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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품어서는 안 될 마음을 품었구나 (67/127)

67화. 품어서는 안 될 마음을 품었구나2021.11.20.

아델의 표정에 금이 가자, 카를은 상체를 조금 더 일으켜 가까이 다가가며 다시 속삭였다.

16553297267726.jpg“리오넬 발드르, 그자에게 그대의 시중을 맡겼느냐고 묻잖소.”

1655329726773.jpg“…….”

아델의 입술 끝이 비딱하게 올라갔다. 무어라 답을 해 주면 좋을까. 밤 중 동백같이 붉디붉은 입술이 뭉개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아델은 싱긋 웃으며 되물었다.

1655329726773.jpg“그게 왜 궁금한가요?”

카를은 아델의 미소에 할 말을 잃었다.

1655329726773.jpg“서로의 연인에게 관심 두지 않기로 했잖아요?”

제가 한 말에 이렇게 발목을 잡힐 줄, 그때는 몰랐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인가? 카를은 아델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며 속삭였다.

16553297267726.jpg“디안을, 궁 밖으로 내보내겠소. 그걸 원하지 않소?”

비열하기 짝이 없는 말에 아델은 비소를 머금었다. 섞이는 호흡에 그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 같아서 숨을 참았다. 눈앞에서 확 밀어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고통이었다. 가까운 사람을 미워하는 것보다 더한 지옥이 있을까?

1655329726773.jpg“저는, 폐하의 정부에게 관심이 없어요. 내보내든 데리고 계시든 마음대로 하세요.”

고작 그런 것으로 내가 흔들릴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지.

1655329726773.jpg“제 마음이 가지고 싶다면 말이에요,”

아델은 의자에서 일어나 카를을 내려다보았다.

1655329726773.jpg“이 밤, 예고도 예의도 없이 이런 모습으로 찾아오실 것이 아니라, 제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런 것을 알아보셔야지요.”

16553297267726.jpg“……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기에.”

카를의 질문에 물먹은 솜처럼 나른하던 몸에 전율이 일었다. 아델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내쉬며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

1655329726773.jpg“다시 입에 올리는 것이 지겨울 만큼, 몇 번이나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깃펜에 달린 깃털처럼은 살 수 없어요.”

감히 나를 깃펜에 달린 깃털 따위로 만들려 했느냐는 에두른 힐난이었다. 고트로프에서 어머니와 대립하던 때가 떠올라 숨이 막혔지만, 별수 없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아델은 절대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으므로. 맹수를 잡을 드넓은 울타리를 치려던 황제는, 황후의 말에 입술을 짓씹으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제가 원하는 것을 누군가가 해 주길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쟁취하는 이였기 때문이다.

16553297294919.jpg‘황후 폐하!’

그녀가 만들어 낸, 대해처럼 넘실거리던 연호의 물결이 그의 귓가로 몰아치는 듯했다.

1655329726773.jpg“돌아가세요. 지금은 매우 피곤하군요.”

그래서 황제는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돌아서는 아델을 감히 힘으로 누를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에. * * * 비슷한 시각, 발드르 공저의 집사가 리오넬의 방문을 두드렸다. 오랜만에 푹신한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던 리오넬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집사를 보며 몸을 일으켰다.

1655329729493.jpg“무슨 일 있습니까?”

16553297294937.jpg“공작님께서 잠시 뵙고자 하시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집사가 리오넬의 얼굴을 빠르게 살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자 리오넬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16553297294937.jpg“집무실에서 기다리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집사가 건네준 겉옷을 걸쳐 입은 리오넬은 어둑한 복도를 성큼성큼 걸었다. 잰걸음으로 그를 따라 걸으며 집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16553297294937.jpg“며칠 전, 그랜드 공작 전하께서 다녀가셨습니다.”

리오넬의 걸음이 급격히 느려졌다.

1655329729493.jpg“그랜드 공께서?”

