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물체가 별에 끌려가듯2021.11.02.
한편, 리오넬은 시녀가 문을 닫자마자 앙리에게 명령했다.
“네가 직접 의원을 데려와라.”
리오넬의 명령에 앙리는 재빨리 아래층으로 향했다. 발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며 복도를 달려 계단을 향해 몸을 트는데, 의원을 부르러 갔던 이가 나타났다. 그런데 의원은 온데간데없이 홀로였다. 그는 앙리가 묻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의원이 보이지 않습니다.”
순간, 기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앙리와 기사는 그대로 복도를 내달려 리오넬에게 향했다.
“의사가 실종되었다고 합니다.”
그 말에 기사들 모두가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리오넬을 바라보았다. 리오넬은 이를 악물며 나직하게 내뱉었다.
“준비해라.”
그러자 기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 손으로 단도를 빼 들며 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들이 복도 벽으로 바짝 붙어 섬과 동시에 리오넬이 망설임 없이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한 손으로 황후의 턱을 뒤로 젖힌 암살자가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리오넬의 두 눈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미처 황후의 입에 약을 털어 넣을 시간조차 없었다. 암살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달려든 리오넬을 피해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저 여자가 시녀장님을 죽였어요!!”
공포에 질려 한마디도 하지 못하던 시녀들이 그제야 울며 외쳤다. 그사이 암살자는 약병을 버리고, 미리 생각해 두었던 도주로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기사들이 지키고 있던 복도는 물론이거니와 테라스, 작은 창문에 이르기까지 기사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황후가 머무는 곳이니 경비가 엄중하리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물 샐 틈 없이 모든 도주로가 막혀 버릴 줄은 몰랐다. 이건 마치 암살자가 올 것을 미리 알고 대비한 것 같지 않은가! 삽시간에 궁지에 몰린 암살자는 리오넬을 향해 단도를 휘둘렀다. 하지만 기사 중의 기사라고 손꼽히는 리오넬에게 암살자의 공격이 통할 리 없었다. 더 이상 도망칠 구석은 없었다. 여기서 생포되면 죽느니만 못한 꼴을 당하리라. 순식간에 판단을 마친 암살자가 혓바닥 아래에 감춰 두었던 독주머니를 혀로 굴려 세게 씹었다. 리오넬이 곧바로 그녀의 목덜미를 낚아채 억지로 입을 벌렸지만, 이미 독은 식도를 태우며 흘러든 다음이었다.
“제길!!”
암살자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와중에도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칼날처럼 시퍼런 살기를 띤 남자의 눈빛이었다.
“컥.”
그리고 암살자의 몸이 축 늘어지자, 리오넬은 욕을 삼키며 얼굴을 거칠게 문질렀다.
* * * 뷔에타 후작성이 발칵 뒤집혔다.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후작 부부가 사색이 되어 달려 나왔다. 하필이면 후작성에서 황후 암살 시도가 일어났다니! 탑이 내려온 것과 맞먹을 정도의 재앙이었다. 저택의 메인 홀엔 무장한 기사들이 위압적인 모습으로 도열해 있었다.
“자, 장관님!”
후작이 당황한 얼굴로 리오넬에게 달려가자, 리오넬도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한 줌의 온기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냉혹하게 가라앉은 칠흑 같은 눈동자에 후작은 숨을 삼켰다. 리오넬의 시선에서 한 끗 차이로 비켜나 있던 후작 부인이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입니까? 황후 폐하를 암살하려는 자가 있었다니요……!”
그때,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성난 고함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누가 감히!!! 이 에흐몬트 제국의 황후 폐하를 시해하려 했단 말인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쏠렸다. 데스포네 공작이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쿵쾅거리며 홀로 들어오고 있었다. 사납게 치켜뜬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바닥에 버려진 암살자의 시신을 보고 멈춰 선 그가 후작 부부를 향해 고개를 획 돌렸다.
