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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나랑 같이 연회에 가자 (74/127)

74화. 나랑 같이 연회에 가자2021.12.14.

그날 오후, 리오넬은 헤르베르트 저택으로 이사했다. 발드르 공가의 집사가 직접 리오넬의 짐을 헤르베르트 후작저로 옮기며 저택 곳곳을 살폈고, 공저에서 파견된 숙련된 사용인들이 오랜 기간 비어 있던 저택을 훈훈하게 단장하였다. 리오넬은 평생 살아온 집을 떠나 자신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된 저택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리오넬이 탁 트인 넓은 정원 앞에서 걸음을 멈추자, 집사가 나직이 속삭였다.

16553298712685.jpg“지금은 이 넓은 저택에 홀로 계셔서 적막하시겠지만, 훗날 혼인하시어 가정을 꾸리게 되면 이곳도 꽉 찰 것입니다.”

16553298712696.jpg“…….”

으레 하는 가벼운 말이었지만, 리오넬은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집사는 대답 없는 리오넬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을 아꼈다. 품어선 안 될 연정을 품은 대가로, 어쩌면 평생 이 숨 막히는 적막을 안고 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누르고 눌러도, 한 번 터져 나온 감정은 쉽사리 가라앉을 줄 몰랐다. 탁 트인 넓은 정원을 보니, 저도 모르게 상상이 줄기를 뻗어 나갔다. 그녀와 함께 이곳을 거닐 수 있다면……. 아름드리나무 아래 앉아 가벼운 일상을 이야기하고, 그러다 해가 지면 함께 저택으로 돌아가는 거야. 따뜻한 음식을 나눠 먹고, 푹신하고 아늑한 침실에서 함께 잠들겠지. 아, 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꿈인가? 연모하는 만큼 끝까지 충성하리라 다짐했던 주제에. 그때, 집사가 생각났다는 듯 말을 꺼냈다.

16553298712685.jpg“아, 국경일 연회가 곧입니다. 해서 연회복 카탈로그가 도착했는데, 한번 보시겠습니까? 사실 공작님께서는 이미 정하셨습니다.”

16553298712696.jpg“그리하죠.”

두 사람이 몸을 돌려 저택으로 들어설 무렵, 리오넬에게 황후가 보낸 편지가 도착했다.   [……해서, 나의 파트너가 될 것을 염두에 두고 의상을 한 벌 더 준비해 주길 바라오.]   그것은 틀림없이 정치적 필요에 의한 냉철한 요구였다. 보좌관이란 직책에 부합하는 명예도 공적도 없는. 그러나 그녀의 편지 한 장에 리오넬의 마음은 바보같이 거센 울림을 내며 뜀뛰었다. * * * 한편, 데스포네 공작은 홀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의 머릿속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한 상태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작금의 상황이 위기임을 느끼고 있었다. 발드르 공가와 그랜드 공가를 주축으로 하는 귀족 세력이 황후라는 칼날을 그의 목구멍에 들이밀었다. 심지어, 황제조차도 황후에게 조금씩 마음이 기울고 있는 것이 뻔히 보였다.

16553298712724.jpg“그 머저리 같은 것이, 선대 황후 치맛자락을 쫓아다녔지…….”

자칫 황후가 황제까지 휘어잡아 버린다면, 데스포네 공작은 황후의 손에 쫓겨나고 말리라.

16553298712724.jpg“황후와 황제 사이를 완전히 끊어 놓는 것이 우선이야. 황제가 직접 황후를 죽이는 모양새여야만 뒤탈이 없어.”

습관적으로 턱을 매만지던 그가 입술을 혓바닥으로 천천히 쓸었다.

16553298712724.jpg“디안, 그 맹랑한 것과 일단은 다시 손을 잡아야겠군…….”

데스포네 공작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시종을 찾았다.

16553298712685.jpg“부르셨습니까, 공작 전하.”

16553298712724.jpg“너는 지금 당장 황궁 밖으로 달려가 아뜰리에 수석 디자이너를 불러와라. 신상 카탈로그를 가져오라 일러. 더불어 황제궁에 사람을 보내 이번 연회의 의상은 내가 골라 드리겠다 전하고.”

16553298712685.jpg“예, 알겠습니다!”

16553298712724.jpg“아, 그리고 최상급 식자재와 각종 아기 물품, 그리고 산모에게 좋다는 약재를 되는대로 많이 구입하여 상아궁으로 보내거라. 지금 당장.”