16553297294937.jpg“예. 공작님께서 그랜드 공작 전하가 다녀가신 뒤로 잠을 설치시는 듯 보였습니다.”

1655329729493.jpg“그렇군…….”

리오넬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걸음을 옮겼다. 황궁 입구에서 마주친 엘리자베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얼굴로 그를 향해 씩 웃었다.

16553297294964.jpg‘장관. 오랜만이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엘리자베타가 호탕한 웃음과 함께 발드르 공저를 누빈 것은 기껏해야 1년 남짓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떠난 이후로도 공저의 많은 이가 그녀의 모습을 그리워했다. 테세우스가 황제와 데스포네 공작의 횡포에 시달린 날이면, 엘리자베타는 남편이 할 수 없는 욕까지 속 시원하게 쏟아내 주었다. 테세우스는 그저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 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리오넬은 어느 순간 깨달았다. 테세우스가 엘리자베타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집무실 입구였다. 집사가 정중히 문을 열어 준 뒤 물러나자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16553297321501.jpg“어서 와라.”

소파에 기대어 앉은 테세우스가 가볍게 웃는 얼굴로 동생을 맞이했다.

1655329729493.jpg“형님.”

16553297321501.jpg“쉬어야 하는 사람을 괜히 부른 건 아닌가 싶다.”

1655329729493.jpg“부르셔 놓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16553297321501.jpg“그건 그러네.”

테세우스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형제는 오랜만에 마주 앉았다. 테세우스는 리오넬 앞에 잔을 내어 주며 여상히 물었다.

16553297321501.jpg“황후 폐하의 보좌관 역할은 힘들지 않아?”

리오넬은 잔을 받아 들며 슬쩍 형을 바라보았다.

1655329729493.jpg“괜찮습니다.”

16553297321501.jpg“아까 보니 확실히 기사들 모두가 황후 폐하께 호의적이더군.”

1655329729493.jpg“황후 폐하 덕분에 사상자가 적었으니까요.”

16553297321501.jpg“가까이에서 지켜본 황후 폐하는 어떤 분이시냐?”

리오넬은 시선을 내리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1655329729493.jpg“공사의 구분이 확실하신 분이십니다. 탑과 관련해서는 데스포네 공작과 정반대의 신념을 가지고 계시고요.”

테세우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을 이었다.

16553297321501.jpg“그랜드 공께서 구심점이 되어 주시기로 하셨다. 내일쯤 황후 폐하를 뵙기로 하셨지. 곧 황후 폐하와 그랜드 공을 주축으로 진영이 형성될 거다. 그러면 적당한 때를 보아 보좌관직을 사임해. 우리도, 황후 폐하도 모두 목적을 달성한 뒤니까.”

테세우스의 말은 난데없이 날아온 비수처럼 예리하게 리오넬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1655329729493.jpg“…….”

흔쾌히 알겠다 답해야 하건만,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는 동생을 바라보며 테세우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군중을 향해 웃고 있던 황후와는 달리, 오로지 황후만을 향해 있던 리오넬의 미소가 떠올랐다. 테세우스는 동생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깊게 잠긴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말했다.

16553297321501.jpg“보좌관직을 사임해라, 리오넬.”

1655329729493.jpg“…….”

형제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테세우스의 눈에 깃든 걱정과 염려를 읽은 리오넬은 차마 형을 마주 볼 수 없어 고개를 숙이며 크게 숨을 들이켰다 내쉬었다.

1655329726773.jpg‘리오넬, 이리 와.’

폭풍우가 내려치는 들녘에 외로이 서 있는, 곧은 나무처럼 강인하고도 위태로운 사람. 오만할 정도로 당당한 미소 뒤, 한없이 여린 얼굴로 소리도 없이 울던 모습이 떠오른다. 보좌관. 극지의 검은 바다를 떠도는 빙붕과도 같은 자리. 뒤돌아서면 남이 되는 얄팍한 관계. 그래도 그녀와 묶일 수 있는 유일한 끈이 그것뿐이었다. 그래서 리오넬은 쉽게 알겠다고 답할 수가 없었다.

