑해졌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의 황후는 햇살 아래에서 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16553289952395.jpg“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었소. 그이에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 테지만.”

이 대답에 황제는 화를 내었지.

16553289981349.jpg“……혹 고트로프에 계실 때, 구조 활동을 하셨습니까?”

리오넬은 그럴 것이라고 확신했다. 황후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탑을 파괴하고 다녔으리라. 탑을 파괴하던 움직임은 숙련자가 아니고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것이었다. 그의 생각이 맞았는지 황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녀가 꺼낸 다음 말은 단언컨대 발드르 형제 모두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16553289952395.jpg“나는 고트로프 탑 대항 본부의 창설자이자 총책임자였소.”

그 말을 하고 나자 뭔가가 그녀의 명치를 세게 쳐올리는 것 같았다.

16553289952395.jpg“지금으로부터 여섯 달 전까지만 해도 그랬지.”

고트로프의 거친 산야를 가로질러 탑이 내려오는 곳을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다. 탑이 땅에 닿기 전에, 그 탑에서 이 땅의 사람들을 짓밟을 마수가 쏟아져 나오기 전에 반드시 파괴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동료들은 지금도 그곳에서 달리고 있을 것이다. 황후의 눈빛이 한순간에 변했다. 여유롭고 침착하던 금안에 선득한 울분이 섞여들었다. 고트로프의 산야를 가로지르며 아델은 고통스러웠으나 동시에 행복했다.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탈력감 속에서도 내려오는 탑을 보면 몸이 달아올랐다. 재앙을 면한 주민들의 기꺼운 환대, 어린아이들이 내미는 화관. 눈을 감으면 선명한 나의……. 마차가 빠르게 달려 교목림 지대를 벗어나자 개안한 것처럼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16553289952395.jpg“마지막 한 사람까지 포기하지 말고 구조하라. 인간에 대한 양심을 지켜 예의를 다하라.”

그것은 아델라이드가 모후의 반대를 무릅쓰고 탑 대항 본부를 창설하며 주창한 이념이었다. 아델의 신념이자, 탑 대항 본부의 창설 목적이었던 문구였다.   ‘인간에 대한 양심을 지켜 예의를 다하라.’   이는 사실 어머니를 향해 보란 듯이 내건 것이기도 했다.

16553289952395.jpg“대답이 되었는가?”

리오넬과 테세우스는 숨 쉬는 것도 잊어버린 채 아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거친 산과 시뻘건 용암에서 태어난 한 자루의 검처럼 보였다. * * * 이윽고 세 사람이 공저에 도착했다. 미리 이르지 않았음에도 공저 후문으로 마차를 몬 현명한 마부 덕분에 아델은 남몰래 공저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16553289952395.jpg“고맙네. 기회가 된다면 다음번에도 자네의 마차를 탈 수 있으면 좋겠군.”

아델은 원래 공치사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다.

16553290008531.jpg“돌아갈 때도 이 마차를 타시면 되지요.”

16553289952395.jpg“오. 그렇군. 그럼 돌아갈 때도 부탁 좀 하겠네.”

마부는 떨지 않으려 애쓰며 고개를 숙였다.

16553290008531.jpg“영광입니다!”

아델은 기분 좋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 과연 공저는 에흐몬트 개국 공신 가문답게 크고 웅장했다. 오래전 지어져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으나, 낡았다는 느낌을 조금도 들지 않았다.

16553289952395.jpg“공저가 아주 멋지군.”

16553290008531.jpg“칭찬 감사합니다.”

16553289952395.jpg“진심이오.”

테세우스가 정중한 태도로 앞장서고 아델과 리오넬은 그 뒤를 나란히 따라갔다. 아델은 걷다가 문득 리오넬에게 말을 걸었다.

16553289952395.jpg“리오넬.”

지나치게 친밀한 호칭에 깜짝 놀란 테세우스가 황후를 뒤돌아보았지만, 호명당한 당사자는 아주 자연스러운 얼굴로 황후를 바라볼 뿐이었다.