16553298712685.jpg“예, 공작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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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다음 날, 로레인은 갑작스럽게 밀려드는 온갖 진귀한 물품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침실에 틀어박혀 있던 디안조차 밖으로 나와 그 모습을 지켜볼 정도였다. 배송되는 물품이 어찌나 많은지 상아궁의 정문이 닫힐 새가 없었다. 아예 문을 열어 둔 채로 물건을 받던 도중, 화통한 웃음과 함께 데스포네 공작이 등장했다.

16553298712724.jpg“하하하, 궁주님!!”

디안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공작 뒤로 각종 샘플을 들고 있는 이들이 따라왔다. 디안은 한눈에 그들이 누군지 알아보았다. 디안의 날 선 시선을 간파한 데스포네 공작이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16553298712724.jpg“궁주님, 드레스는 맞추셨습니까?”

16553298733828.jpg“아뇨. 골랐다가 혹여라도 황후께서 선택하신 디자인이면 어쩌나 걱정되어 도저히 고를 수가 없었답니다.”

이 사태에 대해 항의를 할 수 없는 수석 디자이너는 그저 정중히 고개를 조아릴 뿐이었다. 데스포네 공작은 디안을 방으로 이끌며 달래듯 말했다.

16553298712724.jpg“그래서 제가 직접 디자이너를 데려오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궁주님께서는 아기님을 가지셨으니 보통의 드레스를 입으시면 곤란하지요. 황제 폐하와 함께 입장하실 것이니, 의복 디자인도 맞춰야 합니다.”

공작의 말에 디안이 우뚝 멈춰 섰다. 데스포네 공작은 모두 들으라는 듯 커다란 목소리로 덧붙였다.

16553298712724.jpg“임신한 아내를 에스코트하는 것이 남편 된 도리라고 직접 말씀하시더군요”

공작의 말을 듣는 순간, 디안은 황제의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카를 울리히는 절대 저런 식의 말을 입에 담을 남자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 그따위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디안은 눈을 매섭게 빛내며 공작을 향해 입을 열었다.

16553298733828.jpg“황후 폐하가 아닌, 저와 함께 입장하신다고요?”

16553298712724.jpg“그럼요! 임산부를 홀로 입장하게 두다니, 아니 되는 법이지요. 황후께선 넓은 마음을 가지신 분이니 이해하실 겁니다.”

데스포네 공작은 씩 웃으며 디안을 다시 방으로 이끌었다.

16553298712724.jpg“자자, 어서 들어가서 고릅시다! 어서 들어오거라!”

  * * * 디안은 자리에 앉기 무섭게 디자이너에게 질문했다.

16553298733828.jpg“황후께서 고른 디자인은 어떤 것이냐?”

수석 디자이너는 속으로 깊게 탄식했다. 권세를 앞세워 디자인을 강탈하거나, 디자이너에게 압력을 넣는 것은 사교계의 오랜 금기였다. 자칫 권력 싸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필사적으로 숨을 가다듬으며 정중히 말했다.

16553298712685.jpg“궁주님께서도 아시겠지만, 그것을 알려 드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부디 넓은 마음으로…….”

16553298733828.jpg“어떤 디자인을 선택하셨는지 알아야 나도 고를 것이 아닌가?!”

디안은 디자이너의 말을 자르며 날카롭게 응수했다.

16553298712685.jpg“하지만, 궁주님…….”

그럼에도 디자이너가 뜻을 굽히지 않고 난색을 표하자, 데스포네 공작이 한마디 거들며 디안에게 힘을 실었다.

16553298712724.jpg“이것 참. 이렇게 앞뒤가 막혀서야 어떻게 사업을 한다고…….”

16553298712685.jpg“…….”

16553298712724.jpg“의상실로 들어가는 각종 비단이 내 영지를 통과해서 가는 것으로 아는데.”

공작까지 합세하니 일개 디자이너가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디자이너의 기세가 꺾인 듯 보이자 디안은 고개를 기울이며 다시 물었다.

16553298733828.jpg“어떤 것을 선택하셨는가?”