16553297321501.jpg“……품어서는 안 될 마음을 품었구나.”

머리 위로 떨어진 서늘한 음성에 리오넬은 흔들리는 눈으로 황망히 형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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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고 차가운 검은 바다에 잠긴 것만 같았다. 폐가 쪼그라든 것처럼 숨이 가쁘고, 귓구멍에 물이 찬 것처럼 먹먹했다. 서리가 얼굴에 내려앉은 것처럼 표정이 얼어붙어 눈도 깜빡일 수가 없었다. 테세우스는 딱딱하게 굳어 아무 말도 못 하는 리오넬을 책망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제 감정도 간수 못 해 품으면 독이 될 사람을 품다니! 하지만 이내 그의 눈꼬리가 서서히 기울어졌다. 가랑비에도 옷자락이 젖는 법이거늘, 폭풍같이 세찬 비바람 앞에 젖어 버린 것을 어찌 막을까. 테세우스는 길고 긴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잔을 채웠다.

16553297321501.jpg“네가 다친다. 보좌관이 황후 폐하의 정부이기도 한 것은 사실이지. 그러나 품어서는 안 될 연정을 품은 그들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너도 잘 알지 않니?!”

리오넬은 억지로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1655329729493.jpg“오해입니다.”

16553297321501.jpg“오해?”

1655329729493.jpg“예.”

리오넬의 변명에 테세우스가 소리가 나게 잔을 내려놓으며 동생을 쏘아보았다. 제 마음을 꾹꾹 누르며 평범한 얼굴을 가장한 동생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

16553297321501.jpg“품은 마음은 어떻게든 새어 나와 표시가 난다. 아까 네 얼굴이 어떠했는지 알고나 있어?!”

1655329729493.jpg“…….”

16553297321501.jpg“너는 마치 네 세상의 유일한 빛이 황후 폐하라도 되는 양 그분을 보고 있었다. 너는 몰랐겠지만 말이다.”

리오넬의 얼굴에서 애써 짓고 있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길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우두커니 허공을 바라보는 동생의 모습에 테세우스는 허탈해졌다. 어찌하여 동생마저 비극일 게 뻔한 마음을 품게 되었단 말인가. 운명이란 녀석이 너무나도 얄궂었다. 먹먹한 어둠 속, 두 사람 사이에 죽음 같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잠시 후, 먼저 입을 연 것은 테세우스였다.

16553297321501.jpg“황후 폐하께서는 네 감정을 아시냐?”

리오넬이 시선을 들어 테세우스를 마주 보았다. 그의 표정이 어찌나 어둡게 잠겨 있는지, 테세우스조차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였다. 리오넬은 가만히 아델의 모습을 더듬었다.

16553297321501.jpg“왜 대답이 없어?!”

1655329729493.jpg“……모르겠어.”

16553297321501.jpg“무엇을?”

1655329729493.jpg“이게……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어, 형.”

잠시 말문이 막혔던 테세우스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16553297321501.jpg“……그게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다면, 됐어.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으니 덮어. 더 늦기 전에.”

  * * * 잠시 후, 방으로 돌아온 리오넬은 벽에 기대 마른세수를 했다. 납처럼 파르스름한 냉기가 온몸에 달라붙은 듯했다. 그 찰나의 순간, 형이 알아챌 정도로 무방비하게 감정이 흘러나왔단 말인가? 리오넬은 도저히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사람처럼 무력해졌다. 테세우스는 단호히 말했다. 감정을 갈무리하지 못하겠으면 차라리 보좌관직에서 물러나라고. 물러나 감정을 식히면 다시 편안해질 것이라고. 그래, 형의 말이 옳다. 하지만……. 리오넬은 방을 박차고 나와 빠르게 걸었다. 걷다 보니 어느새 달리고 있었다. 종국엔 다시는 이런 마음으로 열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문 앞에서, 그는 문고리를 세게 움켜쥐고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었다.