16553289952395.jpg“공저에 장서가 많을까?”

16553289981349.jpg“많습니다. 장서 수집이 취미이신 분들이 꽤 많았으니까요.”

두 사람 다 놀란 공작은 안중에 없었다. 걸음을 옮기며 대화를 하는 모양새가 퍽 자연스러워서 테세우스는 멈춰 선 채 눈만 깜빡였다.

16553289952395.jpg“오, 그럼 서고가 따로 있겠군?”

16553289981349.jpg“서고에 가 보고 싶으십니까?”

16553289952395.jpg“황궁에도 서고는 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가 보질 못했거든. 책 좀 추천해 줄 수 있을까?”

16553289981349.jpg“원하시는 내용을 말씀해 주시면 제 아는 선에서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16553289952395.jpg“아차. 서고 주인에게 허락을 받아야지.”

아델은 걷다 말고 집주인을 찾았다. 몇 걸음 뒤에서 멈춰 있던 테세우스를 발견하고서야 그녀가 리오넬에게 하대하는 걸 공작이 지금 알았음을 깨달았다. 남의 집 귀한 자식에게 못된 짓을 하는 불한당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그렇다고 ‘내가 리오넬과 연인 행세를 하려는데 생판 모르던 사람과 갑자기 연인이 되는 것은 무리고 남들 눈엔 그렇게 보이기 위해 하대하기로 했다.’라고 구구절절하게 변명을 하자니 마땅치가……. 아델은 드물게 당황했다. 그래서,

16553289952395.jpg“어……. 공제께 하대 좀 합시다.”

네? 뜬금없는 황후의 말에 리오넬은 턱에 힘을 단단히 주며 입술을 꽉 말아 물었고, 테세우스는 미간을 살풋 찡그렸다.  

16553289952395.jpg‘공제께 하대 좀 합시다.’

  ‘서고 좀 봅시다!’라고 말하려 했는데, 생각이 엉켜서 이따위 말이 나오고야 말았다. 수치스러움이 몰려들었다. 턱에 힘이 들어가고 귀부터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가 언제 이런 말실수를 해 봤냔 말이다. 입을 딱 다문 채 눈을 깜빡이며 서 있는 황후는 그제야 제 나이로 보였다. 당혹스러워하는 아델의 모습에서 테세우스는 곧장 깨달았다. 황후가 공제를 무시해서 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황후를 위해 화제를 전환했다.

16553289952405.jpg“서고는 별관 2층에 있습니다. 계시는 동안 마음껏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리오넬, 안내해 드려라.”

아델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리오넬을 바라보았다.

16553289981349.jpg“안내하겠습니다.”

리오넬이 걷자 황후는 재빨리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황후의 속도에 맞춰 걸으며 리오넬은 힐끔 그녀를 바라보았다. 황후궁에서 말을 낮출 것이라고 선언하던 그 당당한 모습은 어디로 가 버리셨나?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동그란 귓바퀴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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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한편, 몇 시간 전 상아궁. 황제가 황후를 찾아간 그 시점에 긱스 부인은 황후궁이 아닌 상아궁에 있었다. 황후의 명령장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3년 전 긱스 부인에게 퇴궁 명령을 직접 내렸던 디안은 3년이 지난 지금, 긱스 부인으로부터 퇴궁 명령을 받게 되었다.

16553290058539.jpg“……하여, 영애께서는 가주와 상의하시어 황궁에 객으로 남을지, 가문으로 돌아가실지를 빠른 시일 안에 결정하여 알려 주시길 바랍니다.”

은백발을 틀어 올린 노부인이 명령장을 우아하게 접어 디안 앞에 내려놓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귀부인의 표본과도 같은 절도 있는 움직임에 디안의 옆에서 대기 중이던 시녀들은 기가 질렸다.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 앉아 이 황당한 명령장을 받게 된 디안은 기가 막혀 웃음을 터트렸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뺨을 때렸으나 노부인의 얼굴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던 디안은 명령장을 펼쳐 제 눈으로 그것을 확인했다. 하단에 선명하게 찍힌 황후의 인장이 피처럼 붉었다.