“이자가 입고 있는 이 옷. 후작성의 시녀 복장이 아닌가?”
올 것이 왔음을 직감한 후작 부인이 필사적으로 숨을 고르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분명 후작성의 시녀 복장을 하고 있지만, 저자는 후작성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뷔에타와 제 친정 작센을 걸고 맹세합니다.”
“맹세 같은 두루뭉술한 것으로 증명이 된다고 보시는가, 후작 부인?!”
“믿어 주십시오, 공작 전하!”
간절히 호소하는 후작 부부를 뒤로한 채, 데스포네 공작은 리오넬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이보시게, 장관! 울리히 황가의 어른으로서 이번 일을 쉬이 넘어갈 수 없소!”
“…….”
데스포네 공작의 목소리가 벽면에 부딪혀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동안, 리오넬은 무표정하게 침묵하며 공작을 바라보았다.
‘이 건방진 자식이, 어디 감히?!’
공작의 두 눈에 분노의 불길이 치솟을 무렵, 리오넬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조사해야 할 인물들이 있습니다. 데려와라.”
차분한 명령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몇몇 기사들이 홀 밖으로 나갔다. 데스포네 공작을 비롯한 모두가 기사들이 사라진 홀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특히 후작 부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잠시 후, 소란스러운 인기척과 함께 기사들이 누군가를 이끌고 들어왔다.
“!!”
후작 부인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눈을 치떴고, 후작 역시 억눌린 숨을 가느다랗게 내뱉었다. 몰골이 엉망인 시녀 두 사람이 기사들의 손에 이끌려 앞으로 나왔다.
“마, 마님…….”
“살려 주십시오!”
데스포네 공작은 이번에도 불같이 성을 내며 지팡이로 바닥을 몇 번이나 내리쳤다.
“처음부터 작당을 했던 모양이로군!!!! 내가 직접 심문해야겠소!!! 당장 이자들을 압송해라!!”
데스포네 공작의 말에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지만 리오넬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예리하게 주변을 관찰했다. 데스포네 공작의 태도, 말투, 눈빛을 하나하나 재어 보듯 살피던 그의 눈이 가늘게 변했다.
“뭐 하고 있느냐?! 내 말이 들리지 않아?! 당장, 이자들을 끌고 가래도!! 내가 직접 심문할 것이니라!!”
“그만하시지요.”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길길이 날뛰던 데스포네 공작도 움직임을 멈췄다. 리오넬은 공작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황후 폐하의 보좌관이자, 이번 여정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방부 장관입니다. 따라서 이자들을 심문하고 배후를 캐는 것 역시 저의 소관입니다.”
그리고 공작이 항변하기도 전에, 후작성에서의 암살자의 행적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그럼…… 시녀장이 죽었단 말씀인가요?”
이야기를 모두 들은 후작 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리오넬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아…….”
후작 부인은 눈물을 떨구며 천천히 주저앉았다. 후작이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호소했다.
“시녀장은 아내가 작센에서 데려온 사람이었습니다. 아내에겐 자매와도 같은 사람이었지요! 심지어 저희는 황후께서 오시는 것도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저희가 황후 폐하를 시해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장관님, 공작 전하! 부디 살펴 주십시오!”
“시끄럽소!! 황후께서 시해당하실 뻔했는데!!”
후작이 눈물로 호소했지만, 데스포네 공작은 요지부동이었다.
“장관!!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 당장 내게 수사권을 넘기게!!”
리오넬은 차분한 눈으로 데스포네 공작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내리신 국방부 장관으로서의 역할과, 황후 폐하께서 부탁하신 보좌관의 업무를 함부로 공작님께 부담 드릴 수야 없지요. 말씀드렸듯, 제가 직접 이들을 심문하여 배후를 캐겠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요.”
“이……!!”
데스포네 공작의 자색 눈동자가 불에 달군 듯 시뻘겋게 끓어올랐다. 그러나 리오넬은 모른 척 몸을 돌리며 명령했다.
