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황후의 반격2021.12.07.
그 무렵, 고트로프를 떠난 상선이 약 한 달 만에 에흐몬트의 항구에 닿았다.
“……도착했냐? ……어? 도착…… 우욱.”
덩치가 곰처럼 큰 사내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배 난간을 붙잡고 고개를 숙였다. 그의 옆에 있던 카인이 작게 혀를 차며 기벨린의 너른 등을 두드려 주었다.
“어어……. 죽겠다……. 죽을 것 같아…….”
“다 왔어.”
잠시 후 진동과 함께 배가 부두에 정박하자, 기벨린은 짐이고 뭐고 다 내팽개친 채 성난 황소처럼 사람들을 헤치고 달려가 버렸다. 무슨 짐이 이렇게 많은지……. 카인은 남겨진 기벨린의 짐을 차게 식은 눈으로 내려다보다가 제 짐과 기벨린의 짐을 모두 들고 사람들 사이를 요령 좋게 빠져나갔다.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아름다운 얼굴과 신비로운 분위기 덕분에 카인 녹스는 상선 내에서 유명인사였다. 사람들은 바닷바람에 부드럽게 흩날리는 은발을 바라보며 속닥였다.
“남자라니까요? 며칠 전에 셔츠만 입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그렇게 보니까 전혀 헷갈리지 않더라고요.”
“맞아요. 얼굴만 보면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겠지만, 저 어깨 좀 봐요. 보통 어깨가 아니야.”
“세상에……. 저렇게 생긴 사람도 있구나…….”
카인이 배에서 내렸을 때까지도 기벨린은 땅바닥에 널브러진 채 땅이 울렁인다고 중얼거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한 달 내내 뱃멀미에 시달린 탓에 하얗게 질려 식은땀을 흘려 대는 기벨린은 몰라보게 해쓱해져 있었다. 카인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에흐몬트의 수도로 출발하고 싶지만, 기벨린의 상태를 보아하니 무리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어나라. 안 그러면 버리고 갈 거다.”
“그어어어어……. 나 좀 업고 가…….”
“미쳤군. 내가 너를 어떻게 업나? 따라와.”
“의리도 없는 자식…….”
“한 달 동안 시중들어 줬으면 됐다.”
카인이 매몰차게 말을 던진 뒤 빠르게 걸음을 옮기자 바닥에 누워 있던 기벨린도 시체 같은 몰골로 휘적휘적 일어나 그의 뒤를 따랐다. 매몰차게 말하기는 했지만, 카인은 기벨린의 짐까지 들고서 그가 오는지를 중간중간 살폈다.
“같이 가…….”
두 사람은 이내 복잡한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 * * 황후가 회의장에 나타나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던 중신들 모두가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 잔뜩 긴장한 시종이 그녀를 자리로 안내했다. 그랜드 공작과 발드르 공작, 헤르베르트 후작도 황후의 뒤를 이어 차례로 입장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데스포네 공작과 레녹스마저 줄지어 입장하는 네 사람의 모습에 압박을 느낄 정도였으니, 다른 귀족들은 오죽하랴. 아델이 자리에 앉기에 앞서 중신들을 쭉 둘러보자, 그때까지도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던 귀족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 데스포네 공작 진영의 귀족들 역시 괜히 데스포네 공작의 눈치를 보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델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다들 반갑소. 모두 앉으시오.”
그녀가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다시 문이 열리며 황제가 입장했다. 카를은 회의장에 발을 디딤과 동시에 상석을 바라보았다. 우르르 일어나는 중신들 사이로, 우아한 자태의 황후가 보였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왼편으로 미끄러졌다. 그랜드 공작, 발드르 공작에 이어 ……리오넬 헤르베르트. 지금 황제의 마음은 범람하는 강물을 보면서도 피할 수 없는 사람과도 같았다. 뚜벅뚜벅 상석으로 걸어간 황제는 서늘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황후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 때문에 매일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데, 그녀는 머리카락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은 것 같아 괜히 서운하고 화가 났다.