상아궁으로 불려오기 직전, 황후궁에서 연락이 왔었다. 황후의 선택은 남색과 금색이 절묘하게 섞인 드레스였다. 황후다운 품위가 느껴지는 디자인으로, 사실 디자이너가 황후를 위해 고안한 드레스이기도 했다. 만약 여기에서 디안이 황후의 드레스와 비슷한 디자인을 요구하기라도 한다면?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그녀와 함께 온 직원들도 긴장하며 조마조마하게 디안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때, 디안과 나란히 앉아 있던 데스포네 공작이 불쑥 입을 열며 한곳을 가리켰다.

16553298712724.jpg“그럼 궁주님, 이 디자인은 어떠십니까?”

디자이너와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공작의 손끝으로 향했다. 그가 가리킨 것은 청초한 느낌이 물씬 드는 연한 녹색 드레스로, 황후가 선택한 디자인과는 정반대되는 분위기의 디자인이었다. 디안은 공작이 선택한 드레스를 한동안 말없이 지켜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황후가 선택한 드레스를 입겠다고 하고 싶었지만,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는 일이었다.

16553298712724.jpg“황제 폐하의 의상도 여기에 맞춰 디자인한다면, 그림처럼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것입니다.”

데스포네 공작이 은근한 어조로 속삭이자, 디안의 머릿속에서 연회의 모습이 물 흐르듯 그려졌다. 나란히 옷을 맞춰 입은 그녀와 황제는 누가 보아도 부부로 보이리라. 디안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16553298733828.jpg“좋아요. 이 디자인으로 하죠.”

16553298712724.jpg“잘 생각하셨습니다.”

이 교활한 늙은이도 황후를 꺾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디안은 공작을 마주 보고 웃었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국경일 연회 때 황제가 대동할 파트너가 디안 푸아티에라는 소문이 아델의 귀에 들어왔다. 데스포네 공작이 작정하고 소식을 부리고 다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데스포네 공작은 ‘임신한 아내를 에스코트하는 것은 남편의 의무’라며 떠들어 댔는데, 황제는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긱스 부인은 씁쓸한 마음을 감추며 황후를 살폈으나, 이미 예상했던 바인지 그녀의 표정은 덤덤했다.

16553298767152.jpg“발드르 공, 그랜드 공과 헤르베르트 후작이 오려면 얼마나 남았소?”

16553298767158.jpg“사십 분 정도 남았습니다.”

16553298767152.jpg“사십 분이라……. 잠시 바람 좀 쐐야겠군.”

하루 종일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아델은 무르익다 흐드러진 가을 정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떨어지는 붉은 나뭇잎들을 바라보며, 아델은 과거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렸다. 아델이 떠나기 전날 밤, 어머니는 그녀를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16553298712685.jpg‘살다 보면 네 마음을 흔드는 사내가 생길지도 모른다. 나 또한 한때 그러했지. 정부로 두고 사랑놀음을 좀 하다 보면, 만개한 꽃이 지듯, 푸르른 녹음이 붉게 변해 떨어지듯 그렇게 감정이 식더구나. 그저 한여름 밤의 꿈이다, 하고 가볍게 생각해. 단, 절대로 황후로서의 본분을 잊지 말렴. 하긴, 내 딸은 뼛속까지 황족이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구나.’

16553298767152.jpg“한여름 밤의 꿈이라…….”

귓속을 파고들던 다정한 부름은 사실 환상에 불과했다. 제가 만들어 낸 환상을 마치 현실인 양 생생히 떠올리는 스스로가 한심하여 아델은 입술을 짓씹었다. 지금 서 있는 위태로운 자리를 지켜볼 요량으로 보좌관을 들인 주제에 자꾸만 감정에 매몰되니 미칠 것 같았다. 아델은 자꾸만 리오넬을 향해 쏟아지는 마음을 어렵사리 다잡았다. 한철 뜨거운 사랑이 식고 났을 때, 어머니의 정부들은 아버지가 거느린 정부들보다 훨씬 못한 취급을 받았었다. 리오넬은 그렇게 희생되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인재였고, 좋은 남자였다.

16553298767152.jpg‘아델라이드 울리히 에흐몬트. ……울리히 에흐몬트.’