“관련자들을 모두 압송해라.”
* * * 근위대 1군이 황후의 곁을 지키는 사이, 리오넬을 중심으로 한 근위대 2군의 주도하에 조사가 시작되었다. 앙리 자칼이 이끄는 기사들은 후작성 전체를 샅샅이 수색하였다. 조사가 시작되자, 마법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사이 홀로 방으로 돌아온 데스포네 공작은 주먹이 새하얗게 변할 만큼 세게 움켜쥐었다.
“이런 빌어먹을…….”
뜨거운 불을 삼킨 것처럼 가슴이 타는 것 같았다. 성질 같아서는 있는 대로 소리를 지르며 닥치는 대로 부숴 버리고 싶었지만, 기사들이 사냥개처럼 후작성을 들쑤시는 상황에서 경거망동은 금물이었다. 잠시 후, 조사를 끝마친 레녹스가 찾아오자 데스포네 공작은 흰자위를 번득이며 윽박질렀다.
“일을 이따위로 처리해!!”
레녹스는 얼른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들인 돈이 얼만데, 의식 없는 계집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이 사달을 만드나?!”
공작의 비난에 레녹스는 입을 삐죽이다가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리오넬 발드르의 경비가 워낙 삼엄했던 터라……. 그래도 후환을 남기지 않고 죽었으니…….”
데스포네 공작은 신경질을 내며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그리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초조한 듯 지팡이로 바닥을 툭툭 두들겨 댔다.
“시녀들의 얼굴까지 미리 확인해 놨을 줄이야. 꼭 암살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한 놈처럼.”
레녹스는 괜히 찔리는 구석이 있어서 헛기침하며 몸을 사렸다. 데스포네 공작은 매끄러운 턱을 슬슬 문지르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고는 떠보듯 그를 불렀다.
“레녹스.”
“예, 공작 전하.”
“나 몰래 황후에게 헛짓거리라도 한 적이 있나?”
레녹스는 펄쩍 뛰며 부인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디안, 그것이 황후를 죽여 달라고 안 하든?”
“디안은 지금 임신 중입니다! 굳이 위험을 무릅쓰며 그런 일을 벌일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레녹스가 항변하자, 데스포네 공작은 그를 미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경고하듯 힘주어 말했다.
“나보다 디안의 명령을 우위에 두는 순간, 너는 나를 배신하는 것이다. 난 배신자는 거두지 않지.”
“물론입니다, 공작 전하.”
레녹스가 얼른 허리를 숙였다. 데스포네 공작은 감흥 없는 표정으로 레녹스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창문 너머로 기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리오넬 발드르. 사사건건 방해가 되는군. 역시 이대로 둬선 안 되겠어.”
황후가 이곳에서 죽어 주었다면 여러모로 좋았을 터인데.
“저 기사 놈들이 황후 편에 붙을 게 훤히 보이는구나. 그러게 내가 황후를 데려오면 안 된다 그리 일렀거늘!!”
데스포네 공작은 결국 분을 못 이기고 소파 팔걸이를 세게 내리쳤다. * * * 리오넬과 기사들이 밤새 후작성을 누비며 종횡무진 움직였지만, 배후를 밝혀낼 결정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다. 죄인이자 증인인 암살자가 이미 죽어 버린 데다, 시녀 둘과 살해당한 시녀장을 제외하면 암살자와 접촉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 시녀조차도 암살자에게 별다른 이야기를 들은 것이 없다고 증언했다. 자욱한 물안개처럼 가라앉아 있던 어둠이 발목부터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 희뿌연 여명이 온 세상을 창백하게 물들일 무렵, 리오넬이 아델을 찾아왔다. 혹시 암살자의 잔당이 남아 있을지 모르니 기사 중 일부가 방 안에서 대기하며 황후를 지키고 있었다. 마침 교대하고 있던 기사들이 예고 없이 나타난 리오넬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황후의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 온 것이니 물어보기만 해도 될 일이건만, 리오넬은 이미 문 너머로 발을 걸치고 있었다.