‘뷔에타까지 다녀오는 동안 살펴보니, 두 사람이 퍽 친근해 보이더군요. 아, 친근 정도를 넘어서던가? 말씀드렸죠? 후작성에 머무는 내내 리오넬 발드르가 황후 폐하의 침실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요. 더불어 황후께서도 깨시자마자 그를 찾으셨다고 하더군요.’
또다시 데스포네 공작의 속삭임이 들려 오는 것 같아서 카를은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데스포네 공작은 리오넬 발드르가 헤르베르트 후작이 되었다는 소식을 친히 전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발드르 공작은 틀림없이 리오넬 발드르에게 보좌관직을 사임하라 했을 겁니다. 왜냐?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까요! 그런데 이 시점에 리오넬 발드르가 헤르베르트 후작위를 승계받았다? 더 이상 발드르 공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롯이 제 의지로 황후 폐하 곁을 지키겠다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카를은 거친 숨을 토해 내며 리오넬을 노려보았다.
“헤르베르트 후작. 그렇게 미루더니, 갑작스레 승계를 받았군.”
황제가 으르렁거리며 시비를 거는데도 리오넬의 표정엔 변함이 없었다. 그저 정중한 태도로 묵례할 뿐이었다. 황제는 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돌리다가 저를 보고 있던 데스포네 공작과 눈이 마주쳤다. 데스포네 공작이 거보라는 듯 눈짓했다. 카를은 요동치는 가슴을 잠재우려 무던히 애를 썼다. 이윽고 회의가 시작되었다. 아델이 예리하게 중신들을 살피며 침묵하는 가운데, 회의의 흐름을 읽던 엘리자베타가 슬그머니 화두를 던졌다.
“참, 칼뱅 백작령은 괜찮은지 모르겠군. 바루톨트 백작과 오를리앙 자작이 중간지대에서 마수를 저지하고 있다 들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데스포네 공작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숨을 들이켜며 뭐라고 한마디를 하려는데, 리오넬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가고일의 출몰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칼뱅 백작령의 탑은 현재 추정 규모 3급에 달하는 중대형으로 판단됩니다.”
레녹스가 몸을 일으키며 이전과 똑같은 핑계를 내세워 반박했지만, 리오넬은 매번 이런 식으로 억지를 부리는 레녹스가 환멸스럽다는 듯 싸늘한 표정으로 서류 한 통을 내밀며 되받아쳤다.
“바루톨트 백작이 가고일의 사체를 직접 확인했다는 증명입니다. 가고일 특유의 갈고리 모양 부리와 미간 사이의 뿔을 확인했다고 하는군요.”
그럼에도 레녹스는 끝까지 칼뱅 영지의 탑은 별것이 아니라는 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엘리자베타가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억지 그만 부리시오!”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기가 죽은 레녹스가 입을 벙긋거리다가 도와 달라는 듯 데스포네 공작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엘리자베타도 곧장 데스포네 공작을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데스포네 공! 푸아티에 백의 저런 억지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억지 주장이라니, 그의 말 중에 틀린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이오?”
서로가 목소리를 높이며 회의는 또다시 제자리걸음이었다. 무의미한 공방이 지루하게 길어질 무렵, 아델이 별안간 입을 열었다.
“내가 에흐몬트에 와서 가장 놀랐던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러고는 천천히 중신들을 훑어보다가, 마지막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슬럼.”
아델은 다시 데스포네 공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수도에 있는 저 거대한 슬럼이, 제국 전역에 만연해 있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황실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매년 각 슬럼에 식량을 지원하고 있어요!”
“식량만 던져 주면 끝입니까?!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아니지 않습니까?”