그 아름다운 남자를 위해서라도, 평생 그러했듯 황족으로서 명예를 붙잡고 살면 될 일이다. 아델은 집착적일 만큼 자신의 위치를 떠올리고, 또 떠올렸다. 그리고 머리를 흔들어 상념을 밀어내려 노력하며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당장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가뜩이나 흐린 황제의 머리를 분탕질해 국정을 엉망으로 만드는 데스포네 공작을 황궁에서 치워 내는 일이다. 공작의 저의를 파악하였으니, 국경일이 끝남과 동시에 그를 황궁에서 치워 내리라. 그렇게 황제를 등에 업은 데스포네 공작이 물러나고 나면……. 아델이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손으로 머리를 짚는 순간이었다.

16553298712696.jpg“어디 아프십니까?”

갑작스럽게 들려온 나직한 목소리에 아델은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6553298712696.jpg“황후 폐하.”

천천히 고개를 들자, 쏟아지는 붉은 꽃잎을 배경으로 그가 서 있었다.

16553298712696.jpg“괜찮으십니까?”

리오넬이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아델을 살폈다. 지금까지 머릿속을 꽉 채우던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검푸른 시선에 소리도 없이 밀려가 버리고, 동시에 가슴이 술렁였다. 지금껏 웅크렸던 나비가 날개를 털고 가슴 속을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울렁이는 듯, 간지러운 듯한 묘한 감각에 아델은 잠시 숨을 멈췄다. 그러자 리오넬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향해 한걸음 다가왔다.

16553298712696.jpg“왜 그러십니까?”

그녀가 울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다쳐서 피를 흘리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걱정인 걸까. 하지만 아델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술렁이는 마음을 뒤로하고 그녀는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16553298767152.jpg“안녕.”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델을 살피던 리오넬은 가볍고 격 없는 인사에 눈을 크게 치떴다가 입술을 꾹 말아 물었다. 아델은 그에게 자리를 권하며 말했다.

16553298767152.jpg“이따가 두 공작이 오면 그때 들어가자. 하루 종일 업무를 봤더니 답답해서 나왔어.”

16553298712696.jpg“좀 쉬어 가며 하십시오.”

리오넬이 아델의 맞은편에 앉으며 가볍게 잔소리를 했다. 아델은 손바닥에 턱을 괸 채 중얼거리듯 말했다.

16553298767152.jpg“언제든 보좌관직을 사임하라 해 놓고, 떡하니 염치없는 부탁을 하고 말았군.”

16553298712696.jpg“제가 주문하려던 것과 디자인이 유사하여 따로 맞출 것도 없었습니다.”

그의 말에 아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가볍게 웃었다.

16553298767152.jpg“취향이 비슷하네.”

리오넬은 작게 헛기침을 하며 괜히 정원을 둘러보았다. 그 모습을 힐끔 일별한 아델은 그의 시선을 따라 정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16553298767152.jpg“녹음이 우거졌을 때도 아름다웠지만, 낙엽이 지는 모습도 아름답네.”

그러자 리오넬은 고개를 돌려 아델을 바라보았다.

16553298712696.jpg“가을을 좋아하십니까?”

16553298767152.jpg“가을? 좋지.”

16553298712696.jpg“어느 계절을 좋아하십니까?”

16553298767152.jpg“굳이 고르자면……. 나는 봄이 좋아. 파르라니 올라오는 연한 것들이 기특하거든.”

리오넬은 봄이라는 단어를 입안에서 굴려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16553298767152.jpg“그대는?”

내렸던 시선을 퍼뜩 들자, 아델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리오넬은 싱긋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16553298712696.jpg“저도 봄이 좋습니다.”

아델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16553298767152.jpg“리오넬.”

16553298712696.jpg“예.”

그리고 아주 가벼운 말을 던지듯 그에게 물었다.

16553298767152.jpg“국경일 연회 때 함께 가기로 한 사람이 있어?”

그녀는 구구절절하게 상황을 설명하지 않았고, 그도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았다.

16553298712696.jpg“아뇨, 없습니다.”

반듯한 이마 아래 짙고 검은 눈썹, 그 아래 밤바다를 담은 듯한 눈동자를 차례로 바라보며, 아델은 턱을 괴고 있던 손을 그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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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3298767152.jpg“그럼 나랑 같이 연회에 가자.”

곱디고운 붉은 나뭇잎들이 흐드러지듯 쏟아지고, 리오넬의 마음도 함께 쏟아졌다. 철저한 계산으로 이루어진 냉정한 제안임을 알면서도, 리오넬은 그녀의 하얗고 작은 손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답했다.

16553298712696.jpg“물론입니다, 황후 폐하.”

환희로 물든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거세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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