“잠시 황후 폐하를 뵙고 오겠다.”
황후의 암살 미수라는 큰일이 벌어진 터라, 누구도 리오넬의 행동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분주히 움직이던 시녀들이 리오넬의 등장에 종종거리며 구석으로 물러났다. 황홀할 만큼 잘생긴 남자였으나, 두려울 정도로 위압적인 분위기가 온몸에서 흘러넘쳐 똑바로 바라보기조차 어려웠다. 리오넬은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가 물끄러미 아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평온해 보이는지, 리오넬은 멍하니 아델의 얼굴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가까이 있던 의자에 앉고 말았다.
“하…….”
그제야 긴 숨이 쉬어졌다. 뷔에타에 도착한 이래, 처음으로 자리에 앉은 것이었다. 어젯밤도 밤새 아델의 막사를 지키고, 오늘도 이렇게 날을 샜음에도 피곤한 줄도 몰랐다. 아델이 피를 토하며 쓰러진 이후, 계속해서 가슴이 불안하게 술렁였기 때문이다. 붉게 흩뿌려지던 핏방울이 떠올라 폐가 조여드는 듯 숨이 찼다. 한데 이렇게 의자에 앉아, 세상모르고 잠든 그녀의 고요한 얼굴을 보니 뒤늦게 피로가 몰려드는 것 같았다. 몽롱하여, 마치 꿈인 듯했다. 리오넬의 시선이 아델의 반듯한 얼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듯 미끄러졌다. 이렇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끝이 없는 사막을 헤매는 것처럼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리오넬은 서로의 숨이 섞일 듯 가까웠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가 고개를 저어 상념을 밀어냈다. 그러나 쓸려 갔다가 다시 밀려드는 파도처럼 무방비한 아델의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을 지배했다. 리오넬은 손으로 거칠게 눈을 문질렀다. 아델은 범람하는 강이다. 그녀 곁에 있으면 리오넬은 무너지기 직전의 둑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다가, 결국은 패잔병처럼 처참한 마음으로 뒤돌아서길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보좌관을 그만둬야 하나. 씁쓸하게 자조하던 그때, 희뿌옇게 밝아 오는 여명에 아델의 이마가 땀에 젖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리오넬은 무의식적으로 수건을 집어 들었지만, 차마 아델의 이마를 닦아 주지 못하고 손을 떨구었다. 황제는 잠든 그녀의 이마를 닦아 주었지만, 고작 보좌관인 그는 감히 그럴 수 없다. 간신히 잠잠해졌던 마음이 또다시 어지럽게 뒤섞였다. 끈적하고 지독하게 어두운 것이 심장 언저리에 똬리를 틀고 앉아 뱀처럼 기어 다니는 기분이었다. 역겨운 것 같기도 하고, 체한 것처럼 답답한 것 같기도 했다.
‘단지 황제란 이유로, 그가 이분의 옆을 차지할 자격이 있는가?’
이성을 비집고 튀어나온 무의식의 속삭임에, 리오넬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고개를 젖혀 허공을 바라보다가 허탈한 표정으로 몸을 돌리며 마치 도망을 치듯 다급한 걸음을 옮겼다.
“리오넬.”
그러나 문을 열기 직전, 등 뒤에서 희미하고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오넬은 물체가 별에 끌려가듯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아델이 새벽을 닮아 창백하고 아스라한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 리오넬은 필사적으로 제가 내린 결론을 떠올리며, 간신히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고 버텼다. 그러나 그런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아델이 멀리서 저를 보고만 있는 리오넬을 향해 입술을 달싹였다.
“이리 와.”
끊어질 듯 가느다란 목소리에, 수십 번 아로새겼던 다짐이 포말처럼 하얗게 부서져 버렸다. 리오넬은 마치 그 명령만을 기다린 사람처럼 한걸음에 그녀에게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