리오넬이 황후를 거들며 목소리를 높이자, 데스포네 공작은 성이 나서 얼굴이 붉어졌다. 리오넬은 황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국에서 슬럼을 뿌리 뽑을 방법은 제국에 세워진 탑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폐하.”
그러자 몇몇 중신들도 황제를 향해 입을 모았다.
“맞습니다. 뷔에타에서 그러했듯이 제국에 세워진 탑을 파괴해야 합니다.”
“슬럼에 흘러든 백성들은 세금조차 낼 수 없어서 제국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줍니다. 게다가 각종 범죄의 온상지가 되지요. 폐하, 어째서 탑을 그대로 두시는 겁니까?!”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중신들의 성토에 카를은 어금니를 세게 물었다.
“그만!! 탑은, 순차적으로 파괴되고 있소.”
“사실이 아니지 않습니까?”
침묵하던 테세우스가 황제의 말을 곧바로 되받아쳤다.
“순차적이라면, 칼뱅 백작령의 탑은 방치했으면서 뷔에타 후작령의 탑은 파괴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뷔에타의 탑이 더 컸지 않소!”
“단지 탑의 규모 때문이라기엔 두 영지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전혀 달랐습니다. 탑을 파괴하는 데 혹 저희는 모르는 은밀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까?”
테세우스의 날카로운 지적에 데스포네 공작이 발작하듯 목에 핏대를 세웠다.
“기준이라니!! 감히 황제 폐하께 그 무슨 망발이오!!”
“합리적 의심일 뿐입니다.”
카를은 주먹을 세게 쥐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테세우스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나는, 에흐몬트 제국의 황제로서 제국의 모든 영지를 공평히 대하고 있소. 발드르 공, 선을 지키시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엘리자베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제와 그랜드 공작의 시선이 첨예하게 맞물렸다.
“그랜드 영지로 밀려드는 난민들이 마치 바다 같습니다. 끝도, 깊이도 모를 깊은 바다 말입니다. 살려고 훔치고 추위를 피하려 숲 곳곳에 불을 피우니, 저는 그들을 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소년이 그러더군요. 감옥에 가면 먹을 것은 주지 않느냐고요.”
“…….”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하고 신속하게 탑을 제거하는 일입니다. 탑을 제거하는 방식이 그렇지 못하니, 그것을 문제 삼는 것이지요.”
“……지금 내가 잘못하고 있단 말이 하고 싶은 거요?”
카를의 깊게 잠긴 물음에, 엘리자베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그렇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데스포네 공작이 지팡이를 내던지며 고성을 질렀다.
“엘리자베타 울리히!!!”
“데스포네 공!! 폐하의 뒤에 숨어서 사리사욕 채우시는 짓은 멈추시지요!!”
엘리자베타의 일침에 데스포네 공작은 뒷목을 잡으며 파르르 떨었고, 귀족들이 각자 목청껏 소리를 높이며 회의장은 삽시간에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그 참상을 지켜보던 황제가 아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걸 원했나?”
아델이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황제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아델을 죽일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대는 날 시궁창에 처박길 바랐던 것이오?”
“오해십니다. 그저 합당한 의문을 제기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미루지 말아 주십사 요청하는 것 아닙니까?”
“황제인 나를 저렇게 무시하지 않소?!”
“…….”
아델은 할 말을 잃었다.
“이 많은 중신 앞에서, 내가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것이 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아델은 어린아이처럼 억지를 부리는 황제에게 환멸을 느꼈다. 그녀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폐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제발 제대로 나라를 돌보아 주십사 읍소하는 것이 아닙니까!”
황후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왁자지껄하던 회의장에 일순 침묵이 찾아왔다.
황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제국 전역의 탑은, 마음만 먹는다면 이 년 안에 모조리 파괴할 수 있습니다.”
“……!!”
곳곳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는 환희로, 누군가는 절망으로.
“그 말, 책임질 수 있겠소?”
카를이 씹어뱉듯 묻자, 아델은 어깨를 좀 더 반듯하게 펴며 선언하듯 말했다.