16553297321501.jpg‘황후 폐하께서는 네 감정을 아시냐?’

리오넬은 처음으로 제 감정을 제대로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애써 외면하던 흐릿한 장막을 걷어 내고, 심장처럼 펄떡이는 감정 앞에 고개를 들었다. 동경, 존경, 경외. ……정말 그것이 다일까? 기억은 다시 그날로 돌아갔다. 어두운 막사 안, 그의 팔 안에 갇혀 무방비하게 그를 올려다보던 그녀. 투명하고 반듯한 이마, 올올이 섬세한 눈썹, 태양처럼 강렬한 눈동자, 오똑한 콧날을 따라 미끄러지는 움푹한 인중과 붉고 도톰한 입술. 닿으면 부드럽겠지, 머금으면 달콤하겠지. 나누는 숨으로 한데 얽히면, ……내 마음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1655329729493.jpg“아…….”

리오넬은 문에 이마를 기대고 신음했다. 얼마나 바보 같은가? 흐릿한 한 장의 장막 너머 펄떡이는 감정의 색이 이토록 선명한데, 어찌 외면하면 그만이라 생각했단 말인가. 동경, 존경, 경외? 시뻘겋게 뜀뛰는 욕망을 고작 그 정도 단어로 감출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것이 우스웠다. 리오넬은 문을 열었다. 창백한 달빛이 깨져 그녀와 시간을 나누었던 가족실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었다. 크게 숨을 들이켜자, 늘 그리는 향기가 나는 듯했다. 동경, 존경, 경외? 리오넬은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것은 연모다. 감히 그분을 마음에 품었다. 품은 것을 넘어서 닿고 싶어 손을 뻗고, 꿈까지 꾼 것이다. 장막을 걷어 마침내 제 진심을 인정한 리오넬은 창백한 방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들어갔다.

16553297321501.jpg‘황후 폐하께서 네 감정을 아시느냐?’

그리고 테세우스의 질문을 떠올리며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1655329726773.jpg‘그대는 국방부 장관이고, 나는 이 나라 황후지. 남들이 보기에 명예도 뭣도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최소한 우리끼리는 서로의 명예를 존중하자고 말하고 있는 거야, 지금 내가.’

그날, 그녀는 이렇게 될 그의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했던 것일까? 그래서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일까? 리오넬의 얼굴이 슬프게 일그러졌다. 그러니 그분께 그의 진심을 드러낸들, 무엇을 어쩌겠는가? 리오넬은 두 눈을 꾹 눌러 감았다. 그리고 들끓는 가슴을 억지로 꾹꾹 눌러 담으며 차분히 생각했다. 테세우스는 보좌관직에서 물러나라 했다. 하지만 리오넬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 관계는, 그녀의 입에서 끝이라는 말이 나올 때에서야 끝날 것이다. 그는 이 관계를 어떻게든 붙잡고 싶으므로. 보좌관에 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자책했을 때조차 보좌관직을 당장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니 이젠 끝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그의 이 무거운 진심을 드러내어 관계를 망치는 짓은 하지 않으리라. 그분은 황후로, 그는 보좌관으로. 이 관계를 유지하며 이 들끓는 마음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16553297294937.jpg‘리오. 사랑은 4할의 이해와 4할의 인내, 2할의 연민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결국 이해하고 받아들이란 뜻이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거든, 그 사람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좋아하는 것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하렴.’

돌아가신 어머니의 말씀을 천천히 되새기던 그는 눈을 감고 아델을 그려 보았다. 무엇을 좋아하시는가, 무엇을 원하시는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시는가. 그러다 보니 리오넬은 사실 제가 그녀를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오넬은 천천히 창가로 다가갔다. 푸른 창문에 비친 남자의 얼굴은 슬프게 일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얼굴을 모른 척 외면하며 달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달빛이 왠지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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