16553290058544.jpg“지금 나더러 상아궁을 떠나라고?”

16553290058539.jpg“무작정 떠나라고 말씀드린 적은 없습니다.”

16553290058544.jpg“내게 상아궁 거주를 허가하신 분은 황제 폐하시다. 감히 폐하의 명을 그분의 허락도 없이 번복해?”

지금까지 초연한 눈빛으로 디안을 응시하던 긱스 부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16553290058539.jpg“감히! 황후 폐하의 명령이오! 언제 어디서든 예를 다해야 할 것이오!”

그놈의 황후, 황후, 황후!!!

16553290058544.jpg“나는, 폐하의 명이 아니면 절대 상아궁에서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에 긱스 부인은 눈을 한 번 치켜뜨더니 사무적인 태도로 응수했다.

16553290058539.jpg“상아궁 전체를 임차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상아궁 전체의 일일 임차금액을 계산하여 푸아티에 백작가로 청구서를 보내지요. 임차금액은 매달 말일까지 황궁 재정청에 입금해야 할 것입니다.”

16553290058544.jpg“뭐?!!”

16553290058539.jpg“좀 전에도 말씀드렸듯, 황궁 거주에 관한 결재권은 황후 폐하께 있음이 궁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황후 폐하께는 황제 폐하의 명령을 동의 없이 회수하여 다시 명령을 내릴 권한이 있다는 의미지요. 하니 지금처럼 상아궁에서 머물고자 하신다면 황제 폐하가 아닌 황후 폐하께 간청하셔야 할 것입니다.”

뭐? 디안의 얼굴이 황망함으로 물들었으나, 긱스 부인은 사무적인 어투로 그녀를 더 몰아붙였다.

16553290058539.jpg“황후 폐하께선 관대하시게도 짐을 정리할 시간을 주시겠다 하셨습니다. 다음 달 1일부터 이용 대금을 계산할 예정이니, 일정에 착오 없으시길. 그리고 상아궁 시녀들은 조만간 다른 곳으로 인사발령이 날 것입니다.”

16553290058544.jpg“그게 무슨 소리야!!”

16553290058539.jpg“황궁 인사발령권 역시 황후 폐하께서 가지고 계십니다.”

16553290058544.jpg“뭐?!”

모르겠니? 알량한 총애는 적법한 권한 앞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긱스 부인은 흔들림 없는 자세로 몸을 돌렸다. 디안은 온몸의 피가 발아래로 쏟아져 버린 것 같은 서늘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위태로운 걸음으로 책상을 돌아 나와, 긱스 부인의 몸을 거칠게 잡아 돌린 뒤 양팔을 세게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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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부인은 예의 그 서늘한 얼굴로 냉담하게 디안을 응시했다. 이 눈, 이 모멸감이 드는 눈. ‘감히 너 따위가.’라고 말하는 듯한 저 귀족적인 눈. 디안은 저 눈빛이 보기 싫어 그녀를 황궁에서 치웠다.

16553290058544.jpg“황후에게 전해. 감히 나를 이렇게 대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감히 나를 이렇게 대하면 분명 후회할 거라고. 황제께서 내가 상아궁에서 나가게 두실 것 같아? 아니! 그분은 절대 그렇게 못 하셔. 내가 황후에게 짓밟히게 두실 것 같아? 왜인지 당신이 더 잘 알잖아. 안 그래?”

옅은 하늘색 눈에 핏발이 섰다. 동그랗던 눈매는 어느새 날카롭게 끝이 다듬어졌다. 원래 황궁에서의 시간이란 날카로운 칼과 같아서 누구건 바짝 다듬어지기 마련이었다. 긱스 부인은 천천히 손을 들어 디안의 눈가를 부드럽게 쓸었다. 그러나 노부인이 꺼낸 말은 그 손길과 달리 면도칼처럼 예리했다.

16553290058539.jpg“주름이 생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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