“나는, 고트로프 탑 대항 본부의 창설자이자 총책임자였습니다.”
“!!”
회의장에 모인 모두가 숨 쉬는 것마저 잊은 채 아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고트로프의 모든 마법사를 관리하였고, 지형과 인구 등을 고려하여 각 지역에 마법사들을 배치하였지요. 내가 떠날 때까지만 해도 고트로프에는 단 한 개의 탑도 세워져 있지 않았으며, 지금도 그럴 것입니다. 고트로프 사람들은 탑이 내려와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의심이 든다면, 고트로프에 사람을 보내 확인하셔도 좋습니다.”
레녹스는 아델의 말에 손을 덜덜 떨며 데스포네 공작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공작 역시도 혼이 나간 얼굴로 황후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아델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황제를 바라보며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칼뱅 백작령의 탑을 파괴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저에게 맡겨 주시지요, 폐하.”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오넬도 묵직한 동의를 보냈다.
“헤르베르트 후작가는, 황후 폐하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그의 뒤를 이어 엘리자베타, 테세우스를 비롯한 여러 중신이 황후를 지지한다고 입을 모았다. 황제와 데스포네 공작의 귓가에, 묵직한 추가 황후를 향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온몸으로 막아선들, 범람하는 강을 막을 수 있을까? 카를은 오만한 눈으로 저를 내려다보는 아델이 못 견디게 미웠다.
‘이렇게 나를 비참하게 만들어서라도, 권력을 두 손에 쥐어야만 하나?’
아델은 카를을 마주 보며, 그와의 사이가 오늘도 한 뼘 더 멀어졌음을 절감했다. 그런데 그때, 급보가 전해졌다. 황제에게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다.
“무슨 일입니까?”
데스포네 공작이 참지 못하고 묻자, 잠시 침묵하던 황제가 입을 열었다.
“칼뱅 백작이 영지를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소.”
“하…….”
아델은 탄식하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백발이 성성한 노백작이 떠오르자, 한심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었다. 결국, 황후는 황제가 들고 있는 편지를 노려보다가 몸을 돌려 회의장을 나가 버렸고, 뒤를 이어 엘리자베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장엔 황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 * * 회의가 끝난 뒤, 데스포네 공작은 황제에게 독대를 요청했다. 침묵이 흐르는 동안, 공작은 뜨거운 감정을 억누르려 무던히 노력하며 냉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아델이 했던 말을 천천히 되짚던 카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차라리 탑을 적극적으로 파괴하는 것은 어떻소?”
“안 됩니다!”
“황후가 이 년 안에 모든 탑 제거가 가능하다 선언했소. 그 흐름을 막을 방법이 있겠소? 곧 중신들은 벌떼처럼 들고일어나 황후를 중심으로 뭉칠 거요!”
흔들리는 황제의 의중을 눈치챈 데스포네 공작이 일부러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황제의 역린을 건드렸다.
“제가 탑을 그대로 두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모두 폐하의 권위를 위해서가 아닙니까?”
“…….”
“폐하. 오늘만 해도 보십시오. 탑이라는 근간이 흔들리자, 중신들이 폐하를 어떻게 대하더이까?”
카를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만하시오.”
“고귀한 피를 타고나 자존심 강한 저들이 폐하의 앞에 머리를 조아리려면, 탑이 필요합니다. 지금껏 잘해 오셨습니다. 문제는, 황후일 뿐이지요.”
데스포네 공작은 카를의 어린 시절부터 주변을 조종하여 끊임없이 자존감을 깎아내렸다.
‘보십시오. 지금 저자는 폐하의 출신을 이유로, 폐하를 업신여기고 있는 겁니다.’
‘그자의 눈빛 보셨습니까? 폐하를 무시하더군요.’
데스포네 공작은 늘 황제를 세뇌해 왔던 대로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
“황후를 죽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